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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201화 (201/409)

00201 등잔 밑은 매일 어둡다지?  =========================================================================

< 등잔 밑은 매일 어둡다지? (3) >

한편 그 무렵.

아이린은 판도라 프랑스 지부에 모인 의원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있었다.

물론 판도라 유럽 지부에서 주헌을 해코지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쳐들어온 참이었다.

‘이번 무덤에서 주헌 씨를 없애버릴 거라니.’

아이린은 이를 갈았다.

프랑스 지부에 들어오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오빠가 판도라 의원이었으니까.

뭐 그 이전에 모세의 기적을 보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지만.

“으아아악! 파산왕이다!”

“젠장, 어, 어서 오십시오!”

“펴, 편하게 있다 가십시오!”

그래서 지금은 뭐 적당히 경비들을 때려눕히고(?) 도청기를 설치해 정보를 엿듣는 중이었지만.

지직, 지직.

그리고 동생의 과격한(?) 모습에 까무러친 조지 홀튼이 옆에서 얼떨떨해했다.

“아이린. 너 어디서 이런 나쁜 짓을 배워…….”

“쉿! 안 들려요.”

그러자 본의 아니게 말이 잘린 조지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우리 애가 변했어.’

망치로 머리를 두들겨 맞아도 이보단 아프진 않으리라.

하물며 아이린이 이렇게 필살적인 이유가 서주헌이라는 것을 떠올린 순간, 조지의 눈이 분노로 번득였다.

‘서주허어어어언!’

주헌은 확실히 은인이다.

은인이긴 하지만……….

‘우리 아이린을……….’

조지는 벽에 머리를 쾅쾅 박았다.

아마 둘이 손잡는 것 이상의 관계를 갔다는 걸 알게 된다면 암살자를 고용할지도 모르리라.

하지만 어쨌거나 아이린은 도청기에 귀를 기울였다.

[서주헌, 그놈은 이번에야말로 무덤에 못 들어올 겁니다.]

유럽의 판도라 의원들은 이번 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듯 했다.

[우리가 고용한 탐지왕의 레이더가 있어요. 그 도둑놈, 유럽 대륙에는 발도 못 붙이겠죠.]

[아시아, 아메리카, 중동. 다 놈한테 뚫렸어요. 하지만 유럽만큼은 안 됩니다. 그놈만 없으면 무덤 발굴도 순조롭게 될 테고요.]

[이번 발굴권은 다섯 팀에게 줬나요?]

[네. 가장 많은 돈을 낸 팀들에게 줬죠.]

[하여간. 그에 비하면 서주헌 그 도둑놈. 놈 때문에 자꾸 일이 뒤틀려져요.]

[그놈 때문에 일반인들도 유물을 자꾸 접하게 되지 않습니까. 좋지 않은 현상이에요.]

[돈도 안 되는 것들이 유물을 가져봤자 뭐가 득이 된다고……….]

[뭐, 아무튼 이번 오만의 무덤은 그 다섯 팀 중 하나가 가져가게 되겠죠. 서주헌은 무시해요.]

의원들과 발굴팀 단장들은 하하 비웃었지만, 곧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주헌을 우습게 보지 말아요.]

[하긴. 그래요. 그 독한 놈이 무덤을 포기할 리가 없습니다.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그냥 지나갈 리가 없죠.]

이미 자신들의 무덤을 탈탈 털려봤던 이들은 치를 떨었다.

[판도라 행정부에 연락해서 서주헌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부터 철저하게 조사하라고 하세요.]

[감히 판도라의 허락도 안 받고 유물로 장사를 하려 하다니.]

[조사해서 적당히 사업에 태클도 걸고.]

[말이 태클이지 결과적으론 박살내야 한다는 거 알죠?]

[뭐라고 하면 사무총장님의 지시라고 해요. 여러 왕실, 대통령들의 뜻을 모은 결과라고 전하고.]

그 말에 아이린의 눈이 화르륵 불타올랐다.

뭐라고? 대통령? 왕실?

도대체 어떤 나라야.

아이린은 오빠를 바라보았다.

“오빠, 주헌 씨를 괴롭히는 나라가 어디에요?”

“…………안 괴롭히는 나라가 있긴 하나?”

그건 사실이다.

뭐, 미국의 경우엔 유물을 되찾아준 주헌의 편의를 봐주는 모양이었지만, 글쎄.

‘워낙 이번 미국 대통령이 변덕이 보통 심해야지.’

“서주헌은 일단 인터폴에 넘겨졌으니까. 반드시는 아니지만 서주헌이 입국금지를 당할 나라가 꽤 되지.”

어디 그뿐이랴.

“서주헌을 미인계로 꼬셔내자는 이야기도 있어.”

“뭐라고요?!”

어쨌거나 나라의 힘은 강력하다. 그리고 판도라 이사진들 역시 막강했다.

조지 홀튼이 판도라 의원으로서 열심히 주헌을 커버해주고 있기는 하지만…….

‘보호할 힘이 좀 부족하긴 하지.’

바로 그럴 때였다.

“이런……”

핸드폰으로 날아온 메시지를 보고 클로에가 작은 욕을 날렸다.

아무래도 조지가 심어놓은 첩자들의 소식통인 것 같았다.

“클로에씨. 왜 그래요?”

“미국이 특수부대를 파견했나 봐요. 서주헌이 거주하고 있는 호텔에. 그리고 중국 정부에서도 한국 쪽에 적화단을…….”

왜 거기에 파견을 보냈을까 싶었지만, 아이린은 아차 싶었다.

“주헌 씨 가족분이랑 주변인들을 노리는 거예요.”

틀림없었다.

주헌이 거주하고 있는 임시호텔엔 불로초를 열심히 키우고 있는 농부 일행이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는 주헌의 부모 격이라 할 수 있는 김형사 부부가 있지 않은가.

철저한 주헌이니 그들에게 보호 유물을 건네주고 왔을 테지만, 일반인이 무장 단체를 당해낼 여력은 없을 것이다.

조지가 난처해하며 말했다.

“일단 서주헌한테 알려야…….”

“아니 잠시만요. 알리는 것 까지는 좋은데…….”

잠시 생각에 잠긴 아이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이 사실이 주헌 씨의 귀에 들어가면 분명 유럽 무덤을 포기하실지도 몰라.’

그래보여도 제 주변인은 상당히 아끼는 주헌이었다.

그리고 아이린은 주헌이 목표를 포기하게 되는 걸 원치 않았다.

‘주헌 씨는 이런 외부적인 일에 신경 쓰실 때가 아니야.’

그래서일까.

“오빠. 혹시 미국 대통령하고 중국 주석하고 연결해주세요.”

“엥? 뭐하려고…… 아이린, 너 설마!”

아이린의 눈이 이글이글 불타오르고 있었다.

“주헌 씨 적은 내 적이에요.”

그리고 전직 현대사회의 악마.

특기, 세계경제공황.

나라를 휘청이게 하는 파산왕, 아니 협박왕이 어디론가 연락하기 시작했다.

***

“실례지만, TKBM 내부 탐색을 좀 해보고 싶어서 왔는데요.”

탐지왕이었다.

생긴 것은 30대쯤으로 보이는 여자. 꽤 까탈스럽게 굴 것 같은 인상이었다.

심지어 그녀 혼자서 온 것이 아니었다.

판도라 유럽 지부에서 보낸 것 같은 군인들도 함께.

그리고 그의 등장에 TKBM 발굴단은 달갑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

“저 여자 왜 여기 있는 거야? 우리 검문 끝났잖아.”

“그렇긴 한데, 방금 우리를 검문하겠다고 하지 않았어?”

“내부 탐색? 왜?”

그들이 술렁거리자 탐지왕이 말했다.

“듣자 하니 서주헌이 잠복했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을 들어서요.”

“아, 그 소문은 우리도 들었어.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문…….”

그 말에 탐지왕이 매섭게 웃었다.

“혹시 댁들이 서주헌을 숨겨주고 있는 건 아니고요?”

그러자 TKBM 단장들은 거품을 물었다.

아니, 뭐가 어쩌고 저째?

지금 서주헌 때문에 이를 갈고 있는 게 몇 명인데 말을 지껄여도!

“우리가 왜 서주헌을 숨겨주는데!”

“저년이 지금 돌았나!”

“그런 게 아니라면 협조 좀 해주시고요.”

“아오!”

그리고 일이 이렇게 흘러가자 설아는 괜찮냐는 눈빛으로 주헌을 보았다.

‘탐지왕이 탐색하면 바로 들킬 텐데.’

여기서 들키면 탐지왕이 데리고 온 유럽 쪽 군인들만 해서 수천. 거기에다 TKBM. 그리고 다른 발굴팀들까지 합치면……….

‘완전히 시간을 빼앗기게 된다.’

게다가 아무리 왕급이 이쪽에 두 명이 있다고 해도 위험한 건 사실.

하지만 주헌도 율리안도 괜찮다는 반응이었다.

‘TKBM이 미치지 않고서야 내부 탐색을 허락할 리가 없다.’

실제로 TKBM은 굉장히 불쾌해하는 기색이었다.

그건 당연했다.

그녀가, 탐지왕이 하는 말은 같은 편에게 CCTV를 달겠다는 것과 같았다.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아 됐고! 거기서 비켜. 네가 탐지를 하면 우리 발굴단이 가진 정보랑 유물까지 탈탈 털리잖아. 그딴 걸 허락 할 것 같아?!”

“잘 들어. 우리가 병신도 아니고 서주헌이 숨어든 것도 모를 것 같아?”

아니? 모르잖아.

눈치 못 챘잖아.

주헌은 얄밉게 입꼬리를 씰룩였고 오직 율리안만이 골치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TKBM은 주헌이 꿍꿍이대로 외쳤다.

“됐으니까 걔네 끌고 꺼지라고! 우린 이제부터 그 무덤 안에 들어가야 하니까!”

그러자 탐지왕이 비웃었다.

“서주헌이 없어? 장난해요? 이 발굴단 사이에서 왕급의 지배력이 풀풀 느껴지는데.”

그 말에 설아가 황급히 눈알만 굴려 주헌과 율리안을 보았다.

자신은 그렇다 쳐도 율리안과 주헌은 확실한 왕급이다.

둘 다 기운을 숨기고 있기는 하지만…….

‘설마 눈치챈 건가.’

실제로 탐지왕의 날카로운 시선이 주헌과 율리안의 근처에서 머물고 있었다.

정확히는 그 부근.

그리고 그녀의 말에 율리안도 내심 당황한 기색이었다.

‘아니야. 나도 서주헌도 확실하게 기운은 감췄다.’

자신도 주헌도 그 정도의 실력은 갖췄다.

비록 자신은 주헌처럼 기운을 드러냈다 숨겼다 고무줄 당기듯이 하지는 못하지만.

이에 탐지왕은 매섭게 웃었다.

“운명왕이 여기에 나타날 거라고 점지했으니까. 서주헌은 틀림없이 이 발굴단 안에 있어요.”

그 말에 율리안은 쯧 혀를 찼다.

‘운명왕 놈이었나.’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그 새끼 조져놔야겠어.’ 하고 흉흉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운명왕이라는 말에 술렁이던 TKBM이었지만, 곧 그들이 말했다.

“운명왕이고 자시고, 발굴단의 정보를 캐낼 속셈인 거 누가 몰라?”

“허참, 말이 안 통하는 분들이네.”

동시에 탐지유물이 발동되었다.

번쩍!

[모든 것을 감지하는 기운이 측면에 작렬합니다.]

마치 촉수와 같은 오라가 발굴단을 휩쓸었다.

그와 함께 주헌의 오른쪽에 있던 발굴팀들이 끄아악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에는 안보이겠지만 율리안의 눈에는 모두가 기다란 무언가에 농락당하는 모습으로 보였다.

“아악, 뭐야 이게!”

실제로 그들은 구토를 하며 괴로워했다.

“아악, 이상해. 기분이 이상하다고!”

“우웩, 기분 나빠!”

하지만 그 찰나, 다시 한번 더 발동된 감지의 유물!

“아아아악!”

“저, 저년이!”

그러나 이번에도 감지의 유물은 주헌을 비껴갔다.

그리고 남은 구역은 주헌이 서 있는 일대.

이쯤 되자 탐지왕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제 한 구역 남았네.”

여기서 서주헌을 발견하지 못하면 자신의 책임이었다.

‘이 유럽에서 놈을 박살내야 한다.’

실패하면 막대한 돈을 유럽 정부에 물어줘야만 했다.

그래서일까.

[탐지의 유물이 작렬합니다.]

“나와라, 서주헌!”

다시 한 번 유물이 발동 되고, 설아가 주헌의 손을 꽉 잡았다.

‘단장님!’

율리안 역시 발각당할 것을 우려해 슬슬 유물을 사용하려 했다.

자신들이 발각 되면 여기에 있는 수백 명의 상위 유물사용자들이 죄다 적이 되는 것이었으니까.

‘이거 좀 위험하게 됐군.’

동시에 베이스캠프 전체에 뻗어나가기 시작한 탐지 유물!

번쩍!

그리고 그 탐지의 기운이 주헌에게 작렬하는 순간.

[몸을 탐색하는 기분 나쁜 시선에 노출됩니다.]

[탐색의 눈이 온몸을 살피기 시작합니다.]

[까마귀의 힘이 적에게 노출됩니다.]

[탐색의 손길이 까마귀의 몸을 주물럭거립니다.]

메시지와 함께 주헌은 매우 불쾌한 기분을 느꼈다.

마치 사내놈이 몸을 만지작거리는 것 이상의 불쾌함.

참 신기한 일이었다.

이 유물을 쓰는 게 여자인데도 이렇게나 기분이 나쁘다니.

‘혹시 유물이 남성형인가?’

그리고 그 순간 주헌은 분명히 느꼈다.

제 몸을 감싸고 있는 까마귀가 기분이 나쁘다는 듯, 마구잡이로 요동치는 것을.

율리안은 그걸 바로 눈치채고 주헌에게 텔레파시로 말했다.

[기운 눌러! 빨리!]

하지만 주헌은 픽 웃었다.

기운을 누르기는 개뿔이.

주헌은 요동치는 마신, 까마귀의 힘을 오히려 풀어주었다.

쿠우우웅!

“!”

갑자기 번져 나가는 흉흉하고도 살벌한 오라.

그리고 이때 탐지왕은 순간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뭐, 뭐지? 이건?’

물론 주헌이 지배력을 밖으로 노출하거나, 유물의 힘을 개방한 건 아니었다.

실제로 탐지 유물을 쓰는 그녀만이 느낄 수 있는 기운. 그녀 외에는 아무도 눈치채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그 맹렬한 기운은 그녀를 씹어먹을 정도로 폭주했다.

보통의 신급 유물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강력함!

그리고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

그 소름끼치도록 오싹하고 두려운 오라를 대수롭지 않게 다루는 주헌의 눈빛을.

콰아아앙!

그리고 번득이는 주헌의 눈빛과 함께 까마귀의 오라가 그녀를 향해 덮쳐들었다.

마치 까마귀가 포효를 하는 듯했다.

그녀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문득 드는 생각이 하나 있었다.

‘잡아먹힌다.’

그리고 그 생각은 현실이 되었다.

============================ 작품 후기 ============================

으엉 잡아 먹혀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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