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98화 (198/409)

00198 너한테는 안 줘  =========================================================================

제198화. 너한테는 안 줘 (4)

“오, 왔느냐. 빨리 와서 날 좀 치료해보게.”

미라가 된 권 회장.

유재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권 회장에게 다가갔다.

안에는 예상대로 권 씨 남매 세 명과 TKBM의 부단장 양 쳰이 있었다.

클로에로 변장한 그는 힐끗 양쳰을 보았다.

기억이 없는 유재하야 양쳰이 자신들의 배신자라는 사실을 알 리가 없지만…….

‘어째 마음에는 안 드네.’

적으로 만나서 그렇지, 싹싹해 보이고 능력도 있어 보이는데 왜 싫은 걸까.

오히려 싫다면 주헌처럼 엄친아 같은 타입을 싫어해야 할 텐데.

몸이 무의식중에 반응을 하는 걸까.

‘뭐 아무래야 상관없지.’

중요한 건 권 회장 쪽이었다.

‘저 노친네를 내 맘대로 주물러…… 아니, 골로 보내주마.’

유재하가 그렇게 음흉하게 웃을 때 권 회장은 빤히 유재하를 보았다.

“자네……….”

“네, 네?”

그 눈빛이 예사롭지 않아 유재하는 심장이 덜컥했다.

‘설마 들킨 건가.’

지금은 쫄쫄 굶고 있는 미라에 불과하지만, 권 회장은 왕급의 사내다.

그러나 권 회장은 대수롭지 않게 누웠다.

“아니야. 진행하게.”

유재하. 아니, 클로에는 후 안도의 한숨을 쉬며 뻔뻔하게 물었다.

“화, 환자의 상태는요?”

“심각합니다. S급 이상의 치료유물이 아니면 고칠 수가 없어요.”

뭐, 그렇겠지.

실제로 권 회장의 모습은 참담했다. 볼은 푹 꺼져 있고, 30kg 은 나갈까 싶을 정도로 온 몸이 바짝 말라 있는 상태였다.

‘진짜 저 미친놈, 살아있는 게 대단하다.’

틀림없이 저 미라가 몸에 두르고 있는 아킬레우스의 갑옷 때문이겠지.

그리고 이건 주헌이 말한 대로였다.

‘권 회장의 병은 유물의 전형적인 부작용현상이다.’

자신도 잘 모르지만, <유물 부작용>.

유물을 잘못 사용했을 때 생기는 현상.

즉 무리하게 유물을 사용하거나, 지나치게 많은 가짓수의 유물을 쓰거나, 너무 오래사용하거나, 본인과 안 맞는 유물을 쓰는 등등.

쉽게 말해 분수에 안 맞게 유물을 쓰다가 탈이 나는 것이다.

‘권 회장 역시 불사 유물을 3주 가까이 썼으니까. 너무 무리한거지.’

하물며 아킬레우스의 갑옷은 불사의 갑옷이라도 주로 외상의 피해를 막아주는 불사.

그런 갑옷으로 아사까지 막으려고 하다 보니 폭주했을 것이다.

‘불사 유물 외에도 여러 가지 생존을 위한 유물을 동시에 쓴 모양이고.’

평소라면 몰라도, 관에 갇혀 체력이 극도로 떨어진 상황.

그 상황에서 유물을 지나치게 썼으니 탈이 날만 하다.

‘그리고 그럴 경우 몸에 암세포 같은 게 자란다고 했다.’

권 회장 역시 유물이 만들어낸 혹 덩어리가 몸 안에 생겼다나 뭐라나.

그리고 그 혹 덩어리는 권 회장이 뭘 먹든, 뭘 마시든 전부 배출해버린다고 했다.

즉 그 암 덩어리를 유물로 제거하지 않는 이상 권 회장은 계속 이 미라 상태일 것이라는 것이다.

그 때 TKBM의 직원이 유재하에게 물었다.

“저 괜찮을까요?”

유재하는 방긋 웃었다.

“걱정 마세요. 3분이면 충분합니다.”

3분이면 나락으로 보내주마.

유재하는 몰래 웃으면서 가방에 묶인 스카프를 풀어냈다.

보통은 목, 머리, 허리에 감을 수 있을 법한 스카프였지만.

번쩍!

유재하가 지배력을 실자 스카프는 메스도구로 바뀌었다.

그건 바로 나이팅게일의 유물… 의 탈을 쓴 저주유물.

그렇게 유재하가 유물을 발동하려는 순간이었다.

“!!!!”

유재하는 창문 너머를 봤다가 기절할 뻔했다.

‘저, 저 녀석!’

[#*#$&*!]

잘 되고 있어? 있어?

창문가에서 팔짝 팔짝 뛰고 있는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온 몸에 쑥과 마늘을 펴 바른 녀석이!

유재하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저, 저 자식이 방해를!’

아니, 방해가 아니었다. 동아줄은 뭔가 할 말이 있어보였다.

[#$$(!]

여기 뭔가 수상해! 수상해!

동아줄은 애타게 유재하를 불러댔다.

그래봐야 동아줄의 목소리를 유재하가 들을 수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리고 그 순간.

“밖에 뭐가 있나?”

“!!!!”

권 회장의 목소리에 유재하가 얼른 고개를 저었다.

‘동아줄을 들키면 의심을 산다.’

유재하는 급하게 창가 쪽으로 향했다.

“해, 햇빛이 방해가 되네요. 커튼 좀 치죠.”

그 와중에 동아줄이 창가에 달라붙어서 유재하를 찾았다.

[#$*#&*!]

뭔가 이상해. 이상해. 빨리 하는 게 좋겠어.

그러나 유재하는 눈치를 살폈다.

‘방해하지 마, 바보야!’

유재하는 후, 한숨을 쉬면서 확 커튼을 쳐버렸다.

[#$*&*!!]

“자, 이제 시작하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재하는 유물을 발동시켰다.

번쩍!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어?’

권 회장의 몸을 만진 유재하의 표정이 바뀌었다.

그리고 이때.

번쩍!

콰아아아앙!

권 회장의 몸에서 섬광이 돌면서 병실이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동시에 유재하는 깨달았다.

‘이 자식들이, 함정을 팠구나!’

곧 시야가 흐려졌다.

***

“이설아. 일단 안 됐다고 한마디 할게.”

“뭐?”

이설아는 새 핸드폰을 사고 있는 클로에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갑자기 무슨 말이야?”

그러자 핸드폰을 켜보던 클로에가 쿨하게 한마디 했다.

“단장님한테 파산왕이 붙어 있잖아. 넌 승산이 없어 보여서.”

“뭐?!”

설아가 분노하자 클로에는 살짝 비웃었다. 그리고 그 얄미운 비웃음(?)에 설아가 부들부들 떨었다.

최후의 무덤의 일로 잊고 있었건만, 이제 확실해졌다.

‘역시 얜 내 편이 아니야!’

옛날부터 자신하고 클로에는 앙숙이었다.

아무래도 주헌을 싫어해서 그런 건지, 클로에는 주헌에게 목을 매는 설아에게 툭하면 틱틱거렸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난 파산왕을 전적으로 도와줄 테니 혼자 잘해봐.”

“야!”

하지만 클로에는 핸드폰 번호를 보며 끙, 입술을 내밀었다.

‘이거 곤란하게 됐군.’

그도 그럴 법한 게, 자신은 유물사용자들을 멀리하는 반 유물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이리 될 줄이야.’

기억이 되돌아왔다고 하지만 그래도 원래의 입장이 있는 법이다.

설아가 중국의 일원이었던 것처럼. 그리고 율리안 역시 밀러 발굴단의 단장인 것처럼.

하지만 그들과는 좀 사정이 다른 이유는 하나.

설아나 율리안이야 소속팀은 달라도 결국 발굴단 소속.

그러나.

‘나는 아예 유물사용자들과 함께 있으면 곤란한 입장이다.’

그럴 때 설아가 클로에를 보았다.

“너 반 유물 세력이라 해서 단장님을 배신할 건 아니지.”

“단장 하는 거 봐서.”

“뭐야?!”

말은 그렇게 하지만 클로에는 멀리 있는 주헌을 보며 눈을 번득였다.

‘단장님은 반드시 지켜낸다.’

이번에는 꼭.

절대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클로에는 딱히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그나저나 그 사기왕이 권 회장에게 가다니, 엄청난 일인데.”

과거엔 사기왕이었으나 지금은 호구왕……….

“걔 괜찮은 거 맞아? 가세해야 하는 거 아냐?”

그 말에 설아가 끙 볼을 긁적였다.

“그, 글쎄.”

***

한편 그 무렵.

“클로에는 처리했나?”

유재하가 있던 병실에서 좀 더 떨어진 장소.

그곳에 진짜 권 회장과 그 가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직원들이 보고를 해왔다.

“보고드립니다. 작전대로 함정으로 클로에를 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하하, 잘했네.”

권 회장은 비릿하게 웃었다.

“기껏 들어온 귀한 유물사용자를 그냥 보낼 수야 없지.”

권 회장은 애초에 클로에와 거래할 생각이 없었다.

“듣자하니 우리 TKBM을 여럿 처리한 그 NGO 소속이라는데. 보나마나 이상한 꿍꿍이를 가지고 여기 왔겠지. 내 유물이 탐이 났나?”

가소로웠다.

하지만 클로에가 아주 희귀한 유물사용자라는 것도 사실.

그렇다면.

‘내 유물로 강제지배하면 될 뿐이다.’

자신의 정복 유물이면 지배하에 둘 수 있으니까.

“그 여자를 붙잡아서 데려와라. 내 정복의 유물을 써서 노예로 삼겠다.”

“여기 데려왔습니다!”

TKBM의 직원이 축 늘어진 여자를 데리고 왔다.

그건 폭발에 휘말려 여기저기 옷이 찢기고 피투성이로 엉망이 된 클로에였다.

권 회장은 아주 흡족해했다.

숨만 겨우 쉬고 있는 게 아주 예쁘고 보기 좋았다.

“자 이쪽으로 데리고 오…….”

그런데 그 순간.

“자네 지금 뭐하는 건가?”

클로에를 데리고 왔던 부하 중 하나가 권 회장의 팔을 거칠게 잡았다.

이에 양 쳰과 남매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이 이봐, 무슨……!”

양 쳰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 자식, 설마!”

양쳰이 부하의 머리채를 잡고 잡아 당겼다. 그리고 피부가 부글거리며 나타난 얼굴은 다름 아닌!

“이 사기꾼 새끼!”

유재하였다.

‘부하 놈으로 변신했던 건가!’

그리고 이놈이 여기에 있다는 건……….

‘설마!’

그는 놀란 눈으로 클로에 쪽을 보았다. 그리고 이를 갈며 유재하에게 달려갔다.

“그 여자는 함정이다! 다빈치 유물로 만든 가짜야! 버려! 이 녀석이 진짜다!”

“네?!”

양 쳰의 외침에 부하들, 삼남매가 권 회장 앞에 있는 유재하를 붙잡았다.

“크윽!”

유재하는 그대로 부하들에게 짓눌려 잡혔다.

“젠장……!”

부하들은 비웃었다.

“이 멍청한 놈! 여기가 어디라고!”

“이 놈을 당장 끌고 가! 판도라에 넘겨! 감히 회장님을 노린 범인이라고 수배해라!”

하지만 이때였다.

“등신들.”

“!!!”

목소리가 들린 쪽은 쓰러져 있던 클로에 쪽이었다.

그걸 본 양 쳰과 부하들은 자신들이 붙잡은 유재하를 보고 까무러쳤다.

“설마 이쪽이 페이크!”

아니나 다를까, 클로에로 보이는 사람은 재빨리 유물을 사용했다.

번쩍!

그 순간 저주 유물이 발동되고 권 회장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회, 회장님!”

“저 자식이!”

그들은 이를 갈면서 클로에를 붙잡았다.

하지만.

“부, 부단장님! 이거!”

“…………!”

클로에 쪽도 본체가 아니었다. 그 증거로 클로에의 얼굴이 석고 조각으로 툭툭 떨어지는 것이었다.

그걸 본 양 쳰이 이를 갈았다.

‘둘 다 페이크다!’

완전히 당했다.

양 쳰은 다급해졌다.

“젠장! 경보를 울려라! 호구꾼 놈이 이 안에 숨어들었다!”

“판도라에 이 사실을 알려!”

병원은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어? 어어? 저, 저기 헬기가!”

“뭐야?!”

사기왕은 병원 옥상에 마련되어 있던 권 회장의 헬기를 타고 날라버린지 오래였다.

***

[오, 그래? 성공했다고?]

[ㅇㅇㅇㅇㅇ 저 완전 잘했죠! 진짜 보너스 주셔야 함. 소개팅도 시켜주셔야 함ㅋㅋㅋㅋㅋㅋㅋ]

[ㅇㅋ]

주헌에게 답신을 받은 유재하는 좋아서 방방 뛰었다.

“키야, 내가 평소에 단장님 밑에서 갈궈지길 잘했지.”

주헌에게 갈린 효과가 있었는지 이번 임무는 무사히 해냈다.

권 회장이 가짜라는 걸 파악한 순간 유재하는 바로 방어유물을 사용했고, 이번 작전을 완수한 것이다.

‘중요한 건 권회장의 몸에 저주를 박고 왔다는 거다.’

그렇게 낄낄 거릴 때, 헬기를 조종하고 있는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뭔가를 내밀었다.

[#*$&*!]

이거 복원해줘! 복원해줘!

동아줄은 눈을 반짝이며 마늘과 쑥 유물을 유재하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아니, 이자식이 마늘과 쑥을 온 몸에 바르는 건… 그래 그것도 좋다 이거다.

하지만………….

[#$*#&*!]

아이고 이놈아, 너무한다. 차라리 먹어라.

[#$*#&*]

이러라고 있는 유물이 아니다 이놈아.

마늘과 쑥 유물을 먹는다고 해도 잔인하게 동족을 먹어치우는 게 아니라 불로초처럼 열매를 먹는 개념이라고 해야 하나.

쉽게 비유하면 머리카락을 내어준 개념.

하지만.

[#$**!]

아이고, 내 머리. 내 머리. 엉엉

자기들 입장에선 대머리가 된 마늘과 쑥은 탈모되겠다며 울부짖었다.

[#$*&$#*!]

이래선 머리도 안 자란다 이놈아.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줄은 마늘과 쑥 냄새를 가득 풍기며 눈을 반짝였다.

[#$*$#&*!]

복원해주면 답례로 이거 줄게. 이거 줄게.

동아줄은 주헌의 사진을 내밀었다.

[#$**!]

얘네 머리 복원해줘! 해줘!

동시에 유재하는 그 행동의 의미를 알고 기가 막혔다.

‘설마 진짜로 100일 동안 처바를 건 아니겠지………….’

***

“유재하 쪽이 성공했단다.”

“정말요? 어쩐 일이야!”

주헌은 아주 흡족해했다.

“그럼 어디 한 번 시험해볼까.”

주헌이 꺼낸 것은 뜻 밖에도 리모컨이었다.

그게 뭔가 했지만, 그건 유재하가 권 회장의 몸에 발동하고 온 저주의 유물과 한 세트가 되는 유물이었다.

[저주의 유물]

그리고 리모콘의 1번 버튼을 누른 그 순간.

[저주 1단계가 발동 되었습니다.]

주헌은 씨익 웃었다.

저주가 제대로 발휘되었을 지는 TV로 확인하면 될 것 같고.

문제는 오만의 무덤을 털기 위해선…….

‘EU, 유엔, 판도라의 눈까지 속여야 하는데……….’

척 봐도 귀찮을 만큼 통제를 해놨던데.

‘어떻게 그 철두철미 감시를 뚫고 들어간다.’

하지만 이때였다.

띠리링.

주헌은 제 앞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며 웃었다.

[한지상 씨. TKBM 발굴단 공채 통과 축하드립니다.]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단장님?”

“좋아. 슬슬 오만의 무덤을 털러 가볼까.”

도굴단의 출격.

권 회장이 알면 복장이 터질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