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97화 (197/409)

00197 너한테는 안 줘  =========================================================================

제197화. 너한테는 안 줘 (3)

그럴 때였다.

“으윽………!”

클로에가 눈을 떴다.

그녀가 눈을 뜨자 예쁜 파란 눈이 먼저 눈에 띄었다.

“클로에!”

그녀가 눈을 뜨자 설아가 가장 먼저 클로에의 손을 잡았다.

자신하고는 늘 티격태격 하던 기억이 더 많긴 했지만 그래도 동료였다. 반갑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물며 최후의 무덤에서 몰살 당한 기억이 선명하다면 더더욱!

“이제 괜찮아?”

“…….”

클로에는 얼떨결에 자신에게 안기는 설아를 안았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시선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게 있었다.

바로 주헌이었다.

“정신이 드나?”

“………!”

주헌을 본 클로에의 표정이 변했다.

왜?

[서주헌은 적이다. 서주헌은 적이다.]

[죽여버리겠어… 죽여버리겠어.]

거미의 유물을 쓰던 여자의 암시가 그녀의 머리에 박혔기 때문이다.

분명 캐나다 북극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을 때였나.

‘너. 서주헌이라고 알지?’

그 여자의 기억과 함께 클로에는 이마를 짚었다.

[뇌에 남아 있던 총수 유물의 힘이 상대의 뇌에서 몸부림칩니다.]

그리고 그 순간 클로에가 눈을 번득이며 주헌을 덮치려고 들었다.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단장님!”

곧 율리안과 설아가 클로에를 잡아 누르려는 때였다.

번쩍!

“꺄악!”

클로에의 눈앞에 섬광이 번쩍이면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총수 유물의 힘이 사라져갑니다. 사라져갑니다.]

그리고 클로에의 앞에 놓인 것은 꽥꽥 죽으려고 하는 검은 새였다.

[꾸에에엑! 동물학대로 신고할 거야! 신고할 거라고!]

따오기 새, 토트였다.

지식의 신 토트는 주헌에게 목이 콱콱 졸리고 있었다.

[이거 놓으라고!!]

“닥쳐. 제대로 총수 놈의 기운은 뺀 거 맞지?”

[그래! 저 여자의 몸에서 총수의 오라는 쫓아냈다고! 그러니까 놓으라고오오 꽤애애액!]

토트는 푸드득 거리며 아주 죽으려고 했다.

‘젠장, 이 사실을 총수 일파에게 들키면 처형인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볼일이 끝났다는 듯 휙 따오기를 집어 던졌다.

박정할 정도의 태도였다. 물론, 주헌의 관심사에 클로에에게만 쏠려있었기 때문이지만.

‘이제 진채원의 사념은 사라졌을 거다.’

보나마나 진채원 그 싸이코 여자가 이상한 수작을 부린 거겠지.

하지만 이제 괜찮다.

아니나 다를까.

“………다, 단장님?”

클로에가 주헌을 보며 깜짝 놀랐다.

눈앞에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지금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강탈왕. 모든 독식자들의 공공연한 적. 여태까지 그렇게 박혀 있던 기억이 지금, 주헌을 본 순간 확실해졌다.

저 사람은 그 악명 높은 서주헌이 아니라 자신들의 유일한 단장이라는 사실을.

그리고 그 순간!

턱!

클로에가 거칠게 주헌의 멱살을 잡았다.

“크, 클로에?!”

설아와 율리안은 당황했다. 하지만 말릴 겨를도 없이 클로에가 주헌을 쓰러트렸다.

우당탕!

“꺄악! 단장님!”

“클로에!”

주헌의 위에 올라탄 클로에는 다급한 손놀림으로 주헌의 상의를 벗겼다. 그리고 떨리는 가는 손으로 주헌의 몸을 더듬었다.

심장의 상태, 맥의 상태. 클로에는 주헌의 몸 상태를 살피는 것 같았다.

실제로 클로에의 손은 응급처치를 하려 하는 간호사의 가쁜 손이었다.

“잠깐 클로에?”

그것을 깨달은 설아가 다가갔지만, 클로에의 다급한 손은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눈에는 다른 광경이 보였다.

최후의 무덤. 죽어가는 광경.

피가 뚝뚝 흐르고, 뼈가 다 부러지고, 사경을 헤매는 주헌의 모습.

금방이라도 숨이 꺼질 것 같던 그 때의 모습이 오버랩 되던 그 순간.

클로에는 마침내 주헌의 눈꺼풀까지 벌리며 동공까지 살폈다.

“잠깐… 클로에!”

당황하는 설아.

결국 이러다가 아주 눈알이 뽑히겠다 싶었는지, 주헌이 클로에의 부드러운 손을 콱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괜찮아. 지금은 멀쩡해.”

클로에는 이를 빠득 갈았다.

“멀쩡할 리가 없잖아요! 그런 상처로……!”

그녀의 살벌한 눈빛이 주헌을 찍고 있었다. 주헌을 적으로 보고 있다고 생각해도 무방한 눈빛.

하지만 주헌은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았다.

클로에가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다만.

“그래그래. 내가 너한테 원한 살 짓 한 거 기억한다.”

‘원한?’

설아와 율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이 말했다.

“그러니 날 마음껏 원망해도 좋아. 하지만 넌 여기에 사인을…… 윽.”

클로에는 들리지 않는 다는 듯 주헌의 옷을 더욱 거칠게 벗겨냈다.

지금 클로에의 눈에는 주헌이 피투성이의 환자였기 때문이다.

‘유물의 오라에 내장이 파괴되고 있어.’

클로에는 바로 유물을 발동 시키려 했다.

뭐, 그래봐야 남들이 보면 여자가 남자 위에 올라탄 낯 뜨거운 광경인지라 주변이 꽤나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실제로 율리안도 얼굴을 붉혔고, 설아 역시 파르르 몸을 떨었다.

주헌의 한마디가 결정적이었다.

“이봐 잠깐. 반가운 건 알겠는데 이런 곳에서 덮치면 안 되지.”

“잠……! 클로에! 그만, 그만해!”

설아가 클로에를 붙잡자 클로에가 뿌리쳤다.

“뭘 그만하라는 거야! 너 왜 이래! 지금 네 단장님이라고 싫다고 오기부릴 때가…!”

“아니야 클로에! 잘 봐!”

그리고 이때 화내던 클로에는 까무러치고 말았다.

클로에가 보는 주헌의 모습이 점점 바뀌었기 때문이다.

‘!’

피투성이에 30대 후반의 모습이었던 얼굴이 점점 어리게 보이기 시작했다.

뱀파이어처럼 퀭하고 창백하던 얼굴은 혈색이 돌고, 주름은 사라지고, 처진 얼굴 살도 탱탱해지고, 분장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심하던 다크서클도 사라지고. 심지어 꽤 귀엽……?

“…………?!”

그리고 마침내 낯선 주헌의 모습을 인지하자 클로에가 충격을 받은 듯 주저앉았다.

주저 앉아봐야 주헌의 배 위였지만.

충격을 받은 클로에가 기겁해서 외쳤다.

“누, 누구세요?”

누구긴 누구야.

“눈 뼜냐. 나다, 서주헌.”

그러자 클로에는 자신의 부모가 사실은 레즈에 게이라는 사실을 들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미쳤어! 내가 아는 서주헌은 이렇게 안 생겼는데! 좀 더 늙었고 좀비시체같이 생겼고…… 싹수없고….”

뭐가 어째?

그러다가 클로에는 주헌을 위 아래로 살피면서 물었다.

“다, 단장님. 회춘했어요?”

“허,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 것 같군.”

그러나 클로에는 제 눈을 못 믿겠는지 주헌의 볼을 콱 부여잡고 이리저리 살피는 듯 했다.

왜 이렇게 생겨먹었지? 뭘 먹었지?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있던 거야?

그런 눈빛이었다.

동시에 클로에는 진지하게 주헌을 보았다.

“또 멋대로 이상한 유물을 썼죠.”

“아니.”

“또 저 몰래 이상한 거 훔쳐 먹었죠?!”

“아니야.”

“그럼 또 사람 등쳐먹었죠!”

“그건 늘 하는 거잖아.”

아니, 그건 그렇긴 한데!

혼란스러워하는 클로에에게 주헌이 말했다.

“아 됐고, 네가 걱정하는 일 그런 일 없어. 아무 부작용 없는 회춘입니다.”

“……거짓말마세요! 보나 마나 몸 생각은 안 하고 또 이상한 유물에 손댄 게…”

그럴 때였다.

“클로에, 나도 겪어봐서 잘 알지만, 진정해.”

율리안의 목소리.

깜짝 놀란 클로에는 주변을 살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최후의 무덤도 아니었고, 율리안이나 설아도 멀쩡했다.

전부 나이도 희한하게 어렸다. 율리안도 젊었고, 설아는 리즈시절의 미모를 찍고 있었다.

심지어.

‘파산왕?!’

클로에는 반사적으로 저승사자를 본 것 마냥 몸을 떨었다.

‘어, 어떻게 된 거지.’

그리고 그럴 때였다.

부르르르.

클로에 앞으로 문자가 날아왔다.

[클로에, 권 회장과 손잡는 건은 잘 되고 있어?]

[간부들이 네게 기대가 커.]

반 유물세력 동료들의 메시지였다. 그걸 본 클로에가 뭐라고 대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

어느 사이엔가 자신의 손에서 핸드폰이 사라져 있었다.

그리고.

[꺼져. 이제 니들하고 같이 안 놀아.]

순식간에 메시지를 보낸 주헌. 이에 클로에가 비명을 질렀다.

“이, 이게 무슨!”

클로에가 급하게 다시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으나 주헌은 사정없이 핸드폰을 부수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 미소가 어딘가 모르게 흉흉했다.

아니나 다를까.

“감히 안티테제 놈들하고 어울리고 있었겠다.”

주헌은 이죽거렸다.

유물사용자를 노리는 사냥꾼들에게 죽을 뻔한 일만 생각하면 주헌은 치가 떨렸다.

“그런데 그거로도 모자라 권 회장에게 쪼르르 달려갈 생각을 했다 이거지.”

클로에는 창백하게 질렸다. 아직 돌아온 기억과 감각이 익숙하지는 않지만…….

‘이, 이 얼굴 알 거 같다.’

본능적으로 전해지는 공포.

그래서일까.

“저 잠깐 일이 있어서요. 생각할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

“어딜 가.”

“꺄악!”

주헌은 계약서라 쓰고 노예계약이라 읽는 계약서를 흔들었다.

“닥치고 사인부터 해라. 도망은 용서하지 않는다.”

“………!”

주헌의 눈이 번득였다.

새로운 노예가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

“어? 유물의 힘이 사라졌어.”

홍콩.

진채원은 자신의 힘이 끊긴 걸 느끼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는 지금 노천온천탕이었다. 온천탕의 수증기에 그녀의 몸이 가려졌지만, 잘록한 허리와 풍만한 가슴. 복숭아 같은 엉덩이도 완전히 가려지진 못했다.

온천탕에 들어가 목욕을 하고 있던 그녀는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주헌이 온천욕을 좋아한다는 말에 자신도 한 번 들어가 즐겨보고 있던 참이었다.

“이런 짓을 할 만한 건 서주헌밖에 없지.”

동시에 자신을 상대할 수 있는 건 그 남자 밖에는 없다.

그랬기에 그녀는 아주 즐겁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클로에…… 보나 마나 서주헌이 찾을 것 같아서 살짝 머리를 건드려주고 왔는데.’

그렇다.

그녀는 권 회장이 클로에를 찾는다는 소식을 접한 순간부터 주헌의 행동을 읽었다.

물론 주헌의 옛 동료가 클로에라는 사실은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권 회장에게 도움이 될 여자를 서주헌이 가만히 두고 볼 리가 없다는 것.

그래서 캐나다에 가 클로에를 만났고, 살짝 장난을 좀 치고 왔다.

세뇌 유물을 써서 서주헌에 대한 악의를 품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내 장난을 가볍게 없앴단 말이지.’

서주헌.

처음엔 앞 뒤 생각 안하는 미련한 하룻강아지라고 생각했건만.

‘알고 보니 맹수 과였어.’

유물에 대한 집념, 탐욕, 지기 싫어하는 욕구.

그 누구보다도 뜨겁지만, 동시에 굉장히 이성적이며 차갑다.

마치 때가 아니면 나타나지 않는 고고한 맹수 같다고나 해야 할까.

자신을 혐오하듯이 보는 시선, 그 철저한 무시.

실제로 진채원은 주헌에게 쓰잘데기 없는 메일과 문자를 꽤 많이 보냈다.

비즈니스, 저주, 협박, 종류도 다양하게. 심지어 주소도, 번호도 전부 다르게 해서.

‘그래봐야 전부 씹혔지만.’

결국, 철저하게 무시당한 그녀는 주헌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흥분되는 듯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마 그 광경을 봤으면 어째 아이린이나 설아에게 살인 분노를 샀을지도 모르겠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어떻게 해야 서주헌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진채원이 위험한 장난감을 손에 넣은 것 마냥 웃었다.

***

그리고 한편 그 무렵.

“야, 이 녀석아. 냄새나! 너 저리 가!”

권 회장에게 가던 유재하는 자신을 졸졸 따라오는 동아줄을 보며 휘휘 손을 저었다.

그러나 동아줄은 유재하의 어깨에 즐겁게 폴짝 뛰어 올랐다.

[#$**!]

주인님이 너 혼자 두지 말랬어! 말랬어!

유재하는 몸을 씰룩이는 동아줄을 보며 난처해했다.

말은 못 알아들어도 뭔가 기특한 행동을 하려는 건 알겠는데…….

‘이건 좀 아니지!’

유재하는 밀려오는 마늘과 쑥 냄새에 죽을 지경이었다.

왜 그딴 걸 바디로션처럼 쳐 바르냐고 묻고 싶었지만, 짐작 가는 곳이 없는 것도 아니라 유재하는 머리가 아팠다.

‘아이고. 내가 죄인이지 죄인이야.’

분명 자신이 언젠가 동아줄에게 사람이 될 수 있는 유물이 있다고 말한 거 같긴 한데…….

‘그래도 마늘과 쑥은 아니지!’

눈치도 빠르고 단군신화를 아는 이상 유재하가 마늘 쑥 유물의 기능을 모를 리도 없었다.

‘진짜 냄새 살인적이네, 이거.’

그럴 때였다.

“클로에 씨? 어디계십니까?”

자신을 부르는 직원의 목소리에 유재하가 아차 싶었다.

“아 됐으니까, 넌 여기에 있어! 내가 부르면 와!”

[#*$&*??]

어, 왜? 왜?

유재하는 툴툴거리면서 작전 수행을 위해 권 회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유재하는 조심스럽게 주헌이 줬던 주머니 속 유물을 만졌다.

‘저 노친네한테 이 저주의 유물을 쓴다.’

권 회장을 아주 나락으로 보낼 절호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아버지, 치료사가 온 것 같습니다.”

안에 있는 건 권 씨 삼 남매와 양 쳰.

그리고……….

“오, 왔느냐. 빨리 와서 날 좀 치료해보게.”

미라가 된 권 회장.

유재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권 회장에게 다가갔다.

============================ 작품 후기 ============================

어서 치료해봐!!!

+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