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90화 (190/409)

00190 잔말 말고 내놓으셔  =========================================================================

< 잔말 말고 내놓으셔 (2) >

[TKBM의 재산, 지분까지 매각되나.]

[TKBM 일가, 경영권 사수 가능한가?]

[순식간에 사라진 TKBM 발굴단의 유물들. 관계자 ‘보안은 문제없었다.’]

[정말 비행기 사건의 배후는 TKBM인가.]

[잇따른 불매운동, 시위.]

[무덤 발굴권 상당수 매각. 발굴에 차질이 생기나]

[잠룡들의 환희]

시끄럽게 장식되고 있는 뉴스 기사들. 그 가운데에 골머리를 썩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소리야!”

그건 바로 TKBM의 장남 권성우였다. 그는 여기저기에서 몰려오는 문의와 항의 전화에 참을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 다이렉트로 오고 있는 연락만 한 시간에 몇 통인데, 아래에 있는 직원들은 오죽하랴.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전 세계의 TKBM 지사와 본사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들어 떠들썩했다.

“TKBM은 진실을 규명하라!”

“규명하라!”

“승객들의 말이 사실이냐!”

“어쩐지 TKBM만 살았다고 했을 때부터 뒤가 구리다고 했다!”

그리고 규탄의 목소리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

“권 회장이 진짜 TKBM의 지분을 포기한 거야?”

“진짜라니까! 권 회장 몫 벌써 팔렸어! 외국인들이 좋아라 사들였지!”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발굴단의 부단장인 양 쳰. 그도 비슷한 골머리를 썩고 있을 것이 분명하리라.

실제로 상무실에 닥친 양 쳰의 표정이 볼만했다.

“상무님, 확인했습니다. 승객들 전원, 지금은 캐나다라고 하는군요.”

그 말에 권 회장네 형제의 표정이 완전히 바뀌었다.

“뭐야! 걔네가 왜 거깄어! 시체까지 해부해서 확인했다며!”

차남은 침을 튀기며 따졌고, 장남은 머리가 아픈지 약을 찾았다.

그러더니 화를 겨우 참는 얼굴로 양 쳰을 쏘아보았다.

“분명 오피셜 감식가들과 감정사들이 확인하지 않았나. 진짜 시체가 맞다며.”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는 시선을 보냈지만, 양 쳰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솔직히 자신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오피셜 감식가들은…….”

“오피셜 감식가들은 뭐!”

“그게…… 아무리 다시 봐도 시체가 맞다고 합니다.”

동시에 책상 위에 있는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졌다.

와장창!

그러더니 권 상무는 신문을 던지면서 외쳤다.

“장난해? 그럼 신문에 찍혀 있는 저 인간들은 도대체 뭐야! 귀신이야?! 어?”

양 쳰은 할 말이 없어 입을 꾹 다물면서 화를 삼켰다.

신문에 찍혀 있는 사진은 어딜 봐도 기차여행 중인 승객들의 모습이었다.

[생존자들 캐나다 북쪽에서 확인]

[정체불명의 기차. 누가 만들었나.]

[강탈왕 서주헌 발견.]

이에 차남이 깔깔 웃어댔다.

“대박. 그럼 지금 오피셜 감식가들까지 속인 거네? 아니면 걔네 수준이 그거밖에 안 된 거야?”

“그 말, 오피셜 감식가들 앞에선 절대 하지마시죠.”

“어, 왜?”

피곤해하는 양 쳰은 대답 대신 다른 신문을 보였다.

신문에는 분노의 기사들이 쓰여있었다.

[유재하 “진짜구분도 못하는 오피셜 감식가들. 실력이 그것 밖에 안 되나.”]

[오피셜 감식가들 분노 “이건 명백한 도발행위.”]

[오피셜 복원사에 이어 감식가까지? 세계공인 전문가들의 잇따른 굴욕. “명백한 사기에 우롱 행위. 유재하. 가만두지 않을 것.”]

아무래도 유재하도 주헌을 따라 킬링 리스트(?)에 오른 것이리라.

어쨌거나 이런 상황이니, 이를 주도했을 주헌은 수명이 몇백 년은 늘고 있었다.

‘빌어먹을 강탈왕.’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오피셜 전문가들의 굴욕이 아니었다.

바로 TKBM이다.

“아 됐고! 진짜 이거 어쩔 거야! 아버지 주식 지분 누가 사갔대? 아니, 애초에 팔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사?”

“누구긴 누구야!”

장남은 이를 뿌득 갈았다.

“홀튼가.”

“뭐라고?!”

차남은 거품을 물었다.

“아오, 미래의 내 재산, 내 돈!”

언젠가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의 지분이 남에게 넘어가다니!

그것도 자신들이 어떻게 쇼부를 칠 수도 없는 놈들에게!

“아오, 그러니까 그 계약서 위험해 보인다고 했잖아! 태우지 말자고 했잖아! 아버지가 살아서 돌아오면 어떤 얼굴을 할지 뻔하다, 뻔해!”

“야, 권성재, 안 닥쳐?”

장남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차남은 이씨 욕을 하면서 쭈그려졌다.

그리고 주헌의 계약서를 불태웠던 장남의 눈이 이글거렸다.

‘이래서는 아버지를 뵐 낯이 없다.’

정말 위험했다.

아버지의 재산부터 시작해서 TKBM의 이미지, 심지어 발굴단 금고에 모셔놨던 유물까지 사라지다니.

‘아버지가 어떻게 해서 일궈놓으신 기업과 발굴단인데.’

그래서일까.

‘서주헌, 가만히 안 둔다.’

장남은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형, 어디에 전화해?”

“여보세요? 아, 난데요. 지금 당장 제가 시키는 일 하세요. 서주헌이 대주주로 키우고 있는 회사가 하나 있죠. 그레이브 컴퍼니였나? 그거 반드시 망하게 해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재산 전부 빼앗고, 똑같이 처리해!”

[네? 하지만…….]

“서주헌이 자리에 없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닥치고 빨리 해요!”

그렇게 뚝 전화가 끊기고, 장남은 차남을 노려보았다.

“권성재.”

“어, 어, 응? 왜?”

“이번에 유럽 7대 무덤은 반드시 클리어해라. 실수를 만회해야 해.”

“어…… 어어. 알았어.”

안 그래도 아버지의 발굴단을 독차지하기 위해서라도 그럴 생각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양 쳰.”

“네.”

“아버지 지인들에게 연락해서 서주헌과 관련된 모든 일을 방해하라 해요. 판도라 쪽에도 아는 분들이 꽤 많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잠시 열이 오르긴 했지만 괜찮았다. 겨우 이정도로 휘청거릴 TKBM도 아니었다.

자신들이 어떤 기업인데.

***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뭐라고요?! 전부 막혔다고요? TKBM을 안 돕겠다고?”

“네, 네.”

장남, 권 상무는 욕을 날렸다.

서주헌이 가진 회사를 공격하기 위해 자사 계열사와 파트너사에게 온갖 명령을 내렸던 장남이었다.

언론 공격, 투자금 빼기, 물자공급 방해, 유통 방해 등 여러 가지로 주헌을 공격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오히려 우리 회사의 자본이 빠졌다고? 투자도 중지?”

“네, 네…….”

그뿐이 아니었다.

TKBM을 돕기 위해 주헌을 저격했던 기업들은 그들 나름대로 곤욕을 치르고 있었다.

바로 이런 식으로.

“뭐야? 납품업체들도 물자공급을 갑자기 중지했다고?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물건 출하 못 하면 마이너스야!”

“뭐야?! 거래업체에서 이번 상반기의 모든 거래를 취소하겠다고…?!”

“광고를 뺀다니 무슨 소리야!”

투자자들의 지원 중단. 비즈니스 거래 중지. 광고 중지.

TKBM을 포함해 TKBM을 도우려고 했던 기업과 언론사들은 난데없는 날벼락에 기절할 뻔했다.

그래서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투자자나 거래 업체를 찾아갔지만…….

“미안하지만 저희도 압박이 들어와서요. TKBM을 돕는 업체는 모두 거래 중지하고 물량 끊으라고. 아무튼 조용히 집에나 가세요.”

“아 됐고, 압박? 누구한테요! 허, 아무튼 이건 거래법 위반이야. 고소할거라고요!”

그러자 그들은 헛웃음을 지으면서 똑같이 종이 하나를 내밀었다.

“정 그럼 보시든가.”

“뭐, 뭡니까 이거?”

“허허, 글쎄요. 어쨌든 우리는 시키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이걸 보여드리라고…….”

그러자 모두들 하나같이 헛웃음을 흘리면서 어디 내놔보라고 했다.

TKBM에게 지원 사격을 나온 이들은 모두 조금 타격을 입는다고 망할 기업들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고작 이런 일로 물러설 사람들도 아니었고.

그러나 종이를 본 기업인들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

그도 그럴 법한 게, 종이에는 악마가 키스를 해놓고 갔기 때문이다.

[제 능력이 뭔지 잊지 않으셨겠죠?

by. 아이린 홀튼]

그렇다.

그렇게 기업의 총수들은 하나같이 TKBM 지원사격에서 발을 빼게 된 것이다.

즉, 인맥이 끊겼다.

물론 이들을 상대하던 권 상무는 화를 냈지만 지인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지껄였다.

[하, 하하. 생각해보니 우리도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TKBM에게는 안됐지만 그, 그럼…….]

[우리 애가 아파서 지금 응급실에 있다네. 바쁘니 끊지.]

[와이프 생일파티 중이야. 나중에 전화함세.]

“이것들이………진짜!”

그리고 같은 시간.

“아가씨, 말씀하신 대로 다 처리했습니다.”

주헌의 호텔에서 아이린이 눈을 이글거리고 있었다.

주헌의 사망기사야 아이린도 이미 확인한 참이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파산의 힘이 폭발할 뻔했지만, 침착하게 주헌의 호텔로 달려간 아이린은 주헌의 불로초를 살폈었다.

주헌이 정말로 죽었다면 불로초에 새겨져 있는 주헌의 이름이 사라졌을 테니까.

귀속성 유물은 주인을 잃으면 그 낙인이 사라진다.

하지만 불로초에 새겨진 주헌의 이름은 멀쩡했다.

‘다행이야. 주헌 씨는 살아있어.’

스르륵 주저앉은 아이린은 주헌의 옷에 얼굴을 파묻으며 안도했었다.

문제는 그 이후로 쏟아진 주헌에 대한 악의적인 루머들. 그리고 주헌의 회사를 공격하려고 하는 악의적인 기업들.

아이린이 빡치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주헌이 무사히 귀환할 동안 아이린은 주헌을 끌어내리려는 모기들에게 살충제를 뿌리다 못해 아예 장구벌레 씨를 말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아가씨, 이번엔 코스니 기업에서 주헌 씨의 회사를……!”

그 말에 아이린의 눈이 빔이라도 발사할 것처럼 번쩍였다.

주헌을 괴롭히는 건 모조리 파산왕의 먹이였다.

그래서일까.

세상에는 한 괴담이 돌았다.

[야 그거 암? 서주헌 회사 저격하라고 지시한 신문사 편집장들. 갑자기 주식 떨어지고 난리도 아님.]

[ㅋㅋㅋㅋㅋ 지금 TKBM 돕겠다고 서주헌 공격하던 기업들도 죄다 매출 비상 걸리고…….]

[사원들도 통장 재산 다 날아갔다던뎈ㅋㅋㅋㅋ]

[이거 파산왕 개입한 거 아님?]

[확실함ㅋㅋㅋㅋㅋㅋㅋㅋ]

[TKBM 하고 연관되면 죄다 쫄딱 망할 듯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세상에 루머, 아니 진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에 TKBM의 인사팀은 죽으려고 했다.

왜?

[사표]

-사유: 죽기 싫어요.

[사표]

-사유: 길거리로 몰리긴 싫습니다.

[사표]

-사유: 아직 아이가 3살입니다. 살려주세요.

TKBM 본사 3분의 1이 사표, 발굴단 고급 인력 3분의 2, 사표.

TKBM 인재들의 대거 이탈.

동시에 급하게 진행된 TKBM의 공채에는 수준 낮은 인재들에 지원자까지 미달이 되어 굴욕을 맛봐야 했다.

그야말로 권 회장이 무덤에서 나오면 통곡할 일이었다.

***

그리고 한편 그 무렵 캐나다 북극.

“아하하하, 대박. 권 회장 유물, 우리한테 넘어온 거 맞죠?”

유재하는 좋아서 낄낄 거리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단장님, 확인해보니 권 회장의 건물과 주식 지분도 무사히 손에 들어왔습니다.”

“좋아. 아이린 덕분에 TKBM의 파트너사들도 멀리하고 있는 모양이고.”

주헌은 웃었다.

그리고 유재하와 이설아도 아주 통쾌해했다.

“키야, 이걸로 그 회장님의 전 재산이 우리의 손에…… 단장님하고 아이린의 콤비는 언제 봐도 재앙급이라니깐!”

끝날 줄 모르는 계약서의 저주, 그리고 아이린의 저주.

실제로 두 악마의 저주에 권 상무는 모니터를 집어 던지고 있었다.

“왜! 이걸 하나 해결 못해, 왜!”

그리고 그 모습에 차남과 막내딸이 낄낄 웃었다.

“어유, 형. 뭐가 그렇게 심각해. 뼈아프긴 하지만 어차피 전부 아버지 재산이잖아?”

“어휴, 그래요. 우리도 그냥 유산에서 좀 손해를 봤다고 보면 되는 거고…….”

“권성재. 권주희. 지금 상황이 어떤지 몰라?!”

그러자 두 남매가 움찔거리며 정정했다.

“아, 확실히 많이 위험하긴 하지. 아니 TKBM 역사상 최악의 상황이지. 인재는 빠져나가, 회사 이미지는 흉흉해, 매출 떨어져, 총수자리가 바뀔 참이야, 승객들은 피해보상 해달라고 고소를 날려. 아, 형 곧 재판에도 나가야 하지?”

“………야.”

“이야, 사고 대박쳤어. 이거 아버지 돌아오시면 쓰러지겠네.”

그러자 권성재에게 화분이 날아왔다.

“닥쳐! 권성재, 네가 서주헌을 데리고 그 비행기만 안 탔어도! 그리고 잡히지만 않았어도 그 계약서는 쓰지도 않았어! 이 지경은 안됐다고!”

“하씨, 그 계약서에 사인하고 태운 건 형이잖아!”

“그리고 권주희! 넌 아버지의 유물을 지키는 담당이었잖아! 그게 사라지는 걸 왜 못 지켜!”

“누, 눈앞에서 사라진 걸 어떻게 하라고!”

“헛소리 하지 마. 너 금고 안 지키고 콘서트 보러 간 거 다 알아!”

“따, 딱 2시간 자리 비운 거야! 그거 가지고 너무한 거 아니야?”

동시에 책상이 뒤집혔다.

결국, 장남의 폭발에 파르르 떨던 동생들이 말했다.

“도, 돈 가지고 튈까?”

“그, 그래.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아버지 찾는 거 포기하는 게 어때? 아버지 찾아내도 우리 다 끝이야.”

그 말에 권 상무는 이를 갈았다.

확실히 일리는 있다.

지금 상황에서 아버지가 나타나시면……….

장남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쇼크로 쓰러지지만 않으셔도 다행이지.

하물며 자신들도….

은근슬쩍 아버지의 목숨과 자신들의 미래를 저울질 하던 장남의 눈이 번뜩였다.

‘이렇게 된 거 아버지는……….’

“양 쳰에게 전해라. 아버지의 수색은 일을 처리하기 전까지 반드시 보류한다고……….”

그런데 이때였다.

“권 상무니임! 기적입니다! 찾았습니다! 찾았다고요! 권 회장님이 발견 되었다고요! 살아계십니다!”

“?!”

뭐, 뭐라고?

세 남매의 얼굴이 새하얗게 변했다.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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