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86화 (186/409)

00186 화려한 하이잭  =========================================================================

< 제186화. 화려한 하이잭 (1) >

TKBM 의 발굴팀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지금 이 비행기에 회장님의 아들이 있는 것도 황당한데…….

“자네 지금 뭐라고 했지?”

“얘 목숨이 아까우면 내놓으라고. 권 회장 재산.”

그 대답에 여기저기에서 골 때린다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너 미쳤어?! 그 사람이 누군 줄 알고!”

누구긴 누구야.

“내 봉.”

“아이고.”

한순간에 역전이 된 상황에 사람들은 뒷골을 잡았고, 유재하는 뒤에서 쯧쯧 혀를 찼다.

“그러게 누가 먼저 인질극을 하래?”

“뭐야?”

“우리 단장님, 못돼 처먹어서 그런 건 또 좋다고 따라 한단 말이야.”

그렇게 유재하는 소심하게 단장 욕을 했다. 물론 설아가 처녀귀신마냥 쏘아봐서 바로 훌쩍였지만.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TKBM의 직원들은 황당하다 못해 열이 뻗칠 수밖에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잘들어. 이 꼬마랑 그 사람하고 똑같은 줄 알아?”

“그분은 회장님 아들이시란 말이야!”

그 말에 주헌이 비웃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회장님 아들이면 금똥이라도 싸?”

그의 웃음소리와 함께 단도가 권성재의 목에 닿았다. 덕분에 아주 여러 곳에서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

특히 그냥 변만 보고 왔을 뿐인 권성재는 황당하기 짝이 없었다.

“저, 저기 서주헌 씨. 잠깐만요. 지금 이건 무슨 상황이죠?”

하지만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주헌의 칼날이 더 깊게 들어왔기 때문이다.

“설명 귀찮아. 알아서 머리 굴리고 행동해.”

그러자 아이고 곡소리를 내던 권성재가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금세 상황을 파악한 듯 외쳤다.

“아, 알았어요! 다 알았어! 신우혁 과장님, 오해 마세요. 이 사람 적이 아닙니다. 뭔가 오해가 있었나 본데 그냥 나랑 손잡은….”

그러나 칼은 더 깊숙이 들어왔다. 동시에 그러자 터져나오는 통곡 소리.

“틀렸어. 그거 아니야.”

그럼 뭔데!

“니 목숨값으로 권 회장의 재산 내놓으라고. 예로 들면 유물 같은거. 그리고 유물 같은거.”

“뭐라고?!”

권성재는 듣지도 못했다며 기겁했고, TKBM 직원들은 이를 갈았다.

확실했다. 빙글빙글 웃고 있는 꼴을 보아하니 저 자식,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그들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왜 클럽에 있어야 할 성재군이 여기에 있습니까!”

“왜 안하던 짓을 해서 잡혀요!”

그들이 항의했지만 권성재도 억울한 모양이었다.

“아씨, 왜긴 왜야, 니들 몰래 7대 무덤을 클리어하려고 얘랑 손잡았지! 얘 무덤 발굴 끝판왕이라잖아!”

“뭐라고요?!”

하필 잡을 상대가 없어서 저놈하고 손을 잡냐!

“성재군, 알았습니까? 서주헌은 지금 전 세계의 발굴단에 위험주의보가 내려진 현상수배범입니다.”

“흉악범이라고요! 현상금이 무려 3천만 달러라고요!”

개새끼라고 욕하는 말이었는데, 주헌은 오히려 엄청 좋아했다.

크, 좋아. 2천만이나 더 올랐군.

대충 그렇게.

뭐, 대충 최근에 네로 유물로 사기를 쳤지, 권 회장 집을 박살냈지, 왕가의 계곡으로 페이크 짓을 했지.

판도라에서 치를 떨며 현상금을 올릴 만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아직 현역일 때랑 비교하면 4천만이나 멀었다.’

더 분발해야겠다며 도리어 눈을 반짝이는 주헌이었다.

하지만 TKBM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외쳤다.

“어쨌거나 성재 씨는 지금 테러범과 손을 잡은 거라고요!”

그러자 주헌이 눈살을 찌푸렸다.

테러범은 개뿔.

어느 쪽이 테러범인데.

주헌이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됐고. 니들 전원, 가지고 있는 유물 바닥에 내려놔. 숨기는 거 하나라도 있으면 이놈은 바로 아웃이다.”

“……!”

그들이 망설이자 주헌이 도깨비처럼 눈을 번득였다.

“빨리 안 떨어트려?”

그러자 그들이 화다닥 분주히 움직였다.

사납게 생긴 놈이 저렇게 노려보니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신이 나서 유물들을 주워갔지만.

“오예, 이걸로 또 보너스 받아야지. 뽀너스, 뽀너스~”

마침내 유물을 모두 회수하자 주헌은 여기서부터가 본론이라는 듯 눈을 번득였다.

“잘 들어라. 지금부터 니들은 권 회장의 금고에서 유물을 빼온다. 그리고 권 회장이 가진 TKBM 주식 지분 넘겨. 계약서 써라.”

그들은 황당해했다.

“야, 너 지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

“그게 싫으면 얜 아웃이고.”

칼이 들어오자 권성재는 다급해졌다.

“아이고오! 신우혁 과장님, 내 지분이라도 넘겨줘요. 이러다가 진짜 죽겠어!”

결국 할 수 없다는 듯, 다급해진 신우혁 과장이 재빨리 외쳤다.

“알았어. 이번 일은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 부단장님과 상무님과 상의를 해보겠네. 그러니까!”

어차피 비행기에서 내리면 이 녀석들은 끝이었다.

대충 이 상황만 치워버리면 그만이 아닌가. 나머지는 프랑스 경찰의 도움을 받아서 구속하리라.

그들이 그렇게 속으로 이죽일 때였다.

“비행기에서 내린 후에? 뭔 개소리야. 지금 당장 해.”

주헌의 요구에 그들은 당황했다.

“허, 이봐! 여긴 지금 비행기야. 통화도 안 되는 곳에서 도대체 뭘…!”

“이 자리에 끌고 오면 되잖아?”

“뭐?!”

동시에 주헌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둘 다 지금 이 비행기에 타고 있잖아. 그리고 이 상황을 이미 듣고 있고.”

“………!”

순간 그들이 술렁거렸다.

“그, 그게 무슨.”

시치미를 떼고 있지만 분위기가 확연하게 바뀌었다.

하지만 주헌은 발뺌하지 말라는 듯 신우혁 과장에게 다가갔다.

“속일 걸 속여야지.”

“으악!”

주헌은 신우혁 과장의 귀에서 뭔가를 뽑아냈다. 얼핏 보청기 같은 기구가 나오자 다들 놀랐다.

그는 그 보청기에 대고 말했다.

“들리나? 니들 이 비행기 이코노미석에 타고 있지?”

도청 유물인 만큼 상대의 목소리는 들릴 리 없지만 주헌은 계속 말을 이었다.

“난 분명히 말했다. 유물 하나라도 숨기고 있으면 이놈은 바로 아웃이라고.”

그러자 사원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알았으면 지금 니들이 데리고 있는 동아줄 풀어주고. 그놈이 들고 있는 계약서에 제대로 싸인 해. 그 이상 내 유물 괴롭히면 목숨은 없다.”

그 말에 사원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동아줄이라니 무슨 소리야?

하지만 주헌은 대답 대신 사정없이 도청 유물을 박살 내버렸다.

***

“이 또라이.”

권 회장의 장남 권성우는 기가 막힌 얼굴로 아픈 귀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렇다.

이코노미 클래스.

그 자리에는 권 회장의 장남과 TKBM의 부단장 양 첸이 있었다.

그리고 작전현장을 직접 보고 싶다는 권성우 상무의 요청에 그들은 일부러 퍼스트 클래스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정체불명의 밧줄이 나타나서는.

[#&*$*!]

열어줘! 열어줘!

양 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버둥거리는 자루 안을 보았다.

양 첸은 동아줄을 뱀을 잡아 넣듯이 보자기 유물에 가둔 참이었다.

아니, 그건 당연했다. 난데없이 나타나 이상한 계약서에 싸인하라고 하니 잡아넣을 수밖에.

잡아다가 밧줄탕이라도 끓이려고 했지만 글쎄.

“들켰군.”

결국 양 첸은 쯧 혀를 차면서 보자기를 풀었다.

그러자 바로 튀어나온 동아줄이 씩씩 거리면서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

싸인하란 말이야! 싸인하란 말이야!

아무래도 보자기 안에는 무는 벌레들이 있었는지 동아줄의 몸이 상처투성이였다.

사실 주헌은 염탐 스킬로 비행기 전체를 조사했었다. 그리고 양 첸의 유물을 느끼고 곧바로 동아줄을 보낸 것이다.

그리고 장남이 동아줄이 물고 있는 계약서를 받아들자 양 첸이 미간을 좁혔다.

“상무님. 그딴 계약서에 정말 싸인하실 생각이십니까?”

그 말에 장남은 비웃었다.

“이딴 계약서니까 싸인해도 상관없는 거야.”

그가 보여준 계약서에는 말도 안 되는 조항이 적혀 있었다.

대충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갑 서주헌, 을 권성우.]

[1. 을은 갑의 요청에 충실히 따르며 갑에게 아래 내역을 제공한다.]

[2. TKBM의 지분 5%를 넘길 것. 각 계열사의 지분 3%씩 넘길 것.]

[3. 금고에 있는 유물들을 모두 넘길 것.]

[4. 권 회장과 TKBM 명의의 건물들을 모두 넘길 것.]

[5. 권 회장의 모든 무덤 발굴권을 넘길 것.]

[6. 해당계약을 이행할 생각이 없거나 불이행시 강제이행 및 보복이 있을 것임.]

[추신. 동아줄의 요구에도 응해줄 것. 몸값은 그것으로 대신함.]

그러니 사실상 자신들과 권 회장의 전 재산을 내놓으라는 의미였다.

당연히 황당할 수밖에.

권성우는 비웃으면서 계약서를 흔들어보였다.

“세상에 이딴 계약서가 효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변호사들도 개가 짖느냐며 비웃겠군요.”

“아무튼, 서주헌 그 남자.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르는 건지, 무덤을 파는 능력밖에 없어서 무식한 건지.”

묘하게 서류 밑에 있는 개 발자국 3개와 새 발자국 1개. 그리고 그 옆에 쓰여 있는 읽을 수 없는 글씨가 신경 쓰였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특별히 유물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이걸 넘겨줘.”

“싸인 하신 겁니까?”

“상관없어. 적당히 비위만 맞춰주면 돼. 일단 내 동생 놈은 구해야지.”

장남이 동아줄에게 서류를 넘겨주었다. 동시에 동아줄에게도 지갑의 돈을 빼서 주었다.

〈배달비〉라는 명목으로 알바비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남이 내민 돈은 2백만 원 정도.

“미안하지만 지금은 이게 전 재산이라서.”

그들은 속으로 이죽였다.

‘이걸로 계약 조건은 다 만족했을 거다.’

사실 200만원으로 동생을 구할 수 있다면 껌값이지.

“200만원 밖에 못 줘서 미안하군.”

하지만 동아줄은 흔쾌히 고개를 저었다.

[#$&*!]

괜찮아! 괜찮아!

동아줄은 짠, 카드 결제기를 자랑스럽게 꺼내보였다.

[#$*&*!]

카드도 되거든!

“……………….”

이런 개 같은….

권성우와 양 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

일시불로 해줄까? 할부로 해줄까?

동아줄이 글귀를 적어주자 장남이 얼굴 근육을 씰룩이며 말했다.

“하, 할부로……….”

결국 카드를 넘기자 동아줄은 신나게 카드를 긁었다.

그리고 영수증에 청구된 금액.

[지렁이 컴퍼니]

[할부 승인 거절]

[500억 원 일시불 결제승인 완료]

카드 한도금액은 엿이나 주라는 듯, 어마어마한 숫자에 장남이 입을 떡 벌렸다.

게다가 할부로 하랬더니!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줄은 기쁨에 더 신나서 주인에게 달려갔다.

[#$*$*!]

이제 1000만 원 남았어! 남았어!

그동안 어지간히도 열심히 알바를 한 모양이었다.

그리고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 주헌의 명령을 무사히 완수할 수 있어서 뛸 듯이 기쁜 모양이었다.

[$#*$&*!]

가져왔어! 가져왔어!

동아줄이 계약서를 물고 오자 주헌이 계약서를 낚아채며 웃었다.

틀림없는 장남의 싸인이었다.

“좋아, 잘했어.”

동아줄은 오랜만에 주헌의 칭찬을 듣고 팔짝팔짝 뛰며 몹시 기뻐했다.

그리고 주헌이 계약서를 받아들자 사원 중 하나가 신우혁 과장에게 다급히 속삭였다.

“저거 괜찮을까요?”

“괜찮아. 그래봐야 효력도 없는 계약서야. 저딴 엉터리 계약서로 뭘 하겠다고….”

“하긴. 그건 그래요.”

그러나 그들이 비웃거나 말거나 주헌은 계약서를 품에 넣으며 만족스러워했다.

‘이걸로 목적은 달성했다.’

이제 이 비행기가 프랑스에 닿기 전에 뒤처리만 하면 된다.

아무리 그래도 이 난동을 벌였다. 프랑스의 입국심사도 통과 못 하고 끌려갈 것은 너무나도 뻔한 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TKBM 발굴단들은 그것만을 노리고 비행기가 착륙하기만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마 착륙하자마자 입국심사장에 전화를 걸어 경찰을 부르겠지.

‘칫, 어떤 식으로 마무리하는 게 깔끔하려나.’

그런데 이때였다.

쾅!

갑작스러운 돌발상황.

비행기가 갑자기 뒤흔들렸다. 하지만 주헌은 어쩐지 그게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일까. 주헌이 설아를 불렀다.

“무슨 일인지 살펴봐. 이용할 건더기가 있을지 모른다.”

설아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는 재빨리 이코노미 클래스 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녀가 기내에서 본 것은 다름 아닌………!

“알라 후 아크바르!”

자신들이 처리했던 TKBM 사냥꾼들의 잔당이었다.

생김새는 중동인.

아무래도 퍼스트 클래스에 들어온 놈들 말고, 몇몇은 이코노미 클래스에서 대기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문제는 그들의 목적이었다.

탕탕!

“꺄아아아악!”

“알라를 찬양하라!”

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멍청이들. 중동 테러조직을 고용한 것 같더라니.’

물론 그들의 돌발행동에 정작 그들을 고용한 TKBM 사람들도 당황한 눈치였다.

“쟤, 쟤들이 왜 저래?”

“모르겠습니다, 처음부터 저 목적으로 비행기 임무에 참여하겠다고 한 건……!”

“미친, 이 비행기에 상무님도 있다고! 잘못되면 어쩔 거야!”

곧 이설아가 주헌에게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돌아설 때였다.

‘어?’

설아는 문득 승객들 사이에서 낯익은 얼굴을 본 것 같았다.

테러범의 일행은 아니었다. 상대는 단순한 승객.

하지만…….

‘클로에?’

짙은 흑발의 미녀.

도굴단의 멤버 중 하나가 분명 있었다.

========== 작품 후기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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