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3 저놈은 안 되겠다 =========================================================================
< 저놈은 안 되겠다 (3) >
“당신이 서주헌 씨예요?”
주헌을 찾아온 권 회장의 차남 권성재.
그의 질문에 문을 열어줬던 유재하는 황당해했다.
“엥? 누구. 나?”
그 말에 권성재가 코웃음을 흘렸다.
“그럼 거기 당신 말고 누가 있어.”
그러자 유재하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설아는 아무래도 주헌을 부르러 간 모양이었다.
결국 유재하는 뻔하다는 듯 한숨 쉬었다.
“아 됐고요. 저희 가정 평안하고 보험도 필요 없고 제사도 매일 하니까 괜찮습니다. 그럼 안녕히….”
그렇게 유재하가 문을 닫으려고 하자 권성재가 문을 걷어찼다.
쾅!
“아씨! 뭐야!”
“어허. 기껏 사람이 먼 곳에서 찾아왔는데 이딴 취급은 좀 아니지.”
하지만 유재하는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말해두지만, 이렇게 단장님을 찾아오는 부류는 딱 셋이거든요? 첫 번째 적, 두 번째 적. 세 번째 적. 어느 쪽이든 도움 되는 사람들은 아니니까 그럼 안녕.”
“야! 문 닫지 ㅁ……!”
“아참. 갈 곳 없으면 이거라도 줄게.”
유재하가 빨간 명함 하나를 문틈으로 던졌다.
[출장 마사지 서비스! 오빵 서비스 잘해드려용!]
그리고 그걸 보던 권성재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건 뭐…!”
“문 앞에 붙어있길래. 그럼 진짜 안녕.”
쾅!
문이 사정없이 닫혔다.
결국 헛웃음을 흘리던 권성재가 쾅쾅 문을 시끄럽게 두들기기 시작했다.
“야이! 너 문 안 열어? 사람을 뭘로 보고!”
그렇게 얼마나 문을 두들겼을까.
문이 다시 열렸다.
권성재는 문이 열리자마자 눈을 부릅뜨고 쌍욕을 날렸다.
“야이씨, 너 이 개새끼…….”
그러나 이번에 서 있는 것은 유재하가 아닌 괴물이었다.
[크르르르르]
맹견의 얼굴을 한 근육질의 세트가 사나운 이빨을 들이밀자 권성재는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아, 아니, 그… 개… 님에게 길 좀 물으려고요.”
심지어 신장도 2미터는 될 것 같아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그, 그럼 이만…”
곧 권성재와 비서가 슬금슬금 돌아서려는 순간이었다.
[뭐야 치킨 아저씨 아니잖아. 치킨 아저씨라고 해놓고. 장난쳐?]
그렇게 지폐를 들고 있던 세트가 툴툴 거리며 돌아섰다.
아무래도 유재하가 세트한테 거짓말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결국 쫓겨난 권성재가 욕을 읊조렸다.
“하씨, 미치겠네. 서주헌 이새끼를 어떻게 만나야해.”
집에 쳐들어가자니 방금 그 멍멍이는 비주얼이 좀 아니고.
그런데 그럴 때였다.
“그 새끼 왜 찾는데?”
“!”
시니컬한 저음에 권성재가 확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주헌이 서 있었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뜬 권성재가 물었다.
“혹시 댁이 서주헌?”
“초면에 반말하진 말고.”
느껴지는 위압감이 유재하와 전혀 달라서 권성재는 눈을 반짝였다.
‘확실하다. 이놈이 서주헌이다.’
권성재는 바로 명함을 내밀었다.
“난 이런 사람인데.”
주헌은 명함은 보지도 않으며 비웃었다.
“필요 없어. 너 누군지 알아. 권 회장 아들이잖아.”
“오.”
권성재는 감탄했지만 주헌은 같잖았다.
권성재.
‘이 또라이 놈.’
하도 철딱서니가 없어 사고수습은 기본. 저놈 때문에 자신이 키우던 인턴들이 몇이나 죽고 피해를 입었는지.
머리는 좋아 하버드까지 졸업했다지만, 그러면 뭘 하나.
‘좋아하는 건 차하고 여자뿐인데.’
아, 그리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물포함.
“어쨌든 그 노친네 아들이 나한테는 무슨 볼일로?”
말은 그렇게 하지만 사실 이유를 모르지도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날 알면 이야기는 빠르네!”
권성재는 제 핸드폰을 꺼내 뉴스를 틀어주었다.
[이번에 유럽 전역에 나타난 거대 무덤은 7대 무덤 중 하나로 추정 되며….]
[오만의 무덤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한편 이 오만의 무덤은 왕가의 계곡이 있던 미국 동부로까지 퍼지고 있어…….]
[왕가의 계곡과 노선이 겹칠 가능성이….]
[한편 파라오의 무덤에서 실종된 TKBM의 권 회장은 아직 발견이 안 되었으며….]
[이에 TKBM 발굴단은 총수를 찾는 쪽에 힘을 다할 예정이라…….]
권성재는 여기서부터 본론이라는 듯 피식 웃었다.
“서로 바쁠테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우리 아버지가 행방불명되셔서 이제 내가 TKBM 발굴단을 이어받게 될지도 모르거든?”
그 말에 주헌이 헛웃음을 흘렸다.
“희망사항이 아니라?”
“뭐라고?”
권성재는 잠시 울컥했지만 곧 이성을 되찾았다.
“아 됐고. 어쨌든 TKBM의 발굴단 리더가 되려면 최소 왕급에 이름은 올려야하거든요?”
권성재는 핸드폰 뉴스를 가리켰다.
“그래서 이 7대 무덤의 유물이 있으면 올라가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서주헌 씨, 무덤 발굴에선 끝판왕이라며?”
“그래서 손을 잡으러 오셨다?”
“그래. 내가 또 사람 보는 눈이 있어서 스카웃하러 왔지. 얼마면 되겠어요? 말만해. 10억? 20억?”
곧 따라온 비서가 007가방을 열자 수북한 달러가 나타났다.
그러나 주헌이 같잖다는 듯이 유물로 돈들을 불태웠다.
화르르륵!
동시에 기겁한 권성재가 미쳤냐고 소리를 쳤다.
“야! 이거 가짜 돈 아니야! 진짜 돈이거든?!”
하지만 주헌은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돈 욕심이 있는 것처럼 보여?”
권성재는 당황스러웠다.
무슨 속세를 벗어난 도인인가, 도대체 무슨 말인가 싶었지만 곧 비서가 곧 속삭였다.
“저…… 지금 보니 서주헌의 시계요. 저거 파텍 필립의 한정판으로 나온 100억짜리입니다. 그리고 뒤에 그림들이요. 진품이 맞다면 전부 다해서 수백억은 족히……”
젠장. 갑부잖아.
‘도대체 누가 돈이 없어서 소규모로 발굴하는 거래!’
덕분에 권성재는 뭔가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 아, 그래! 진작 말하지. 나 예쁜 애들 많이 알거든? 자 여기. 넌 본적도 없었을 애들….”
그러자 비웃던 주헌은 자신의 핸드폰을 내밀었다.
“이 사람 누군지 알지?”
주헌과 다정하게 찍은 여자 사진을 본 권성재는 입을 떡 벌렸다.
“아, 아이린… 홀튼?”
“내 이거야.”
주헌은 새끼손가락을 들어보였다. 그리고 그 의미를 모를리도 없기에 권성재는 이를 갈았다.
이 부러운 자식!
전세계 남자들이 부러워하는 아이린과?
어디 그뿐인가. 주헌의 부하로 보이는 이설아까지.
아주 자신이 데리고 있는 여자들이 오징어 꼴뚜기가 될 판이었다. 거기에 능력적인 부분에서도 비교가 안된다.
결국 그가 입술을 짓이기자 주헌이 시시하다는 듯 웃었다.
“뭐야 벌써 끝? 쥐뿔도 없는 놈. 그럼 부하 놈이 준 명함이나 들고 좋은 시간 보내라.”
곧 주헌이 문을 닫으려고 하자 다급해진 권성재가 쯧 혀를 찼다. 이런 식으로 교섭이 끝나는 건 그로서 원치 않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딴 놈은 안 돼, 꼭 이 놈이어야만 한다.’
그래서일까.
“아버지 유물 탐나죠! 발굴단의 유물을 줄게요!”
그러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헌이 문을 열고 웃었다.
“다른 건 더 필요한 거 없고?”
그러자 권성재의 얼굴이 환해졌다.
“오케이! 그럼 발굴단 단장은 내가 맡는 걸로.”
그 말에 가만히 듣고 있던 유재하와 이설아가 그를 쏘아보았다.
“야. 방금 뭐라고 했냐? 단장님이 좀 잘해주니까 지금 아주 기어오르지?”
“단장님, 이자식 좀 데려가겠습니다.”
“그래, 묻어버리자.”
둘이 씩씩거리자 권성재가 코웃음을 쳤다.
“잠깐. 왜 그렇게 발끈해? 이상한 이야기는 아닐텐데. 판도라 검사상으로도 내가 저사람보다 지배력이 높으니까.”
“뭐야?”
“그리고 무엇보다 서주헌씨가 내 밑에 들어오는 모양세를 세상에 보여줘야 내가 왕급이 될 수 있거든.”
“오?”
주헌은 흥미를 가졌다.
“누가 그런 소리를 하던?”
“아니 판도라에 갔더니 걔네가 제의를 다 하더라고. 서주헌을 제압하면 왕급으로 인정해주겠다고. 그리고 명색의 회장아들인데. 내 발굴단 하나 정돈 있어야지.”
“그래?”
“그래. 근데 서주헌씨 생각보다 지배력은 낮으시던데요. 유명세에 비해선 좀 실망했어. 유물은 내가 더 잘 다룰 것 같은데.”
그러자 울컥한 유재하가 외쳤다.
“허, 누가 누구보다 잘 다뤄?”
“안 믿네? 그럼 증거를 보여주지.”
곧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권성재가 씨익 웃었다.
“저거 네 유물이지? 저거 내가 다뤄본다.”
그 말에 으잉? 하고 고개를 돌린 건 세 마리의 멍멍이들이었다.
우린 또 왜?
하지만 귀속성 유물은 유물사용자가 우위를 비교하기에 아주 좋은 놈이었다.
왜?
“분명 주인보다 지배력이 높으면 귀속성 유물이라도 빼앗아올 수 있었지?”
엄청난 도발.
하지만 주헌은 쿨하게 손짓했다.
“오케이. 해봐. 결과에 따라 우리 전원 네 부하가 되지. 까짓거 네가 왕급에 오르게 도와줄게.”
“오, 말이 잘 통하시네.”
그러자 기겁하는 것은 팔려나갈(?) 신세의 이설아와 유재하였다.
“다, 단장님!”
유재하는 판도라 검사 결과가 신경쓰이는 것이었고, 이설아는 권성재가 저 유물들을 가로챌만한 지배력이 있다는 걸 알기에 불안한 것이었다.
곧 삐딱한 권성재가 멍멍이들에게 다가오자 멍멍이들은 주헌을 보았다.
[어이, 주인.]
그들은 매우 싫은 기색으로 주헌을 보았다.
[저놈이 우리 사용하게 둘 거야?]
[진짜로? 리얼?]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권성재가 멍멍이들을 향해 지배력을 사용했다.
“닥치고 얌전히 복종해라!”
쿵!
그러자 괜히 판도라에서 높게 평가 받은게 아닌지, 멍멍이들의 모습이 강제로 유물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굉장한 지배력이었다.
곧 발동된 유물!
사나운 오라가 방안에 강림하면서 단원들이 비명을 질렀고, 권성재가 이것보라며 외쳤다.
“자 봤지? 유물을 발동 시켰으니까 너희는 이제……!”
“단장님! 이러다가 진짜 멍멍이들 뺏겨요! 저거…!”
하지만 주헌은 웃었다.
그리고 그 미소와 동시에 권성재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아아악!”
유물을 쥐었던 권성재의 손이 검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어디 그뿐이랴.
“내 몸이! 아아악!”
검은 반점은 손을 타고 올라 권성재의 몸 전체에 번지기 시작했다.
그건 유물의 폭주였다.
아니나 다를까.
[이런 건방진 인간!]
[감히 너 따위가! 우리를!]
이집트 세 유물들이 호텔을 집어 삼킬 기세로 권성재를 죽이려고 들었다.
주헌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아아악! 잠깐, 이거 이것 좀!”
그리고 그 모습에 겁에 질렸던 유재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외쳤다.
“뭐야, 쟤 유물은 지배했잖아요! 근데 왜…!”
그러자 주헌의 웃음이 하늘을 찔렀다.
“저 멍멍이 놈들이 그렇게 쉽게 다뤄지는 유물인 줄 알아?”
주헌은 이죽거리면서 이집트 유물들에게 다가갔다.
“그래그래, 알았으니까 진정해라, 이놈들아.”
그리고 그가 폭주하려고 하는 이집트 유물들에 손을 댄 순간.
쿵!
[#$#**&*#@*!]
상상을 초월하는 지배력이 뿜어져 나왔다.
[#$**$!]
폭주하던 유물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주헌의 힘에 눌리고 있었다.
그 뿐인가. 압도적인 지배력은 인간인 권성재마저도 집어 삼킬 기세였다.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판도라 검사 결과, 나보다 지배력이 높다 했나?”
그 말에 권성재는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너…… 너.”
“내가 그 검사에서 드러낸 지배력이 3분의 1도 안 된다, 등신아. 원래 그런건 다 보여주는 거 아니야.”
저 미친놈.
털썩 주저 앉은 권성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자, 이제 볼일 다 봤으면 썩 꺼지시지?”
그러자 당황한 권성재가 필살적으로 주헌의 다리를 붙잡았다.
“아, 아니! 잠깐만요! 알았어요! 아버지 집문서라도 빼올게요. 건물도 빼올게! 그러니까 제발 이번만 같이 손 좀 잡읍시다. 네? 서주헌씨!”
그 말에 주헌은 이제야 말을 좀 예쁘게 한다며 흡족하게 웃었다.
뭐 말은 그렇게 해도 어차피 아들과 딸내미를 이용해 TKBM을 말아먹을 생각이었으니까.
그러니.
“좋아, 하지만 그 전에 내가 시키는 걸 해야해.”
“시키는 거?”
“그래 일단……….”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주헌이 뭔가를 불러냈다.
그리고 주헌의 부름에 응답한 것은 바로 동아줄이었다. 택배를 배달하고 온 동아줄은 눈을 반짝였다.
[#*$&*!]
불렀어? 불렀어?
주헌은 그런 동아줄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일단 이 녀석을 다뤄본다.”
“바, 밧줄을?”
“그래. 그게 최소 조건. 이래보여도 다루기 까다로운 놈이라 그걸로 네 실력을 알아보겠다.”
하지만 실력을 알아보기는 개뿔.
주헌은 동아줄에게 속삭였다.
“지금부터 쟤 돈을 뜯어라.”
[!]
“괜히 최저임금도 안 되는 열정페이로 일하지 말고.”
그러자 동아줄의 눈이 무섭게 번득였다.
[#$*$#*?]
정말 뜯어도 돼? 뜯어도 돼?
흥분해서 씰룩이는 동아줄을 보고 주헌은 킥 악랄하게 웃었다.
“다 뜯어. 십 원짜리 하나 남기지 말고.”
제 발로 굴러들어온 봉을 그냥 보내줄 리도 없는 그였다.
========== 작품 후기 ==========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