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1 저놈은 안 되겠다 =========================================================================
< 제181화. 저놈은 안 되겠다 (1) >
[도박왕 마이클 존스 전 재산 탕진 후 의문의 자살.]
[자살직후 파일 입수. 베일에 싸였던 장기매매 루트 밝혀지나.]
[미식왕이 있는 발굴단 Stra, 이유를 알 수 없는 연쇄 사고. 저주를 받았다?]
[TKBM 신규 사업 공장이 한밤중에 증발하다.]
[운명왕 노스트라다무스, 잠자다가 아닌 밤중에 봉변]
[세계적 축구 스타, 도핑왕 부르웨이. 의문의 사고로 다리 부상. 월드컵 출전 무산.]
[구걸왕, 기아 상태로 발견.]
[중동 IS 테러조직, 의문의 메시지를 남기고 돌연사.]
세상이 떠들썩했다.
바로 괴기스러운 저주에 대한 소문 때문이었다.
[연쇄 괴사고 발생. 벌써 10명 째?]
[유명 기업, 단체, 범죄조직 모두 피해를 입어.]
[피해와 함께 드러나는 범죄 행각들.]
세상에는 이미 일반인 유물 사용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이랴.
유물을 활용한 물건들도 세상에 하나둘씩 나오고 있었다. 그만큼 유물을 둘러싼 세상의 관심은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유물 선구자들이 사고라니.’
그러나 사람들은 이 사건을 단순한 사고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왜?
[피해자들에게는 전원 수상한 가면이 씌어져 있어.]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
그리고 사고 현장에는 늘 의문의 사나이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어두운 밤, 컨테이너들이 가득한 물류창고 안.
“에반 골드만 34세. 10월 17일 생. 직업은 약물 브로커. 존 스미스의 의뢰서를 받은 인간이 맞지?”
“그, 그런데요?”
시간도 날짜도 규칙적이지 않지만, 구릿빛 피부에 검은 일색인 남자가 늘 피해자에게 나타났다.
그리고 지금 역시도.
“의뢰를 수주한 주제에 돈만 떼먹고 모른 척이라니, 괘씸하기 짝이 없군.”
“허, 당신 누구야? 누군데 이 지랄……!”
누구긴.
“내가 존 스미스다.”
“!”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내가 뒷걸음을 쳤다.
하지만 아누비스는 인간의 영혼을 뽑을 기세로 다가왔다.
“서주헌의 암살 의뢰를 맡긴지 몇 주가 흘렀다. 그런데 왜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 것이지.”
“으, 으악!”
마치 저승사자와도 같은 광경에 사내가 겁에 질려 외쳤다.
“무, 무슨 소리야! 아직 때가 아니었을 뿐이지, 우리는 착실하게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고! 이제 며칠만 있으면 서주헌 그 자식은 죽… 커헉!”
30대의 남자는 버둥거리면서 허공에 떠올랐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목을 휘어잡고 끌어올리는 기분이었다.
“이, 이거 놓… 커헉!”
그 악력은 가히 크레인 수준.
사내를 들어올린 아누비스는 팔짱을 낀 채 한숨을 쉬었다.
“그래그래. 생각해보니 니들이 일처리만 잘했어도 지금쯤 내가 이러고 있진 않았겠군.”
좀 빡쳐있는 듯한 얼굴이었지만 그는 아무래야 좋았다.
이미 지나가버린 일이니까.
“다시 한번 기회를 주겠다. 서주헌의 새로운 정보와 의뢰비 1억 달러를 추가로 주지. 응하겠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누비스가 손짓했다. 그러자 아누비스를 따라온 동아줄이 007가방을 벌컥 열었다.
덜컥!
안에서 나온 건 달러 다발.
사내는 거품을 물었다.
‘미, 미친, 저게 얼마야!’
인간이라면 돈의 유혹 앞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사내가 외쳤다.
“좋아! 기다려! 서주헌, 그 자식을 확실하게 죽이면 되는 거지? 하는 김에 그놈의 유물도 모두 가져올게! 그, 그럼 오케이?”
그러자 아누비스가 날카로운 입꼬리를 비쭉 올렸다.
역시 인간들이란.
“아니. 네놈은 처형이다. 내 주인을 모독했으니.”
아누비스의 뒤로 살벌한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쿵!
“으아아악!”
휘몰아치는 오라는 지면을 뒤흔들고 주변의 사물을 박살냈다.
[반경 50m 에 고분화 지대가 생성됩니다.]
유물이 스스로 최적의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은 고분화 일대 뿐.
아누비스는 무덤을 일으켰다.
[사자의 신의 힘이 강림합니다.]
[사자의 신의 힘이 강림합니다.]
물론 큰 규모의 고분을 만들지는 않았다. 유물들 입장에서 던전과 같은 큰 무덤을 만들어내려면 수많은 재료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유물로서 활동하기 편하게끔 대충 레벨 1단계(경계급)짜리 무덤을 만들어 두는 것 뿐!
쉽게 말하면 결계를 만드는 수준이다.
쿵!
“아아악!”
바닥에는 이집트 히에로글리프(상형문자)가 쓰이기 시작했다.
그건 사자의 서에 나오는 주문식.
아누비스는 싸늘하게 웃었다.
“내 주인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들에게 벌이 있으리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사내의 발밑에서 끈적이는 검은 액체가 솟아올랐다.
쿠구구궁!
“으아아악! 내 얼굴, 내 얼굴!”
사내의 얼굴을 덮친 액체는 이내 수상한 가면으로 변했다.
“으읍, 으읍 이게 뭐야!”
그건 바로 투탕카멘의 가면이었다.
“으아아악! 아악!”
마침내 시작된 저주.
투탕카멘의 유물은 기본적으로 저주계 유물이다. 상대의 얼굴에 들러붙어 무분별한 저주를 불러왔다.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그마아안!”
곧 사내의 비명이 창고에 울려 퍼졌다.
잠시 후, 또 한 건을 처리한 아누비스는 이를 갈며 한숨을 쉬었다. 아직 처리해야 할 인간들이 수두룩했다.
‘젠장, 괜히 쓸데없이 살인 의뢰서만 잔뜩 뿌려 놔가지고.’
그럴 때 누군가가 콕콕 아누비스의 다리를 찔렀다.
“!”
돌아오니 거기엔 아누비스의 고된 뒷정리를 다 하고 온 동아줄이 있었다. 동아줄은 눈을 반짝이며 아누비스를 올려다보았다.
[#$**!]
오늘 알바비! 알바비!
그러자 아누비스는 끙, 품속에서 지갑을 꺼내 들었다.
아무래도 주헌을 보고 배운 건지(?) 이상한 알바를 시작한 듯 했다.
뭐, 원래는 주헌을 제외한 아무에게나 천 단위, 억 단위로 돈을 뜯어갔었지만, 그러다가 결국엔 주헌에게 잡혀 혼난 모양이었다.
‘돈은 마음껏 뜯어도 돼. 아주 훌륭한 자세다. 하지만 내 노예들한테는 너무 뜯진 마라. 불쌍하니까. 뜯으려면 딴 놈들한테 전 재산 뜯어.’
그래서일까.
[$#&*$*!]
알바비! 알바비!
“알았다. 받아라.”
동아줄은 오백 원짜리 동전을 받고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
알바비 받았어! 받았어!
저래가지고 언제 1000억을 모으겠나 싶긴 하지만, 뭐 알게 뭐람. 제 코가 석자인 것을.
“자자 다음은……….”
한숨쉬던 아누비스는 서둘러 서류를 넘겨 다음 타겟을 확인했다.
늦으면 주헌에게 혼나기 때문이었다.
***
[31번째 피해자 발생]
[이번에도 수상한 가면을 쓰고 있었다.]
[수상한 사내의 방문, 저승사자 인가?]
[이 배후에는 서주헌이 연관되어 있다?]
“그리고 서주헌을 해하려고 하면 원인불명의 저주를 받는다는 소문이…….”
쾅!
“원인불명은 개뿔! 무슨 원인 불명입니까! 원인 불명은!”
비서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윤시우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
그리고 그의 외침에 판도라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수긍했다.
“피해자들은 전부 공통점이 있죠.”
“네. 전부 서주헌의 암살 의뢰서를 받아 든 사람들이라는 거네요. 살인계획까지 세운 놈들 전부.”
“그뿐입니까? 전부 서주헌을 왕급에서 끌어내리기 위해 놈들을 후원했던 사람들이죠.”
그 말이 나오자마자 회의실 여기저기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그렇다.
사건이 발생한지 2주.
그 사이에 15명의 왕급들 사이에서는 폭풍이 지나가고 있었다.
서주헌.
바로 그놈이 문제였다.
결국 왕급들의 최측근들이 판도라에 모여 대책회의를 벌이는 중이었다.
“아십니까? 제 부하들과 협업을 맺고 있는 이들도 당했습니다.”
“그뿐이 아니에요! 그 이상한 저주 때문에 저희 발굴단이 초토화 되었다고요. 기껏 발굴권을 얻었더니! 단장님께서도 지금 빡쳐있는데….”
“아, 그런데 그 와중에 저주에서 벗어난 놈도 있다는데….”
그 말에 사람들이 솔깃했다.
“어떻게 벗어났죠?”
“파라오의 안식을 방해하는 자, 저주를 받으리라. 파라오의 이름을 알리는 자. 축복이 있으리라.”
“!”
말을 꺼낸 것은 판도라의 여직원들이었다.
“투탕카멘의 유물 특징이에요. 기본은 저주 속성이지만, 서주헌에게 이득이 되는 행동을 하면 저주가 풀리겠죠.”
“뭐라고요?”
“그러니까…… 이름을 알린다는 건 결국 서주헌을 왕의 자리에 내버려두라는 의미가 아닐까요?”
그 말에 여기저기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앞으로 2주 후면 운명왕의 예언대로 왕들한테 특별한 유물이 나타날 거야!”
“왕의 자리에 오르려고 판도라에 돈을 바쳐가며 줄 선 놈들이 수두룩 하구만!”
“그런데 어디서 듣도보도 못한 놈이 그 자리를 빼앗아!”
“그러니까 판도라도 판도라야. 왜 그딴 놈을 왕의 자리에 올렸습니까?”
이어지는 항의에 판도라 직원은 당황했다.
“아, 아니… 서주헌 씨가 실력이 있으신 건 맞고…… 애초에 유물 사용자들의 등급을 정하는 건 저희가 아닌 시스템 유물이라….”
“허, 됐으니까 당장 끌어내려요!”
“최근에 유물만 쏙 빼간 빈 무덤도 그놈의 짓이죠?”
“그래요, 듣자하니 그 자식은 유물의 과제도 안하고 그냥 빼간댔어!”
“그 도굴꾼 자식!”
“여, 여러분! 진정하세요!”
이런저런 소란에 윤시우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미치겠군. 회장님도 행방불명되신 마당에.’
권 회장이 왕가의 계곡에서 행방불명 된 지 벌써 2주째다. 지금까지도 파라오의 무덤을 계속 뒤졌지만, 권 회장은 전혀 찾을 수 없었다.
덕분에 TKBM은 기업 총수가 사라져 내부 분열이 시작될 조짐.
‘이러다가 진짜 후계자 다툼이 벌어질 거다.’
권 회장의 아들과 딸들은 전부 각자의 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언젠가 TKBM 경영권을 물려받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아마 권 회장이 죽었다는 말을 들으면 신이 나서 권 회장의 유물과 발굴단까지 차지하려고 하겠지.
‘그놈들이 차지하게 내버려 둘 것 같나.’
윤시우의 눈빛이 탐욕으로 빛났다.
왕급이 확정되는 시기는 앞으로 2주. 다급해지는 게 당연했다.
“거참 문제군요. 사기왕도 그 놈한테 붙잡혀 있는 상황이고.”
“허참, 그 와중에 서주헌의 부하 놈은 오피셜 복원사보다 뛰어나다는 말이 나오지 않나…… 유재하를 왕급으로 올려야 한다지 않나….”
“아, 그거요. 수석 복원사도 뿔이 났다고 하는군요. 유재하가 자신들을 모욕했다고요. 아마 가만두지 않을걸요?”
그 말에 그들은 입꼬리를 올렸다.
“어쨌든 이대로 그놈을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그럴 때였다.
쿠르르릉!
“!”
판도라에 있던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굉음에 까무러쳤다.
“뭐, 뭐야 이거!”
“무슨 일이야!”
굉음이 울리다 못해 아주 판도라의 건물이 무너져 내릴 지경이었다.
곧 판도라 직원이 달려왔다.
“큰일입니다! 대피하셔야 해요!”
“뭐야, 무슨 일인데!”
“아니 그게 채, 책략왕. 율리안 밀러가 다짜고짜 쳐들어와서는 ……!”
***
한편 그 무렵이었다.
[이걸로 대충 명단을 보낸 놈들은 다 처리했다.]
아누비스는 헉헉 거리며 주헌의 앞에 X자를 친 서류 뭉치를 내밀었다. 동시에 인간의 모습이었던 그의 모습이 멍멍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걸 보며 설아가 신기해했다.
“인간으로도 변할 수 있었군요.”
물론 주헌도 꽤나 신기해하던 참이었다.
“그러게. S급 이상이더라도 유물은 자기하고 연관 없는 걸로는 못 변하는 줄 알았는데.”
그러자 아누비스는 삐죽이는 얼굴로 주헌을 보았다.
[못 변하는 게 아니라 안 변하는 거다. 유물이 감히 천한 인간의 모습을…….]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유물이 인간을 천시하는 건 유물 특성이니 아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쩌면 인간과 연루되면 안 된다는 법칙이 있는 걸지도.’
그럴 때였다.
부르르.
주헌은 전화를 건 사람의 이름을 보고 대수롭지 않게 받았다.
“뭐냐. 공명이.”
전화를 걸어온 것은 율리안이었다. 하지만 전화 너머로 쿵쾅 쿵쾅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와서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너 지금 어디냐?”
[어디긴, 판도라.]
“거기서 뭐하는데?”
그럴 때 전화 너머로 판도라 직원이 절규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그 신고서류는 태우면 안 돼! 막아!]
[저놈이 사인한 건 어떻게든 사수해야 해!]
콰과과광!
[으아악!]
“…………….”
그리고 율리안이 말했다.
[아, 미안. 못 들었어. 방금 뭐라고 했어?]
“아니, 말 안 해도 알 것 같다. 너 깽판치고 있구나?”
[깽판이라니…… 실례야. 난 정중하게 계약을 취소하고 싶다고 요청했는데, 갑자기 지하로 끌고 가려 들어서….]
“됐고. 왜.”
[아, 판도라에서 재미있는 소식을 들어서.]
“재미있는 소식?”
[권 회장이 행방불명 상태인 건 알지? 그 틈을 타서 TKBM 회사랑 발굴단까지 다 먹으려는 놈들이 나타나서.]
“오?”
[그렇게 될 경우 그놈들이 너한테도 관심을 가지게 될 것 같은데? 나쁜 의미로.]
그렇게 말하고 율리안이 운을 띄었다.
[권주희, 권성재. 권 회장의 아들딸들. 오랜만이지? 가까운 사이였잖아.]
그 낯익은 이름에 주헌의 눈빛이 살벌하게, 그리고 생기있게 빛났다.
그 망나니들을 모를 리가.
========== 작품 후기 ==========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