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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80화 (180/409)

00180 서주헌의 저주  =========================================================================

< 제180화. 서주헌의 저주 (6) >

“꺼져. 돌팔이들아.”

유재하의 말에 복원사들은 황당해진 모양이었다.

“뭐라고?”

“지금 돌팔이라고 했어?”

그들은 어지간히도 기분이 상한 모양이었다.

아니, 그건 당연했다.

‘유재하 저 자식이 지금 누구한테.’

그랬다.

사실 처음부터 유재하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는 그들이었다.

왜?

그건 당연했다.

‘감히 리처드 교수님을 깜빵에 넣은 놈.’

‘보나마나 지 단장한테 입김을 넣은 거겠지. 실력도 없으면서.’

지금 감옥에 있는 장 리처드는 복원계에서 멘토로 꼽히는 사람 중 하나였다. 〈복원꾼〉의 칭호를 받은 사람.

그리고 괜히 복원왕의 후보가 아니었으니까.

그런데 유재하 놈이 서주헌에게 입질을 해서 감옥에 넣어버렸다.

표절범?

그딴 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SS급 복원사가 깜빵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유재하.

‘그래봐야 쟤 B급 복원사 아니야?’

실제로 과거 리처드도 유재하에 대해서 혹평을 한 적이 있었다.

‘그놈의 복원실력은 형편없다. 관심도 가지지 마라.’

분명히 그렇게.

그리고 야매 복원사들은 복원을 한답시고 오히려 유물들을 망쳐놓는 주범들.

그들의 눈에 찰 리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들은 유재하를 비웃었다.

“넌 꺼져!”

“야매 놈이 신급 유물을 복원할 수 있을 것 같냐!”

그러자 유재하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흘렸다.

“야매는 내가 아니라 니들이겠지! 오피셜 복원사는 개뿔이! 부서진 유물을 잡는 법도 모르면서!”

그 말을 하면서 유재하는 아누비스 유물을 빼앗아갔다.

“알았으면 내놔, 이것들아!”

“아, 저 자식이! 그거 안 내놔?”

부글부글 끓는 유재하는 곧장 복원 도구를 꺼냈다. 유물을 아끼는 유재하로서는 이 상황이 좀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더 파괴될 뻔했다.’

물론 이설아는 그런 그를 걱정스럽게 보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재하야, 너 정말 복원할 수 있어?”

지금 아누비스의 상태는 평범한 상태가 아니었다.

‘단장님이 뻥뻥 부수던 것과는 느낌이 전혀 달라.’

오라의 기운만 봐도 대충 알 수 있었다.

‘유물의 기운이 사라지고 있다.’

즉, 영혼의 소멸.

진채원이 잘하던 짓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모르겠지만, 아누비스를 처형한 처형인들. 그들처럼 총수의 힘을 받은 이들은 유물들의 영혼소멸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단계에서는 그 어떤 복원사도 복원하지 못했다.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으니까.

딱 한 명을 빼고.

‘확실히 재하라면 가능하겠지만….’

사기왕의 능력이 너무 강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 유재하의 복원 솜씨는 유일무이했다.

‘그래도 지금 실력으로 그 영역까지 가능할까?’

실제로 다른 복원사들도 같잖다는 시선을 보냈다.

“우리가 못하는 걸 저놈이 할 수 있을 리가…….”

그런데 이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번쩍!

“!”

복원 유물이 사용되면서 아누비스의 몸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광경에 복원사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잠깐 저게 뭐야!”

그들은 눈이 휘둥그레지다 못해 경악했다.

“뭐냐고 저게!”

뭐기는, 유물 재생이지.

눈앞에는 복원사들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니, 정작 복원을 받는 아누비스조차도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

‘핵이 복원되고 있다.’

그뿐이 아니었다.

‘새살이 돋고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가.

“미친, 저게 말이 되냐고!”

그들이 놀라는 건 당연할지도 몰랐다.

유재하가 하고 있는 복원은 이미 복원의 단계가 아니다.

복원이란, 유적 복원과 같았다. 비슷한 질감, 재질의 물건을 덧대어 최대한 원래 상태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

쉽게 말해 손이 망가져 의수를 끼우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근데 저게 뭐야!’

유재하는 의수는 개뿔.

잘린 팔의 뼈와 근육과 신경, 혈관, 피부까지 쑤욱쑤욱 만들어내는 꼴이었다. 그야말로 완벽한 재생! 그야말로 창조의 영역!

“저, 저런 건 본 적도 없는데…!”

이설아도 감탄했다.

‘기억을 안 찾고도 가능하다니.’

유재하가 저 경지에 이른 건 30대 초반의 일이다.

‘아무리 다빈치 유물을 썼다고 해도….’

하지만 그동안 하도 주헌이 유물을 터트리던 터라 강제로 단련이 된 것일까. 내심 성공했다며 안도하던 유재하가 복원사들을 쏘아보았다.

“하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자식들이 누구더러 야매래.”

복원사들이 술렁거렸다.

“저, 저 자식 도대체 뭐야?”

“서주헌 밑에 저런 놈이 있었어?”

“아니 잠깐만. 저 정도면 수석 복원사보다도 대단한 거 아니야?”

“말이 된다고 생각을…… 잠깐 당신들 뭘 찍은 거야!”

“아뇨, 진귀한 광경이라 기록으로….”

“누구 멋대로 저 야매 놈을 찍어!”

“당장 삭제해!”

하지만 그럴 때였다.

“그 기록영상. 내가 사지.”

낯익은 목소리였다.

“단장님!”

주헌은 기특하다면서 뭔가를 던지고 받고 있었다. 그건 까마귀의 기억 유물이었다.

아누비스가 소환되지 않자, 대충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생각해서 꺼낸 유물이 아닌가.

하지만 그는 복원 된 아누비스의 유물을 보면서 씨익 웃었다.

‘짜식, 기억은 안 돌려도 되겠군.’

사실 진지하게 고민을 했던 주헌이었다.

기억을 되돌려야만 그 복원 솜씨가 나올까, 하고.

물론 최근 유재하를 굴려가며 복원실력을 높인 건 있었다. 그래서 완벽한 유물재생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재생 능력이 나온 건 맞았다.

그래도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좀 부족했다.

그래서 주헌이 고민했던 게 까마귀의 유물.

‘하지만 딱히 이걸 쓸 필요는 없을 것 같군.’

그러나 유재하는 주헌의 손에 들린 유물을 보고 눈을 반짝였다.

“어, 그거!”

그러더니 바로 유물에 손을 뻗었다.

“그거 저도 쓸래요! 그거 쓴 이후로 나만 쏙 빼고 셋이서만 즐겁게 이야기 하고!”

그랬기에 유재하가 자기도 쓰자고 덤벼들었지만, 곧 주헌에게 걷어차였다.

“꺼져. 복원할 수 있으면 됐어.”

“아이씨! 왜!”

“사기왕 보단 호구왕이 나아.”

“네?!”

“어쨌든 잘했다. 아, 겸사겸사 저기 널브러져 있는 유물들도 복원 해보련? 지금 당장.”

“아씨…… 저거 너무 많은데. 나중에 하면 안….”

“개당 천만 원 보너스. 완료 보너스로 소개팅.”

“돼요! 이 세상에서 제일 존경하는 단장님! 이 한목숨 단장님께 바쳐 복원을 하겠습니다아아!”

“아니, 니 목숨은 필요 없고.”

“오오오오!”

유재하는 쪼르르 달려가 아누비스 권속의 유물들도 모조리 해치워버렸다.

번쩍! 번쩍! 번쩍!

물론 살리는 방향으로.

그리고 소개팅의 힘인지 아주 빠르게, 게다가 아주 완벽하게 복원을 해내는 그였다.

정작 그 광경을 보는 S급, SS급 복원사들은 이젠 거품을 물다 못해 기절할 지경이었지만.

“도, 도대체 저 자식 뭐야! 뭐냐고!”

그들은 아예 주저앉았다.

“미친, 저렇게 빨리 복원하는 게 가능해?”

“어떻게 저런 게 가능한 건데!”

그러자 유재하가 외쳤다.

“어떻게 가능하기는! 니들도 우리 귀신 단장님한테 딱 한 달만 갈굼 당해봐라! 다 가능해진다! 하하하하!”

그리고 이 사실에 흥분한 기자들이 외쳤다.

“알려! 서주헌 밑에 수석급 복원사가 있다고!”

“유물 재생이라니, 이거 오피셜 복원사들보다 훨씬 더 대단한 거 아닙니까?”

“다들 솔직히 그냥 땜빵하는 거잖아요?”

기자들의 말에 유물을 찾던 다른 복원사들이 거품을 물었다.

“뭐라고요? 땜빵?”

“허, 저거 분명 도구 빨이야! 쟤 다빈치 유물 얻었다며! 그걸로 한 걸 거라고!”

“그래! 뺏어! 저 다빈치 유물 빼앗으라고!”

하지만 이때였다.

쿵!

다빈치 수첩 유물을 빼앗으려고 했던 복원사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날아가 버렸다.

[지조 있는 유물입니다.]

[자격 요건이 안 맞으면 손조차 댈 수가 없습니다.]

“젠장, 이게 뭐야!”

“됐어, 다시 뺏어봐!”

하지만 그 순간.

“커허어억!”

귀신들이 나타나 복원사들의 목을 졸랐다.

그리고 처녀귀신보다 더 무서운 이설아가 고운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감히 우리팀원의 유물을 훔쳐가려고?”

“으, 으악!”

동시에 주헌도 날카롭게 웃었다.

“잘 구경했으면 당장 꺼져.”

주헌의 미소와 함께 땅이 갈라지고, 칼 같은 모래바람이 가로수를 갈기갈기 찢어발겼다.

“흐, 흐아아아악!”

그건 바로 세트 유물의 힘이었다.

결국 복원사들은 본전도 못 건지고 도망치고 말았다.

물론, 주헌은 그들을 보면서 아주 흡족해했다.

‘그래도 저놈들 덕분에 재하 놈도 왕의 자리에 비벼볼 수 있겠군.’

안 그래도 왕의 조건인 이슈를 터트려주려고 했는데 잘 된 셈이었다.

‘왕급 자리엔 반드시 아군을 채워 넣어야 한다.’

그리고 이때였다.

[어, 어째서 내가.]

아누비스는 아직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의 몸을 보고 있었다.

그에게 있어선 어지간히도 놀라운 일이었으리라.

[인간이 이런 일이 가능할 리가 없는데.]

하지만 다시 확인해도 자신뿐만 아니라 권속의 유물들도 모두 복원된 상황이었다.

[#*$*!]

내가 살았어! 살았다고!

[#$*&*!]

이게 꿈이야, 생시야!

[#$**!]

아누비스님, 저희가 살았습니다!

부하들이 살아나자 아누비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고, 동아줄도 다행이라며 무척 기뻐했다.

그럴 때 주헌이 아누비스에게 다가와 말했다.

“넌 내게 목숨을 빚졌다.”

[!]

“무슨 의미인지 잘 알 거다.”

그 말에 아누비스는 크윽 눈을 감았다.

싫어서가 아니었다.

자신은 둘째 치고, 권속의 유물들이 되살아난 것이 무엇보다 기쁜 일이었다.

[이 은혜는 평생 잊지 않지.]

옳지. 그래야지.

주헌이 입꼬리를 올렸다.

자고로 멍멍이들은 한번 충심을 가지면 충직해지는 생물인 법.

실제로 아누비스는 빚은 반드시 갚는 성격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총수.

‘용서 못 한다.’

자신을 모독한 사단장 놈들도 용서할 수 없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으리라.

서주헌이라는 악마와.

[앞으로 내가 뭘 하면 되지?]

“간단해. 내 명령에 절대복종할 것. 내 심기를 거스를 짓은 하지 말 것. 호칭은 존경을 담아서.”

[그럼 일단 그 세 가지만 지키면 되는 거냐, 주인.]

“아니, 추가로 하나 더.”

주헌의 눈빛이 무서웠다.

***

쾅!

“이놈들이다.”

주헌은 쾅 테이블에 명단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아누비스는 깽,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테이블에 올라온 명단은 바로 아누비스가 서주헌의 암살 의뢰를 맡겼던 사람들의 명단.

즉 주헌의 약점을 손에 넣은 라이벌들의 명단이다.

날고기는 발굴단부터 시작해서 TKBM, 오스틴 록펠러, 진채원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주헌은 명단들을 톡톡 치면서 아누비스를 보았다.

“네놈이 뿌린 씨는 네놈이 거두어야지. 분명 내 약점이랍시고 뿌려댔지?”

[그, 그건…… 잘못했다.]

아누비스가 고개를 푹 숙이자 뭔가 눈치챈 유재하가 옆에서 속삭였다.

“아냐, 고개 숙일 필요 없어. 어차피 약점도 아니었고, 다 맞는 말 했거든. 소아성애자 빼고 전부 맞는 말이었어.”

“유재하, 일주일간 점심밥 없음.”

“아아악!”

주헌은 흐뭇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니, 뭐 새삼 또 벌을 주려는 건 아니야. 그건 이미 끝난 일이고. 하지만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내 약점을 받은 놈들이 전원 독식자들 아니면 그들의 끄나풀이더군.”

[……?]

다리를 꼬고 앉은 주헌은 턱을 괸 채 이죽거렸다.

“어쨌거나 불쾌하단 말이지. 설령 가짜 정보였다고 하나 그놈들이 내 정보를 얻고, 그딴 살인청부의뢰서를 받아들였다는 것 자체가 불쾌해.”

하물며.

“이놈들은 조사 결과 전원 나를 왕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려고 환장한 새끼들이다.”

[아…….]

“마침 잘됐지. 내 무덤 활동의 방해꾼들이기도 하니까.”

그리고 쿵, 투탕카멘의 가면이 테이블에 올려졌다.

“그러니까 멍멍아. 지금부터 내가 시키는 대로 해라.”

[………!]

그리고 다음 날.

똑똑.

“저, 윤시우 팀장님. 찾아오신 분이……….”

“젠장, 누군데! 회장님도 실종되고 바빠 죽겠는데!”

“그, 그게 존 스미스 씨라고…….”

“뭐어?”

곧 윤시우의 사무실에 들어온 건 멍멍이… 가 아닌 구릿빛 피부를 가진 미남이었다.

건장한 체격에 검은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 검은 수트. 머리부터 발끝까지 검은 일색인 그는 흡사 저승사자를 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가 들어서는 순간, 윤시우의 사무실은 살벌한 오라와 함께 고분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살생부… 아니, 서류상의 얼굴과 이름을 확인하던 아누비스가 말했다.

“제 의뢰서를 받은 윤시우 씨 맞으시죠?”

서주헌 저주의 시작이었다.

========== 작품 후기 ==========

+ 예약 걸어둔 줄 알았는데 안 되어 있어서 ㅠㅠ 늦게 업로드 되어 죄송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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