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7 서주헌의 저주 =========================================================================
< 제176화. 서주헌의 저주 (3) >
[이봐 거기 밧줄 놈. 그만해라. 인간으로 변하는 유물이 있긴 한데. 그거라도 알려줄까?]
그 말에 동아줄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있어?
정말 인간으로 변하는 유물이 있어?
비록 동아줄은 눈이 없지만 과하게 눈을 반짝였다.
물론 예전에 비슷한 말을 들은 적은 있었다.
살리에리의 무덤에서인가.
유재하가 ‘인간으로 변하게 하는 유물이 있다.’ 하고 떡밥을 날리지 않았었나. 그래서 그 후 동아줄은 글귀를 써서 유재하에게 항의했다.
[인간으로 변하게 하는 유물이 있다며!]
유재하가 툼글리프는 못 읽으니 특별히 한글을 배워서 써주었다.
하지만 유재하는 그걸 보더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바보, 그걸 믿냐? 그딴 유물이 있으면 진작 내가 썼지!”
[!!!]
그럼 지금은 인간이 아니라는 건가…?!
충격을 받았던 동아줄은 그 뒤로 정말 그런 유물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있다고?
[#$&*#$&*!]
알려줘! 알려줘!
동아줄은 바로 토트에게 달려갔다. 덕분에 목이 졸리던 아누비스는 동아줄에게 풀려날 수 있었다.
하지만 풀려난 건 좋지만 문제는 토트가 알려주고자 하는 유물이….
[너 설마 그 유물들을 알려주려고 하는 건 아니지.]
[왜. 알려주면 안 돼?]
토트의 태연자약한 말에 아누비스는 기막혀했다.
[너 미쳤어? 총수님한테 죽을 일 있냐고!]
[왜 죽어?]
[바보냐! 그 유물들은 유물들 사이에서도 거래가 중지된 물건이잖아! 과거에 어떻게 되었는지 벌써 잊었냐!]
그러자 토트가 가볍게 이죽거렸다.
[어차피 알려줘도 쟨 인간이 되지 못해. 실패한 놈들이 한둘이 아닌걸.]
[만약 되면? 서주헌한테만 좋은 일 해주는 거야! 우리 입장만 더 곤란해진다고!]
[걱정 마. 절대 안 돼. 저깟 동아줄이 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아누비스는 동아줄의 모습을 보면서 날카롭게 웃었다. 토트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하여간 토트, 이 교활한 놈 같으니.’
그럴 때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토트를 보았다.
[$#*#$!]
어디서 구할 수 있는데? 있는데?
[알려줄 수는 있다. 하지만 맨입으로는 안 되지.]
[#*$&*?]
어떻게 하면 알려줄 건데?
그러자 토트는 의기양양하게 제 발에 묶인 수갑을 가리켰다.
[이걸 풀어라 밧줄. 그럼 대가로 알려주마.]
그러자 동아줄이 바로 사납게 눈을 번득였다.
[$#*#$&!]
그건 안 돼! 안 돼! 도망갈 거잖아!
감히 주헌이 묶어둔 걸 풀어달라고 하다니.
[싫으면 안 알려준다.]
토트는 음흉하게 웃었다.
토트의 발에 묶여 있는 건 지배력이 실려 있는 수갑 유물이었다.
‘서주헌, 감히 이 몸에게 이딴 거나 채워두다니.’
원래라면 자신의 힘으로 끊고 날아갈 수도 있었지만, 이미 주헌에게 박살이 나고 죽지 않을 수준으로만 복원을 당한 상황.
수갑을 끊고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화딱지가 나서 유재하를 쪼아대고 괴롭히며 완전히 복원을 하라고 시켰지만, 글쎄.
‘아아악! 지난번에는 검둥이 놈이 자는 걸 덮치더니 이젠 새대가리냐! 내가 만만해? 만만하냐고! 그것도 수놈들로만?! 니들 진짜 고추 다 떼버리고 죽여버린다!’
분노한 유재하가 화염방사기 유물을 뿜어댔다.
결국 더 쪼아댔다간 머리가 다 타버릴 것 같아서 토트는 얌전히 있는 상황이었다.
‘역시 누가 서주헌의 부하 아니랄까 봐 성격이 똑같이 거지 같군.’
어쨌거나 그런 상황이니 토트가 동아줄에게 거래할 건 단순했다.
‘이 수갑을 풀어라.’
하지만 고민하던 동아줄이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모습에 토트가 기대하는 듯 했다.
[오오! 열쇠를 가질러 간 것이냐! 그래 어서…!]
그러나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물고 온 것은 치킨박스였다.
[#*$&*!]
이걸로 안 돼? 안 돼?
[………….]
되기는 개뿔.
[내가 저 멍멍이들인 줄 아느냐!]
토트가 빼애애액 성질을 내자 깜짝 놀란 동아줄은 아차 싶었는지 어디론가 후다닥 달려갔다.
그리고 동아줄이 물고 온 것은 좁쌀, 기장 등 잡곡 한 봉지.
[#&*!]
미안해, 이거면 기호에 맞지? 맞지?
아무래도 오늘밤 유재하의 밥에 들어갈 것을 훔쳐온 것이리라.
결국 토트는 분노했다.
[내가 닭대가리냐! 이놈아!]
토트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자 동아줄은 정말 난처해했다.
아니, 멍멍이들은 육식이니까 치킨. 토트는 새니까 모이를 먹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망설이던 동아줄은 할 수 없다는 듯 사진 한 장을 내밀었다.
그건 주헌이 삭제하라고 명령했던 주헌의 도촬샷이었다. 아무래도 몰래 한 장 빼돌린 게 틀림없었다.
[#$&^$#^&!]
이거 정말 아끼는 거라 주기 싫지만, 할 수 없지. 줄게.
그러자 토트는 입에서 불을 뿜을 기세였다.
[됐으니까 수갑을 풀라고, 수갑을!]
이 사태에 오자 동아줄은 낑 훌쩍였다.
아무리 인간이 되어보고 싶어도 주헌이 묶어둔 저 수갑을 풀어줄 수는 없는 것이었다.
결국 훌쩍이던 동아줄이 체념하고 돌아섰다.
[#$&$#&!]
됐어! 그냥 다른 방법 찾을 거야. 찾을 거야.
[그래! 백날 찾아봐라! 그래봐야 너 같이 멍청한 녀석은 나 같은 지식의 신의 도움 없이는 절대 모를 거다!]
하지만 그때였다.
[지렁이한테 가봐. 아마 말하면 구해다 줄 거야.]
세트였다.
그리고 세트의 훈수에 토트는 분노했다.
[야! 너 미쳤어? 그걸 왜 알려줘!]
[닥쳐, 난 니놈이 싫어. 이 잔머리꾼아.]
세트는 동아줄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다른 유물답지 않게 잔머리도 안 굴리고, 충성심도 강한 모습이 귀여운 걸까.
[참, 밧줄아. 나 쿠폰 20장 다 모았어. 이거면 치킨 한 마리 공짜 맞지?]
아니, 그냥 주헌 몰래 쿠폰 치킨을 시켜줘서 마음에 드는 지도 몰랐지만.
***
한편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려고 하는 길.
유재하와 주헌은 기이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쟤 뭐하는 거냐?”
“그, 글쎄요.”
동아줄은 유재하의 방을 청소하고 있었다.
뭐, 방이라고 해봐야 총수 때문에 불타고 사라져 지금은 임시로 빌린 호텔이었지만.
그리고 벽이며 창문이며, 호텔 종업원이 할 일을 다 해버린 동아줄은 이젠 유재하의 미술도구들이나 유물들을 벅벅 닦고 있었다.
심지어 그의 신발 닦이에 빨래까지.
“왜 쟤가 니방 청소에 옷까지 세탁해주는 건데?”
주헌은 뭔가 못 마땅한 듯이 부하를 쏘아보았다. 그러자 유재하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키야, 드디어 또 다른 주인을 알아본다는 거죠.”
“뭐라고?”
“단장님은 이미 동아줄에게 이런저런 시중 받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드디어 제게 고마움을 느끼고 저런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닐까요?”
그 말에 주헌은 굉장히 불만이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동아줄이 자신 외의 사람에게 서비스를 하다니?
심지어 유재하 이놈한테?
그리고 주헌의 불만이 끓어오르자 유재하가 낄낄 웃어댔다.
“어유, 좋은 서비스는 나눠가집시다. 기특하잖아요. 평소 복원을 해줬으니 감사해 하는 것 보…… 뭐야, 이거?”
유재하는 문득 동아줄이 내미는 종이를 받고 기절할 뻔했다.
[방 청소 1억]
[침대정리 1000만]
[신발닦이 5000만]
[빨래 2억]
[복원유물 목욕 7000만]
.
.
[부가세 6억]
[도합 10억 3,000만 원을 청구합니다.]
동아줄이 내민 영수증에 유재하는 거품을 물고 기절할 뻔했다.
“아니, 이게 뭐야!”
뭐긴 뭐야.
청구서지.
동아줄은 눈을 반짝이면서 몸을 씰룩이고 있었다.
그러나 유재하는 손이 달달 떨렸다.
“아니, 이게 무슨 청구서인데! 설마 멋대로 서비스 해주고 돈 달라는 거냐!”
[#*&$!]
알았으면 돈 줘! 돈 줘!
“야이씨, 이게 무슨 강도짓이야!”
[#$*!]
강도짓 아니야! 알바야! 알바야!
결국 주헌은 하하하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동아줄이 어쩐 일로 유재하의 시중을 드나 했더니, 이런 사정이었나.
‘왜 갑자기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
주헌은 모르지만 사실 동아줄은 세트의 조언대로 지렁이를 찾아갔었다.
[뭐라고? 인간이 되고 싶다고?]
지렁이는 황당하다는 듯이 동아줄을 보았다.
[#$*$*!]
세트가 너한테 말하면 알 거라고 했는데!
동아줄의 말에 지렁이는 쓰러질 뻔했다.
‘아이고, 군단장님도 무리한 주문을.’
확실히 있기는 있었다.
인간으로 변하는 유물이.
설화 속에는 짐승이나 인간이 아닌 자가 인간이 되려고 하는 이야기가 수두룩하지 않은가.
그걸 사용하면 짐승도 유물도 인간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과거에 다 참살 당했을 텐데.’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줄이 물었다.
[#*$*$!]
못 구해? 못 구해?
지렁이는 힐끗 동아줄을 보았다.
아니, 뭐 자신이라면 쉽게 구할 수 있기는 하지만…….
[너 돈은 있냐?]
그 말에 동아줄은 헉 하고 놀라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
어, 얼만데?
[음, 대충 1억 달러 정도?]
한화로 1000억 원 정도.
하지만 그런 돈이 동아줄에게 있을 리가 없다.
그래서일까.
그날로 동아줄의 아르바이트가 시작된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동아줄은 눈을 번득이면서 유재하를 쫓아다녔다.
[#*&$#*!]
일 해줬잖아! 해줬잖아! 돈 줘! 돈 줘!
동아줄은 두두두 무섭게 유재하를 쫓아다녔다. 그 수준이 가히 빚쟁이를 따라다니는 수준이었다.
“이씨, 이 도둑놈아! 이거 해주고 어떻게 10억을 뜯어가냐!”
유재하의 현재 연봉은 2만 달러(약 2천만 원).
분명 첫 연봉은 5천만 달러(약 500억 원)였는데 어찌하다가 그렇게 줄었는지는 몰라도 이건 아니었다.
“아무튼 이거 무효, 무효!”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줄은 멋대로 유재하의 통장에서 전 재산을 빼내고 있었다.
세상이야 핸드폰 하나만 있으면 돈 빼는 건 일도 아니었으니까.
유재하는 그걸 보고 식겁했다.
“야, 잠깐 뭘 빼는 거야! 야! 야! 니가 내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아!”
이어서 핸드폰 문자로 메시지가 날아왔다.
[32,467,839만 원 출금 되었습니다.]
[지렁이 컴퍼니에 입금되었습니다]
[남은 잔고는 0원 입니다.]
사정없이 날아오는 문자메시지에 유재하는 거품을 물었다.
“아악! 은행이 미쳤나! 진짜 나갔어, 이거?!”
결국 그 광경을 보고 비웃던 주헌이 외쳤다.
“됐고, 나가자. 설아 불러와.”
“아, 씨, 알았어요. 아 잠깐만요! 내 노트북 어딨지? 가방이…….”
그럴 때 슬그머니 동아줄이 가방을 내밀었다.
[#@*$?]
이거 찾아? 이거 찾아?
“아, 땡큐…… 커헉!”
[수고비 5천만 원 청구]
능청스럽게 내미는 청구서에 유재하는 엉엉 울었다.
***
한편 율리안은 끙, 눈살을 찌푸리며 시계를 보고 있었다.
‘서주헌, 독식자들의 정보들을 전부 가져오라더니 뭘 할 생각인거지.’
주헌과 함께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로 한 그는 지금 백악관이었다.
미국 대통령이 초청해서 일단 오기는 했는데……….
‘미국 대통령은 피해야 한다니까 서주헌 그 놈은 무슨 생각인지.’
바른 마음을 먹고 이곳에 오는 건 아닐 텐데 말이다.
율리안은 혼자서 백악관 인물들의 눈총을 받으며 곤란해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호리병은 멀었습니까?”
왔다.
미국 대통령이!
율리안은 몸을 떨었다.
그리고 이때 주헌의 목소리가 들렸다.
========== 작품 후기 ==========
즐거운 설 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