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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74화 (174/409)

00174 파라오의 저주  =========================================================================

〈 파라오의 저주 (7) 〉

완벽하게 교육된 오시리스와 세트, 그리고 두 번의 참교육은 싫었던 아누비스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쿠구궁!

그건 놀라운 장면이었다. 특히 매일 같이 멍멍이의 모습만 보던 유재하는 놀라다 못해 기절할 지경이었다.

“와씨, 저게 뭐야!”

마치 뺨을 후려칠 것 같은 빛의 섬광이 터져 나왔다.

이윽고 강력한 오라의 폭발과 함께 등장한 것은 세 명의 낯익은 모습.

[저분들은…!]

젊은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는 오시리스와 세트 신. 그리고 검은 개의 머리를 한 저승의 사자 아누비스 신.

벽화에서 본 적 있는 그 모습이 그들의 눈앞에 강림했다.

과연 그 누가 저들을 치킨이나 뜯으며 아이돌 보는 개들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덕분에 먹이담당 유재하가 제일 먼저 감탄했다.

“와, 대박.”

물론 그들의 등장에 파라오의 유물들은 정말 당황스러워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어째서 저 세 분이 서주헌의 밑에!]

[아니, 그 전에 왜 오시리스 님하고 세트 님하고 붙어 계신 거지? 두 분은 원수잖아?]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야! 저거 아누비스 님이잖아!]

[뭐라고!]

그들은 아누비스의 존재에 억울해 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자신들은 아누비스의 명령을 받아 이 무덤을 만든 장본인들이었다.

그런데 왜!

[왜 서주헌의 곁에 계신 겁니까!]

[총수 님의 명령이 내려오지 않았습니까.]

[분명 서주헌을 죽이라고….]

그럴 때 오시리스와 세트가 사이좋게 눈을 번득였다.

지금 누가 누굴 죽여?

[저 고얀 놈들!]

[감히 주인에게 망발을 하다니!]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신급 유물들의 분노가 시작되었다.

[밤의 어둠을 지배하는 세트가 태양을 가리기 시작합니다.]

[잔혹한 파멸의 신이 모래폭풍을 소환했습니다!]

가장 먼저 세트가 사막에 모래 폭풍을 일으켰다.

세트는 원래 피도 눈물도 없는 잔혹한 살육의 신. 그 이름답게 오로지 파괴에 치중된 능력이 이집트 문명에 작렬했다!

쾅! 콰과과광!

[파멸의 폭풍이 모든 생명들을 흡수합니다.]

[파괴의 바람이 모든 것을 갈기갈기 찢어냅니다.]

검은 모래는 악마의 형상을 하며 한순간에 무덤 전체를 쓸었다. 파라오들은 그 광경을 보면서 거품을 물었다.

[우리의 신께서 우리의 문명을 파괴 하신다!]

하지만 세트는 치킨 생각에 신이 나 있었다.

[하하하하! 나 파괴해라! 파괴해! 이걸로 치킨을 또 먹을 수 있다!]

파라오들은 기막혀 하면서 자신의 군들을 지휘했다.

[어차피 세트 신은 파괴 밖에 모르는 악신이다!]

[개의치 말고 쳐라!]

[오오오오!]

파라오의 군세들은 세트 신에게 향했다. 무엇보다 파라오들의 군은 평범한 병사들이 아니었다.

번쩍!

모두 사자의 서를 활용한 주술사들.

이윽고 달의 힘을 받은 왕의 군세는 특별한 주술을 사용하며 세트를 봉인하려 들었다.

그러나 이때였다.

[이 고얀 놈들!]

뒤이어 터져 나온 건 오시리스의 붉은 오라.

그 붉은 섬광이 전장을 휩쓸었다.

[크아아악!]

[으아악!]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멀쩡하게 주술을 사용하던 병사들은 몸이 조각나며 쓰러지고 말았다.

오시리스는 그걸 보면서 하하하 사납게 웃었다.

[자, 니들도 어디 동강동강 잘려 봐라 이놈들아!]

어디 주인을 닮아가기라도 하는 걸까.

[다 잘려보라고! 하하하!]

[군단장님!]

파라오들은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아니, 세트는 악신에 손쓸 여지가 없는 망나니니까 그렇다 치자.

하지만 오시리스는 다르다.

하물며 오시리스는 왕의 자리를 노리는 동생 세트에게 살해당한 신이다. 그 후에 부활해 저승의 신이 된 것이고 말이다.

그런데 지금 원수끼리 사이좋게 뭐하는 건지!

그러거나 말거나 오시리스는 자신의 능력을 발휘했다.

[오시리스가 명부를 발행합니다.]

[명부에 이름이 쓰인 자는 생명의 힘을 잃고 사자의 세계로 끌려가게 됩니다.]

[끄아아아악!]

[으아아악!]

결국 보다 못한 파라오들이 아누비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아누비스 님! 저 두 분 좀 말려주십시오!]

[음?]

그러자 아누비스는 잠시 망설였다. 일단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긴 했지만, 나름의 입장 탓에 설치기 민망해하던 그였다.

[말려주십시오! 총수께서 이 일을 아시면 다들 무사하지 못하실 겁니다!]

[흠, 그래 말려야지. 그런데…… 지금 너희는 뭘 하고 있는 것이냐?]

[……네?]

[그러고보니 너희는 지금 신들의 앞에서 군대를 불러내고, 칼마저 들이대고 있구나.]

파라오들은 당황했다.

아니, 말려달라니까 무슨.

[그게 아니라 이건 서주헌에게….]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네?!]

[어쨌든 너희는 지금 우리 앞에서 군대를 불러낸 것이 맞지? 우리를 공격했다. 그게 팩트인 거지?]

이쯤 되자 파라오들은 뭔가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 이건 다 아누비스님이 시키신…!]

[이 주제도 모르는 것들이!]

아누비스는 딱 걸렸다는 듯이 사나운 이빨을 세웠다.

[망자의 사신이 지옥의 망령들을 불러옵니다.]

쿠르르르릉!

아누비스가 으르렁거리며 힘을 발산하자 사막의 땅에서 지옥의 군사들이 나타났다.

[지옥의 간수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번에 나타난 군단은 미라군단이나 해골군단이 아니었다.

그들은 바로 아누비스의 직속 사병들!

짐승의 머리에 금장식 목걸이. 노출된 검은 상반신은 황금 목걸이, 황금 팔찌 등 간소한 장신구만 차고 있었고, 하반신은 황금으로 된 갑옷을 두르고 있었다.

쿵! 쿵! 쿵!

땅이 크게 요동쳤다.

[아누비스 님의 명이다! 적들을 지옥으로 끌고 가라!]

짐승의 울부짖음과 함께 하늘과 땅이 뒤흔들리고, 지옥의 문이 열렸다.

콰르르릉!

땅이 갈라지고 끓어오르는 용암 속으로 왕의 군대들이 떨어졌다.

[으아아아악!]

결국 수 만의 군대들이 모두 사라지고, 남은 것은 파라오들뿐. 하지만 신의 위용 앞에서 그들은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파라오가 태양신의 아들이라 불리나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법.

신들은 의기양양하게 파라오들에게 말했다.

[자, 잔말 말고 순순히 따라와라.]

[주인이 너희를 원한다고 하신다!]

[하지만!]

[시끄러우니까 빨리 안 와?!]

[이러고 있는 시간도 아깝다!]

오시리스와 세트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이미 브랜드 별 치킨 4박스와 걸그룹과의 팬미팅 생각으로 꽉 차 있는 게 틀림없었다.

결국, 그들의 살벌한 오라에 파라오 유물들은 오들오들 떨었다. 하물며 유물의 입장에서 봐도 저들은 군단장과 사단장이었다.

‘왜 저분들이 인간의 편을 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배신자다.

이 일을 총수에게 알려야 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자신들의 힘으로는 어림도 없는 법.

‘여기서는 그분을 의지하는 수밖에.’

사실 이 무덤에는 또 하나의 신급이 숨어있었다.

다행히 그분의 존재는 아직 눈치를 못 챈 것 같으니 괜찮으리라.

‘우리가 끌려가도 그분이라면 총수께 이 일을 알려드릴 거다.’

‘우리가 희생하자.’

‘그 후에 도망치는 거다.’

곧 파라오의 모습들이 유물의 형태로 바뀌었다.

낮과 밤의 서, 투탕카멘의 가면 등 여러 형태의 유물들이 나타났다.

[알았습니다. 따르겠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자 오시리스와 세트는 눈을 반짝이며 주헌을 보았다.

이제 되었냐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때였다.

“왜 니들만 와?”

[!]

그 말에 파라오 유물들이 움찔하고, 주헌이 얄밉게 이죽거렸다.

“한 놈 더 있잖아? 신급.”

젠장!

눈치챘나!

그 말에 3인방 유물도 깜짝 놀랐다.

파라오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한 놈이 더 있다고?]

“그래. 있잖아. 저기.”

주헌이 가리킨 곳에는 동아줄이 있었다.

[#$*#&*!]

이리 안 와? 이리 안 와?

동아줄은 웬 새의 다리를 묶으며 질질 끌어당기고 있었다. 그리고 정작 동아줄에게 잡힌 새는 낑낑거리며 날개를 퍼덕이고 있었다.

새의 종류는 따오기.

따오기는 마치 이거 왜 이러냐는 듯, 자신은 그저 지나가던 선량한 새라는 듯 난동을 부렸지만, 글쎄.

새를 알아본 동아줄이 물고 늘어졌다.

[#*&$*!]

가자니깐! 가자니깐!

물론 당황한 따오기는 분노했다.

[이거 안 놔? 이거 안 놓냐고!]

결국 동아줄의 횡포에 짜증이 났는지 새가 동아줄을 콕콕콕콕콕 찔러댔다. 날카롭고 긴 부리가 몸을 찌르자 동아줄은 굉장히 아파했다.

[#**!]

그만해! 아파, 아파!

그리고 이때 새가 우아하게 하늘로 날아오르며 코웃음을 쳤다.

[멍청한 놈들!]

결국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동아줄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주헌을 보았다.

[#*&*!]

도망갔어! 도망갔어!

아무래도 주헌에게 미안하다며 울먹이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때였다.

[바로 그겁니다! 토트님! 어서 도망치십시오!]

[배신자들의 소식을 총수께 어서!]

파라오 유물들이 신이 났고, 이집트 3인방 유물은 낭패라는 듯 보았다.

[얼씨구, 토트 놈이 있을 줄은 몰랐네.]

[저거 하늘로 도망치면 답이 없는데.]

그러나 주헌은 실소를 흘리며 뭔가를 급히 집어 들었다.

“왜 답이 없어, 저 새 대가리가!”

주헌이 집어든 것은 동아줄과 투탕카멘의 가면!

주헌은 동아줄로 가면을 묶고, 휘휘 크게 돌렸다. 그리고 그 원심력을 이용해 허공에 던져버렸다!

쉬익!

그리고 졸지에 야구공이 된 가면은 비명을 질렀다.

[#*$&*!]

끄아악! 이 몸을 뭘로 보고 이러는 거냐!

그리고 강속구로 날아간 황금 가면은 새에게 명중했다!

까앙!

그것도 심지어 머리에 정확히!

[커, 커헉!]

결국 따오기 새는 머리가 꺾이면서 바닥에 추락하고 말았다.

그래보여도 투탕카멘의 가면은 광석 덩어리.

아무리 신급이라고 해도 수십 킬로에 달하는 걸 머리에 맞고 무사할 순 없으리라!

[커, 커허억.]

그리고 배를 드러내고 쓰러진 새 앞에 주헌이 다가갔다.

이놈은 이집트 주요 신 중 하나인 토트. 지식의 신이며 지옥의 서기관. 굳이 비유하면 그리스 신화 속 헤르메스와 비슷한 위치라고 보면 되었다.

‘설마 하니 이놈이 걸릴 줄은 몰랐군.’

주헌은 가늘게 웃었다.

하지만 자존심 드높은 따오기가 쿨럭 거리며 이를 갈았다.

[이 내가 인간 따위를, 그리고 인간에게 꼬리치는 배신자 놈들에게 굴복할 것 같으냐!]

그 말에 주헌이 히죽 웃었다.

“야, 새대가리. 너 나름 지식의 신이지. 그럼 혹시 인간들 말 중에 그 말도 알아?”

[뭐?]

“다굴 앞엔 장사 없다.”

동시에 세 이집트 신의 눈이 맹렬하게 번득였다.

****

[왕가의 계곡 무덤에서 유물들을 빼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도굴에 성공했습니다.]

[투탕카멘의 가면 등 파라오의 유물들을 손에 넣었습니다.]

[사자의 서를 손에 넣었습니다.]

[지옥의 서기관 토트를 손에 넣어 〈죽음의 신들〉을 모두 손에 넣었습니다.]

[연이 있는 망자의 유물 4개가 모여 특별한 〈유물 조합〉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사자(死者)심판〉 특수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도굴꾼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무덤에서 나온 주헌은 아주 만족스러워했고, 율리안은 내심 입을 떡 벌리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 괴물 놈. 신급 유물을 3개씩이나 저렇게 다루다니.’

유물들은 발동 되는 시간동안 주인의 체력과 정신력을 소비한다. 때문에 신급 유물쯤 되면 여러 개 유물을 동시에 발동시키기가 힘들었다.

율리안조차도 신급인 인드라의 유물을 쓰면서 다른 유물은 사용하지 못했다.

‘무리했다간 유물이 폭주하고, 도리어 죽는다.’

자신더러 방금과 같은 상황을 벌이라고 했으면 지금쯤 당장 혼수상태에 빠졌다.

‘확실히 유물사용자로서 기본 베이스가 다르긴 다르군.’

뭐, 생각해보면 원래도 유물사용자로서의 랭킹은 탑 5에 들어갔었지만.

그리고 주헌은 푸짐하게 쌓여 있는 유물들의 앞에 서 있었다. 그건 파라오의 유물들이 아니었다.

‘미군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주헌은 낯익은 물건을 발견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노트]

그걸 본 주헌은 흡족해 하며 유재하에게 던졌다.

“받아라, 네 거다.”

“네? 제 거요?!”

물론 율리안이나 이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에 유재하가 저걸로 꽤나 사기를 많이 쳤었지.

그럴 때 율리안이 푸짐하게 쌓인 미군의 유물을 보며 웃었다.

“자, 그럼 이제 이걸 미군에 돌려주면 되는 거지?”

“네, 네?”

“왜? 미군하고 계약 했잖아. 미군의 유물을 찾아서 돌려준다고. 다빈치 유물만 얻으면 끝 아니었어? 나머지는 돌려줘야…….”

그 말에 주헌이 코웃음을 쳤다.

그게 뭔 개소리야?

분명 그런 눈빛이었다.

========== 작품 후기 ==========

지금 뭔 소리 했냡 ^.^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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