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2 파라오의 저주 =========================================================================
〈 파라오의 저주 (5) 〉
권 회장은 주헌이 벌여놓은 짓에 쌍욕을 날렸다.
아니, 그건 당연했다.
“누가 이딴 짓을.”
일명 보스룸.
여기는 최후의 방이었다. 그리고 과제를 수행하려면 이 방의 꼭대기로 올라가야만 했다.
‘여기에 밧줄이 하나 있을 거라고 했다.’
운명왕 놈이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런데 이건 도대체 뭐냐고!”
기껏 10억을 들여서 미래를 읽어내게 했건만!
하늘에서 살랑거리는 밧줄이 있긴 있었다.
그런데 수백 개가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회, 회장님! 이거 저희 유물들 아닙니까?”
“그래! 유재하 그 새끼가 복제해간 우리 유물! 확실합니다!”
바닥에 가득 깔려 있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유물들이었다.
사소한 유리병부터 귀후비개, 잉크병, 카드, 인형, 면봉 등등. 쌓인 물건이 무릎까지 올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유물 복제품이었다.
“왜 이게 여기에!”
“왜긴 왜야! 유재하 그놈이 개짓거리 해놨네!”
“그래봐야 복제품이지. 진짜는 못 가져갔잖아, 등신 새끼.”
“그래. 그러니까 신경 쓰지 말고….”
그런데 이때였다.
쾅!
“으아아악!”
짐꾼들이 가지고 있던 짐가방에서 갑자기 폭발이 일어나고 말았다.
터진 것은 모두 열 명의 백팩! 사람들은 모두 당황해서 소리를 쳤다.
“뭐야, 무슨 일이야!”
“유물 가방이 갑자기!”
하지만 더 기겁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가방이 폭발하면서 안에 있던 물건들이 바닥에 쏟아진 것이다. 그리고 바닥은 유물의 바다.
당연히 골 때리는 일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쨍그랑, 챙그랑!
“젠장! 섞였어! 섞였다고!”
“찾아!”
하지만 찾으려고 해봐야 어디 찾을 수 있나.
“팀장님! 찾을 수가 없습니다! 유물들이 다 똑같아요!”
“무슨 소리야! 그래봐야 가짜들이야! 유물 사용자라는 놈들이 진짜 가짜도 구분 못 해?! 오라로 구분하라고!”
“아니, 그렇게 말하셔도……!”
진짜 구별이 안 가는데!
이때였다.
“못 찾을 거얼? 니들의 거지 같은 눈썰미로는 완전 무리거든?”
얄밉게 웃는 목소리는 뒤에서 들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을 본 TKBM의 발굴단 모두가 이를 갈았다.
“너, 이 새끼들!”
나타난 것은 바로 서주헌 일행. 그리고 주헌의 뒤에서 깐죽거리고 있는 건 바로 유재하였다.
그런 꼴을 혈압이 오른 TKBM발굴단원들이 외쳤다.
“너, 이 개새끼, 설마 가방을 터트린 것도 네 짓이냐!”
유재하는 정말 얄밉게 웃었다.
“이 멍청이들아, 그걸 이제 알았냐! 폭탄 유물을 하나 넣어뒀지!”
그렇다.
유재하는 TKBM의 유물들을 복제해서 달아났다.
사실 유물의 복제 따위, 하도 주헌에게 맞… 아니 단련되다 보니 이젠 몇 분만 있으면 충분했다.
그리고 복제품인 만큼 놈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겠지만, 사실 모든 건 이 상황을 위한 물밑작업!
아니나 다를까, 유재하가 주헌을 재촉했다.
“단장님, 빨리. 빨리, 빨리! 시간 없다고요!”
그러자 주헌은 가볍게 웃으며 소주병, 아니 금각은각의 호리병을 꺼냈다.
동시에 발동된 유물.
유물은 굉음을 내면서 바닥에 흩뿌려진 유물들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말았다.
쿠구구궁!
바닥에 흩어진 가짜와 진짜 유물이 모두 호리병 속에 들어가고 만 것이다.
자신들의 유물들이 모조리 쓸려가자 발굴단들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유물이!”
“저 미친!”
그걸 보며 유재하는 낄낄낄 성공 했다며 좋아했고, 율리안은 주헌이 쓰는 호리병을 보며 ‘아… 저거 내 유물인데.’ 하고 슬퍼했다.
결국 유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납치되자 팀장들은 절규했다.
“회복 유물들을 다 가져가다니…!”
하지만 아까워하는 팀장들과 다르게 권 회장은 크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잔꾀를 쓰다니.”
“회장님…!”
“그래봐야 또 구할 수 있는 유물이다! 이 무덤의 유물을 우선시해라!”
그 말에 발굴단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밧줄을 붙잡았다.
이렇게 된 이상 먼저 이 무덤을 클리어하고 유물을 가져간다!
‘파라오의 유물 정도면 능력치도 좋을 거다.’
“올라가! 빨리!”
“먼저 올라가야한다!”
수십 명의 사람들이 능숙하게 밧줄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이 일제히 밧줄에 오르는 그 순간!
뚝.
“끄아아아악!”
밧줄이 끊어지면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갑자기 벽이 갈라지면서 벌레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 식인 벌레들이었다.
“아아악! 저게 뭐야!”
딱정벌레 비슷한 벌레들은 검은 파도를 만들어내며 인간들에게 몰려들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뚝! 뚝! 뚝!
사방에서 밧줄이 뚝뚝 끊어지면서 사람들이 추락하고.
“아아악! 내 피부가!”
“으아아악! 눈이, 눈이 안보여!”
“아아악! 내 존스으은!”
여기저기에서 파라오의 저주를 뒤집어쓴 사람들의 곡소리가 터져 나왔다.
“젠장! 복불복이야!”
“서주헌 저 또라이!”
확실했다.
밧줄조차도 주헌이 수작을 부려 놓은 것이다.
일명 함정 개조하기.
실제로 방법은 간단했다.
먼저 유재하가 밧줄을 복제하고, 아이린이 가짜 밧줄만 만지면 세팅 끝!
그럼 밧줄에 불행의 힘이 담겨 자연스럽게 저주받은 밧줄이 탄생했다.
결국, 무덤의 함정까지 발동되어 구덩이에 빠지고 똥물까지 뒤집어쓴 발굴단이 참다못해 외쳤다.
“서주헌! 진짜 밧줄은 어느 거냐!”
그러나 주헌은 그걸 왜 알려주냐면서 코웃음을 쳤다.
“니들 눈깔 병신이야? 왜 그걸 못 찾아?”
“뭐라고?!”
주헌은 어깨를 들썩였다.
“그래도 난 관대하니까 알려주지. 일단 사람이 착해야 해. 나 같이 아주 선한 사람만이 진짜가 보인다는 말이지.”
허, 뭐? 착해? 선해?
“어디 해봐! 새끼야!”
그러자 주헌이 시범을 보일 겸 수백 개의 밧줄에 다가갔다. 하지만 손을 뻗던 그가 잠시 미간을 찌푸리더니….
“칫, 동아줄! 어딨어!”
불렀다.
동아줄을!
그러자 수백 개의 밧줄 중에서 씰룩씰룩 몸을 흔드는 밧줄이 딱 하나가 있었다.
모습은 위장 했는지 이집트 양식의 밧줄이었지만……….
[#^&!]
응! 나 여깄어! 여깄어!
주인이 부르자마자 신이 나서 여기 있다고 잔뜩 티를 내는 동아줄이었다.
[#$&*!]
나 찾았어? 찾았어?
그리고 그걸 보며 주헌이 씨익 웃었다.
“자. 봤지? 저게 진짜야. 역시 사람이 착해야 해요.”
“야씨, 이 사기꾼아!”
“그게 찾은 거냐!”
“꺼지고. 야, 너희들. 위로 먼저 올라가.”
주헌의 지시에 단원들이 물었다.
“단장님은요!”
“난 저 노친네한테 볼 일.”
“네?”
곧 주헌이 의기양양하게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건 바로 고흐의 그림!
마침내 유물이 발동 되고, 그림 속에서 낯익은 물건이 떨어졌다.
쿵!
“!”
육중한 굉음을 내며 떨어진 것은 다름 아닌 주헌이 갇혔었던 파라오의 관짝!
“뭐야, 저게!”
왜 저딴 걸 소환했나 싶었지만, 이미 갇혀본 적 있던 주헌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툼글리프 언어로 외쳤다.
[왕이여 들어가라! 영원한 안식을 취하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권 회장의 모습이 사라졌다.
“회, 회장님?!”
“뭐야, 어디로 사라지셨어!”
하지만 그는 이 공간에서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쿵쿵쿵!
아니나 다를까, 황금 관짝 안에서 권 회장이 미친 듯이 발악을 했다.
“여기서 안 꺼내?!”
사람들은 까무러치고 말았다.
“회, 회장님?!”
“설마 여기 갇히신 겁니까?!”
“야!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주헌은 하하하 웃었다.
“들어가기엔 좀 이른 거 같긴 하지만, 어디 고생 좀 해보시지!”
저 관짝은 왕급들을 가두는 이 무덤의 함정. 그리고 그 관짝에서 나올 때 주헌은 지렁이에게 탈출 주문을 들었었다.
그러니 반대로 가두는 주문도 협박해서 들었을 뿐이다.
결국 발굴단들이 관짝에 몰려들었다.
“젠장, 회장님! 곧 꺼내드리겠습니다! 조금만 참으십시오!”
“그래봐야 소용없을 텐데.”
“넌 안 닥쳐?!”
그럴 때 밧줄 위에서 유재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장님! 제가 마지막입니다! 빨리 올라오세요!”
아무래도 그 사이에 부하들 모두 과제의 방으로 올라간 모양이었다. 남은 건 동아줄을 붙잡고 낑낑 올라가고 있는 유재하 뿐.
“서둘러요!”
“알았다.”
주헌도 동아줄을 잡고 올라가려고 했다.
그런데……….
“단장님?”
유재하는 주헌이 안 따라오자 올라가다 말고 밑을 보았다.
“단장님, 안 올라오세요?”
“아……… 난 잠깐 볼일이 생겨서.”
“엥? 볼일? 유물을 코앞에 두고 무슨 볼일! 그런 계획 없었잖아요!”
어, 그래 없었지.
없었는데.
주헌은 동아줄을 쏘아보며 눈썹을 꿈틀 거렸다.
[파라오의 저주가 내려왔습니다.]
[마음이 불량한 사람은 동아줄에 오를 수 없습니다.]
이 새끼가.
[마음을 곱게 쓰세요.]
[당신은 글러 먹었습니다.]
콱 죽여버릴까?
그럴 때 그런 주헌을 자극하기라도 하는 듯 들려오는 목소리.
[그러게 심성 좀 곱게 쓸 것이지.]
[저 인간은 원래 동아줄에 못 올라타는 인간 놈이다. 신경 꺼.]
계속해서 들려오는 유물의 목소리에 주헌의 욕을 읊조렸다.
“이것들이……”
“다, 단장님?”
위에서 이설아까지 당황하고 있었다.
결국, 주헌은 손을 흔들었다.
“됐고, 너희들끼리 먼저 유물 얻고 있어라. 난 잡몹 정리 좀 하고 가마.”
유재하가 황당해했다.
“네? 뭔 소리야! 댁 그런 성격도 아니잖아!”
“왜! 안 돼? 불만이야?”
주헌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노려보자 유재하는 화들짝 놀라며 먼저 올라갔다.
“아, 안 될 거 없죠! 뭐!”
주헌은 사기꾼 유재하를 보며 분노했다.
‘저런 놈도 동아줄에 올라탈 수 있는데 난 왜………!’
그리고 주헌이 못 올라오자 이번엔 동아줄이 낑낑 거리면서 난처해했다.
[$#**[email protected]]
왜 안 되지, 왜 안 되지!
동아줄은 왜일까, 안절부절못하며 고민했지만, 주헌은 색욕의 무덤에서부터 그 답을 알았다.
뭐 호랑이가 동아줄을 잡지 못했던 거랑 비슷한 이치겠지만…….
[이게 다 도둑놈 새끼가 감히 우리의 무덤에 손을 대서다. 천하의 고얀 놈.]
[하하하. 어디 여기서 봉사활동이라도 해보려무나! 존경한다고 복창이라도 해보라고!]
[그럼 우리가 특별히 저주를 거두어주지!]
파라오들의 비웃음에 주헌의 얼굴 근육이 씰룩였다. 확실히 놈들의 말에 따르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주헌은 관 앞에서 실랑이를 벌이는 발굴단을 쏘아보았다.
“야 니들!”
“뭐 새끼야! 빨리 회장님 안 꺼내?!”
“시끄럽고. 니놈들 전원 계단이 되어야겠다.”
“뭐, 뭐라고?”
발굴단은 저게 뭔 개소리를 하냐고 했지만, 주헌이 벽의 그림 하나를 톡 건드렸다. 그러자 들려오는 물소리.
쿠구구구!
동시에 엄청난 양의 물이 사방에서 뿜어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뭐, 뭐야 이건!”
거의 파도 수준으로 밀려들어오는 물은 순식간에 방 전체를 뒤덮었다.
콰왕!
발굴단은 갑작스러운 재난에 휘말리고 말았다.
“으아아악! 살려줘!”
그리고 그렇게 몇 초쯤 지났을까.
물이 증발하고, 주헌은 그제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눈앞에 남은 건 갑자기 들이닥친 물에 기절한 사람들. 그리고 관짝에 들어가 있어 운 좋게 멀쩡했지만, 빠져나올 수 없는 권 회장.
권 회장은 관을 쾅쾅 치며 윽박을 질렀다.
“뭐야! 무슨 일이야! 대답해라!”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면서 네로를 불러냈다.
“이봐, 네로 놈. 너한테 시킬 일이 있다.”
[뭔데 그러느냐?]
“니 병사들 좀 불러서 저기 널브러진 것들 좀 쌓아라.”
일명 인간 탑.
젠장. 까짓거 직접 계단을 만들면 그만이지.
***
과제의 방.
그 파라오의 방에서 주헌은 물기를 털어내며 이를 갈았다.
“이집트의 왕인가 뭔가 콱 그냥. 엿을 먹이는 것도 정도껏 해야지.”
주헌의 분노에 단원들은 덜덜 떨었지만, 율리안은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며 큰 문을 열었다.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리자 안에서 뭔가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역대 파라오들의 모습이었다.
‘S급 유물, 심지어 신급 유물도 있군.’
단원들은 모두 반사적으로 몸을 떨었다.
“하 씨, 오라의 기운 보소. 위험한 유물들이 도대체 몇 개야!”
그러나 그 위압감에도 단장은 눈 하나 깜짝 안하고 물었다.
“무덤의 과제는?”
기억과 다른가 싶어 물어보자 율리안이 답해주었다.
“간단해. 파라오의 분노를 이겨내는 거야. 할 수 있겠어?”
그 말에 주헌은 실소를 흘렸다.
뭐? 파라오의 분노?
드물게 열 받아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지들이 분노할게 뭐가 있다고. 좋아. 어디 누구의 분노가 쎈지 비교해 봐?”
주헌은 낯익은 유물세트를 꺼냈다.
========== 작품 후기 ==========
예약이 불발되어서 올라가지 않은 걸 늦게 확인했네요 ㅠ.ㅠ
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