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7 네 죄를 네가 알렸다 =========================================================================
〈네 죄를 네가 알렸다 (4)〉
‘젠장, 이럴 거면 그냥 죽여라.’
동아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아누비스는 주르륵 눈물을 흘렸다.
그건 당연한 이야기였다.
주헌이 파괴하면 유재하와 리틀 유재하가 죽지 않을 만큼 복원하고, 또 파괴하고, 소생해주고, 파괴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아주고…….
그뿐이 아니었다.
[어서 용서를 빌어라! 안 그러면 TV를 끊어버린다고 했단 말이다! 뜨와이스 연속 생방송 공연을 봐야 한단 말이다! 뜨위를 봐야 한다고오!]
[용서를 빌어야 치킨을 사준다고 했다! 드라마 보면서 먹어야 한다고!]
다른 멍멍이들이 아누비스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바로 세트와 오시리스였다.
이설아와 유재하에게 각각 잡혀 있는 맹견들은 확실히 신급이었다. 심지어 사단장 이상.
하지만 계급이 높으면 뭘 하나.
그래봐야 TV만 보면서 먹고 자는 잉여…… 아니, 주헌에게 완전히 길들여진 짐승들이었다.
그래서 아누비스는 억울했다.
[……젠장, 그동안 다 저분들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했거늘…… 어째서….]
그러나 두 맹견들이 항의했다.
[아누비스! 감히 말대꾸를 하다니!]
[주인을 향해 눈을 치켜뜨다니!]
[똑바로 하지 못하겠느냐!]
아이고, 내 팔자야.
아누비스의 속이 터지거나 말거나 세트와 오시리스 유물이 주헌에게 꼬리를 쳤다.
그것도 아주 살랑살랑.
[인간. 이제 다시 TV를 보게 해줄 거냐?]
[치킨은? 너네 먹는 거 맛있더라.]
그러자 주헌이 악랄하게 웃었다.
“한 달 무제한 VOD 서비스 신청해두마. 치킨은 반반 세트로 한 달 치. 그러니까 총수의 약점도 좀 팔래?”
[그럴까?]
[어떤 약점이 필요한데?]
아니, 그런 걸로 파시면 안 된다니까요!
아누비스는 엉엉 울었다.
그럴 때였다.
주헌이 아누비스의 배를 쿡쿡 찌르며 물었다.
“됐고, 똥개. 질문이 있다.”
[지, 질문?]
“내 정보들과 약점들. 니가 날 보고 분석한 거냐?”
[아니다.]
“그럼?”
[인간… 넌 내가 우습게 보이나 본데….]
그럴 때였다.
[빨리 대답하라고! 니 대답에 우리 뜨위가 달려 있다고!]
[내 치키이인!]
아니, 이분들이!
도대체 그 멋있던 분들이 어쩌다가!
결국 아누비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지, 지렁이 놈이다…! 그놈이 너에 대해 잘 안다고 했다. 그리고 몇몇 유물들의 증언도 조합해서….]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숨 막히는 지배력이 뿜어져 나왔고, 유물들이 빼애애액 비명을 질렀다.
[#$**]
끄아앙, 모두에게 알려라! 살생부야, 살생부!
[#$*&$*)]
난 아무 말도 안 했다. 안 했다!
결국 주헌의 살벌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집에 가면 새로운 사업을 준비한다.”
“………터진 유물 가루 사업이요?”
식용인지, 미용인지 정체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똥개. 임무를 내리겠다.”
[이, 임무?]
“까마귀 놈의 무덤을 불도록.”
[까, 까마귀?!]
“그래. 니들이 유배해둔 그 까마귀 말이다.”
아누비스는 내심 당황한 듯 했다.
이 인간. 설마하니 그 무덤에 가서 정말 까마귀 유물을 도굴해올 셈인가!
그러나 그 생각대로라는 듯 주헌이 이죽거렸다.
“아무래도 그 스토커랑 긴히 할 말이 있거든. 근데 위치를 잘 몰라서.”
물론 주헌은 사람을 시켜 조사를 했었다.
위치는 대략 아마존.
분명 주헌의 머릿속에 그 무덤의 위치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조사 결과 그 자리에는 까마귀의 무덤이 없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15년 뒤이니 위치가 다르거나 숨겨져 있거나 둘 중 하나겠지.
그래서 묻는 것이다.
“자, 그러니까 어디에 있는지 말해보라고.”
[크윽!]
주헌은 아누비스의 멱살을 거칠게 잡았다. 그러면서도 아누비스는 몸을 움찔 떨었다.
그건 당연했다.
‘젠장, 이놈이 그 무덤을 알게 된다면……!’
그리고 그럴 때였다.
쿵!
폭탄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왕가의 계곡이 크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은 갈라지기 시작하고, 공기의 질은 매연처럼 독가스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커헉!”
덕분에 기침이 터져 나오고 피부가 따끔거렸다.
이어서 급하게 떠오르는 메시지.
[주의. 누군가의 힘에 의해 무덤이 확장 됩니다.]
[7대 무덤으로 성질이 개조되기 시작합니다.]
메시지가 떨어지기 무섭게 거대한 지진이 일어났다.
“뭐야, 갑자기 이거!”
유재하와 루이가 비명을 질렀다.
격렬한 땅울림에 중심을 잡고 서 있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쿵! 쿵! 쿵!
[주의. 무덤이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흉악한 오라가 인간들을 위협합니다]
그건 위험 경보.
실제로 펜타곤을 90% 삼킨 무덤은 점점 더 몸집을 불리고 있었다.
7대 무덤의 징조였다.
그리고 모습에 주헌은 아누비스의 주둥이를 재빨리 콱 비틀어 붙잡았다.
“이 새끼가 까마귀를 찾으랬더니 그새를 못 참고 니 집을 키우고 있냐? 날 해코지하려고?”
주헌의 살벌한 눈빛에 아누비스는 억울했다.
[아니야, 내가 아니다!]
“정말로?”
아누비스는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맹세할 수 있어. 정말 아니다!]
도리어 이 상황은 아누비스가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괜히 제 힘을 필요 이상으로 소비하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확실했다.
이런 짓을 할 만한 건…….
[……총수다.]
“뭐?”
[총수라고!]
“!”
확실했다.
총수가 이곳에 나타난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총수가 무덤에 간섭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 힘을 빼가서!
‘설마 우리 무덤을 이용해서 서주헌을 죽이려는 건가.’
실제로 느껴졌다.
어딘가에서 자신들만 느낄 수 있는 총수의 기운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걸 깨닫는 순간 아누비스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젠장, 지금까지 총수가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는 거잖아!’
주헌에게 얻어터지고, 동아줄에게 시달리고, 주헌에게 꼬리를 흔드는 상관들의 모습까지 다 지켜봤겠지!
아누비스는 죽음의 공포에 파르르 떨었다.
소문에 의하면 총수가 예상치 못하게 당했니, 능욕당했니 했지만, 그거야 어쩌다가 한번 있는 돌발상황인 것이고.
총수의 힘을 괜히 신급 유물들도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 까마귀만 아니었어도 애초에 총수가 인간에게 빙의하는 일은 없었을 터.’
그래서 총수도 어떤 걸 애타게 찾고 있었다.
어쨌든 그 인간혐오증 총수가 인간 계약자와 있는 건 까마귀 탓이다.
그런데 주헌이 그 까마귀를 해방시키면 어찌 되겠나!
‘또다시 마신이 나타 날거다. 총수는 분노할거고!’
그러나 주헌은 더욱 거칠게 아누비스의 숨을 졸라왔다.
“자, 말해. 까마귀는 어디에 숨겼냐.”
그런데 이때였다.
“뭐야, 니놈이 왜 여기에 있어?”
복도에서 낯익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
한편 그 무렵.
판도라 최고 자리, 이사진의 방에 독수리 한 마리가 날아왔다. 그리고 창가에 착지한 독수리가 방 안의 남자에게 보고했다.
[이사님, 아무래도 총수 유물이 서주헌을 제거하려는 것 같습니다.]
독수리는 유물이었다. 그것도 신급 유물이었다.
“서주헌?”
[네. 서주헌이 까마귀 계약자라는 소문이 퍼졌으니까요. 총수 성격에 가만히 둘리가 없죠.]
“펜타곤에서 죽일 생각인가 보군.”
말을 주고받는 건 귀공자 스타일의 남자로, 로스차일드 가문의 장남이었다.
그리고 로스차일드의 말에 맞은편에 있던 미인이 놀라워했다.
“뭐? 서주헌을 노리고 있다고?”
그녀는 오스틴 록펠러의 누나였다.
망나니 오스틴과는 다르게 차분하고 묘한 매력을 풍기는 누님 스타일.
“그럼 지금 펜타곤이 무덤으로 변한 것도 서주헌을 없애기 위한 거란 말야?”
“겸사겸사겠지. 유물들은 원래 모든 인간들을 죽이고 싶어 하니까.”
둘은 모두 판도라의 의장단 소속.
그러니까 이사진이자 판도라의 시스템 유물을 부리는 판도라 최고 우두머리들이었다.
곧 로스차일드… 아니, 인간의 모습을 한 유물이 말했다.
“그곳에 판도라 소속 발굴단들이 꽤 많이 몰려갔어. 안전 챙기고, 서주헌도 잘 지켜봐.”
그러자 독수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왜 그렇게 서주헌을 신경 쓰시는 겁니까? 수장님?]
“적의 적은 아군이랬어. 총수를 상대할 수 있는 건 그놈뿐이고.”
그는 이를 갈았다.
“하여간 그 거미 놈. 인간출신들을 무시하고, 실세 좀 잡으니 아주 지들이 잘난 줄 알지.”
그는 총수가 싫었다.
유물들을 총괄하는 우두머리라지만 어디 모든 놈이 우두머리를 좋아할 수 있으랴.
당연히 1세력이 있으면 2세력도 있는 법이다. 그것도 만만치 않은.
“어쨌든 서주헌은 까마귀가 선택한 남자다. 총수를 누를 패야. 잘 지켜봐라.”
그러자 독수리는 좀 불만인 듯 했다.
[그래도 하필 그 까마귀 계집과 손을 잡자니요. 너무 위험합니다. 게다가 그래봐야 범죄자…….]
“결과만 좋으면 범죄자든 뭐든 다 이용하자고.”
그 말에 이브 록펠러가 섹시하게 다리를 꼬며 웃었다.
“둘이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서주헌을 두고 보라는 거지?”
“안 되겠어? 판도라한테도 이득일 텐데.”
장난스럽게 웃던 이브는 곤란하다고 했다.
“안 될 걸? 이미 권 회장을 비롯해서 이를 가는 사람이 한 둘인가.”
주헌이야 워낙에 공공의 적이니.
실제로 이브 록펠러는 핸드폰에 온 메시지를 보면서 하하 웃었다.
[아 미친, 서주헌 쟤가 왜 여깄어! 판도라에서 안 알려줬잖아!]
펜타곤에서 온 항의 메시지였다.
***
“왜 니가 여기에 있냐?”
나타난 것은 윤시우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잊으래야 잊을 수 없는 얼굴이 하나 더.
“역시 이곳에 있을 줄 알았지.”
‘권 회장.’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펜타곤이 무덤으로 변했다는 소식에 날아온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실시간으로 사기왕을 빼앗긴 게 분해서 쫓아왔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지만.
그런데 좀 이상했다.
‘권 회장의 지배력이 올라갔다?’
틀림없었다.
그 사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권 회장의 지배력이 훨씬 더 올라가 있었다.
주헌이 상당히 경계할 정도로.
이 정도면 사황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다.
‘좋은 유물을 얻었군.’
척하면 척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무덤으로 변한 펜타곤의 모습을 보면서 권 회장은 웃었다.
“아무래도 미군의 유물도 다 무덤에 삼켜진 모양이군. 심지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도.”
그 웃음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권 회장은 유재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무덤 밖만 아니었어도 서주헌의 측근 따위, 그 목을 동강냈으리라.
“확실히 우린 이제 다빈치 유물을 가져갈 수 없지. 네 복원꾼 나부랭이가 꼬마의 부친인 이상.”
하지만.
“무덤이라면 모든 불법 행위가 묵인되지?”
비릿하게 웃던 권 회장이 바로 외쳤다.
“빨리 움직여라! 먼저 들어가서 이 무덤의 유물을 죄다 쓸어와!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도!”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TKBM 발굴단 간부들이 흩어졌다.
그 모습에 이설아는 치를 떨었고, 사기왕과 유재하가 주헌의 눈치를 살폈다.
“야. 삼촌. 저거 괜찮은 거야? 무덤 안에 있는 유물 다 빼앗길 거 같은데?”
“단장님, 저희도 움직이죠!”
“잠깐.”
“네? 하지만…!”
“지금 우르르 가봤자야.”
권 회장을 보고 빡쳐 하던 주헌은 웃으면서 어딘가에 문자를 보냈다.
[아이린, 지금 바빠요? 괜찮으면 오랜만에 같이 무덤에 안 들어갈래요?]
아무래도 무덤 안에서 죄다 죽여버릴 생각인 것 같았다.
========== 작품 후기 ==========
지상 최대의 무기 강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