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6 네 죄를 네가 알렸다 =========================================================================
〈네 죄를 네가 알렸다 (3)〉
[크윽! 서주헌 이놈!]
주헌은 참 반갑다는 얼굴로 주먹을 우드득 거렸다.
“집 떠나니까 편하던? 주인을 팔아먹으니까 속이 편했어?”
[크윽……. 아, 아니 그게!]
멍멍이 아누비스는 몸을 파르르 떨었다.
주먹을 우드득거리고 있는 주헌의 모습이 살벌하다 못해 끔찍했기 때문이다.
“자, 선택해봐. 첫 번째, 끓는다. 두 번째, 찢는다. 세 번째, 불을 지핀다.”
아니 도대체 뭔데 그게!
그러자 그 말에 답하기라도 하듯이 주헌이 답했다.
“첫 번째는 탕 요리, 두 번째는 전채 요리, 세 번째는 통구이. 뭐가 취향이야? 말만 해. 참고로 난 회도 좋아해.”
젠장, 어느 쪽이든 죄다 죽이겠다는 소리잖아!
결국 아누비스는 눈물을 찔끔 뽑아내며 뒷걸음을 쳤다. 어지간히도 열받긴 열받았는지 주헌에게서 뿜어지는 지배력에 소름이 쫙 돋았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설아야. 요리 준비해라. 난 재료를 손질할 테니.”
“그럴까요.”
이설아 역시 칼을 뽑아들자 아누비스는 비명을 질렀다.
살벌하게 번득이는 칼날은 닿기만 해도 가죽을 벗겨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여기서 순순히 잡히면 신급 유물의 체면이 서지 않는 법.
‘도망가야 한다!’
아누비스는 필사적으로 도망을 쳤다.
그러자 유재하와 이설아가 놀랐다.
“아! 도망친다!”
“저 놈이!”
그러나 주헌은 여유로웠다.
“이야, 저놈이 집 나가더니 놀아달라고 애교가 늘었네. 뭐, 좋아. 하자. 단.”
주헌은 살벌하게 웃었다.
“잡히면 뒤진다.”
그리고 주헌이 나서려는 그 순간, 주헌의 옆에서 뭔가가 뛰쳐나갔다.
[#$*#!)]
내가 잡아 올게! 잡아 올게!
그건 바로 동아줄이었다.
신이 난 동아줄이 몸을 씰룩이며 아누비스를 쫓아갔다.
물론 아누비스는 거품을 물 뻔했다.
동아줄 주제에 개의 전속력 질주를 따라잡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저게 진화를 하더니 진짜 미쳤나!]
그러나 동아줄은 눈을 번득이며 두두두두 아누비스를 쫓아왔다.
[#$*#&*!]
거기 서! 거기 서!
이런 미친!
아누비스는 깨갱, 결국 건물 어딘가에 숨었다.
기척이란 기척도 다 지웠다.
‘여기라면 모를 거다.’
하지만 번득이는 동아줄의 촉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
여기 숨었어? 여기 숨었어?
동아줄이 쾅, 화장실의 문을 무섭게 열어젖혔다.
화장실에 몸을 숨긴 아누비스는 몸을 덜덜 떨었다.
‘아이고, 걸리면 끝이다!’
이미 동아줄에게 당해본 기억이 있는 아누비스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그리고 슬금슬금 화장실로 기어간 동아줄이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눈을 번쩍이는 게(?) 섬뜩할 지경이었다.
[#**]
여기야? 여기야?
그렇게 화장실을 꼼꼼하게 둘러보던 동아줄이 칸막이 앞으로 가더니….
쾅!
첫 문이 열리고!
콰광!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문까지 열렸다.
공포에 질린 아누비스는 숨을 꾸욱 참았다.
‘그래. 여기까지는 모를 거다.’
정말 모를 것이다.
아니, 알면 큰일 난다!
그러나 마침내 열렸다!
마지막 문이!
하지만.
[………….]
마지막 문까지 연 동아줄은 몸을 씰룩이지 않았다.
아니 시무룩해졌다.
안에는 아누비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누비스는 후,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역시 눈치 못 챘다.
‘……자, 어서 나가라. 나가.’
그런데 이때였다.
동아줄이 약속이나 한 듯이 갑자기 천장을 보았다.
[!!!]
그리고 아누비스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천장의 장식물에 달라붙어 있던 아누비스와!
[커, 커억……!]
동아줄은 씨익 웃는 듯했고, 아누비스는 꼬리를 내리며 민망하게 웃었다.
[여, 여기 남자 화장실…….]
그러나 그 순간!
[#$&9#!)]
찾았다! 찾았다!
동아줄은 재빨리 아누비스의 목을 잡아 끌었다.
[커허어억!]
쿵!
목이 졸린 아누비스는 거품을 물 수 밖에 없었다.
[놔라, 이놈아! 커헉!]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동아줄은 기분이 좋아져서 주헌에게로 얼른 달려갔다. 그 바람에 목이 졸린 채로 끌려가는 아누비스는 졸지에 바닥걸레가 되고 말았지만.
아누비스를 체포한 동아줄은 기쁘게 팔짝거렸다.
[#$(#*(!]
주인님, 잡아 왔어! 잡아 왔어!
주헌은 아누비스의 꼬리를 콱 비틀어 잡으며 흡족해했다.
“좋아, 아주 훌륭하다. 아주 잘했어.”
동아줄은 눈을 반짝였고, 아누비스는 씩씩 거렸다.
[내 꼬리 놔라! 놓으라고! 감히 천한 인간이!]
“뭐라고?”
주헌이 콱 꼬리를 비틀자 깨갱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재하는 ‘제발 살살. 제발 살살.’ 하고 기도를 하고 있었고.
결국 급해진 아누비스가 외쳤다.
[거기 꼬마 인간!]
아누비스가 외치자 사기왕이 깜짝 놀랐다.
그러나 놀라거나 말거나, 아누비스가 사납게 이빨을 드러냈다.
[빨리 작전을 수행해라! 뭐하는 거냐!]
그러나 루이는 엉뚱한 소리를 했다.
“씨, 유물이 무덤 밖에서 말을 하네? 복화술인가?”
엉뚱한 소리를 하다못해서 뒷걸음질까지 치자 아누비스는 똥줄이 타들어갔다.
[뭐하나! 빨리! 준 유물을 쓰라고! 서주헌의 힘을 빼앗아!]
“아, 그거? 미안. 그거 이미 빼앗겼는데…….”
[?!]
“심지어 망가졌는데….”
아누비스는 당황했다.
뭐라고!
감히 자신이 준 유물을 빼앗겨!
망가트려?!
‘이런 쓸모없는 인간들 같으니!’
미군이고, 운명왕이고, 사기왕이고!
약점을 주면 뭘 해!
도구를 주면 뭘 하냐고!
하지만 아누비스의 말에 주헌은 무척 흥미를 가졌다.
“오, 뭘 줬는데 그러지? 내 힘을 빼앗는 물건이 뭔데?”
답한 건 유재하 쪽이었다.
“아마 이걸걸요?”
유재하가 흔들어 보인 건 열쇠고리였다. 루이한테서 빼앗은 그 열쇠고리다.
얼핏 보기엔 판다 모양의 열쇠고리였다. 재질은 플라스틱. 하지만 파괴당한 탓인지 판다의 목이 안쓰럽게 달랑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본 아누비스는 입을 떡 벌렸고, 주헌은 흥미로워했다.
“마술 유물?”
정확히 말하면 유물은 아니다. 아마도 마술 관련 유물이 만들어낸 부속품? 대충 도구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주헌이 집중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
‘최소 S급 이상이 만든 물건이다.’
이를 테면 사람들이 유명한 마법사라고 기억하는 멀린, 솔로몬, 니콜라스 플라멜, 파우스트, 알리스터 크로울리 같은 놈들.
그런 놈들이 만든 물건일 것이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자신을 없애기 위해 아누비스 놈이 의뢰를 했겠지.
그리고 그렇다는 건…….
‘이미 그것들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거잖아?’
주헌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최근 고위 랭크의 유물들을 얻었지만, 대다수가 비전투 유물이라 안타까워하던 참이었다.
기능만 보면 성전환 유물이라든가, 환골탈태 유물, 언어 마스터 유물, 100% 고백-청혼 성공 유물, 잠을 안 자도 되는 유물, 집중력 100% 유물, 최강 인맥 유물 등등 혹할 만한 게 많이 나왔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는데 하물며 유물이야.
주헌은 충분히 활용하기도 좋고 사업가치도 높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율리안처럼 번개가 빵빵 터지는 뽀대나는 유물도 묘하게 부러운 것도 사실.
‘나보다 좋은 걸 가지다니.’
샌님주제에.
주헌은 조금 삐죽였다.
뽑기 운이 안 좋은 건지, 무덤 운이 안 좋은 건지.
뭐, 어떤 유물이든 인간이 사용하기 마련인 법.
반드시 전투 유물이 강하거나 상위 랭크 유물이 이긴 다는 법은 없다.
유물도 상성이 있고, 조합이 있다.
그래서 꼭 묠니르(?)라든가 엑스칼리버(?) 라든가 치우천왕의 유물 따위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부럽다.’
남자라면 뽀대나는 유물에 대한 로망은 어쩔 수 없나 보다.
‘그나마 유일하게 뽀대났던 유물은 이 꼴이고.’
주헌은 사자군단을 소환하는 아누비스를 보며 눈을 부라렸다.
“어쨌거나 저 꼬마가 그걸 들고 있었다고?”
사기왕은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낀 건지 살금살금 도망가려고 했다.
하지만.
“꼬마야, 어딜 가?”
이설아가 웃으며 루이 마틴을 꼭 붙잡았다. 루이는 주헌이 무서워 도망가려고 했지만 이설아의 품에 꼭 안기자 움직임이 멈췄다.
이유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리라.
“저 밝히는 놈. 부러운 놈.”
유재하가 그렇게 중얼거렸고, 주헌이 물건을 살펴보려 할 때였다.
[………사단장을 우습게 보지 마라!]
짓밟혀 있던 아누비스가 눈을 번득였다.
그러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쿵!
망가진 줄 알았던 판다 열쇠고리가 번쩍 빛이 나면서 발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아니, 망가지긴 했어도 아누비스가 자신의 오라로 물건을 움직이게 했다.
번쩍!
그러자 목이 덜렁거리던 판다가 살아 움직이며 눈을 번득였다. 악령이라도 빙의한 듯한 광경에 유재하와 루이가 아아악 비명을 질렀다.
“미친, 뭐야! 이거!”
“아아아악! 무서워! 저거!”
뭔 놈의 컨셉이 하드고어 판다냐!
눈과 몸에서는 피가 철철 흐르고 안에는 굳이 묘사하지 않아도 될 그것들이 꿀렁거렸다.
틀림없이 저 물건을 만든 유물의 취향이리라.
그리고 이때 기묘한 변화가 생겼다.
‘!’
주헌은 깜짝 놀라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이건……….’
그러나 그 사이, 악령 판다가 눈을 번득이며 깡총 뛰어내렸다. 손에는 언제 훔쳤는지 모를 유재하의 볼펜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판다는 덜렁거리는 목을 스스로 척 붙이며 주헌에게 두두두 달려들었다.
그 뿐인가.
흉기로 삼은 볼펜에 수상한 오라가 돌자 부하들이 다급하게 외쳤다.
“단장님!”
“으아악! 도망쳐요! 그거 못 막아! 찔리면 좀비 돼!”
하지만.
처얼썩!
“!”
악령 판다는 주헌에게 손 끝도 못 대고 날아가버렸다.
심지어 지배력이 실린 싸대기라 박살이 나버렸다. 그리고 바로 욕을 날렸다.
“엄마야, 부수려면 잘 좀 부숴놓으란 말이야. 깜짝 놀랐잖아.”
정말 놀랐던 걸까 싶긴 하지만.
“괜찮으세요?”
“괜찮긴 한데.”
주헌은 씨익 웃으면서 아누비스를 쏘아보았다.
“이 새끼가 뭔 짓을 하나 했더니, 골 때리는 짓을 하려고 했네.”
아누비스는 망했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렇다.
주헌은 분명 느꼈다. 몸에서 늘 느껴지던 무언가가 일순 사라지려고 하는 것을.
그게 뭔지 정확히 몰랐었는데 이제는 확실해졌다.
‘까마귀의 힘이다.’
메시지창은 물론 내성과 도굴 스킬도 사라질 뻔했다.
말이 사라질 뻔한 거지 실제로는 잠시 먹통이 될 뻔했다는 표현이 더 맞겠지만.
‘까마귀랑 정식으로 계약을 안 해서 그런가.’
그래서 불안정한 것이리라.
‘아무래도 빨리 까마귀 놈을 찾긴 해야겠군.’
그래서일까, 주헌이 이렇게 말했다.
“똥개. 지금부터 네 놈이 해야 할 일이 있다.”
[뭐, 뭐? 뭔 일?]
“그 전에…….”
퍼엉!
[깨애앵!]
콰왕!
[끼이잉!]
콰과광!
[꾸에에에엥!]
자고로 모든 요리는 손질이 중요한 법.
부수고 고치고, 부수고 고치고.
콰왕! 콰와아앙!
정신교육을 위한 특별한 재료 손질 시간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좋은 교훈의 시간이었다....! tx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