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65화 (165/409)

00165 네 죄를 네가 알렸다  =========================================================================

〈네 죄를 네가 알렸다 (2)〉

[작전대로 잘 되고 있나보군.]

서주헌이 이곳으로 오고 있다.

그 사실에 대형견 아누비스는 웃고 있었다.

몸 곳곳을 다쳐서 거지 같은 꼴로!

왜?

‘젠장. 총수님도 너무하시지.’

그렇다.

집을 나갔던 아누비스는 이미 습격을 받은 뒤였다. 열받은 총수가 아누비스를 수배했기 때문이었다.

‘빌어먹을, 이게 다 서주헌 때문이다.’

총수가 나타났을 때 꽁무니가 빠져라 도망가긴 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다른 사단장에게 붙잡힌 것이다.

[최근 무슨 일을 하고 돌아다니는지는 모르겠는데, 너 이대로면 총수한테 정말 죽는다.]

[무슨 말 하는지 알지?]

알다마다.

총수의 성격에 자신은 물론, 함께 붙잡힌 오시리스와 세트도 죽을 게 분명했다.

[서주헌을 확실하게 처리해라.]

[안 그러면 너부터 처형이다.]

결국 아누비스는 행동에 옮겼다.

주헌의 적이 될 만한 이들에게 살인을 청부하고 직접 서주헌 살해 계획을 세웠다.

‘이렇게 안 하면 내가 죽는다.’

그런데 정작 오시리스와 세트는 도움은커녕 졸리다, 배고프다, 드라마 재밌다, BOB가 예쁘다… 이딴 개소리나 지껄이면서 천하태평이고!

누구는 둘의 안전을 위해 율리안의 계약서에도 발도장을 찍었어야 했건만!

‘젠장, 그 까마귀만 아니었어도.’

그렇다.

처음부터 그 까마귀가 문제였다.

‘서주헌의 이상한 기술들은 전부 그 까마귀가 준 것이겠지.’

내성이나 도굴 관련 스킬들 일체 말이다.

그리고 틀림없었다.

‘그건 분명 오딘의 능력이다.’

전쟁과 죽음, 지식, 주술 등 다양한 주술을 부릴 줄 알았던 북유럽 신들의 왕이자 마술사.

주헌의 내성이나 도굴스킬들은 그 마술사의 능력이 아니면 설명이 되지 않았다.

‘괘씸한 까마귀.’

하지만 그래 봤자였다.

‘계약상태도 아니라 불안정하다.’

즉, 주헌의 힘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 힘만 없으면 나도, 다른 유물들도 서주헌을 공격할 수 있어.’

전에는 비록 내성에 막혀 공격이 안 통했지만, 내성만 사라지면 그래봐야 남들과 똑같은 평범한 인간!

그리고 마술의 힘에는 마술로 대항해야하는 법.

아누비스는 인간들에게 유명한 마술사 유물을 찾아내 특수한 물건을 제작하게 했다.

바로 주헌을 보호하고 있는 까마귀 유물의 힘을 제거하는 물건을!

비록 까마귀 본체는 없애지 못해도 주헌을 보호하고 있는 오라는 제거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그 역할을 해줄 것이 바로 사기왕.

루이 마틴이었다.

그래서일까.

아누비스는 펜타곤을 향해 들어오는 지프를 보며 큭큭 웃었다.

‘자, 작전은 성공했겠지.’

계획대로라면 주헌이 펜타곤에 도착하기 전에 까마귀 유물을 처리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리고 일반인이 된 주헌이 이곳에 내리는 순간!

‘처리한다.’

아누비스는 웃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 진짜 펜타곤의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네.”

지프가 엔진소리를 내며 멈추고 주헌 일행이 내렸다. 그런데 미소를 짓던 아누비스의 표정이 좀 이상해졌다.

[어, 어라?]

이상했다.

서주헌을 둘러싸고 있는 까마귀 오라의 힘이….

[젠장! 아직도 안 없어졌잖아!]

아누비스는 패닉에 빠졌다.

설마 작전에 실패한 건가!

동시에 아누비스는 화가 솟구쳤다.

[기껏 서주헌의 정보를 뿌려줬거늘!]

그런데 왜 저깟 인간 놈 하나 못 잡니! 왜!

그리고 아누비스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다.

‘젠장, 이대로면 죽는다.’

그렇다.

자신이 여기에 있다는 걸 서주헌이 눈치채기 전에 빨리 도망가야 했다.

안 그러면 죽는다!

그러나 아누비스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직 괜찮다.’

아직 자신이 여기에 있는 걸 알아챘을 리가 없었다.

‘제깟 놈이 이렇게 멀리 있는데 무슨 수로 날 찾겠어?’

그러니 지금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만 했다!

***

하지만 눈치를 못 채기는 개뿔.

“이 똥개 새끼. 어디 갔나 했더니.”

주헌은 무덤으로 변한 펜타곤을 보면서 이죽거렸다.

눈앞에는 깎아내린 듯한 거대한 암석 계곡이 있었다.

미국의 육해공을 총괄하는 연방정부기관. 세계 최대의 사무용 빌딩 펜타곤은 이미 온데간데없었다.

대신 있는 건 〈왕가의 계곡〉.

이른바 파라오들의 공동묘지다. 쉽게 말해 도굴을 막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야 할까.

썩어도 준치라고, 아누비스는 이집트를 대표하는 신급 유물이다.

휘하의 유물들을 총동원해 무덤을 만들라 시키는 건 우스웠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정보를 살피던 이설아가 다급하게 외쳤다.

“단장님, 역시 이집트에서 왕가의 계곡이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 왕가의 계곡 무덤이 맞는 것 같습니다.”

“판도라 경계령은?”

“4단계, 최고 등급으로 재난급입니다. 10분 전에 발령 되었고, 각지에서 출동 명령이 내려졌다고…….”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뭐 이정도 무덤이면 다들 몰려드는 게 정상이지.

다만 오는 놈들은 죄다 작살이 나겠지만.

‘저건 이집트 3대 무덤 중 하나다.’

7대 무덤과 버금가는 난이도. 덕분에 보물들이 바글바글했지만 글쎄.

“진짜 저기 거지 같았는데.”

어디 그뿐인가.

“우리 신입 한 명을 잡아먹었던 무덤이잖아.”

주헌은 싸늘하게 이죽거렸다.

대충 30살쯤이었나.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여자아이가 인력 충원으로 들어왔었는데, 결국 이 무덤에서 죽었다.

“아, 날 잘 따르던 애였는데. 진짜 예뻤는데.”

그러자 유재하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 누군데요? 누군데! 얼마나 예쁜데!”

그러나 그런 그를 무시하고 이설아가 한마디 했다.

“단장님, 관심가지지 마세요. 지금은 끌려갑니다.”

“아이 씨, 왜! 왜 끌려가는데! 꽃뱀이야? 유부녀야?”

“하긴. 지금이면 초등학생이겠네.”

“미친 초등……? 단장님 그렇게 안 봤는데 아누비스의 정보가 진짜 였… 커헉!”

졸지에 한 대 얻어맞은 유재하가 뭐라고 하려는 때였다.

“서주헌 씨죠?”

“!”

군용차량에 앉아 있는 미군들이었다.

총 4명 정도가 있었는데, 미 육군의 장교로 보였다.

“마중 나가려고 했는데 먼저 오셨군요.”

주헌에게 손을 내민 것은 건장한 체격의 40대의 남자였다.

“매튜 대령입니다.”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유물사용자다.’

물론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주헌은 그가 상급자라는 걸 깨닫고 바로 질문했다.

“됐고, 왜 우릴 공격했죠?”

왜 미군을 보내서 펜타곤에 못 오게 막으려 했냐는 것이었다. 그 말에 매튜는 굉장히 미안해했다.

“죄송합니다. 한스 대장께서는 타국의 유물 사용자에 대해서 특히 배타적이라서요.”

“그래서 다짜고짜 총알을 날린 거군?”

“그뿐이 아닙니다.”

매튜는 대답대신 무덤으로 변해버린 펜타곤을 가리키며 웃었다.

“당신이라면 저 안을 다 털어가고도 남잖습니까? 안타깝게도 미군의 유물이 다 저기에 먹혀서요.”

“아.”

유재하는 바로 눈치챈 듯 이마를 짚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바로 영업맨의 얼굴로 매튜 대령의 손을 잡았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이래서 사람의 평소 이미지가 중요한 거죠! 오죽하면 단장님이 유물을 다 털어갈 거라고 생각하겠어요. 단장님. 그러니까 행실 좀 똑바로…….”

“닥쳐. 니 하드 박살내기 전에.”

“저희 단장님께서 워낙 선량하시고 청렴결백 하셔서요. 뭔가 오해가 있으셨을 겁니다.”

바로 급변하는 태도에 이설아는 기가 막힌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그리고 유재하가 치사하다는 듯이 주헌에게 속삭였다.

“이러기에요? 몇 개 공유해줬잖아! 그걸 왜 박살내!”

“기억이 없는데?”

“와! 나 완전 억울해! 단장님 좋아했거든? 입꼬리 올라가는 거 나 다 봤거든? 카피해간 것도 다 봤거든!”

“닥쳐. 니 취향 구렸어.”

“#*$#&*!”

그럴 때였다.

“각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서주헌 씨를 모시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군복을 입은 구릿빛 피부의 청년이 경례를 하며 나타났다.

그 말에 매튜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쪽이 모시지.”

그렇게 매튜가 주헌 일행을 데리고 가려는 때였다.

[#*$$*!]

동아줄이 어째서인지 주헌이 옷자락을 쭉쭉 잡아 당겼다.

“?”

주헌은 의아했지만 동아줄이 계속 주헌을 낑낑 잡아 당겼다. 뿐만 아니라 유재하와 이설아도 잡아 당겼다.

[#*$#&*#]

가면 안 돼. 가면 안 돼.

동아줄의 말은 알아들을 수 없지만 척 봐도 가지 말라는 신호.

아마도 매튜를 경계하는 것이리라.

하지만 그런 동아줄의 마음도 모르고 유재하가 외쳤다.

“얘가 갑자기 또 왜 이래? 놀아줄 시간 없다, 야!”

[#$*$*!]

아니야, 아니야! 그게 아니야!

결국 동아줄과 매튜를 빤히 보던 주헌이 픽 웃었다.

“됐습니다. 그냥 저분을 따라가죠. 대령님께 안내를 받기엔 부담스러워서.”

매튜는 하하 웃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필요한 일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주세요.”

그 말을 하며 매튜는 주헌을 관찰하듯 보았다.

매튜 타일러.

미군 내에 숨어 있는 그는 사실 히틀러 유물의 사용자였다. 바로 얼마 전에 그의 눈앞에 히틀러의 유물이 나타난 것이다.

그리고 가슴에 야심을 품고 있는 이 미군 대령은 주헌이 참 탐났다.

그 도굴 실력, 일하는 방식, 가치관 등등 모든 것이 마음에 쏙 들었다.

어떻게 해서든 손에 넣고 싶었다.

‘서주헌이 있으면 내 이상향을 실현할 수도 있다.’

그래서 그가 번호를 넘겨주며 말했다.

“당신의 힘이 되겠습니다.”

그리고 번호를 힐끗 보던 주헌은 픽 웃었다.

“필요하면 연락은 하겠지만, 얼굴은 앞으로 안 봤으면 좋겠는데.”

“네?”

“아, 오해 말고요. 전화로만 만나자는 소리. 그럼 이만.”

잠시 후 주헌이 손을 흔들며 사라지자 매튜의 옆에 있던 부하들이 황당해했다.

뭐? 얼굴은 앞으로 안 보면 좋겠어?

“저런 무례한 놈이…!”

부하들이 미간을 좁혔다.

“뭔가 눈치챈 걸까요?”

“아니. 기본적으로 유물사용자들은 대령님께 호의를 가질 수밖에 없어.”

부하들은 바로 주헌을 욕했다.

“대령님, 저딴 놈 상대할 필요 없으십니다. 원래 왕급들이 좀 성격이 다 이상하잖습니까.”

“제물은 저놈이 아니어도 됩니다.”

하지만 히틀러는 재미있다는 듯이 말했다.

“서주헌을 전폭 지원해줘라. 비위 거슬리는 짓은 절대 하지 말고.”

***

한편 대통령을 만나러 가는 길.

구릿빛 피부의 군인을 따라가던 유재하가 이상하다는 듯 입을 삐죽였다.

“왜 그런 말을 했어요? 그렇게 좋아 보이는 사람한테. 기껏 안내해준다는 사람한테.”

“뭐?”

그 말에 우뚝 멈춰선 주헌이 부하들을 쏘아보았다.

이상했다.

저 성격 꼬인 놈이 저렇게 처음 보는 사람을 확 믿는 놈도 아닌데.

“너희 둘, 그 남자한테서 아무것도 못 느꼈나?”

“네?”

그의 질문에 유재하는 고개를 갸웃거렸고, 이설아도 진지하게 고민하는 눈치였다.

“글쎄요. 꽤 유능한 유물 사용자 같았는데요. 호감형에 인상도 무척 좋아보였어요. 또 중년의 중후함이 잘 느껴지는 게….”

그러자 주헌이 픽 웃었다.

“오. 나보다?”

“………네?”

고개를 갸웃거리던 이설아는 뭘 깨달은 건지 새하얗게 질려서 외쳤다.

“그럴 리가요! 절대로 아니에요!”

이설아는 필사적으로 부인했다.

“그냥 사업 파트너로서의 소감을…!”

“그래 그래. 설아 취향은 그런 중년이었나보네.”

“단장님, 잘못했어요…….”

“중년배우들 공연이라도 예약해줄까?”

“#*&$#*!”

더 괴롭히다가는 울 것 같아서 주헌이 픽 웃었다. 장난이 좀 지나친 모양이었다.

“어쨌든 난 걔 별로야.”

“왜요? 동아줄이 별로라고 해서?”

“아니, 권 회장 닮았어.”

“……………?!”

“그러니까 싫어.”

유재하와 이설아는 경악했다.

그러고 보니………!

미묘하게 닮기는 했다. 물론 형제 같은 건 아닐 것이다. 그냥 세상에 닮은꼴은 많으니까.

“어쨌든 그 남자는 피해라.”

“허…….”

졸지에 권 회장을 닮은 사람들은 무슨 잘못인가 싶긴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말하긴 했어도 주헌은 엄연히 다른 이유로 경계하는 것이었다.

‘세상에 이유 없는 친절은 없다.’

적어도 유물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그러니까 쉽게 손을 잡지 않는다.

그리고 이때였다.

“뭐, 그건 됐고. 거기 군인양반.”

“네?”

주헌이 불러세운 건 자신들을 데려가던 군인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별 건 아니고. 각하를 만나러 가기 전에 집나간 똥개랑 이야기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네?”

“그러니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그쪽이 아니라고.”

주헌이 가리킨 곳은 으슥한 골목.

그래서일까.

청년이 난처하게 웃었다.

“서주헌 씨. 갑자기 무슨…… 커헉!”

청년은 순식간에 주헌에게 배를 얻어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그 순간!

펑!

“!”

이설아와 유재하가 깜짝 놀랐다.

“저건!”

눈앞에 나타난 건 바로 낯익은 검은 개였던 것이다!

“아, 아누비스?!”

주헌은 하하 웃었다.

“집 나가니까 개고생이지? 세상 원래 다 그래. 그러니 집에 온 걸 환영한다!”

아니 집이 더 위험할 것 같은데!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오늘은 공지로 찾아 뵙습니다. ㅠㅠ

최근 다른 플랫폼과의 분량 차이 이야기가 있었는데, 미리 전달드리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부터 먼저 드립니다.

계약할 때 독점이나 선독점 이야기가 있었는데, 아무래도 제게 있어 조아라가 마음의 고향이란 느낌이 강해 제가 고집을 피우며 조아라는 계속 하던대로 하겠다고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첫 연재처인 만큼 편수 차이를 최대한 두지 않고 계속 연재 하려고 했으나, 이제 버티기 좀 힘들 것 같고 저도 계약을 성실하게 이행할 의무가 있어 부득이하게 이런 공지로 찾아 뵙게 되었습니다.

드릴 말씀이 없고, 정말 죄송합니다.

물론 조아라에서도 연재는 계속 정상연재 입니다. 단지 선독점 조건이 있어 당분간 주4회 연재를 하게 될 것 같지만, 조아라를 소홀히 하거나 하는 마음은 결코 없습니다. ㅠㅠ

분량의 최소 조건만 만족이 되면 조아라에도 글을 자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무료때 부터, 또 유료때에도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시고,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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