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62 내가 니 애비다 =========================================================================
“자, 10초 후에 너는 어떻게 될까? 맞춰봐.”
주헌이 운명왕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살벌하게 웃고 있는 꼴이 불길했다. 하지만 운명왕은 헛웃음을 흘렸다.
아니, 10초 후에 어떻게 되긴 어떻게 돼?
그걸 질문이라고 하는 건가!
“어떻게 되긴, 네가 죽을 거다!”
운명왕은 자신의 유물을 발동 시켰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빠악!
운명왕의 눈앞에 불꽃이 튀겼다.
“커허억!”
쇠 같은 뭔가가 정확하게 코에 작렬했다. 주헌에게 안면을 얻어터지고 만 것이다.
동시에 운명왕은 저 멀리 날아버리고 말았다.
쿵!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그리고 그를 날려버린 주헌이 후, 주먹을 불면서 한마디 했다.
“땡. 틀렸음. 이거 순 사이비네.”
결국 황야에 드러누운 운명왕은 헛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저 미친 놈.’
정말 눈앞에 별이 보인다는 게 이런 걸까.
안면이 뽀개지는 듯한 충격과 함께 코가 뜨뜻한 게 느껴졌다.
“으… 코, 코피?!”
오히려 얻어터지고 이성적일 사람은 아무도 없으리라.
그래서 그가 외쳤다.
“야! 니가 깡패야?! 고소한다!”
“아. 안 들려 안 들려.”
주헌은 얄밉게 웃었다.
“왜. 내가 고상하게 유물이라도 사용할 줄 알았나보지? 너한테는 유물 사용하는 것도 아까워.”
“뭐?!”
“아, 그리고 꼴에 남자라고 자존심은 있는 모양인데. 끝이 아닌데 어쩌냐?”
“?”
주헌은 생긋 웃었다.
“아직 10초 안 지났잖아?”
“………?!”
동시에 운명왕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이자식 설마!
아니나 다를까.
뒤이어 바로 찰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맛 괜찮은데? 내 부하는 됐고. 노예 해라, 너.”
방금 전 일격은 인사였다는 듯, 다진 고기가 될 것 같은 구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퍽! 퍽! 퍼억, 퍼억!
동시에 무덤에 돼지 멱따는 소리와 사람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끄아아악!”
덕분에 떨어져 있던 유재하는 차마 못 보겠다는 혀를 차야만 했다. 은근슬쩍 루이의 눈을 가려주기도 했다.
“어유, 저거 더럽게 아플 텐데.”
자신도 체육관에서 한번 깝쳤다가 사정없이 샌드백이 된 적이 있어봐서 안다.
근데 그땐 또 부하랍시고 적당히 한 모양이었다. 주먹에 담겨 있는 힘이 전혀 달랐다.
그러니 나올 말은 하나였다.
“어오, 쟨 싸움도 못하면서 무슨 똥배짱이야.”
아니, 사실 조슈아가 싸움을 못하진 않는다. 그는 그래보여도 경호원들도 때려눕힐 솜씨였다.
그냥 상대가 좀 급이 안 맞을 뿐이지.
결국 조슈아는 배를 움켜쥔 채 비틀거렸다.
‘이 자식이!’
심지어 치사하게 겉으로 안 보이는 부위만 골라서 쳤다.
누가 보더라도 ‘나 안 때렸음’ 하고 오리발을 내밀 생각이 틀림없었다.
주헌은 방긋 웃었다.
“자, 10초 다 지났어. 그런데 나 아직 안 죽었는데?”
“……커헉!”
“아파서 목소리도 못 내겠지?”
이놈이.
“근데 이놈 완전 돌팔이였네? 이거 사기죄로 클레임 걸어야 해? 지 미래 하나 못 맞춘다고 소문내야 하나?”
운명왕은 답답했다.
그게 아니라 니가 이상한 거라고!
‘역시 아까부터 유물이 통하지 않는다.’
그랬다.
이 녀석에게 자신의 유물이 통하지 않았다.
〈서주헌, 너는 죽는다〉
정상적이라면 그 말을 들은 주헌은 지금쯤 정말 쇼크로 죽었어야 했다.
하지만 쇼크는 개뿔.
“세상에 이런 선무당들이 많아서 문제라니까.”
그딴 식으로 지껄여댔다.
물론 주헌도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이 이상 강탈왕의 능력치(?)가 올라가도 곤란했으니.
하지만.
“솔직히 말해. 너 지금 미래 못 보지?”
“……!”
그렇다.
주헌은 운명왕의 능력을 시험해본 것이다.
“진짜 미래를 봤다면 지금도 내 질문에 쳐 맞는다고 답했겠지.”
그 말에 운명왕은 허, 코웃음을 흘렸다.
뭐 주헌의 말이 맞았다.
전투 중엔 미래를 볼 수가 없으니까.
왜?
[노스트라다무스의 〈제세기(諸世紀)〉 (S급-영웅전설급 / 귀속성 유물)
사람들에겐 1999년 종말론으로 더 유명한 점술가 노스트라다무스.
의학을 전공했지만 환자를 봐주면서 예언을 시작했다.
가톨릭에서 금서로 지정한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집은 제세기라는 이름으로 출간이 되었는데, 전부 4행시 운문으로 되어있는데다가 애매한 표현으로 되어 있어 사람에 따라 뜻이 갈렸다.
어쨌든 그 유물로 조슈아는 미래를 볼 수 있었다.
단, 잠을 자야지만.
제세기의 적중률이야 100%긴 하지만, 이건 뭐 전투 중에 이불 펴고 잘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래서 깨어있을 땐 아예 미래를 만들어내는 거건만.’
조슈아는 쯧 혀를 찼다.
비록 짧은 미래만 만들 수 있지만, 그것이 조슈아를 무적으로 만들어주는 제 2의 유물이었다.
주헌과 상대하면서도 계속 사용했었고.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
‘설마.’
주헌은 그런 운명왕의 표정을 읽은 듯이 방긋 웃었다.
그리고.
눈앞에서 피가 튀겼다.
“커허억!”
조슈아는 제 목을 움켜쥐었다. 목에서는 철철 피가 흐르고 있었다. 주헌이 검으로 조슈아의 목을 베어낸 것이다. 정확히는 성대를 망가트렸다.
조슈아는 괴로워하며 주헌을 쏘아보았다.
“커, 허억. 너……!”
“아까부터 말이 쫑알쫑알 많다 싶더니 일종의 언령 개념인 거지? 말이 현실이 되는 능력. 네놈이 지껄인 말이 미래에 발동되는 거야.”
젠장.
그리고 잠시 시간을 재던 주헌이 픽 웃었다.
“1분경과. 이걸로 확실해졌네. 말하지 않고서는 미래제조는 불가능.”
생각만으로 미래를 만들 수 있다면 지금쯤 무슨 일이 터졌겠지.
등신도 아니고, 주헌에게 이렇게 공격당했는데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미래제조는 예언을 상대가 들어야지만 효능이 있다.”
“………!”
주헌은 표표히 웃었다.
“그러니까 내 소문을 익히 들었을 테면서도 겁도 없이 기어 나온 거겠지.”
“………!”
“내 말이 틀려? 틀리면 말해봐. 아, 말을 못 하겠구나 이제.”
그제야 주헌은 뿅, 귀에서 귀마개를 꺼냈다.
무지하게 쫑알거리는 귀마개 유물이었다.
[#*#$&*!]
오빠, 내 말 좀 들으라고! 왜 자꾸 무시 하냐고! 밤마다 외롭다고!
주헌은 운명왕 앞에 나타났을 때부터 계속 그걸 끼고 있던 모양이었다. 전생에서도 운명왕의 능력을 봐왔던 그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리고 귀에서 음담패설을 해대는데 운명왕, 아니 사내새끼의 말 따위가 들리고 있겠나.
하지만 그걸 보며 정작 운명왕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저놈, 역시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
그러니까 귀를 막은 것이다. 물론 단순히 귀만 막는다고 다 되는 것도 아니지만.
‘의뢰서대로군.’
그럴 때 주헌이 발걸음을 옮겼다.
“자, 그러면 끝장을 내볼까.”
제발로 들어온 사냥감을 그냥 보낼 수도 없지.
주헌은 칼을 들고 다가오자 누워있던 운명왕이 재빨리 외쳤다.
“기으아ㅓ!(기다려!)”
그러나 목소리가 망가져 뭐라고 하는 지는 잘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주헌은 그냥 놈의 목을 치기로 했다.
“미안하지만 외계어는 평소 유물 목소리로도 지긋 지긋 하거든.”
곧 칼을 허공에서 번쩍이자 운명왕이 재빨리 수첩에 글귀를 썼다.
[Wait!]
그 말에 주헌이 칼을 멈추자, 운명왕은 기회다 싶었는지 재빨리 글귀를 적기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거래하자.]
[미래를 점쳐줄게. 대가 없이!]
거참, 이게 글씨인지 지렁이 기어가는 글씨인지.
하지만 주헌은 싱긋 웃으면서 칼을 번쩍 들었다. 그 가차 없는 손놀림을 보며 운명왕의 부하들이 깜짝 놀랐다.
“자, 잠깐! 영어 못 읽는 거야?”
“설마, 말은 되는데 문맹인거냐고!”
그럴 리가.
유재하는 심드렁했다. 다른 언어는 잘 몰라도 주헌의 영어실력은 원어민 이상이었다.
정말 쓸데없는 수준으로.
‘난 무슨 영문학 교수인 줄.’
그래서 유재하는 주헌이 올해 처음 여권을 발급 받았다는 말에 기겁할 뻔했다. 어쨌든 그러니까 조슈아가 적는 말을 못 알아들을 리는 없었다.
단지.
‘개소리라는 거지.’
아무래도 주헌은 운명왕과 협상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그래서 물었다.
“좋은 노예가 생길 거 같은데, 노예계약서 안 꺼내세요?”
“난 아무하고나 계약 안 해.”
어련하시겠어요.
까탈스럽기로는 우주 최강일 텐데. 그러나 주헌의 의도는 조금 달랐다.
“애초에 거래? 사람하고 거래를 하고 싶거든 직접 얼굴 맞대고 해야 예의지.”
“엥? 직접?”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의 칼이 조슈아의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퍼억!
조슈아의 목은 몸통과 분리되어 공처럼 데굴데굴 굴러갔다.
그걸 보고 부하들은 기겁했고, 유재하와 루이도 똑같이 아아악 식겁했다.
“목이! 목이!”
그러나 눈 하나 깜짝 않는 주헌은 혐오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어디서 버르장머리 없게.”
아니나 다를까, 목이 날아가 버린 조슈아의 몸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저, 저건!”
조슈아의 몸은 다른 사내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말쑥한 조슈아의 몸과는 다르게 덩치도 크고 우락부락했다. 심지어 날아간 목도 조슈아의 얼굴이 전혀 아니었다. 옷도 교소도 수감복이었다.
결국 유재하는 제 눈을 비빌 수밖에 없었다.
“수, 수감수?”
“사형수다. 심지어 이미 집행된.”
유재하는 식겁했다. 그 말의 의미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럼 시체?!”
그러나 주헌은 이미 눈치챈 듯했다.
“그래. 때릴 때 감촉이 살아있는 사람이 아니더라고.”
“그걸 알아내는 것도 참…….”
“뭐, 가짜 몸에 정신을 빙의하고 있던 거겠지.”
“그러면 진짜 본인은…!”
“집에 있겠지.”
“그럼 멀쩡하단 거잖아요.”
“아니, 멀쩡하진 않을 걸?”
주헌은 웃었다.
실제로 주헌이 조슈아의 목을 베던 바로 그 순간.
“커헉!”
조슈아는 침대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으아악! 미친!”
수면양말에 수면모자까지 제대로 챙기고 자고 있던 그는 숨을 헐떡였다.
“………서주헌, 이 개 같은.”
아주 끔찍한 감각이었다. 목이 잘리는 기분이 이렇게도 살벌할 줄이야.
그뿐인가.
“아, 내 몸. 내 모옴!”
링크가 끊긴 조슈아는 여기저기가 쑤시는 듯 애벌레처럼 꿈틀거렸다.
다른 몸에 링크 되어 있었다곤 하지만 그 고통은 고스란히 받는 게 문제였다.
“아이고, 아까 맞은 거 돌아왔네. 아오, 내 귀하고 귀한 몸이……!”
그래서 주헌과 다급하게 협상을 한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죽음의 감각까지는 느끼기 싫은 탓이었다.
왜?
꿈에 나오니까!
가위에 눌리니까!
결국 그는 베개를 치면서 절규했다.
가위 눌릴 바에야 차라리 적당히 미래 한두 개 팔아버리는 게 낫지. 조슈아에게 있어서 사람의 미래가치는 딱 그 정도 가치였다.
사람의 목숨도 자신의 편의와 기분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사람들의 미래는, 그래봐야 수많은 물고기라고 해야 하나.
좀 귀한 분들의 미래는 대충 참치 정도 되는 거고, 쓰잘데기 없는 일반인들의 미래는 잡어 정도.
조슈아는 그렇게 사람의 미래에 가치를 담았다.
누구는 캐비어, 푸아그라, 누구는 음식물 쓰레기.
그리고 조슈아는 그 미래를 보는 작업, 즉 낚는 작업을 해야 한다.
꿈을 꿔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서주헌, 아오!”
잡어 정도 가치밖에 안 될 놈의 미래를 손수 낚아주겠다는 건데!
그걸 무시하고 뎅강 목을 베?
“내 목이 공이야? 던질 거야? 발로 찰 거냐고!”
얼굴을 보는 건 처음이지만 새삼 권 회장이 빡쳐 하는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고.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미끼는 뿌려놨고, 계획은 착착 진행 중이거든.”
그래서 사기왕 꼬맹이를 준비한 것이고.
그의 앞에는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서주헌 제거 의뢰서]
[의뢰자: john smith]
그 의뢰서 안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었다.
[서주헌의 유물, 능력. 스펙에 대해서]
[서주헌의 최근동향까지]
[서주헌의 5개 약점에 대해서]
전부다 주헌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리고.
- 서주헌의 최대 약점: 서주헌이 임시로 계약중인 유물만 파괴하면 됨
- 추신. 까마귀 형태
- 추신. 반드시 서주헌을 제거해야함.
- 추신. 크게 사례함.
거기엔 낯익은 개발자국이 찍혀 있었다.
========== 작품 후기 ==========
2017년 새해가 시작 되었습니다. 조아라에서 무료에서부터, 또 유료에서부터 늘 도굴왕을 사랑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무사히 해를 넘겨서 연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늘 감사드리고 있으며, 더 좋은 글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해피 뉴이어!!!!!!!!^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