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58화 (158/409)

00158 과속 스캔들 (?)  =========================================================================

〈 과속 스캔들 (?) (5) 〉

“지금 뭐라고요?”

“뭐라긴. 가짜 친자증명서 만들어내라고.”

“제가요?”

“당연하지. 불일치로 나올게 뻔한데.”

유재하는 황당했다.

“지금 유물 털어내자고 가짜 아들을 만들어내자고요?”

“누가 만든대? 유물 털고 나면 볼 일 없어. 난 딸이 좋거든.”

뭐, 그건 그렇다.

유재하도 아들보단 예쁜 딸이 좋았다. 굳이 조카가 생긴다고 해도 주헌을 닮은 딸이 예쁠 것 같았고.

미스코리아는 그냥 찍고도 남지 않을까?

그리고 그 눈빛이 음흉하다고 느낀 건지, 진지하게 한마디 했다.

“26살 차이는 범죄다.”

“뭐래요! 생각도 안하거든요!”

“내 딸 건드리면 넌 고래잡이로 안 끝난다. 아예 니 고래를 지구상에서 지워주지.”

“이미 전 잡았거든요? 9살 때 돈까스 먹자면서 끌려갔거든요? 요즘엔 뭘로 꼬시는지 모르겠네. 그리고 일단 딸은 만들기나 하시죠?!”

“아무튼 좋다. 확인서는 확실하게 만들어내.”

유재하는 아이고야 이마를 짚었다.

그러니까 이 인간은 부모로서 아이의 유물을 스틸하겠다는 것이었다.

뭐 쉽게 말하면 세뱃돈은 엄마가 맡아줄게. 어른이 되면 돌려주고.

대충 그런 걸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냥 펜타곤에 들어가서 털어 오시죠?”

“마음에 안 들면 그럴 거야.”

얼씨구, 작전에 없지는 않았구만?

하지만 주헌이 이 방법을 택하는 이유가 이해도 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것이 철칙인 주헌의 입장에서 풍문왕의 찌라시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러니까 놈들이 뿌린 찌라시를 그대로 이용해주려는 것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는 해도….

“그 꼬마가 순순히 따라올까요?”

그러자 턱을 괴고 있는 주헌이 히죽였다.

“상관없어. 애새끼는 납치하면 그만이야.”

주헌은 이설아를 힐끗 보았다.

그 모습에 스파이, 납치, 잠입 등 은밀한 일 전문 이설아는 한숨을 쉬었다.

주헌의 명령이니 당연히 따르겠지만, 단장님을 미혼부로 만드는 일이라니!

‘슬퍼라.’

이설아는 얼굴을 짚었다.

그래봐야 일이 끝나면 바로 철폐할 일이긴 하지만.

그럴 때 유재하가 주헌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주세요.”

“뭘?”

“칫솔이나 담배꽁초 같은 거.”

“왜?”

“왜긴 왜야! 내용물은 바꿔치기 한다고 해도 일단 단장님 DNA를 넣어서 검사기는 돌려야 할 것 아냐!”

그 말에 주헌은 어째서인지 유재하를 빤히 보다가 한마디 했다.

“어차피 결과 바꿀 거잖아. 니 꺼나 집어넣어.”

“뭐, 뭐라고?”

이 인간이?

“아, 그리고 그 꼬맹이 쪽은 이걸 쓰고.”

주헌은 언제 가져온 건지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안에는 루이 마틴의 것으로 보이는 머리카락과 사탕막대기 쓰레기가 담겨 있었다.

물론 유재하는 기가 막혔다.

“………이 인간이 가짜를 만든다고 진짜 막 시키네.”

“어쨌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을 빼앗는 걸 최우선으로 해라.”

그렇게 주헌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유재하가 황급히 물었다.

“엥? 끝? 그럼 풍문왕 쪽은요?”

그 질문에 이설아가 주헌에게 물었다.

“풍문왕은 파산왕으로 처리하면 되지 않나요?”

“할 거야. 근데 지금은 아니야.”

“왜요?”

“괴벨스가 대중에게 환호를 받은 건 알지? 그 버프 때문인지 풍문왕도 대외적 이미지는 끝내준다.”

하긴, 단장님보다 훨씬 좋은 건 사실이지.

이설아와 유재하의 생각이 드물게 일치했다.

그러나 부하들이 무슨 생각을 하건 말건 주헌은 태연하게 말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아이린의 힘으로 불행해져봐라. 오히려 아이린이 악당으로 찍힌다.”

주헌은 아이린이 사람들에게 악당으로 찍히는 것은 원치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파산 능력을 쓰자니 주헌의 속이 영 시원치 못하다.

“그러면……”

“풍문왕을 확실하게 처리할 놈은 벌써 섭외해뒀어.”

주헌은 핸드폰 액정의 〈조지 홀튼〉 을 보며 히죽 히죽 웃었다.

그가 웃는 이유는 간단했다.

조지 홀튼에게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고문꾼〉

과거에는 보지 못했던 종류의 재능이었다.

뭐 조지 홀튼은 여전히 유물과 유물사용자를 사탄이라고 생각하기에 본인의 유물사용은 꺼려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러면 뭘 하나.

‘이런 놈들은 팍팍 키워서 노예로 삼아야지.’

이때 조지 홀튼에게 참 깔끔한 문자 하나가 날아왔다.

[가결]

주헌은 씨익 웃었다.

***

한편 권 회장도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서주헌이 어쩐 일로 도움이 되는 일을 하나 했더니.’

주헌의 패가 뻔한 조지 홀튼이 법안 추가 요청을 해왔다고 한다.

그래서 뭔 소리를 지껄일까 싶었더니, 의외로 그게 권 회장에게도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미성년자 유물소지에 관한 추가 조항]

안 그래도 왕급에 사기왕 루이 마틴 때문에 많은 논란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미성년자의 유물사용, 허용해도 되나?]

[아동에게 유물사용은 너무 일러.]

그런 상황에서 어린 아이에게는 후견인 유물 사용자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현재 판도라의 유물소지법에는 미성년자의 유물사용과 관련된 조항은 없었고 말이다.

아무래도 지금까지 어린 아이가 유물을 다룬 일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아니 있긴 했을 테지만, 애초에 꾼급(상급. 세계에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자들)이나 쟁이급(중급. 국내에 이슈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 정도가 아니면 세상에 드러날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조지 홀튼이 낸 추가조항은 빠르게 판도라 의회에 넘어갔다.

조항은 간단했다.

[미성년자의 유물 사용은 부모(없을 시 후견인)의 동의 후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만 12세 이하의 아동은 부모나 후견인의 관리 하에 유물을 사용할 수 있다.]

[부모나 후견인이 유물사용에 동의하지 않을 시, 모든 유물은 부모나 후견인에게 위탁된다.]

[그 유물은 아이가 성인이 되면 되돌려준다.]

그리고 그 안건에 대해서 판도라 의원들은 순식간에 가결 처리했다.

아주 일사천리로.

물론 꿍꿍이는 너무나도 뻔했다.

‘다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노리는 거겠지.’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유물의 랭크는 3가지 기준으로 분류되지만, 일단 사람들에게 유명하면 유명할수록 유물의 기능은 뛰어다는 것은 증명되었으니까.

그리고 권 회장 역시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에 흑심을 품은 한 명 중 하나.

‘무엇보다 이 꼬맹이는 부모가 없다.’

그렇다.

사기왕 루이 마틴은 원래 전쟁왕 키이라 장군이 데리고 있던 고아였다.

당시 미국의 TSOF를 총괄하다가 주헌에게 역관광을 받고 사라진 키이라가 루이 마틴을 거둔 것이었다.

메두사 유물을 쓰던 아이처럼 유물을 쓰는데 재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TSOF가 해체 되고 나서는 미국한테서 도망간 모양이지만.’

당시 세계의 지탄을 받던 미국은 TSOF를 포함한 유물사용자들의 흔적을 없애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색출되기 전에 도망쳤고, 풍문왕과 만나게 되었던 것이리라. 그리고 얼마 전 갑자기 뚝 떨어진 신급 유물로 왕급에 오르게 된 것이고.

그 사실을 알기에 권 회장은 비릿하게 웃었다.

‘후견인이 되어서 내 밑에 놓고 굴리면 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가진 아이라면 아주 환영이었다.

그럴 때였다.

“정말 절 지원해주실 건가요?”

사기왕 루이 마틴이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향해 권 회장이 여유롭게 답했다.

“전폭적인 지원을 약조하지. 그 유물을 나를 위해 사용해주겠다고 하면.”

풍문왕에게 듣기로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은 상당한 적합력을 필요로 하는 듯 했다.

애초에 예술에 소질이 없으면 사용하지도 못하는 유물인 것이다.

그리고 루이 마틴은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사용할 정도로 미술적 재능이 높았다.

그걸 놓칠 것 같나.

“하지만 일단 그 전에, 정말 서주헌의 숨겨진 자식은 아니지?”

“그 사람하고는 전혀 연관 없으니까 걱정 마시고요. 회장님.”

“그럼 됐어. 법적으로 후견인보다 친부에게 우선권이 있는 건 사실이니까.”

권 회장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계약서를 가져오라고 했다.

“여기에 싸인을 하면 내가 후견인이 되는 거야.”

루이 마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런 아이를 보며 권 회장은 흡족하게 웃었다.

권 회장이 내민 계약서는 평범한 계약서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물로 만들어낸 이른바 노예계약서다.

어떤 의미론 주헌의 함무라비 법전과 비슷하기도 했다.

계약 불이행을 하게 될 경우, 유물의 보복을 받게 된다는.

‘자, 사인해라. 네 유물은 다 내 것이다.’

그리고 윤시우와 권 회장, 풍문왕의 비웃음 속에서 루이 마틴은 계약서에 사인을 하려 했다.

그러나 바로 그때였다.

쾅쾅쾅!

쨍그랑!

“!”

TKBM의 사무실이 박살이 났다. 강한 풍압에 유리창은 깨지고, 안에 있던 사물들은 넘어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으아악!”

“꺄아악! 뭐야!”

내부에 있던 비서들과 직원들은 비명을 지르며 날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내부를 휘젓는 흉흉한 오라가 사람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쿵!

건물이 뒤흔들리고, 무너지는 소리가 홀에 강타했다.

망자들의 신음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검은 오라는 마치 도깨비나 저승사자 같은 악령의 형태로 변하며 사람들을 쓸었다.

“아아악!”

“이게 뭐야!”

악령은 재처럼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기를 반복하며 사람들을 습격했고, 기어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넘어져 있던 윤시우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도대체 뭐야! 어떤 놈이야!”

이건 틀림없는 유물 사용자의 짓이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쟤는!”

창문가에 기대어 서 있는 사람은 굉장한 미인이었다.

‘이설아?’

확실했다.

중국의 요원이다가 최근 어째서인지 서주헌 쪽에 가 있는 그녀였다.

다만 표정도 까칠하고 옷도 검정 일색이라 저승사자 같긴 했지만.

“저 기집애가 진짜, 무슨 짓이야!”

윤시우의 손짓에 경호원들이 이설아를 덮쳤지만, 이설아는 검은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리고 나타난 곳은 바로 루이 마틴의 뒤.

그녀는 증오스러운 권 회장과 윤시우를 쏘아보았다.

그뿐인가.

이 안에 있는 TKBM의 발굴인력 모두가 한때는 동료였지만, 결국 배신자들이다.

‘단장님과 우리 도굴단을 죽인 장본인들.’

으득.

그녀가 부리는 영혼들이 다시 스산한 오라를 내 뿜으면서 발광했다.

쾅! 쾅! 쾅!

덕분에 벽과 바닥, 천장이 무너지고 난리도 아니었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아수라장에 윤시우는 욕을 하며 외쳤다.

“저 미친년이! 야! 꼬마! 니 유물 꺼내! 그 유물로 저 여자를 붙잡아! 회장님이 후견인이 되어주시는 값은 치르란 말이야!”

그런데 이때였다.

“니가 뭔데 내 유물로 뭘 하라 말라야?”

“!”

조명이 훅 나가면서 건물 안은 암흑으로 변했다. 그리고 촛불 같은 빛이 켜진 곳엔 주헌이 있었다.

“서주헌!”

주헌은 루이 마틴의 멱살을 거칠게 잡아 올렸다.

“자, 니 아틀리에로 가자.”

“뭐, 뭐?!”

그러자 윤시우가 헛웃음을 흘렸다.

“이미 회장님이 후견인 도장 찍었거든? 그 아틀리에에 가기만 해봐. 유물 하나 손 대보라고! 절도죄 물테니까!”

“절도죄는 오히려 니들인데?”

“뭐?”

주헌은 종이 한 장을 흔들어보였다.

그건 다름 아닌 친자 확인서.

주헌은 얄밉게 웃었다.

“후견인보다 부모에게 우선 선택권이 있다는 거 알지?”

윤시우와 권 회장은 기가 막혔다.

“개소리도 작작해. 부모? 야! 너하고 걔하고 하나도 안 닮았어! 어디서 개도 안 믿을 사기를 쳐!”

어차피 주헌의 이미지를 깎기 위해 풍문왕이 뿌린 찌라시라는 걸 잘 아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주헌이 어째서인지 하하 웃었다.

“누가 내가 부모래?”

“뭐?”

“잘 보라고.”

주헌이 흔들어 보이는 종이에는 뜻밖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재하, 루이 마틴]

[유전자 일치율 99%]

[친자확률 (%) : 99.8%]

주헌은 하하하 유쾌하게 웃었다.

“이거 조작된 거 아니거든?”

서류는 사실이었다.

물론 정작 유재하는 어처구니가 없어서 정신이 아예 나간 상태였지만.

그리고 주헌은 방긋 웃었다.

“그런 의미로 유물 가져간다? 합법적으로.”

========== 작품 후기 ==========

+ 불쌍한 재하....또르륵 8_8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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