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7 과속 스캔들 (?) =========================================================================
〈과속 스캔들 (?) (4)〉
주헌은 흡족하게 웃었다.
아니, 흡족을 떠나서 그는 큭큭대며 사악하게 웃고 있었다.
아이고, 저 멍청… 아니 고객님!
정말 감사하다고 해야 할까.
‘여기까지 손수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가지고 오다니.’
주헌의 속마음을 누군가 본다면 아마 기절할 것이다. 그 정도로 주헌은 신나 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젠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구할 때 얼마나 개고생 했었는데!’
수년 전.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은 태평양 한 가운데에 떡 하니 나타났었다. 아예 그냥 새로운 대륙과 나라, 사람들을 창조한 것이다.
그 대륙의 크기가 중국을 뚝 떼다 붙인 정도.
그뿐인가?
자신의 존재를 떳떳하게 공표하기라도 하듯 세계지도를 제멋대로 바꾸어버렸다.
덕분에 교과서, 인터넷, 공식문서 등 전 세계의 세계지도에는 생전 있지도 않은 대륙이 나타났다.
‘하여간. 생각할수록 그 괴팍하던 유물.’
예술가이자 과학자, 발명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지구상에 존재하던 경이로운 천재였다지만, 주헌에겐 골 때리는 놈일 뿐이었다.
예를 들면….
“얼굴 좌우 대칭 안 맞는 놈들 다 꺼져!”
“몸매 비율 안 맞는 놈들도 그냥 다 죽어!”
대충 그런 식이었나.
그래도 70일 동안 무덤 안에 갇힌 보람은 있었지만.
왜?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은 복제유물의 끝판왕이었다.’
르네상스 당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에는 정확한 관찰력과 묘사법, 원근법, 해부학적 구조, 수학적 비율이 담겨 있었다.
즉, 사실적 표현기교에 의한 구사.
쉽게 말해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걸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은 물건 복제에 아주 유용했다. 게다가 상상만으로도 아예 새로운 유물을 만들어낼 수가 있었다.
그래서 유재하는 TV로 본 거나, 전설 속에 나오는 유물까지 상상으로 만들어내 사기를 쳤다.
조각, 음악, 건축, 토목, 수학, 과학, 그 모든 것을 만들어내며!
생각해보면 그걸로 여러 나라 울려먹었던 것 같다.
‘뭐 거의 대부분은 내가 사기 치게 했지만.’
그래서 부단장하고는 엄청 싸웠다.
어쨌거나 그게 지금 눈앞에 있는 것이다.
웃음이 안 나올 리가.
‘신급 유물이 갑자기 마구잡이로 풀렸다더니.’
주헌은 낄낄 웃었다.
저게 지금 왜 저 꼬마에게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 유물은 내 것이다.’
저것만 있으면 부려먹을 게 많아진다. 하지만 주헌의 시커먼 속내를 눈치채지 못한 건지 사기왕은 겁도 없이 히죽거렸다.
“듣자 하니, 무덤에서는 사람을 죽여도 살인죄가 적용이 안 된다지?”
말이 떨어지기가 무덤의 모습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평범한 굴이 아틀리에로 모습으로 변했다.
[적의 아틀리에가 소환되었습니다]
[적의 아틀리에가 소환되었습니다]
미술관처럼 보이는 아틀리에에는 온갖 유물들이 번쩍이고 있었다. 그리고 사기왕은 그 아틀리에에 있는 유물들을 한꺼번에 사용했다.
쿠구궁!
그러자 장식 되어 있던 그림이며 조각상들이 눈을 번득이면서 능력을 쓰기 시작했다.
그걸 보면서 주헌은 휘파람을 불었다.
“꼬마 놈이 그래도 지배력은 갖췄네.”
곧 유물들과 벌레들이 주헌 일행을 덮쳐들었다.
“얌전히 무덤에서 뒤지라고!”
그러나 그때였다.
“등신이.”
화르르륵!
주헌의 등 뒤로 사나운 불길이 솟아올랐다.
동시에 아틀리에에 있던 유물들이 죄다 박살이 나기 시작했다.
쾅, 쾅, 쾅!
그러자 사기왕은 비명을 질렀다.
“아악! 내가 만든 유물들이! 어떻게 만들어 낸 건데! 물어내! 손해배상 청구할거야!”
그러나 주헌은 아이에게 다가가면서 싸늘하게 웃었다.
“꼬마야, 지금 똥오줌 못 가릴 때가 아닐 텐데?”
헉.
사기왕은 주헌의 눈빛을 보면서 흠칫 몸을 떨었다.
“잘 들어라 꼬마야. 삼촌으로서 한마디 충고해주지.”
“!?”
“깝치더라도 사람은 잘 골라가면서 깝치는 거야. 알간?”
주헌은 눈을 번득였다.
그리고 그 감정에 반응하기라도 하듯 쾅, 화염의 폭발이 일어났다.
쾅!
마치 가스통이라도 터지는 듯한 강한 폭발!
이에 깜짝 놀란 발굴단들이 물통을 꺼내 들었다.
“무, 물! 물 유물을 써라!”
“빨리 꺼! 불타 뒤지겠다!”
하지만 감히 어디서 그딴 하찮은 물 따위로 덤비냐는 듯 불길은 사납게 소용돌이치면서 넓은 굴을 휘감기 시작했다.
발굴단들은 깜짝 놀라서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젠장, 저, 저게 뭐야!”
주헌의 뒤엔 그야 말로 악마가 있었다.
그의 등 뒤로 치솟은 불길은 하나로 합쳐지면서 악마의 형상으로 변했던 것이다.
콰르르릉!
뿔이 달린 거구의 악마는 그야말로 발굴단을 집어 삼킬 것 마냥 포효했다.
“아아악!”
사람들은 기겁하면서 뒤로 넘어졌다.
그건 주헌이 총수의 무덤에서 유물들을 두들겨 때려 패서 얻어낸 S급 유물.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에서 떨어진 불똥 (S급-영웅전설급/소모성유물)]
- 소모횟수 : 4/5
물론 그 거친 화염을 예상한 듯 유재하와 이설아는 재빨리 돌기둥 뒤로 숨어버렸지만.
그리고 악마처럼 변한 불꽃이 크아앙 포효했다.
[#$**!]
나도 데려가! 나도 데려가! 버리지 말란 말이야!
이 유물은 바로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의 대장간 유물…… 은 아니고, 정확히는 그 대장간 유물을 두들겨 패서 떨어진 〈불똥〉 유물이었다.
불로초 유물의 열매를 뜯어내면 약재로 쓸 수 있듯이, 신급 유물쯤 되면 몸체의 일부도 새로운 유물로서 재탄생하는 모양이었다.
‘뭐, 신급에서 파생됐으니 평타이상은 치겠지.’
어쨌거나 불똥은 악마의 형상으로 합쳐서 거칠게 불타올랐다.
그 기세가 화산의 불꽃 마냥 맹렬하고 뜨거웠다.
“젠장, 일단 잡아! 지배력을 못 쓰게 정신부터 나가게 하자고!”
“상대는 한 명이다! 목부터 쳐!”
발굴단들은 재빨리 유물들을 꺼내 들었다.
무기 형태로 된 유물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다.
나름대로 강해보이는 무기들이다만 글쎄.
“무덤에서 무기를 겨누는 의미가 뭔지는 알지?”
주헌이 삐뚜름하게 웃자 불똥악마가 포효하며 땅을 두드렸다.
그러자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무기들이 아이스크림 마냥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땅이 갈라지면서 용암이 들끓는 지면이 나타났다.
동시에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갈라진 땅으로 빠졌다.
유재하는 그걸 보면서 입을 떡 벌렸다.
자신의 설사테러와는 비교도 안 되는 클래스였다.
뭐 인간들과 함께 빠진 유물들도 주인을 잘못 만나 비명횡사를 했지만.
[#*$*!]
아이고오, 내 모옴!
[#$#$&*!]
아이고오, 아이고오!
동시에 메시지가 빠르게 떠올랐다.
[1000개의 유물을 파괴해 〈천의 학살자〉 칭호를 얻게 되었습니다.]
[칭호효과로 〈유물파괴〉 스킬을 얻게 되었습니다]
[유물파괴 (활성화)]
레벨 F랭크
- 자폭을 시키지 않아도 유물 신체의 일부를 마음대로 파괴, 분쇄, 분해를 할 수 있다
- 유물 몸체를 파괴, 안에서 유물 핵만 꺼낼 수 있다
- 유물을 파괴해 구성 물질을 재료로 수집할 수 있다
[유물파괴 스킬을 익혀 유물조합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유물파괴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유물파괴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유물파괴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아무래도 무덤파괴와 함께 세트로 쓰라는 듯, 유물파괴 스킬이 등장했다.
‘뭐 잘됐네. 자폭하면 몸체가 죄다 날아가서 문제였는데.’
유재하도 그래서 복원하기 힘들다고 징징댔고 말이다.
하지만 이거라면 입맛에 맞춰 원하는 부위만 파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쾅! 쾅! 쾅!
주헌은 꼬마가 소환한 아틀리에의 작품들을 하나씩 파괴하기 시작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 귀한 걸 위장도 안하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분명 이 근처에 있을 텐데.’
하지만 괜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유물이 아닌지 주헌의 감으로도 쉽게 찾을 수가 없었다.
결국 주헌은 손가락을 까닥거리며 율리안을 불렀다.
“찾아.”
“뭐?”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 찾으라고.”
율리안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허, 내가 왜 너한테 협조해야 하지?”
그러나 이때였다.
“유.비.”
젠장.
율리안은 제 귀에서 속삭이는 유재하의 속삭임에 눈썹을 꿈틀거렸다.
하지만 율리안은 굴하지 않았다.
“말해두지만 너 같은 악당한테 이로운 일은…….”
“우윳빛깔 유우비이~ 관우, 장비이~”
“젠장, 여기에 있는 거 다 가짜야! 진짜는 없다고!”
“진짜?”
“신께 맹세해!”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었다.
이런 메시지 창이 뜨는 걸 보니.
[복제버전 아틀리에입니다.]
[복제버전 아틀리에입니다.]
아무래도 진짜 유물들을 모셔둔 아틀리에가 세계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그러자 주헌이 흡족한 듯 웃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 말고도 꽤 쓸만한 게 있어 보이던데.’
결국 그가 탐욕스럽게 웃으며 루이 마틴을 집어 들었다.
애를 죽이고도 남을 미소.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루이 마틴의 멱을 잡고 끓는 용암 위로 갔다.
“10초 준다.”
“으, 으아아악! 뜨거워, 하지 마, 하지 마! 엄마아!”
“아틀리에는 어디다가 숨겼나.”
“으, 으앙! 미국, 미국에 있어! 하지만 그래봤자 니들은 거기 못 들어가!”
“오, 그래?”
주헌이 낄낄 웃었다.
그 모습에 율리안이 보다 못했는지 끼어들려고 했다.
“잠깐, 서주헌, 죽이지 마! 애잖아!”
하지만 주헌은 낄낄 웃었다.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수도 있지.”
“뭐?”
주헌은 대답 대신 유물 하나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율리안은 주헌이 든 수상한 유물을 보며 움찔거렸다.
제갈공명 유물로 유물의 정체는 대충 알았다. 그러나 유럽인으로서는 좀 낯선 기능의 유물.
그래서 확인차 율리안이 급하게 확인했다.
“잠깐만. 너 그거 무슨 유물……!”
주헌은 웃었다.
뭐긴.
“고래사냥.”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끄아앙, 아이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너 정말 괜찮냐?”
풍문왕은 사기왕 루이를 보면서 쯧쯧 혀를 찼다.
그들은 가까스로 주헌에게 도망칠 수 있었다. 외부에 있던 윤시우의 도움으로 TKBM의 사옥까지 날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뭐 굳이 쫓아오지 않은 걸 봐선 주헌이 일부러 보내준 것 같았지만.
그리고 루이는 훌쩍이면서 걷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 사이가 아픈 건지 엉거주춤 걷는 루이의 발걸음이 영 불편해보였다. 고래잡이를 당한 아이들의 전형적인 발걸음이었다.
그걸 보며 풍문왕은 허허 웃었다.
“협상은 내가 할 테니, 그냥 집에 있어도 되는데.”
“아냐. TKBM의 권 회장이랑은 직접 만날 거야.”
그들은 권 회장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왕급들 중에서 이미 서로 서로 손을 잡고 있었고, 루이는 자신의 후견인으로 권 회장을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래, 내 아틀리에의 유물은 일단 권 회장에게 옮겨놓자.’
현실적으로 어린아이인 이상 표적이 되기 쉬우니까. 권 회장은 발굴단의 규모로 보나 왕급 순위를 보나 상위권.
믿을 만한 사람이다.
***
“단장님. 찾아냈습니다, 아무래도 사기왕의 아틀리에는 미국 펜타곤 하우스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오? 펜타곤? 그 꼬마가 미국 정부랑 관련이 있었나?”
이설아의 조사에 주헌은 흥미롭다는 듯이 웃었다.
“듣자 하니 사기왕은 미국과 TKBM의 손을 잡을 것 같습니다.”
유재하는 괜찮겠냐고 했다.
“펜타곤을 어떻게 털어요? 거기 잘못 털면 전쟁하자는 거잖아요. 유물 못 빼올 것 같은데.”
그러자 주헌이 픽 웃는 것이었다.
“뭘 털어. 합법적으로 가져오면 그만인데.”
“합법적?”
주헌은 이죽거리며 신문을 살랑살랑 흔들었다.
주헌이 흔드는 신문은 풍문왕이 질리지도 않고 또 뿌려댄 찌라시 신문.
[미혼부 서주헌. 자신의 아들을 계속해서 버려둘 생각인가]
아무래도 사기왕을 이용해 주헌의 이미지를 망가트릴 생각인 모양이었다.
아동학대에 굉장히 민감한 미국 내에서는 주헌의 이미지를 보내기에 굉장히 좋은 소재였으니까.
그걸 보고 이설아와 아이린이 분노했지만, 주헌은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
오히려 이 찌라시가 도움이 되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그는 어디론가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아, 형님? 안 바쁘지? 우리 거래나 하자.”
주헌이 전화를 건 상대는 다름 아닌 판도라의 조지 홀튼.
물론 정작 전화를 받은 조지는 의아한 듯했지만.
[뭐? 거래라니?]
“내가 유물 하나 줄게. 판도라 유물법에 조항 하나만 더 낑겨 넣어봐.”
[법?]
조지는 황당한 듯 했다.
[무슨 조항에 뭘 끼워 넣으라고?]
“유물소지법. 미성년자 규제에 대해선 없지?”
[그렇긴 한데.]
“끼워 넣어. 12세 미만의 아동, 미성년자가 유물을 소지하려면 반드시 부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뭐, 뭐?]
“왜, 어린 아이가 유물 같이 위험한 걸 가지고 있으면 굉장히 큰일 나겠지? 당연히 법안에 추가 되어야 할 내용 맞지?”
[……그렇긴 한데.]
이놈이 새삼 착한 목적으로 그런 법안을 추가하라고 할 리도 없고.
[너 무슨 목적이야?]
“시끄럽고 만들어. 그리고 동의하지 않을 시 아이 소유의 유물은 부모가 위탁하여 가진다. 그리고 성인이 되면 돌려준다.”
주헌은 악랄하게 웃었다.
‘털기 힘들면 합법적으로 가져오면 그만이지.’
“그리고 재하야.”
“네?”
“만들어라. 가짜 친자확인서.”
“네?!”
이젠 당당하게 법과 DNA까지 뜯어고치는 그였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답!!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