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6 과속 스캔들 (?) =========================================================================
〈과속 스캔들 (?) (3)〉
“야이 씨, 이게 뭐냐고!”
발굴단들은 눈앞에 나타난 조각상을 보고 치를 떨었다.
눈앞에 있는 건 단순한 찰흙상!
그것도 뻐큐를 하며 비웃고 있는 찰흙상이었다.
크기는 실물과 똑같은 등신상이었고 사소한 디테일과 비웃는 표정 주름까지도 똑같아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
“와, 미친놈. 적이지만 진짜 대단해. 어떻게 이딴 걸 만들어냈지?”
“젠장, 이거라도 회장님께 가져갈까?”
“걔 현상금 걸렸잖아.”
“이걸 넘기면 포상금이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오죽하면 그런 말을 할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판도라에 알려서 당장 수배하라고 해! 그 개새… 아니 서주헌이 무덤을 스틸 했다고!”
윤시우는 핸드폰을 부술 기세였다.
‘젠장, 이 무덤을 배정 받기 위해서 얼마나 돈을 쏟아 부었는데.’
그뿐인가.
‘오죽했으면 회장님이 서주헌에게 손수 현상금을 걸었겠어.’
그랬기에 전투원들을 먼저 보낸 그가 외쳤다.
“노는 놈들은 이 찰흙상 챙겨! 회장님께 가져가라고!”
그 말에 발굴단 멤버들은 까무러쳤다.
“네?!”
“이걸 진짜 회장님께요?!”
윤시우는 그들을 쏘아보았다.
“왜 불만이야?!”
아니 불만은 아닌데.
도대체 이걸로 뭘 하려고?
의아하긴 했지만 부하들은 낑낑거리며 열심히 등신상을 옮겼다. 윤시우가 쓸모없는 곳에 주헌의 등신상을 쓸 리도 없을 테니까.
한편 주헌을 쫓아 재빨리 무덤에 침입한 율리안은 이를 갈았다.
‘역시 인간이 아니었군.’
중간부터 뭔가 좀 이상하다 싶긴 했지만 역시 가짜인 모양이었다.
놀라운 건 제갈공명의 유물로도 정말 집중해야 가짜라는 게 티가 날 정도였다.
비유하자면 평소에 60%의 출력으로도 문제없이 간파가 가능했는데, 이젠 90%를 써야 가짜라는 게 티가 난다고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상관없는데, 특히 유재하 놈이 만든 건 그랬다.
그리고 그렇다는 건.
‘서주헌 놈, 코칭 능력이 귀신 수준이야.’
주헌이 어지간히도 유재하를 갈아대며 키운 것이리라.
왜?
율리안이나 세상 사람들이 보기에 유재하는 절대 왕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복원솜씨도 좋은 것 같긴 하지만, 글쎄?
복원으로 유명한 건 지금쯤 감옥에 가 있는 유재하의 스승, 장 리처드였다.
그 탓인지 여기저기에서 장 리처드를 감옥에서 빼내려는 움직임도 있었고.
유재하는 기껏해야 전 세계에 1,000여명 정도 되는 복원사들 중 하나 일 뿐.
1,000명밖에 안 되는 복원사 중 하나라는 것도 대단하지만, 그래봐야 1,000명 중 하위권이겠지.
대부분의 중, 상위 복원사가 판도라에 귀속되었으니 주헌도 그냥 프리랜서 복원사와 계약한 것이리라.
하지만 복원처럼 예술적 능력을 필요로 하는 복제.
‘네로 짭 때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정교하고 치밀해졌다.’
어쨌거나 꽤나 난처했다.
지금 상태론 서주헌을 대항하기가 힘들고.
‘그렇다고 80%이상 출력하면 리스크가 발동할 텐데.’
율리안은 앓는 소리를 냈다.
이러다가 재수 없게 왕급 중 누군가한테 리스크가 걸리면 진짜 노예가 되는 것이었다.
막말로 ‘반했어! 당신을 끝까지 따르겠어! 왕으로 만들어줄게!’ 대충 이딴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그뿐인가.
‘제갈공명 유물은 군주에게 특별한 버프를 뿌린다.’
젠장, 그걸 눈뜨고 볼 것 같나.
하지만 곧 율리안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직은 괜찮아. 어떤 놈이 유비 유물을 가진 게 아니라면.’
동시에 무덤이 뒤흔들렸다.
쿠르르릉!
“찾았다! 서주헌이다!”
자신들과 함께 달리던 발굴단들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마치 자신을 잡아달라는 것 마냥, 넓은 방에 주헌이 서 있었던 것이다.
발굴 인력들은 씨익 웃었다.
“딱 걸렸어!”
그들이 주헌에게 달려들었지만, 율리안은 아차 싶었다.
“잠깐, 거긴 안 돼!”
그러나 경고를 해주면 뭘 하나.
“하하하, 어서옵셔!”
악동같은 웃음소리와 함께 무덤이 크게 뒤흔들렸다.
“아아악!”
쿵!
결국 추격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곳은 무덤의 함정이었다. 그리고 구석에서 낄낄 배를 잡고 웃고 있는 건 유재하였다.
유재하가 유물을 써서 함정 위에 가짜 길을 깔아둔 것이다.
“하하하, 저 바보새끼들!”
“와씨, 저 서주헌 따까리가!”
그 말에 유재하는 입이 오리처럼 튀어나와서 한마디 했다.
“왜, 부럽냐?”
“뭐야?”
“니들 두목보다는 천만 배 낫거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재하가 갈색 액체를 구덩이에 부어버렸다.
바로 주헌이 쓰라면서 던져주었던 그 유물이다.
뭐, 주헌은 유물을 주기만 했을 뿐. 전부 독자적인 응용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으, 으윽!”
구덩이 안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아이고 내배!”
“아이고, 나온다, 나와!”
“아악! 화장시이일!”
그렇다.
유재하가 뿌린 것은 바로 설사병의 유물!
“끄아아악!”
사람들은 배를 쥐면서 죽으려고 했다.
화장실도 없는 이 무덤에서, 그것도 이 좁아터진 구덩이 안에서 실례를 범하고 싶진 않았다.
그 모습을 보고 율리안이 이마를 짚었다.
진짜 저것들은 신이 잡아가야 한다.
그렇게 탄식하던 그가 유재하에게 한소리 했다.
“이봐, 거기 너!”
“응? 어이쿠, 이게 누구야. 기다렸다고.”
유재하를 관찰하던 율리안이 입꼬리를 올렸다.
“보아하니 너도 서주헌한테 이상한 노예계약을 당하고 있는 모양인데.”
“뭐?”
‘서주헌이 평소에 이 녀석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답은 나온다.’
유재하는 주헌에게 불만이 많을 게 틀림없었다.
그러니 자신의 제안이 통할 것이다.
그 증거로 율리안은 의기양양하게 뒷거래를 시도했다.
“협상하자. 내 계약서를 없애주면 네 계약서도 없애주지. 서로 훔치자고. 그럼 서로 이득 아냐?”
그러자 유재하가 눈을 동그랗게 뜨다가 낄낄 웃어댔다.
“잘 들어. 넌 5호고, 난 1호야.”
“뭐?”
“어디서 깝쳐! 너랑 나랑 급이 같은 줄 아냐!”
곧 유재하가 두루마리 유물 하나를 휘리릭 펼쳐 들었다.
“맛이나 봐라!”
“큭!”
길게 늘어진 두루마리가 번쩍 빛을 내자 율리안이 유물의 힘에 휘말렸다.
물론….
“으악! 이… 이놈 지렸어!”
“어떤 놈이야! 똥도 제대로 못 참냐!”
“어제 뭘 처먹은 거야!”
“그러는 너도 바지에 갈색 그거 지린 거 아니야?!”
구덩이… 아니, 똥통 안에서는 발굴단들의 통곡이 울려 퍼지고 있었고.
***
잠시 후 눈을 뜬 율리안은 건조한 모래바람이 피부에 스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황무지, 그리고 수십만의 대군들!
“적을 쳐내라!”
“적을 쳐라!”
척 보기엔 중국의 병사들로 보였다.
그 대군 사이에 끼게 된 율리안은 이마를 짚었다.
‘환각 미로군.’
유재하가 그려낸 그림이 대충 전쟁 그림이었던 것 같으니 거기에 빨려든 모양이긴 한데….
이건 얕봐도 너무 얕보는 것 아닌가.
“허, 내가 이딴 애들 장난에……”
그런데 이때였다.
“유비, 네 이놈!”
“!”
순간 율리안은 얼굴이 창백해졌다.
자, 잠깐만.
“저 놈을 쳐라! 유비 놈을 당장 쳐라!”
곧 율리안의 시선에 닿은 것은 낯익은 풍경이었다. 그리고 성곽 위에 서 있는 남자를 보았을 때 율리안은 망했다 싶었다.
‘젠장, 하필 삼국지 그림이었나!’
아니나 다를까.
[#$*#&**!]
제갈공명 유물이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주구우운!”
율리안은 눈물범벅으로 미로 안에서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설령 저것이 가짜라는 걸 알면서도!
한편 유재하는 기절해 있는 율리안을 쿡쿡 밟아 보면서 낄낄낄 웃어댔다.
“와, 미친. 이거 약빨 죽이는데?”
그렇다.
사실 유재하는 주헌에게서 이상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제갈공명 유물을 쓰는 주제에 이상하게 삼국지 시리즈는 멀리 한다고.
본인은 그냥 동양의 전쟁소설에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했지만, 글쎄?
보통 삼국지와 관련된 게임이나 영화 콘텐츠는 꽤 많이 생산되어 나오지 않나.
그 때마다 율리안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고.
그래서 혹시나 해서 삼국지 미로를 적용해봤더니, 기가 막혔다.
“좋았어, 이제 슬슬 단장님한테 가볼….”
그런데 그럴 때였다.
콱!
“엄마야!”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깨어난 율리안이 유재하의 발목을 잡았다.
“이봐.”
“헉 뭐, 뭐야! 너 벌써 깼어?”
‘진짜 무서운 놈일 세’ 하고 유재하가 다시 환각미로 유물을 펼치려는 그 순간.
“잘못했어!”
“엉?”
율리안이 다급하게 외쳤다.
“잘못했으니까! 계약서를 회수하겠다는 소리는 안할 테니까. 일단 그 삼국지 그림은 치워…… 제발.”
율리안은 진짜 죽으려고 했다. 그러자 고개를 갸웃거리던 유재하가 히죽이며 물었다.
“너 혹시 유비한테 약한 거냐?”
“…………….”
“그치? 제갈공명 리스크 그거지. 그치? 그치?”
“…………….”
율리안은 대답대신 이마를 쾅쾅 바닥에 박았다.
“…………혹시 서주헌도 이 사실을 아나?”
“단장님은 모를 걸. 내가 그냥 시험해본 거라.”
그 말에 벌떡 일어선 율리안이 눈이 번득였다.
“말하지 마라. 제발.”
“너 하는 거 봐서.”
유재하는 후임(?)의 등을 토닥이며 얄밉게 웃었다.
바로 그때였다.
“아, 냄새. 야, 너 작작 좀 해. 이런 좁아터진 곳에서 뭘 하는 거야.”
주헌과 이설아가 코를 막으며 나타났다. 그리고 둘의 등장에 움찔거리던 율리안이 물었다.
“너, 이 무덤의 유물은?”
“아, 이거?”
주헌은 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유리병이었다.
“할 일이 남아서 아직 클로즈는 안하긴 했지만…”
이때였다.
턱!
“아!”
율리안은 황급히 주헌의 병을 빼앗았다.
유재하는 입을 떡 벌렸다.
“야! 너!”
병을 빼앗은 율리안은 웃었다.
“미안하지만, 너희들한테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율리안이 도망가려는 그 순간이었다.
“너 그거 분리수거는 잘 해야 한다?”
“……….”
자신이 빼앗은 건 쓰레기 유리병이었다.
주헌은 낄낄 비웃었다.
“진짜는 거기에 없어, 이 허당아.”
그때였다.
“그럼 진짜는 어디에 두셨지? 서주헌?”
“!”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딱 걸렸어, 이 도둑놈아.”
추격자들이었다.
그들이 주헌 일행을 포위하자, 꽤 넓은 듯 했던 굴 내부가 꽉 사람들로 꽉 찼다.
그중에 눈에 띄는 것은 풍문왕과 어린 꼬마아이.
주헌은 그 아이를 보며 입꼬리를 씰룩였다.
‘저놈이 재하 놈을 밀치고 올라간 사기왕인가.’
자신의 어린 시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만, 글쎄.
변신 유물을 쓰고 있을 게 뻔했다.
“니가 서주헌이지?”
“어른한테 말버릇이 아주 고약하구나, 꼬맹아.”
그러나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코웃음을 쳤다.
“서주헌,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이 무덤에서 없애야겠어.”
“허. 너 부모님 좀 모시고 와라.”
“너잖아, 너.”
풍문왕의 이죽거림에 주헌은 꺼지라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너 도대체 누구야?”
왠지 모르게 낯익은 느낌이 들긴 하는데.
그러나 꼬마는 주헌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잘 생각해봐. 너 남한테 원한 살 짓 하지 않았어?”
“너무 많아서 모르겠는데.”
주헌은 정말 진지했다. 이에 사기왕은 황당한 모양이었다.
“허, 바로 최근이라고 최근.”
“뭐? 최근이라면 진짜 더 모르겠는데?”
최근엔 더 사고를 많이 쳤으니까.
이에 사기왕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리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뭔가가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들이 닥친 벌레 떼들!
“!”
그들이 서 있는 굴의 바닥과 벽, 천장으로 벌레가 잔뜩 깔리기 시작했다.
그 형태에 주헌이 미간을 살짝 좁혔다.
‘A급? 식인벌레 유물인가?’
아니, 아니다.
[살아있는 듯한 뛰어난 유물 가품입니다]
[살아있는 듯한 뛰어난 유물 가품입니다]
벌레를 소환할 수 있는 건 악마계통 유물이긴 하지만, 조금 달랐다.
‘이건 유물 자체를 상상해서 만들어 낸 거다.’
그리고 확신했다.
이 유물의 기운, 굉장히 낯익었다.
동시에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 왜 저 꼬마가 사기왕이 된 건지 대충 알거 같기도 하고.’
그건 당연했다.
왜?
유재하가 왕급이 되었던 계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이라.’
주헌은 흡족하게 웃었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