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55화 (155/409)

00155 과속 스캔들 (?)  =========================================================================

〈과속 스캔들 (?) (2) 〉

주헌은 막무가내였다.

그리고 발굴단 사람들은 화를 내기 시작했다.

“와, 뭐라고?”

“계약?”

그들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한 것이었다.

율리안은 절대로 다른 발굴단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이미 선포했다.

그 어떤 유물을 줘도, 돈을 줘도, 지위를 준다고 해도 다들 꺼지라나 뭐라나.

이유는 간단했다.

‘발굴단들의 더럽고 사사로운 이익관계에 얽히고 싶지 않다.’

분명 그렇게 말했다.

즉, 니들 배부를 일에는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닥치고 꺼지라는 말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일까.

국가와 기업의 총수들의 러브콜과 선물공세를 다 거절하면서 율리안은 유물을 이용한 사적인 이득은 절대 취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가의 큰손들이 이익관계에 집착하다보면 결국 마찰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유물 사용자들은 더 큰 이득을 얻을 테고, 결국 평범한 시민들만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으니까.

더불어 탐욕스러운 유물사용자와는 손을 잡기 싫다고.

그런데 지금 뭐라고?

“서주허어언?”

“저 사리욕의 탑, 서주허어언?”

그런 마당이니 어처구니가 없을 수밖에 없지 않나!

“왜 하필이면 저놈이냐!”

“저놈은 사기꾼이잖아!”

“지 욕심 때문에 온갖 발굴단들을 물 먹인 도둑놈이라고!”

“온갖 착한 척은 다 하면서 실제로는 저놈의 따까리였냐!”

그러자 율리안은 정말 억울한 듯이 입을 다물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은 주헌을 감방에 넣고 싶은 사람 중 하나였다. 순위를 매기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거다.

그런데 누가 저놈의 밑에 들어갔다고!

“이봐! 난 서주헌과 손을 잡은 기억이 없다고! 저놈이 멋대……!”

“참고로 우리 전속 변호사 나리가 되실 분이야. 신인이라 일자리가 없으시다길래 거둬줬지.”

이놈이!

율리안은 황당했고 사람들은 분노했다.

“와, 일자리 구하려고 저딴 놈의 변호를 봐주겠다는 거냐! 간도 쓸개도 없는 놈!”

“어디 도울 놈이 없어서 저런 천하의 범죄자를!”

젠장, 누가 누굴 도와!

이놈을 도울 바에야 차라리 도망가는 바퀴벌레를 도와주겠다!

결국 참다못한 율리안이 이를 갈면서 주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주헌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헛소리 좀 작작해! 그 세 치 혀를 뽑아버리기 전….”

“어허, 계약서를 잊으셨나.”

주헌은 천연덕스럽게 종이 한 장을 흔들어보였다.

바로 그 계약서였다.

개 발자국이 큼지막하게 찍혀 있는.

동시에 율리안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리고.

콰지지직!

번쩍이는 번개가 계약서를 노렸지만, 주헌은 실실 웃었다.

“넌 카피본은 정말 잘 태우더라.”

“………….”

참다못한 율리안의 번개가 주헌을 노렸지만, 그래서 어쩌라고?

“!”

콰지직!

주헌을 기절시키려는 번개가 주헌이 던지는 유물에 모두 쏠렸기 때문이었다.

‘저건!’

주헌이 허공에 던진 유물은 다름 아닌 나뭇가지!

[무당의 박달나무가지 (B급-희귀급 / 소모성유물)]

사용횟수 : 9/10

박달나무 가지는 무당이 굿을 할 때 쓰던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신들림이 들지 않기 위해 피뢰침처럼 사용하던 것!

즉, 상대 유물의 능력을 모아서 받아주는 역할을 한다!

결국 주헌에게 향하던 번개가 모조리 나뭇가지 유물에 흡수되자 주헌은 표표히 웃었다.

품에는 나뭇가지들이 수북했다.

“어디 더 해보시지, 번개고자. 피뢰침은 이렇게 많이 남아 있거든?”

“………….”

아오, 저걸 진짜!

사람을 향해서 정말 고압의 전류를 날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리고 주헌은 하하하 웃었다.

남들이야 율리안의 번개를 두려워하고 있지만, 주헌은 좀 사정이 달랐다.

인간인 이상 번개는 당연히 무섭다. 하지만 능력을 휘두르는 놈이 정작 저런 놈이라서야.

‘저놈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사람 죽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게 아니라, 유물은 사람을 위해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놈이었다.

그러니 사람을 죽이기 위해 유물을 쓸 리가 있겠는가!

놈이 정말 빡쳐서 고출력을 내지 않는 이상 고작 B급 유물로도 어느 정도 막아낼 수 있다는 의미였다.

“알았냐? 이 순둥아. 어쨌든 저 놈들을 막아줘서 고맙…….”

그런데 이 때였다.

콰지지지직!

“!”

주헌이 사용하던 유물이 박살이 나버렸다.

주헌은 어라 싶어서 율리안을 보았다.

율리안은 뭔가 계속 중얼 중얼거리고 있었다.

“저건 사람이 아니다, 사람이 아니다…….”

“?!”

콰르르릉!

10억 볼트의 번개가 작렬했다.

하늘에서 쿠르릉 떨어지는 번개는 거미줄을 그리며 쾅쾅 지면에 떨어졌다.

그러자 펑펑, 가스통이 터지고 어디에선가 주헌의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일까.

그 모습을 보던 발굴단들은 웃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잘됐다.’

이건 엄청난 기회였다.

“각 팀에게 알린다. 서주헌은 현재 입구에서 발목이 잡혀 있다.”

“둘이 한 패 인 것 같으나, 율리안 밀러와 내분이 일어난 것 같다.”

“이건 율리안 밀러를 앞세워 서주헌을 처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 작전에 발굴단들이 히죽히죽 음흉하게 웃기 시작했다. 그 팀들 중에는 덩치 큰 발굴단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

오스틴 록펠러라든가, TKBM 이라든가, 중동지역 연합 발굴단이라든가.

기본 인력 단위가 천 단위인 거대 발굴단이었다.

그들은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발굴단이었지만, 사이좋게 주헌에게 한대씩 얻어맞은 이들이기도 했다.

그러니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발굴단들과 협력해라!”

“유물을 사용해!”

각 발굴단 단장들이 신이 나서 서로 손을 잡기 시작했다.

“여보세요? 우리 무덤에 들어가기 전에 눈엣가시 사냥 좀 하고 들어갑시다.”

TKBM의 윤시우는 여기 모인 발굴단의 단장들에게 연락을 때리고 있었다.

“단장님들. 아니, 어차피 저 무덤은 우리들이 공동으로 발굴신고한 곳이 아닙니까.”

영웅급 유물을 손에 넣어 의기양양해진 권 회장의 예비사위, 윤시우.

그는 안경을 치켜 올리면서 히죽거렸다.

“그러니까 무덤은 우리 사이좋게 들어가고, 일단 공동의 적부터 쳐내자고요. 피차 쌓인 건 많잖습니까.”

[좋아요, 우리가 포획을 맡죠.]

[우리가 노인네로 만들어버리는 유물이 있어요.]

[그냥 죽여버리죠?]

그 말에 아차차, 하고 윤시우가 급하게 외쳤다.

“아뇨! 죽이면 절대 안 됩니다! 저희 회장님이 현상금을 걸었거든요. 불구로 만들어도 되니까 목숨은 붙여두세요.”

협상이 끝난 그들은 히죽거리며 서둘러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또 몰라도, 지금은 제갈공명이라는 좋은 방패가 있다.

곧 그들이 율리안이 뒤로 몰려들었다.

율리안은 이것들은 또 뭐냐는 식으로 봤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공동의 적이라는 건 확실한 것 같았으니.

‘어차피 그딴 계약서 따위 의미 없다.’

잠시 후 또 다시 내려치는 번개. 뒤이어 사람들이 신이 나서 신이 나서 유물을 발동 시켰다. 그러자 쇠사슬이 주헌을 옭아맸다.

“좋아 잡았어!”

그러자 주헌의 옆에 있던 동아줄이 씩씩 거리며 화를 냈다.

[#$&*!]

저리 안 가? 저리 안 가?

동아줄은 주헌을 노리는 일당들을 철썩철썩 때려댔다.

하지만 열 팀이 모인 상황에선, 상대도 만만치는 않았다.

“빨리 노화 유물을 써! 어서!”

그런데 이때였다.

쇠사슬에 묶인 주헌이 어째서인지 씨익 웃는 것이었다.

동시에 쾅! 폭발이 일어났다.

“으아아악!”

“이 개자식, 유물을 폭발 시켰어!”

그들은 자신들의 유물을 회수하면서 이를 갈았다.

“이새끼, 가만 안두……”

하지만 주헌에게 다가가던 그들은 곧 경악하고 말았다.

“뭐, 뭐야 이건!”

***

한편 그 무렵.

“아야야!”

유재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이 뒤통수를 잡았다.

젠장, 아파 죽겠네!

유재하가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숙이자 작업 중이던 주헌이 쯧쯧 혀를 찼다.

“뭐야, 벌써 끝났냐? 자신 있어 하더니 조루야 조루.”

그 말에 억울해 하던 유재하가 고개를 들며 외쳤다.

“씨이, A급 유물로 만든 분신으로는 이게 한계라고요!”

그렇다.

주헌은 지금 다른 곳에 있었다.

무덤 입구에 있던 놈들을 상대하기는 개뿔.

주헌은 이미 무덤 내부에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그는 유재하를 시켜 분신을 만들어 보내고, 정작 본인은 무덤 뒤에서 구멍을 뚫고 살금살금 들어온 참이었다.

그 증거로 주변엔 빛 한 점 없는 지하 돌무덤이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안의 유물을 털러 온 주헌은 바깥에서 들려오는 듯한 폭발소리에 실소를 흘렸다.

‘어유, 이 등신들.’

뭐, 자신한테 원한이 있는 놈들이 어디 한 둘인가?

자신을 보고도 가만히 있을 리가 없으니 일부러 보낸 것이다.

밖에서 뻘짓거리나 하라고!

‘계속 그러고들 있어라, 멍청이들아.’

그리고 그게 가능했던 건 이번 총수군단을 탈탈 털고 얻어낸 전리품 덕이었다.

괜히 총수의 군단이 아닌지, 사단장이나 대부분의 유물들이 도망쳤지만 상관없었다.

개 중 쓸모가 많은 물건이 몇 개 손에 들어왔으니까.

특히 부하 놈들에게 쓸모 있을 만한 물건이 몇 개.

[피그말리온의 조각도구 (A급 ? 보물급/귀속성유물)]

그리스신화 속에 나오는 조각가 피그말리온.

문란한 여자들에게 환멸을 느낀 피그말리온은 자신의 이상형을 직접 조각한 후, 그 조각상에 사랑에 빠졌다.

그 조각품이 사람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에 아프로디테 여신이 진짜 사람으로 변하게 해주었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처럼, 유재하는 주헌의 조각상을 만든 것뿐이었다.

그러면 그 조각상은 신의 은총을 받아 진짜로 변하게 된다.

물론 단점도 있었다.

일단 실물로 변해도 위화감이 없을 만큼 엄청난 미적 손재주를 갖춰야 한다는 것.

실물과 똑같은 조각상을 만들지 못하면 실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

조각상이 파괴당하면 제 자식이 파괴된 것 마냥, 제작자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

그리고 또, 리스크가 거지 같다는 거지만….

알게 뭔가.

‘내 리스크도 아니고.’

어쨌거나 그동안 죽어라 주헌을 도촬하려고 관찰한 보람이 있다고 해야 할까.

잘 만들어진 분신은 놈들을 훌륭하게 유인하고 있었다.

물론 좀 더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서 동아줄도 옆에 좀 붙여놨고. 곧 발광유물을 입에 물고 툼글리프를 해독하던 주헌이 손짓했다.

“이쪽이 함정이 아니다. 따라와.”

곧 주헌이 무덤 파괴 스킬로 바닥을 뚫었다.

쾅!

그러자 구멍 밑으로 넓은 공간이 보였다.

탁 트인 그곳은 틀림없이 유물이 있는 방이었다.

‘좋아, 저기에 있다.’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는 나비 한 마리가 있었다.

그것이 유물이었다.

뭐 무덤을 클리어하는 조건이 있겠지만 알게 뭔가.

‘나비면 거미줄로 잡아가면 그만이지.’

주헌이 슬쩍 유물을 꺼낼 때였다.

쿠르르릉!

‘!’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무덤이 크게 뒤흔들렸다.

그리고 그 여진과 동시에 뭔가가 탁탁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동시에 들려오는 목소리.

“이쪽이다!”

“이쪽에서 유물의 기운이 느껴진다!”

멀지 않은 곳에서 발굴단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이곳에 온 발굴단 모두 나름대로 쟁쟁하다보니 금방 쫓아온 것이리라.

“단장님! 풍문왕이랑…….”

이설아가 유재하를 힐끗 보다가 외쳤다.

“사기왕인 것 같습니다. 제가 처리하고 올까요?”

“아니 됐어. 상대는 열 팀이야.”

포위되면 개죽음이었다.

“단도 없이 전면전은 하지마라.”

“하긴, 탱커님이 부재중이시네요.”

그 말에 유재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단? 탱커?’

단순한 비유겠지만, 처음 듣는 이름인지라 참 수상했다.

‘거참, 가끔 보면 이 두 사람. 나만 따돌리는 대화를 한단 말이야.’

그럴 때 주헌이 이설아에게 뭔가를 던져주었다.

“나 대신 그걸 쓰고 있어라. 안 그래도 마음에 안 들던 참이었어. 날 감히 멋대로 미혼부로 만들어?”

반면 얼떨결에 유물을 받은 이설아의 표정이 좀 이상해졌다.

“저…… 단장님, 이건.”

“그리고 재하는 유물로 감옥 하나 만들어 놓고.”

“뭐하시려고요?”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지껄였다.

“참교육.”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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