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53 이 시대 최강유물? =========================================================================
〈이 시대 최강유물? (6)〉
“자, 유물! 다시 묻는다! 총수냐, 나냐!”
[이 인간이! 들을 가치도 없다. 그만 철수한…….]
콰과과광!
[저 자식, 또 파괴했어!]
“가긴 어딜 가. 이놈들아.”
유물들은 지금 울기 직전이었다.
아니, 사실 사라진 총수 쪽은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어디론가 날려버렸다고 한들, 그래봤자 현실 어딘가에 떨어졌을 테니까.
SS급 유물이라면 우주나 평행차원으로 날아갔을지도 모르지만, 변강쇠와 옹녀는 그래봐야 B급.
결정적으로, 최강의 힘을 가진 총수를 걱정하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누가 누굴 걱정해? 이런 느낌.
단지 여기서 문제가 되는 건 저 미친 인간 놈이었다.
“아무래도 말귀를 못 알아듣는 것 같으니 다시 말하지.”
유물들은 주헌의 말을 개무시하고 얌전히 문으로 나가려 했다. 차마 총수가 만든 무덤을 부술 수는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출구를 떡하니 막은 주헌이 있었다.
“난 분명 말했다. 둘 중 하나 선택하라고.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을 좋은 조건이라고!”
주헌은 손가락을 우드득 꺾으며 외쳤다.
“알았나? 날 안 따르면 니들 총수가 성추행 했다고 소문을 낼 거다.”
[저, 개놈이…!]
그렇다.
총수가 행방불명되자마자 주헌은 본색을 드러냈다.
[성추행이라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겁니다. 인간이 뭘 어떻게 할 수 있다고….]
“어떻게? 간단해. 신작의 주인공을 총수님으로 삼아서 논픽션으로 쓸 거다, 이놈들아.”
그러자 주헌의 팬이라고 온 놈들이 우와아아 환호했다.
그 모습에 총수의 군단은 이를 갈았다.
[도대체 누가 저놈들을 선동했나!]
[얼핏 아누비스라는 말을 들은 것 같은데….]
그 말에 사단장들은 크륵 이를 갈았다.
[아누비스 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싸돌아다니는 거야!]
아마 제갈공명에게 써준 계약서를 보면 이들은 더 기겁을 하겠지만, 아직은 알 리가 없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주헌을 보며 미간을 좁혔다.
‘서주헌, 유물을 다루는 능력이 상당하다.’
변강쇠와 옹녀의 유물만 봐도 그랬다.
사실 B급짜리 유물이 총수에게 영향을 끼칠 수 있을 리가 있겠는가.
유물의 능력은 인간에 따라 더 강해지기도, 약해지는 법.
인간의 몸에 빙의 되어 있었다고 한들, 총수에게 약간이나마 영향을 끼치게 했다.
그렇다는 건……….
‘이정도면 인간들 중에서도 최강이 될 소질이 있다.’
그런 인간들이 먼 훗날 사황이라고 불리는 놈들이었다.
‘그런 자질을 가진 놈이 총수의 계약자 말고도 벌써 또 있다니.’
그들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아누비스는 뭐하고 있는 거야! 강한 인간들은 다 죽이라고 말했잖아!’
‘왜 저런 놈이 아직까지 살아 있는 건데!’
‘일단 아누비스 놈부터 소환해!’
유물들은 서로 술렁거렸다.
빨리 다른 간부들을 소집해서 주헌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한다고 지껄였다. 하지만 그들이 그렇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주헌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거참, 엄청 시간 끄네. 이래서 머리 좋은 놈들은 이게 문제야. 쓸데없이 계산을 해대거든.”
[!]
“지금 뭐가 중요한지 모르겠어?”
주헌은 그렇게 이죽이면서 이들에게 다가왔다.
그가 다가오자 유물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
“사실 그냥 단순하게 생각하면 되는데 말이야.”
[뭐, 뭐?]
“지금 당장 사느냐, 죽느냐.”
동시에 주헌의 미소와 폭음이 교차했다.
콰과광!
유물들은 또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터져 나갔다.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주헌이 하하하 미친 듯이 웃으며 외쳤다.
역시 유물과 무덤은 때려 부숴야 제 맛이지!
***
[뉴스 속보입니다. 뉴욕 맨하튼 6번가에 위치한 크루스빌딩이 의문의 폭발로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2천만 달러에 달하는 고가의 펜트하우스인 만큼 그 충격이….]
[판도라에서는 이상 고분화 현상이라고 관측했으며 확인된 장소엔 한국인 남성이 한 명 있었던 걸로 확인…….]
[관리인의 말에 의하면 서주헌 씨로, 최근 유물 발굴자로 유명한….]
무덤으로 변한 주헌의 집 앞은 정말로 시끄러웠다.
판도라에서도 원인과 규모, 내부를 파악할 수 없는 괴상한 무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주헌이 무덤에 휘말렸다는 말에 세상이 주목하고 있었다.
특히 주헌을 집중하고 있던 라이벌들이.
이유는 간단했다.
‘집을 털 기회다.’
주헌이 수많은 유물을 가졌다는 건 공연한 사실.
주인이 죽었다면 무덤 수색이란 목적으로 내부를 탐색해볼 수 있지 않겠는가.
뉴스는 계속되었다.
[판도라에서는 이번 무덤이 크기는 굉장히 작아도 아주 위협적인 무덤이라 판단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형태와는 완전히 다르며, 임시로 만든 형태 같지만 그 위험도는 레벨 4(재앙급)와 맞먹는 수치였다고…….]
[왜 이런 무덤이 발생했는지는 분석중이며, 안에 사람이 있다면 살아있을 가능성이 전혀 없다며 일단 수색을 준비 중입니다.]
수많은 소방대원들과 하이에나 발굴단들. 그리고 기자들이 몰리면서 주헌의 집 앞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리고 몰린 사람들 중에서도 난리가 난 사람이 둘, 아니 셋.
“우리 단장님 살아 있는 거 맞아?”
“주헌 씨…!”
바로 설아를 따라 집으로 돌아온 유재하와 아이린이다.
복원재료를 사기 위해 이리저리 미술상을 돌던 유재하. 그리고 뉴스를 보고 달려온 아이린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있는 건 꺼멓게 타다 못해 완전히 전소한 펜트하우스.
그리고 정체불명의 독기.
일행이 걱정이 안 될 리가 없었다.
그뿐인가.
이설아 역시 그녀답지 않게 파르르 손을 떨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상대가 진채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 여자는 사황 중 하나다.’
이설아는 진채원이 얼마나 무서운 여자였는지 기억한다.
그리고 얼마나 그 여자가 주헌에게 집착을 했는지도!
모든 유물이 그녀의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고, 주헌 역시 몇 번이나 죽을 뻔했다.
그럼에도 목숨을 부지했던 건 부단장 율리안이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 준 덕분이었다.
즉, 주헌이 혼자서 그 여자와 맞붙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장님, 괜찮으실까.’
방어가 너무 단단하고 독기가 너무 심해 다시 들어갈 수 없었던 무덤.
설마 진채원 그 여자에게 정말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린 건……!
그렇게 이설아가 눈물을 참을 때였다.
[방금 들려온 소식입니다. 카메라에 내부가 잡혔다고 합니다! 전소한 사체를 발견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40층에 살던 서주헌 씨….]
리포터의 말에 주헌 일행은 철렁했다.
하지만.
[가 키우던 비둘기들의 사체 같습니다.]
“………….”
그 말에 이설아는 욕을 했다.
이것들이 헷갈리게 하기는.
그리고 이쯤 되자 주헌의 생사가 궁금해서 왔던 다른 발굴단들이 하하 웃었다.
“죽었네, 죽었어. 인간적으로 저 독기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냐.”
“맞아, 아싸. 나중에 저기서 나오는 유물들은 전부 우리 거!”
그리고 그 인파들 사이에는 남들은 모르지만 권 회장의 사람이나 주헌을 관심 있게 보던 사람들도 있었다.
“빨리 움직여. 안에 몰래 잠입한다.”
그들은 주헌의 유물을 노리고 있었다. 뉴스를 보자마자 주헌의 집을 털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 중에는 권 회장의 부하이자 예비사위, 윤시우도 있었다.
‘회장님의 유물을 되찾아올 기회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꾸에에엑!”
쾅!
아무래도 그 사이에 주헌의 집에 침입한 놈들이 있었는지, 비명이 들려왔다.
“뭐야, 이것들은?”
낯익은 목소리에 이들은 깜짝 놀랐다. 목소리는 창가 쪽에서 들렸다.
“자, 잠깐! 저기! 저기 나오는 거, 사람 아니야?”
“뭐, 뭐라고?!”
먼저 외친 것은 헬리콥터를 타고 빌딩을 찍던 카메라맨이었다.
뒤이어 밑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이야, 사람!”
이에 깜짝 놀란 일행이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분명히 있었다.
건물 창문으로 빠져나오고 있는 주헌이!
[사람입니다! 안에서 사람이 나타났습니다!]
[기적입니다! 사람이 나왔습니다!]
사람들은 경악하고, 또 오열하고 있었다.
유재하는 눈물까지 철철 흘렸고 말이다.
하지만 정작 창가로 나오는 주헌은 이것들은 뭐냐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주헌의 옆에는 동아줄이 등에 빨간 보자기 짐을 동여매고 따라 나오고 있었다.
짐의 크기가 큼직한 게, 어지간히도 물건이 많이 들어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주헌은 동아줄을 타고 유유히 내려왔다.
그럴 때였다.
“주헌 씨!”
주헌이 땅에 내려오자마자 아이린이 와락 안겼다.
주헌은 놀란 듯 했지만 싫지는 않은 기색이었다.
아니 싫기는 무슨, 무척 좋았다.
하지만.
“저기, 지금 갈비뼈가 좀 나가서요.”
그 말에 아이린이 기겁을 하며 주헌에게서 화다닥 떨어졌다.
“죄송해요, 괜찮으세요?!”
그러더니 주헌의 얼굴을 그제야 자세히 보고는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여기 시체, 아니 환자요! 환자가 있어요!”
주헌의 창백한 얼굴은 처음 보는 아이린은 울 것만 같았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유재하는 동아줄이 등에 가득 매고 있는 보자기가 영 신경이 쓰였다.
그래서일까.
“저…… 단장님. 척 보기에도 수백 개는 넘어 보이는 그 잡동사니들은…….”
“니 작업물.”
유재하는 역시라며 눈물을 흘렸다.
대충 봐도 한 달은 철야해야 하는 양이었다.
“설마 이것들 다 줍느라 늦게 나온 거예요?”
“그래. 빌어먹을, 중간에 튄 놈들도 있어가지고…. 그거 잡고 교육 시키느라. 그런데….”
주헌은 자신의 집을 털려고 하는 발굴단들을 쏘아보면서 물었다.
“저것들은 뭐냐?”
“아, 됐어요, 단장님이 나오셨으니 다들 물러날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나타나자 하이에나들은 슬금슬금 도망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그들을 가만히 두고 볼 동아줄도 아니었지만.
[#$&*!]
니들 유물도 내놔! 내놔!
철썩, 철썩, 철썩!
“으아아악!”
빨간 짐을 동여맨 동아줄은 유물 강탈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광경을 보며 주헌이 유재하에게 말했다.
“아무튼 재하야, 저것들 잘 복원해놓고. 기자들은 알아서 상대하고. 그리고….”
“그리고?”
“나 일주일만 기절 하마.”
“네?!”
아무래도 천하의 주헌조차도 더럽게 피곤하긴 피곤한지, 꽥 기절하고 말았다.
***
한편 진채원은 미친 듯이 웃고 있었다.
“하하하, 서주헌 이걸 진짜.”
괴상한 유물들에 의해 홍콩에 떨어졌던 그녀였다.
덕분에 홍콩 한복판에서 어찌나 기가 막혀서 웃음만 터져 나왔던지.
그리고 실험실로 돌아온 그녀는 위험천만하게 웃었다.
“이번은 당했어도 두 번은 없다.”
두 번이나 같은 수에 당할 진채원도 아니었다.
그리고 실험실 가운을 입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지도 유물을 꺼내놓고 있었다.
주헌을 괴롭히고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랑은 무인도에 단 둘이 떨어져도 안 해.’
그 말이 얼마나 수치스러웠던가.
진채원은 그래보여도 남자 10명 중 9명은 넘어올 정도 상당한 미인이었다.
그런 말을 듣고 태연할 수는 없는 법이었다. 그리고 주헌에게 독기를 품은 그녀가 실험실 깊숙한 곳으로 들어갔다.
안에는 여러 개의 창고가 있었지만, 그녀가 향한 곳은 제일 끝.
엄중하게 자물쇠로 채워져 있지만, 문 밖으로 새어나오는 오라가 척 보기에도 흉흉했다.
안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유물들.
그것도 아직 주인이 없는 유물들이다.
“얘들은 나도 감당하기 힘들어서 묵혀뒀던 건데……….”
진채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창고의 문을 열었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도 도박이었다.
좀 더 자극이 필요할 때 써먹으려고 했지만, 지금 써먹어도 상관없었다.
주헌을 짓밟아 그 의기양양한 얼굴이 일그러지고 자신에게 구애를 해오는 꼴을 볼 수만 있다면.
그녀가 손짓을 하자 창고에 둘러져 있던 쇠사슬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총수의 힘으로 유물들을 묶어두고 있던 속박이 풀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녀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희는 자유야. 마음껏 돌아다니며 주인을 찾아보렴.”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몇 개의 유물들이 으하하하 웃으면서 창고 안에서 사라졌다.
동시에 그녀는 웃었다.
‘때마침 잘됐지. 괴벨스 유물도 세상에 나온 판이니.’
틀림없이 시너지를 이룰 것이다.
“자, 그럼 현대판 히틀러는 어떤 사고를 치려나.”
전생에는 나타나지 않았던 괴물들.
히틀러 등 한 시대를 장식하던 세기의 악마들이 세상에 풀리고 말았다.
***
[아이고오, 아프다. 좀 더 살살하지 못할까!]
월계관 형태의 네로는 빼애액 투덜거렸다. 그러자 유재하가 으이구, 하며 철썩 월계관을 때렸다.
무슨 말인지는 몰라도 아프니까 시위하는 거라는 걸 모를 리가 없었던 탓이다.
“그러게 누가 사령관 같은 짓이나 하래? 니가 알렉산더냐고 어? 너 때문에 내가 밤을 샜잖아!”
[지금 감히 짐을 모독하는 것이냐!]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주헌은 임시로 방을 잡은 곳에 있었다.
주헌은 일주일 동안 자겠다더니 정말 일주일 내내 자고 있었고, 유재하는 그동안 복원에 시달렸다.
그리고 일주일 째 되는 날 아침.
복원 때문에 내내 철야를 했던 유재하가 하품을 하며 신문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때였다.
신문을 본 유재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뭐, 뭐야 이거!”
신문엔 뜻밖의 스캔들이 터져 있었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