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9 이 시대 최강유물? <6권마침> =========================================================================
〈 이 시대 최강유물? (2) 〉
그가 바라본 곳은 펜트하우스의 현관문.
‘저기라면 아직 나갈 수 있다.’
검게 물들어가는 공간 중에서도 저곳은 아직 멀쩡했다.
그걸 깨달은 주헌은 바로 동아줄을 날렸다. 동아줄이 당겨주는 힘으로 날아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
동아줄이 비명을 질렀다.
총수의 유물 탓인지, 현관문에 닿은 동아줄의 몸이 썩어 들어가기 시작한 탓이다.
‘이런.’
아차 싶었던 주헌은 재빨리 동아줄을 불러들였다.
결국 마지막 탈출구마저도 다른 형태로 바뀌고 말았다.
‘!’
현관문을 시작으로 핏줄이 뻗어나가는 듯하더니, 모든 곳이 그로테스크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물컹거리고 습한 감촉.
확실했다.
여긴…….
‘뱃속이다.’
벽, 천장, 바닥.
모든 곳이 한순간에 내시경으로나 볼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으로 변했다.
주헌은 그걸 보며 혀를 찼다.
‘탐식의 유물이라 이딴 식인 건가.’
놈들이 사비를 털어 만든 무덤은 보통 피라미드나 돌무덤, 굴무덤 형태가 정상이건만.
물론 앞길이 막히자 동아줄이 씩씩 거리면서 화를 냈다.
[#*#&*!]
왜 주인님을 막아! 막아!
제 몸이 상한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위아래도 모르는 동아줄이 총수에게 달려들려고 할 때였다.
콱!
주헌이 얼른 동아줄의 꼬리를 붙들었다.
기특해서 평소엔 그냥 두고 봤지만, 이번만큼은 안 된다.
“떽. 아니야, 이번엔 거기 아니야.”
어서 빨리 본인이 B급이라는 걸 깨달으렴.
그리고 주헌은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나마 오라의 기운이 약한 곳을 공략하면 무덤파괴 스킬도 통할지도 모른다.
‘대충 내 방 부근이면 되려나.’
그렇게 주헌이 자리를 박차고 이동했다. 그 몸놀림이 정말 빨라 진채원도 놀랄 정도였다.
하지만.
“큭!”
갑자기 몰려온 극도의 현기증.
속이 다 울렁거릴 정도라 주헌은 결국 주저앉고 말았다.
‘젠장.’
어지러웠다.
그리고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 마치 가슴 안에 있는 바늘이 근육을 후벼 파고 나올 듯한 통증.
그뿐이 아니다.
목은 괴로울 정도로 말라갔고, 오장육부는 황산에 타들어가듯이 끔찍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뒤이어 찾아오는 극심한 과호흡 증상은 잠시라도 견딜 수 없을 만큼 끔찍했다.
결국 가슴을 움켜쥔 주헌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엎드렸다.
그리고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각혈에 두통. 시야까지 흐려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하지만 주헌은 이 감각이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무덤 증후군!’
그렇다.
한동안 잊고 살았던 바로 그 빌어먹을 고통이었다.
매일 밤마다 고통에 몸부림치고, 언제 죽을까 공포에 떨었지.
하지만, 이게 갑자기 왜?
그런 의문을 품을 때였다.
“어때? 아파서 죽을 것 같지? 쥐가 몸을 파먹는 기분 아니야?”
진채원이 흡족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꽤나 괴로울 거야. 내가 유물로 조합한 무덤 바이러스거든.”
그 말에 주헌의 살벌한 눈빛이 진채원의 얼굴을 때렸다.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극심한 괴로움에 주헌은 끄윽, 비명을 삼켰다.
진채원은 그 모습을 보며 입술을 핥으며 웃었다.
서주헌.
열 받지만, 확실히 탐이 나는 남자였다.
무엇보다 그는 다른 유물사용자하고 명백하게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유물을 개똥으로 안다는 것.
그렇다.
그건 주헌이 유일했다.
사실 어떤 또라이라고 하더라도 유물사용자라면 피할 수 없는 약점이 있었다.
바로 유물이 파괴되는 걸 끔찍하게 두려워한다는 것.
‘유물사용자들은 모두 유물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심지어 인간의 생명보다 더!
막말로 제 친지나 인간의 팔다리를 잘랐으면 잘랐지, 유물을 파괴하고 싶다는 생각은 죽어도 못하는 족속들이었다.
덕분에 유물사용자들을 협박하려면 유물을 인질로 잡으라고 할 정도였다.
그런데 주헌만큼은 달랐다.
‘유물을 사정없이 파괴한다고 들었다.’
마음에 안 들면 파괴!
인간이 피해볼 것 같으면 파괴!
말을 안 들어도 파괴!
파괴! 또 파괴!
또, 또, 또 파괴!
이건 뭐 파괴의 미학을 가진 또라이도 아니고.
‘이런 놈은 살려두면 골치 아프지.’
그런데 그때였다.
“이 또라이가.”
“!”
쿵!
괴로워하고 있던 주헌이 진채원의 목을 낚아채서 쓰러트렸다.
유물로 찔러 죽여버리자니 총수의 유물을 쓰고 있어서 유물 놈들이 말을 안 들어 처먹고.
무기는 없다.
결국 주헌은 거칠게 그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큭!”
덕분에 진채원은 내심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말도 안 돼! 지금 상황에서 이럴 힘이 있을 리가 없는데!’
자신이 유물로 조합한 유물 바이러스. 그건 인간에게 아주 치명적이고 고통스러운 병이었다.
불에 계속해서 살을 지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사실상 죽는 게 낫다 싶을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도저히 정신을 차리고 있을 상황이 아닐 텐데……!”
하지만 주헌은 한 손으로 이마를 움켜쥐며 이를 뿌득 갈았다.
“안 닥쳐?!”
“커헉!”
그 강한 악력에 진채원은 괴로워했다.
주헌은 고통을 참기 위해서라도 입술을 콱 깨물었다.
주헌의 턱으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도저히 정신을 차리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고?
빌어먹을.
그 상태로 10년을 살았다!
그렇게 고작 한 시간짜리 통증완화제를 보수로 먹으며 무덤에 들락날락했다고!
주헌은 더욱 거칠게 진채원의 목을 졸랐다.
무덤을 클리어할 수 없다면 사용자 본인을 죽여서 틈을 만드는 수밖에!
“큭!”
진채원은 이를 악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지금 이 악력은 인간의 힘이 아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힘이……!
이때였다.
그 질문에 답이라도 하듯, 섬뜩한 오라가 주헌에게서 뿜어져 나왔다.
그건 검은 오라였다.
인간의 지배력도, 친화력도, 적합력도 아닌 유물의 오라!
인간은 절대 낼 수 없는 그 오라가 맞다.
마치 진채원이 총수 유물과 일체 되어 뿜어대는 모습과 흡사했다.
그 탓일까.
진채원은 좀 놀란 듯했다.
‘나 외의 인간이 어떻게!’
그리고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주헌의 뒤를 보고 진채원은 움찔했다.
정확히는 총수 유물이!
확실했다.
주헌의 등 뒤로 나타난 저 형상.
존재감을 과시하기라도 하듯, 저 흉악하고 고압적인 오라!
‘그 까마귀다!’
그렇다.
그건 전에 율리안이 제갈공명의 유물로 본 적이 있던 흉흉한 오라.
까마귀의 오라였다.
그 까마귀가 오라의 형태로 사납게 날개를 펼치고 울부짖으며 총수를 위협하고 있었다.
마치 주헌에게 손끝 하나 건들지 말라는 듯이!
동시에 진채원이 순간이동 유물을 써서 주헌에게서 벗어났다.
“콜록, 콜록.”
그러더니 진채원이 주헌을 쏘아보았다.
“역시 너. 까마귀 놈과 연관이 있구나.”
흘러나온 목소리는 진채원의 것은 아니었다.
진채원의 정신과 합쳐져 있는 총수 유물이다.
‘저 인간 놈이.’
유독 다른 유물사용자들보다 눈에 띄는 감이 있더라니.
확실히 강한 오라였다.
하지만 까마귀와 계약된 상태는 아닌 터라 그저 일부의 오라가 빙의된 정도에 불과하다.
마치 보호막 마법이 걸려 있는 것처럼.
그리고 주헌을 감싸고 있는 그 까마귀의 오라야 말로 주헌이 각종 도굴꾼 스킬을 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자 연결고리.
그것 덕분에 까마귀가 주헌과 메시지로 소통하며 고고학자의 유물 없이도 능력을 활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사실까지 주헌이 알 리가 없었지만, 진채원과 총수는 단번에 알았다.
‘없애야 한다.’
저건 골칫덩어리였다.
잘은 몰라도 그래봐야 미계약자였다.
게다가 가호의 정도이지, 본체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충분히 없앨 수 있다.’
평소 그녀의 방법이라면 달콤한 향으로 유혹해 관계를 맺으며 능력을 빼앗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헌에겐 통하지도 않았고, 총수로써는 불쾌한 존재였다.
“이 거슬리는 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깜짝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다.
주헌에게서 검은 오라가 피어오르듯, 진채원에게서 붉은 오라가 뿜어져 나왔다.
쿵!
그리고 그 붉은 오라에 주헌은 기어이 머리를 움켜쥐고 몸부림을 치고 말았다.
[끔찍한 총수의 힘이 작렬합니다]
[끔찍한 총수의 힘이 뇌를 파괴하려고 듭니다]
“크윽!”
몸에 침투해 오는 유물 바이러스.
머리가 깨질 것 같은 과거의 고통에 주헌은 몸부림을 쳤다.
“아악!”
진채원은 그 비명소리에 파르르 몸을 떨었다. 정확히는 총수 유물이 흡족해 하는 것이겠지만.
그리고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던 붉은 오라가 괴물 거미로 뀌었다.
그 괴물 거미의 등장에 유물들은 울부짖었다.
[#$*#$&*!]
초, 총수님이시다.
주헌의 유물들은 극도로 두려워했다. 총수가 주헌을 죽이면 자신들이 해방된다는 생각 따위는 애초에 들지도 않았다.
아마 전부 죽을 것이다.
인간에게 잡혀 있었다는 이유로!
[#$*&$#*!]
그 누구도 총수에게 저항할 생각을 못 했다. 그중에는 주헌의 팬도 있었지만, 총수 앞에서는 도저히 당해낼 수가 없었다!
동시에 그 기괴한 거미는 살벌한 이빨을 벌리며 주헌을 노렸다.
총수는 유물 중에서도 드물게 인간을 잡아먹는 포악한 식인계 유물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죽여서 아랫것들에게 간식으로 뿌려주지.”
진채원, 그리고 총수는 점점 주헌에게 다가갔다.
최근 자신의 비위를 거스르게 한 놈의 저 나약한 육체를 찢어 갈기기 위해서!
‘자, 죽어라!’
그렇게 탐식의 유물이 주헌에게 손을 뻗을 때였다.
철썩!
“!”
일을 치고야 말았다!
참다못한 동아줄이 진채원. 아니 총수의 뺨을 후려친 것이었다.
그 광경에 유물들은 빼애애액 거품을 물며 기절하고 말았다.
[#$#*#!]
미쳤다! 저게 미쳤다!
[##*!*[email protected]]
저게 위아래도 모르더니 기어이 총수님한테에에!
그러나 남들이 기겁하거나 말거나 동아줄은 주헌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었다.
철썩, 철썩, 철썩!
[#$**!]
저리 안 가? 안 가?
결국 보다 못한 유물들이 동아줄을 말렸다.
[#$*#$&*!]
그만해! 그만해! 그러다가 너 진짜 죽어!
[#$**!]
아직 어린데 목숨은 소중히 해야지!
그딴 거 알게 뭐야!
주헌이 위험한 상황인데!
철썩! 철썩! 철썩!
결국 폭풍 싸대기를 맞던 진채원이 눈을 부라렸다.
“이게!”
[#*$#&*!]
결국 동아줄은 비명을 지르며 오라에 튕겨져 나갔다.
깨끗하던 은색 몸은 촛불의 심지가 까맣게 되는 것 마냥 검게 물들었다.
그리고 완전히 검게 물든 곳부터 바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지의 동아줄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철썩, 철썩, 철썩, 철썩!
[#$*$#&!]
저리 가! 저리 가! 꺼지란 말이야!
참으로 찰진 소리. 그야말로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매서운 일격이었다.
이어서 뜨는 메시지.
[동아줄이 새로운 스킬을 알아냈습니다]
[동아줄이 유물계에서 전설적인 일을 이루어냈습니다.]
[총수의 뺨을 갈기다]
[새로운 업적을 얻었습니다!]
그걸 보며 픽 웃던 주헌은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옳지. 잘한다, 잘해.’
이대로 틈만 만들어 낸다면….
그런데 그때였다.
“이 유물은 도대체 뭐야!”
주헌에게 다가가려고만 하면 얻어맞자 총수는 결국 분노했다.
그러자 유물들은 울부짖었다.
[#$#&*!]
아이고!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
저희가 교육을 잘못 시켰습니다!
아니, 아무래야 좋았다.
총수 유물이 이를 갈았다.
“아무래도 돌연변이가 나타난 모양이구나.”
곧 진채원, 그리고 총수가 손가락을 까닥거리자 동아줄의 몸이 붕 떠올랐다.
[#$**!]
“?!”
그리고 뻐억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바스러져 가던 동아줄의 몸이 기어이 절반 이상이 사라지고 말았다.
주헌은 그걸 보고 아차 싶었다.
‘잔해가 없으면 아무리 재하라도 복원시킬 수 없는데.’
이거 꽤 위험한 상황이었다.
다른 유물을 사용하자니, 모두 총수의 유물을 거역조차 못하는 상황.
그렇다고 다른 꼼수나 도굴 스킬을 활용해서 나가?
그러기엔 빌어먹을 유물 바이러스로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주헌은 입술을 깨물었다.
‘이거 꽤 골치 아픈걸.’
그런데 그 순간!
동아줄의 몸이 번쩍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강력한 오라가 주헌의 앞에 강림하며 뜻밖의 메시지가 떠올랐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