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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48화 (148/409)

00148 이 시대 최강유물? <6권마침>  =========================================================================

〈 이 시대 최강유물? (1) 〉

‘서주헌. 흥미로운 남자다.’

뉴욕에 주헌을 찾아온 진채원은 입맛을 다셨다.

서주헌. 그가 누구인가.

지금까지 행색만 보면 다들 주헌을 곱게 미친 놈이 아니라고 울부짖었다.

실제로 주헌을 접한 유물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그를 미친 또라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았고 말이다.

아니 그것도 그럴 법한 게.

‘네 건 내 것!’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거든!’

‘여자 말고 유물을 달라!’

‘권력, 돈? 좋아! 그런데 니들 건 필요 없어!’

‘내 사람 울렸냐? 그럼 너는 어디 한 번 피똥 싸봐라!’

라는 식으로 뒷골 땡기게 하는 놈이 아니었던가.

그야말로 말이고 뭐고 통하는 놈이 아니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그래서 진채원은 흥미로웠다.

‘사실 유물 사용자들의 등을 쳐먹기도 어려운 법인데.’

그런 말이 나올 정도로 유물사용자들은 독종이라고 봐도 좋았다.

왜?

유물의 성향상, 착한 사람들은 애초에 유물에 의해 호구가 되던 새우등이 터져 죽던 둘 중 하나니까.

반대로 말하면 유물을 다루는 놈일수록, 상위 유물 사용자일수록, 인간으로서 지독한 독종일 확률이 컸다.

하지만 주헌은 그 독종들조차도 가지고 노는 더한 놈.

완전히 제정신이 아닌 놈.

흥미가 안 갈 리가 있겠는가.

‘그냥 또라이인 건지, 유물의 힘인지는 모르겠지만.’

진채원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찌 되었든 주헌을 직접 확인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으리라.

안 그래도 제 총수유물이 주헌을 몹시 경계하고 있는 참이었고.

‘봐서 쓸 만하다 싶으면 먹어치워야지.’

그녀는 야릇하게 입술을 핥았다.

진채원.

27세의 젊은 나이로 교수직에 오른 것으로도 모자라, 노벨상 후보에도 거론 될 수 있는 건 사실 제 유물 덕 아니었나.

사람이 가진 운동능력, 신체능력, 전문지식 등 각종 능력들을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었다.

즉, 총수의 유물은 ‘능력을 먹는 것’.

원래도 뛰어난 지능을 갖추고 있었지만, 사람들을 먹어치움으로서 더 발전하고 있었다.

물론 잡아먹힌 남자들 쪽은 모두 쇠약해져서 죽거나, 돌연사하고 말았지만.

마침내 그녀가 주헌의 방문을 살짝 열었다. 안에서는 정화의 유물을 펼쳐놓고 유물 조사를 하는 주헌이 있었다.

“단장님. 일하고 계세요?”

진채원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그녀는 이미 이설아나 주헌이 어떤 사이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살리에리 무덤에 있을 때 주헌과 이설아의 대화를 어느 정도 엿듣지 않았었나.

총수의 유물이 살리에리의 무덤을 대리지배 했기에 가능했던 일.

사실 그래서 이설아를 택한 것도 있고.

단지 이해가 안 가는 게 있다면….

‘TKBM의 소속… 마지막 무덤….’

진채원으로선 이해할 수 없는 것들.

주헌이 중간에 대화를 끊어서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몇 개의 키워드가 그녀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어쩌면, 전생의 유물 같은 건가?’

대충 불교의 윤회와 관련된 유물이라든가.

‘아니면 이설아를 꾀내기 위해 만들어낸 가짜 기억일수도 있지.’

어쨌든 그게 주헌이 독보적일 수 있는 원동력일지도 몰랐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흥분된 듯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그건 환희였다.

자신도 모르는 정보라니. 능력이라니.

탐이 났다. 저 남자의 몸이 너무 탐이 났다.

덕분에 안달이 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미소를 지었다.

‘참자. 먹어치우면 어차피 다 내 것이 된다.’

진채원은 흥분되는 마음을 가라앉히며 주헌에게 다가갔다.

“저, 단장님?”

반면 진채원을 본 주헌은 내심 놀란 듯 했다.

그러다가 이상한 기색으로 자신의 시계를 보았다.

“단장님?”

“아. 빨리 도착했네? 데리러 갈려고 했는데.”

“아, 괜찮습니다.”

그녀의 연기는 완벽했다.

아니, 사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 《변신이야기》 원전 (A급-보물급 / 소모성 유물)]

[인지심리학자의 기억연구사전 (B급-희귀급 / 소모성 유물)]

진채원은 변신계 유물 외에 추가로 착각계 유물을 썼다. 눈앞의 대상이 지정한 사람이라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이 대충 단장님이라고 지껄여도 자동 보정이 된다는 의미였다.

그랬기에 진채원은 표표히 웃었다.

‘이 내가 한심하게 연기 따위를 하려고 발버둥 칠 것 같아?’

누군가의 행동이나 말투를 흉내 내라니.

그딴 건 광대들이나 하는 짓거리였다.

착각계 유물이면 충분했다.

그 증거로 진채원이 주헌에게 가까이 다가올 때 까지도 주헌은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단장님.”

심지어 주헌의 코앞까지 왔을 때 까지도.

그렇게 진채원이 탐식의 유물을 발동하려는 때였다.

“설아야.”

“네?”

어째서인지 주헌이 진채원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 미심쩍은 눈빛에 진채원은 내심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 들켰나.’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유물을 다루고, 기운을 숨기는 건 진채원이 주헌보다 몇 수는 더 위였다.

실제로 주헌은 그 어떤 유물의 기운도 느끼지 못했다.

단지.

주헌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다.

“너 잠깐 안본 사이에 늙었다?”

그 말에 진채원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네?”

순간 표정 관리가 안 될 뻔했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갑자기 10살은 늙어 보인다고. 피부가 다 삭았어.”

울컥.

묘하게 기분이 나빴지만, 뭐라 할 건더기도 없었다.

지금 자신은 이설아였으니까. 그 증거로 진채원은 웃었다.

“중국에 다녀오느라 좀 피곤했나 봅니다.”

“오, 그래? 그럼 그 여자는?”

“네?”

“중국에서 그 여자는 만났나?”

“그 여자요?”

“왜. 또라이 진채원. 그 꽃단 미친년 말이야.”

그 말에 진채원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얘 지금 일부러 이러는 거 아니지?

그래보여도 자신은 대외적으론 엄격한 이미지로 통하는 생물학계 교수였다.

그런 자신이 왜 그딴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애석하게도 그 미친 교수는 부재중이었습니다.”

일단 말은 맞춰주었다.

굴욕적이긴 하지만 이런 곳에서 뻔히 보이는 실수를 할 타입도 아니었다.

‘그래봐야 죽을 운명이다.’

그래서일까. 진채원은 슬쩍 눈웃음을 쳤다.

“그나저나 단장님. 중국이 가진 정보에 대해서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동시에 발동한 탐식의 유물. 진채원은 스타킹을 신은 발로 은근슬쩍 주헌의 다리를 건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살짝 발목을, 그 다음엔 종아리를.

그렇게 점점 허벅지 위로, 더 안쪽으로. 주헌의 옷을 벗겨버릴 듯 야릇하고 은밀하게 올라갔다.

이어서 퍼지는 매혹적이고 자극적인 향기.

그러나 색욕의 유물과는 느낌이 전혀 달랐다. 마치 식충식물이 달콤한 꿀을 놓고 먹이를 기다리는 듯한 향기일 것이다.

‘넘어와라.’

가늘어지는 그녀의 눈매가 몹시 위험했다.

보통의 남자들은 그 먹음직스러운 향기를 참지 못하고 바지를 풀어헤치며 진채원에게 달려들었다.

앞섬은 터질 듯 부풀고, 숨은 거칠어지고, 콧김을 내뿜으며 진채원의 풍만한 몸에서 귀한 꿀이라도 받아먹듯 핥아댔다.

아주 귀한 것 다루듯이 조심스럽게, 그러나 또 굉장히 천박한 짐승 같이!

물론 그렇게 즐기다가 때론 탐식의 유물의 먹이로 줘버렸지만.

그 경우, 정말 말 그대로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탐식의 향이 더욱 깊어졌다. 그녀의 눈빛도 더 악랄해졌다.

‘자, 와라!’

그러나 그 순간.

쿵!

진채원의 시야가 뒤 바뀌었다. 주헌이 진채원을 거칠게 눕힌 것이다.

“!”

그런데 문제는 그게 상당히 거칠었다.

“잠…!”

덕분에 진채원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주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진채원의 푸른색 셔츠를 잡아 뜯었다.

투두둑!

그 억센 힘에 단추가 뜯겨져 나가고, 벌어진 셔츠에서 꽉 찬 가슴골이 드러났다.

이어서 날카로운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변장하려면 똑바로 해.”

“?!”

“설아는 이 사이즈 아니야.”

“!”

“그리고 여기! 설아는 가슴 밑에 실핏줄이 16개로 갈라진다고! 알았어?”

뭐, 뭐가 어째?!

“됐으니까, 같잖은 연기는 그만하라고. 또라이 교수.”

그렇다.

주헌은 처음부터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기묘한 착란유물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분명 그런 메시지가 뜨기도 했지만…….

착란 유물은 개뿔.

“눈깔이 삐지 않고서야 왜 몰라! 사람이 전혀 다르잖아 사람이!”

아니, 다르긴 뭐가 다른데!

하지만 사람(?)의 기억력을 가진 게 아닌 주헌에게는 인상이 조금만 달라져도 이미 다른 사람이었다.

결국 그 쯤 되자 진채원은 살벌하게 웃었다.

이 이상 아닌 척 하는 것도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저 가소로울 뿐이었다.

“너 그럼 설마 처음부터 이설아가 아닌 걸 알면서도 연기를 한거냐?”

“그걸 이제 알았냐? 또라이?”

우득.

그러나 주헌은 진채원이 부릅뜨거나 말거나 웃겼다.

‘하여간 이 원수 같은 여자.’

“쳐들어온 건 가상하다만, 이 기회에 똑똑히 말해두지. 세상이 두 쪽 나도, 무인도에 단 둘이 떨어져도. 절대 너랑 하게 될 일은 없을 거다.”

“뭐……?”

어째 옛날에 했던 말을 또 하는 것 같다만 상관은 없었다.

애써 태연한 척 입꼬리를 올리고 있지만, 파르르 눈이 떨리는 게 어지간히도 볼만 했기 때문이리라.

어지간히도 자존심 상한 것이리라.

하지만 자존심이 상한다 한들 어쩌겠나.

“억울하면 다음부터는 신급 변신 유물이라도 가져와. 어디서 고작 A급으로.”

“뭐야?”

“이렇게 어설프면서 무슨 변신 유물을 썼다고. 손금 모양도 전혀 안 맞고.”

뭐가 어째?

손금??

“그리고 엉덩이에는……”

그때였다.

벌컥!

“단장님! 제발 이상한 것까지 기억하지 마세요!”

“오, 왔냐.”

얼굴이 홍당무가 된 이설아가 나타났다.

그러나 씩씩 거리는 이설아의 모습은 완전히 엉망이었다.

옷은 여기저기가 찢겨 너덜너덜해졌고, 덕분에 드문드문 속옷이 보이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설아는 이럴 때가 아니라는 듯 외쳤다.

“단장님, 조심하세요! 그 여자…!”

그럴 때였다.

쿠웅!

[고압적인 오라가 집안을 감쌉니다.]

[고압적인 오라가 집안을 감쌉니다.]

다급한 메시지와 함께 집안 전체에 흉흉한 오라가 돌았다.

‘고분화!’

그리고 메시지대로 주헌의 펜트하우스 전체가 무덤으로 변해버렸다.

이설아는 자신이 늦었다면서 탄식했다.

“저 여자, 무덤을 만들어낼 수 있어요!”

과거에도 본적 없던 능력에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총수 유물인가.’

확실하다.

이런 형태, 오라의 기운.

‘이런 무덤, 듣도보도 못했다.’

처음 보는 무덤의 형태.

총수유물이 만들어낸 무덤이다.

그리고 어지간히도 굴욕을 느낀 듯, 진채원이 서늘한 독기를 품고 웃었다.

“젠장, 너 때문이야.”

“……?”

“순순히 몸을 넘겨줬으면 극락의 상태에서 보내줬을 텐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큭, 인상을 쓰며 재빨리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근처에 있었을 뿐인데, 팔에 극심한 화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내성레벨을 훨씬 초월하는 오라입니다]

[내성레벨을 훨씬 초월하는 오라입니다]

[흉악한 오라는 단 몇 초 안에 인간을 고깃덩어리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진채원은 아까와는 전혀 다른 오라를 뿜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녀의 목소리에 타인의 목소리가 합쳐진 듯한 괴기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내 유물은 인간을 굉장히 싫어해. 곱게는 안 보내줄걸?”

그리고 소름끼치는 오라가 무덤 전체에 퍼지기 시작했다.

쿠웅!

그 심상치 않은 오라에 주헌은 재빨리 이설아를 가볍게 들어 올렸다.

“다, 단장님?!”

그러나 주헌은 대답도 않고 거대한 전면 창문에 소화기를 던져 금을 냈다.

그 모습이 어째 불길해 이설아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자, 잠…설마!”

“상처는 알아서 치료해라. 재하랑 합류하고.”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사정없이 이설아를 창문으로 집어 던졌다.

말해두자면 높이는 40층이었다.

“꺄아아악! 단장니이임!”

이설아는 40층 위에서 내동댕이쳐졌다. 그리고 손을 툭툭 털며 주헌이 말했다.

“던질 게 하나라서 다행이군.”

오승우나 유재하는 때마침 자리를 비운 상태였으니까.

그리고 이어서 주헌도 뛰어내리려고 했다.

주헌은 상황을 잘 파악하는 사내였다.

미쳤다고 저딴 흉악한 오라를 보고 얼굴을 마주해야 하나?

저건 키이라보다도 더 미친 또라이인 것을.

하지만.

“어딜 가려고?”

유물하고 합체라도 한 건지, 제대로 분노한 진채원의 오라가 창문 밖에 벽을 만들어버렸다.

주헌이 도망치지 못하도록 모든 출구를 막아버린 것이다.

“칫.”

이어서 터져나오는 오라는 숨도 쉬기 힘들 정도로 끔찍했다.

[총수가 1레벨의 오라를 뿜어댑니다.]

[총수가 1레벨의 오라를 뿜어댑니다.]

[주의. 내성 A랭크로는 온전히 막아낼 수 없습니다.]

[10분 내에 피폭으로 사망할 수 있습니다.]

[지독한 독기에 몸이 노출되어 감염되기 시작합니다.]

주헌은 제 팔뚝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피부의 껍데기가 벗겨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뿐이 아니었다.

[#*$*!]

[#$**!]

주헌의 집에 있던 유물들이 피를 토하며 극심한 공포에 떨기 시작했다.

콰직, 콰지직.

C랭크 이하의 유물들은 총수의 오라를 접한 것만으로도 몸의 일부가 부서지기 시작했고, 대다수가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

총수야, 총수!

주헌은 그래도 침착했다. 무덤 파괴로 탈출하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B랭크의 무덤파괴로는 쉽지 않을 듯 했다.

‘할 수 없지.’

상대한다면 최소 공격력이 높은 신급.

주헌은 슬쩍 제 바지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하지만.

“……아누비스 이 똥개새끼.”

역시 제일 먼저 튀었나.

소환을 하자니 이 무덤 역시 유물의 소환이 먹이지 않는 무덤.

진채원이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다가왔다.

“자, 순순히 내 양분이 되라. 서주헌.”

“싫다. 이 여자야.”

주헌은 뻐큐를 날리며 슬쩍 어딘가를 보았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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