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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47화 (147/409)

00147 이 시대 최강유물(?)  =========================================================================

〈 이시대 최강유물(1) 〉

“방금 뭐가 지나간 거죠?”

“잠깐, 방금 뭐야!”

아이린도, 이설아도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니, 뭔가가 순식간에 자신들의 물건을 훔쳐갔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아무것도 안보일 정도로 한순간이었다.

마치 야생의 짐승 같은 속도.

실제로 어둠을 틈타 사라진 맹수는 정말로 빨랐다!

이설아와 아이린의 물건을 낚아챈 짐승은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기둥과 선반, 사물함들을 헤치고 긴 몸을 씰룩이며 오직 한 사람에게 질주했다.

바로 노천탕에서 홀로 목욕을 즐기고 있는 사내에게!

쒸이익!

그리고 뭔가가 주헌를 노린다는 걸 깨달은 일행들이 다급해졌다.

“주헌 씨가 있는 곳으로 들어갔어요!”

이어서 탕 안쪽에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아악!”

주헌의 비명소리였다.

그의 비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일행들도 깜짝 놀랐다.

아니 주헌은 귀신의 집에 들어가도 소리를 지르기는커녕, 놀래키지 말라며 귀신의 머리를 쥐어박을 사내였다.

그런데 이 무슨!

“주헌 씨!”

“단장님!”

결국 다급해진 그들이 욕탕의 문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안에 펼쳐진 광경에 그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다, 단장님!”

안에서는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뭐하는 거야, 너!”

노천탕에 불법침입한 동아줄은 긴 몸으로 주헌의 몸을 칭칭 감싸고 있었다.

그리고 유재하는 저게 뭔가 싶었고, 아이린과 이설아는 뭘 봤는지 동시에 헉 얼굴을 붉혔다.

물론 적을 상대하듯 사납게 묶는 건 아니었다.

단지, 평소보다 좀 과격해져서 주헌의 몸을 노리고 있었다. 물속을 유영하며 주인의 몸을 탐내는 듯 했다.

그리고 마침내, 포악해진 동아줄은 눈을 번득(?) 이며 주헌을 노렸다.

훔쳐온 시약 뚜껑을 뿅, 입으로 열어젖힌 것이다.

주헌은 단번에 그 유물들의 정체를 알았다.

“야, 너 그 유물!”

아니 저건 또 언제 훔쳐왔대!

동시에 주헌은 아차 싶었다.

이건 좀 위험했다.

하나는 열병의 유물, 또 하나는 매력의 유물이 아닌가.

만약 동아줄이 저걸 쓰게 되면….

주헌은 드물게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유물에게 구애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러나 동아줄은 씩씩 거리는 건지, 훌쩍거리는 건지 모르게 몸을 씰룩였다.

[#*#*&*#!]

나도 칭찬 받을 거야! 칭찬 받을 거야!

‘아무래도 욕구 불만 상태인 모양이군.’

유물은 원래 인간보다도 더 본능적이고 탐욕스러운 생물들.

하루라도 욕망을 못 채우면 지랄발광을 하는 놈들이었다.

그런데 하루가 뭔가. 동아줄은 몇 달 동안 칭찬 하나 듣지 못하지 않았나.

칭찬을 해야 한다는 리스크가 발동하긴 했지만, 그 때마다 다른 놈들이 방해를 해댔다!

실제로 몇 달 동안 주헌을 노리는 적들을 다 물리치고 시키는 대로 다 했지만, 죄다 이런 식이었다!

[#*$&$#*!]

주인님! 칭찬해줘! 칭찬해줘!

[오, 설아야. 오늘 입은 옷이 최고인걸. 원래도 넌 멋졌지만, 세상에서 제일 멋지고 사랑스러운 것 같아.]

[#$*#&*!]

아니야, 거기 아니야! 여기라구! 칭찬….

[아이린, 이 환상적인 맛은 끝내주는데요. 어떻게 이런 맛을 낼 수가 있는 거죠! 너무 놀랍고 대단해요! 매일 우리 집에서 요리해주면 안될까요?]

[#$#*!]

주, 주인님. 오늘은 여기도 좀…….

[오오, 재하야. 아주 엘레강스한 복원 실력이야. 네가 없었더라면 나는 유물을 조금도 쓰지 못했겠지. 언제나 감사하고 있어. 너를 만나서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고 있단다.]

[#*$*]

주인님 오늘은 칭찬 한 번만…….

[하하하. 너희들의 농사 솜씨는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는걸. 정말 대단해!]

[#*$*]

낑, 칭찬……

[영감은 최고의 색남이야.]

[……….]

울컥.

어째 듣는 사람을 기겁하게 하는 칭찬이었지만, 동아줄은 폭발하고 말았다.

[#*$&*!]

거기 아니야! 여기란 말이야! 여기란 말이야!

결국 포악해진 동아줄은 꼬리(?)로 탕탕 바닥을 내리치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더니 훌쩍이며 무섭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물론 제 딴엔 화난 표정을 지어봐야 앙증맞은 밧줄이라는 게 문제였지만. 어쨌든 동아줄은 이설아와 아이린이 내심 부럽기까지 했다.

왜?

특히 주헌이 아이린이나 이설아를 볼 때면 티는 잘 나지 않아도 눈빛이 상냥해졌다.

인간들은 눈치채지 못할 정도지만 동아줄에게는 그게 분명히 보였다.

어쩌면 주헌도 인간인지라 유물보다 인간을 더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닐까!

‘나도 관심 받고 싶다!’

뭐 이렇게 된 건 자업자득이라 아무 말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그래도…….

[#*$*&!]

나도 그런 눈빛 받을 거야, 받을 거야!

욕구불만인 동아줄은 서럽게 폭주하며 자폭했다.

물론 그래봐야 자신이 인간으로 변할 수 있을 리는 없다.

그러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관심을 끄는 수밖에!

곧 동아줄이 약병 두 개를 들고 씰룩이자 주헌이 급하게 외쳤다.

“에비! 약도 한꺼번에 쓰면 탈나요! 에비!”

하지만 동아줄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설아와 아이린이 가져온 유물을 자신의 몸에 스파이스를 치듯이 뿌려대는 것이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가 가관이었다.

[동아줄의 매력도가 몹시 올라갑니다.]

[동아줄의 매력도가 몹시 올라갑니다.]

그걸 본 주헌은 입을 떡 벌렸다.

아니 제까짓 게 매력도가 올라가봤자 결국 밧줄이지!

[동아줄에게 S라인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동아줄의 피부가 매끈해지는 것 같습니다!]

[동아줄의 피부가 빛나는 같습니다!]

아니, 그래봤자 결국 밧줄이라니까!

하지만 그걸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

크아앙!

“악!”

욕구불만인 동아줄이 크앙, 주인을 덮치(?)기 위해 달려들었다.

“다, 단장님!”

이 때 주헌이 급하게 외쳤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

이대로라면 뭔가 다른 의미로 위험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주 잘했다고!”

그 순간 우뚝, 동아줄이 눈앞에서 멈췄다.

[………]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포악했던 동아줄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흉흉한 오라도 사라졌다.

동아줄은 바로 순한 양이 되어 주헌의 입술에 몸을 비볐다.

[#*&$#*!]

주인님, 잘못했어. 잘못했어! 역시 좋아해. 좋아해.

주헌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고작 그거 한마디 해줬다고 감격해서는.

그래도 유물의 효과가 있긴 있던 걸까.

조금 뻣뻣했던 동아줄의 몸이 융단처럼 부드러워졌다. 그런 몸으로 비벼오니 잠이 올 듯 기분은 좋긴 하다만….

‘두 번 칭찬 안 해줬다간 진짜 죽겠군.’

바보같이 제 꾀에 제가 당하는 모습이 웃겨 일부러 칭찬을 안 해주기도 했지만.

“……아무튼 잘했다.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잘했어….”

주헌은 동아줄을 쓰다듬으면서 밀린 칭찬을 한꺼번에 해줬다.

동아줄은 그저 황홀해서 기절 직전이었다.

그러더니 아이린과 이설아에게 자랑하듯 몸을 씰룩거렸다.

[#*$*!]

칭찬 받았어! 칭찬 받았어! 내가 이겼다구!

도대체 뭐가 이겼다는 건지 모르겠지만, 동아줄은 신이 나서 덩실 덩실 춤을 추었다.

그리고 이때였다.

“됐으니까 옷 좀 입어요…….”

유재하가 입을 삐죽이며 태클을 걸자 주헌이 까닥거렸다. 그러자 동아줄이 얼른 가운을 물고 와 주헌에게 입혀주었다.

물론 이설아와 아이린은 불만이라는 듯 입술을 조금 삐죽거렸다.

그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에드워드가 보낸 문자를 보며 이설아를 보았다.

“됐고, 설아야. 이번에 중국에 정기보고 다녀온다고 했지.”

“아, 네.”

“겸사겸사 네가 해야 할 게 있다.”

“네? 무슨 일이죠?”

주헌은 대답 대신 핸드폰 문자를 보여주며 씨익 웃었다.

“집 털이?”

***`

[중국이 나머지 7대 무덤 정보를 입수한 듯함.]

[무덤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는 나침반 유물을 얻었다고 함.]

정말 돈줄이라면 돈줄 정보였다.

그리고 주헌은 이것들을 노리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덤과 유물은 전부 내거다.’

과연 스크루지도 울고 갈 이기적인 욕심……아니 미래에 대한 대처 때문이었다.

‘조금씩 위치와 내용물이 변하는 무덤들이 있다.’

클레오파트라의 무덤에서 달기가 나오지 않나, 네로의 무덤이 북한이 아닌 일본에서 나오지 않나.

물론 미래가 조금씩 바뀌는 건 당연했다.

하지만 주헌은 어쩐지 그게 총수 유물의 짓이라고 생각했다.

‘총수가 유물들에게 명령을 내려 무덤의 위치를 바꾸는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자신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실제로 주헌의 감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다.

어쨌거나 주헌은 이설아를 보며 말했다.

‘굳이 집털이를 강요하는 건 아니야. 부담 가질 필요는 없다.’

네가 안하면 내가 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설아는 눈을 반짝였다.

‘하겠습니다! 꼭 하겠습니다! 제발 시켜주십시오!’

그리고 지금.

“이설아, 지금 막 귀환했습니다.”

이설아는 집털이를 하기 위해 중국에 돌아왔다.

단지 한 가지 문제가 있다면 주헌일행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금 여기서 뭐하나?”

“!”

정보털이 중에 이설아가 딱 걸렸다.

“지금 뭐하는 거냐고 묻지 않나.”

칫.

이설아는 눈살을 찌푸렸다.

‘타이밍도 구리군.’

정보시설을 털고 있는 이설아의 앞에 나타난 것은 중국 사령관 마롱. 그는 의심스러운 눈으로 이설아를 쏘아보고 있었다.

“최근 서주헌과 붙어 다닌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뭐하고 있었던 거지?”

그 말에 이설아는 쯧 혀를 찼다. 개인 임무로 전환해서 돌아다니고 있었지만, 확실히 중국 입장에서는 이상하게 여길만 했다.

‘어떻게 하지.’

잘못 걸리면 골치아파진다.

하지만 곧 답을 내린 이설아가 활짝 웃었다.

“아, 보고가 늦어져 죄송합니다. 중러연합에 큰 위협이 될 서주헌에게 접근하라는 명령을 받았었습니다.”

“이중스파이라고? 누가 시켰지?”

“샤오핑 주석께서요.”

그녀는 태연하게 국가원수를 팔아먹었다.

하지만 납득이 안가는 것도 아니었다.

‘주석께서는 이설아를 비롯해서 몇 명의 상급 유물 사용자들을 주목하고 있지.’

능력 테스트인지도 몰랐다.

결국 납득한 마롱 사령관은 이설아의 환한 미소에 크흠, 헛기침을 했다.

그러더니 이설아의 탄력진 엉덩이를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주석께 보고하기 전에 내 방에서 자세히 보고를 들어볼까?”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그 전에?”

뻐억!

“커헉!”

사령관은 이설아에게 늑골을 얻어맞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는 늑골을 움켜쥐면서 눈을 부릅떴다.

“커…… 커헉, 이, 이년이! 커헉!”

뻐억! 뻐억! 뻐억!

이설아는 아주 떡이 되도록 사령관을 밟았다. 결국 사령관이 거품을 물고 기절하고 나서야 이설아는 손을 툭툭 털었다.

“이 자식은 무덤에라도 던져서 증거 은밀이라도 해야 겠군.”

곧 이설아는 주헌에게 중국에서 뽑은 자료를 마저 전송했다.

‘전송 완료.’

그런데 이때였다.

“어머. 이제 주인님한테 돌아가려고?”

“!”

낯익은 목소리가 이설아의 바로 뒤에 있었다.

이설아는 깜짝 놀랐다.

‘진채원!’

하지만 곧 이설아는 진채원의 모습을 보고 까무러쳤다.

그도 그럴 법한 게……!

‘저 모습은!’

그러나 이설아는 말을 잇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았다.

쿵!

떨어진 곳은 어두운 동굴이었다. 그러나 이설아는 곧 이곳이 어디인 지 알 수 있었다.

'무덤...!'

분명했다.

진채원의 손짓에 이설아의 발 밑으로 갑자기 무덤의 문이 생겨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했다.

‘미쳤어? 인간이 무덤의 문을 만들어 낸다고?’

그리고 아군이고 뭐고 지저분한 건 눈 앞에 두기 싫었던 건지, 피떡이 되어 기절한 마롱 사령관까지 무덤에 휘말리고 말았다.

동시에 이설아가 이를 갈았다.

‘그 여자가 진짜……!’

단지 자신을 무덤에 날려보내서가 아니었다.

‘단장님이 위험해.’

그렇다.

마지막에 봤던 진채원의 얼굴이 문제였던 것이다!

‘그 여자, 내 얼굴을 하고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고!’

***

‘잘됐어.’

진채원은 주헌의 집으로 향하면서 입술을 훑었다. 능력 있는 남자는 좋아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탐식의 유물 소유자였기 때문이다.

탐식의 유물은 상대를 잡아먹음으로써 능력을 빼앗을 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다녀왔습니다, 단장님.”

바로 이설아의 모습을 한 탐식왕, 진채원이!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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