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1 잘못 걸렸다, 진짜. =========================================================================
〈 잘못 걸렸다, 진짜. (1) 〉
유재하는 식겁했다.
“자, 잠깐. 찍으라고요? 여자들 몰려오면?”
“그래. 아, 참고로 법에 안 걸릴 정도로 찍어라. 흔히 말하는 각도 사기를 치라고.”
“이봐요!”
그렇게 유재하가 뭐라고 하려는 그 때였다.
“꺄아아아! 여기야, 여기!”
“찾았다 찾았어!”
주헌이 하렘의 유물을 사용한 탓인지, 냄새를 맡고 온 인근의 여자들이 우르르 몰려오기 시작했다.
뜨겁게 달아오른 모래만큼 여자들 역시 뜨거워져서 군집을 이루고 있었다.
그 숫자가 대충 십… 백… 아니 천 명 정도!
교토에서 시몬이 여자들을 소환(?) 했듯이, 주헌 역시 여자란 여자들은 다 소환한 것이다.
물론 유재하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여기 사막 한복판 아니었어? 뭐가 저렇게 많…!”
마을과 거리가 있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한 게 아니었다. 그런데도 거리가 대수냐는 듯 불려온 여자들의 숫자가 상상을 초월했다.
그래도 잘됐다 싶었다.
“저 정도면 제 아무리 제갈이라도…”
그러나 유재하는 곧 창백하게 얼굴이 질리고 말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잠깐, 단장님! 여기로 오잖아요! 여기로!”
유재하의 비명과 함께 약 천 명가량의 여자들이 무섭게 덮쳐왔다. 그 기세가 엄청나 평원을 질주하는 황소들의 돌진 같았다.
“꺄아! 주헌 님! 주헌 님!”
“찾고 다녔어요! 주헌 님!”
“크억!”
결국 유재하는 졸지에 여자들에게 치이며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여자들은 주헌을 발견하자마자 두르고 있던 히잡이나 부르카를 집어 던졌다.
관광객들도 있었지만, 그다지 많이 찾지 않는 지역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지역 토착민이 많았다.
“주헌 님! 주헌 님!”
심지어 하나 같이 꽤 예뻤다.
동양과 서양에서는 볼 수 없는 중동 미인의 특색이 그대로 느껴졌다.
그래서 일까.
정작 이설아는 기절하기 직전이었다.
“다… 단장님.”
어째 시몬이 쓸 때보다도 유물의 효력이 더 뛰어나 보이는 건 착각인가?
시몬이라면 그래봐야 한 번에 몇 십 명 부르는 게 끝이었을 텐데.
‘여, 역시 단장님.’
같은 유물을 써도 이렇게나 차이가 나다니!
물론 자신으로선 기뻐해야 할지, 울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결국 여자들이 황홀한 표정으로 주헌에게 달라붙자 주헌이 비명을 질렀다.
여자들의 부드러운 가슴과 다리가 밀착되어 고욕이었다.
“나 말고! 저쪽! 저쪽으로 가라고!”
그 말에 여자들은 까무러쳤다.
“네?! 어째서요!”
“주헌 님! 저희를 버리지 마세요!”
아니, 버리고 자시고 필요 없다고!
이 유물은 다 좋은데 때와 장소를 안 가리는 게 문제였다.
“저쪽, 저쪽이야! 저쪽으로 가라고!”
곧 주헌의 손가락을 따라간 여자들은 입을 삐죽였다.
그녀들의 시선에 잡힌 건 율리안이었다. 얼핏 학구파 같다고 해야 할까.
진한 금발에 딱딱한 표정을 짓고 있지만 순둥하게 생긴 얼굴. 제법 훈남이긴 했지만, 그녀들에겐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스타일이 촌스러…….”
“주헌 님이 좋아….”
그러나 주헌이 외쳤다.
“선착순 한 명! 저놈 가슴팍에 키스마크 남겨오면 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1시간 이용권을 주지!”
그 말에 여자들의 눈이 번득였다.
“꺄아아아! 이용권!”
“이용궈어언!”
“주헌 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이용궈어언!”
여자들이 우르르르 사라지자, 주헌은 헉헉 거리며 짓밟혀 있던 유재하를 불렀다.
“좋아. 이제 찍어라.”
“……지, 진심이세요? 진짜 도촬하라고?”
“왜? 난 잘 찍었잖아.”
“아, 아니 그건….”
“황금비례, 황금구도도 고려해서 잘 찍어봐.”
유재하는 율리안을 진심으로 애도했다. 물론 자신과 계약할 때도 주헌이 정상적인 방법을 택한 건 아니었다.
애초에 칼을 들이밀고 노예 계약서를 내주던 인간이 아니던가.
‘그래도 이건 범죄지!’
멀쩡한 사람을 골로 보내겠다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부하가 괴로워하거나 말거나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한술 더 떴다.
“알았나. 풍문왕… 아니 웨이드 하르만이 환장할 사진으로 찍어라. 언론이 좋아할 사진으로 찍으라고.”
유재하는 엉엉 울었다.
“차라리 여자를 찍을래요…… 왜 자꾸 나한테 남자만 찍으래…”
이설아나 아이린도 그렇고, 이러려고 예술 공부를 한 게 아닌데.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
“예술 배워서 남자나 찍어야 하다니….”
“장당 2억.”
“목숨 걸고 하겠습니다! 맡겨만 주시죠!”
유재하는 순식간에 호구왕에서 도촬왕으로 변했다.
“야야야야! 똑바로 안 해? 어디 여자들한테 추파 좀 던져보라고! 손 좀 움직여 봐! 편집하기 쉽게 각도 좀 맞추란 말야!”
그리고 졸지에 복에 겨운 여난에 빠진 율리안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저것들이.’
그건 당연했다.
마치 자신의 리스크를 다 알고 있다는 듯한 행동이었다.
인드라의 유물은 강력한 만큼 그 리스크도 상당히 막강했는데, 1차 리스크가 바로 난봉꾼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최악의 난봉꾼이었다. 그래서 율리안은 일부러 여자들을 피해 다녔고 말이다.
실제로 인드라의 유물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
오오 여자다, 이 몸의 여자들이 천 명이나 몰려오다니!
미치겠군.
주헌처럼 유물의 말을 알아들을 수 건 아니지만, 계약한 만큼 대충 짐작은 갔다.
상황이 꽤나 위험했다.
하지만 율리안은 제갈공명 유물의 거지같은 리스크도 소화하는 인간이었다.
그런데 이깟 난봉꾼 유물에 당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꺄아아! 주헌님의 말대로 함락 시… 어?”
콰지지직!
번개가 작렬했다. 몰려든 여자들의 한 가운데에서 섬광이 일어나면서 벼락이 쏟아진 것이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지고 말았다. 물론 인체에 해를 가할 정도의 출력은 아니었다. 그냥 잠깐 기절했을 뿐.
그 모습에 유재하와 이설아는 입을 떡 벌렸다.
‘대단해. 이 많은 사람들을 상처도 없이 기절 시키다니.’
이설아는 그렇게 생각했고.
‘와, 저건 돌부처야 돌부처.’
유재하는 율리안이 존경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리고 제갈공명 레이드에 뛰고 있던 주헌도 순수하게 감탄했다.
‘역시 저 독한 놈.’
리스크조차도 정신력으로 눌러버리는 놈이라니. 뭐 원래부터 그러던 놈이었지만 말이다.
탐욕이 없으면 아무래도 유물의 농락에서 버티기 쉽다나 뭐라나.
그래서 더 쓸모가 많은 놈이었다.
‘역시 저놈은 반드시 내가 거두어야겠다.’
저놈의 의사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디 도망가는 사냥감이 사냥꾼이 싫다고 가릴 수가 있나?
쓸 만한 건 전부 자신의 것이 되어야 했다.
곧 주헌이 웃으면서 율리안에게 다가갈 때였다. 제갈공명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쌩 줄행랑을 쳤다.
“!”
평소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상대가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진짜 미친놈!’
지금은 서주헌을 상대할 때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목적은 이곳의 유물이 아니었나.
‘그러니 선수를 치고 내빼자!’
그리고 세상에는 율리안의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는 이들이 너무 많았다.
이곳의 유물도 결코 저딴 놈에게 넘어가면 안 되는 일이었다.
물론 그 가증스러운 속내를 모를 주헌도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주헌은 후, 하고 한숨을 쉬었다.
“나름 부단장의 체면이 있으니 나도 이렇게까지는 안하려고 했는데.”
할 수 없지.
감히 새치기를 하려고 하다니.
“다, 단장님?”
“나와라. 두 놈.”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의 옆에 빛이 번쩍였다.
나타난 것은 색욕의 끝장판, 달기.
남심을 흔들어버리는 절세미모, 여우 귀, 이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폭신해 보이는 9개의 꼬리.
기품 있는 몸짓 하나로 누구든지 쓰러트릴 달기가 요염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몸통을 씰룩이고 있는 동아줄 한 마리가....
[#*&$#*&*!]
저거 잡으면 돼? 잡으면 돼?
눈을 반짝이며 신나했다.
곧 두 유물의 괴기한 조합에 율리안은 기가 막혔다.
아니 색욕의 유물과 밧줄?
도대체 무슨 변태 같은 플레이를 하려고!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당당하게 외쳤다.
“자, 저 놈을 꼬셔라!”
꼬시긴 뭘 꼬셔!
율리안은 절세미모 앞에서도 사정없이 고개를 돌렸다.
‘색욕 유물로 꼬시려 해도 안 통한다!’
주헌처럼 내성이 있는 건 아니지만, 율리안의 정신력은 강했다.
고작 이딴 유혹에 발정이 날 것 같나!
그러나 이때였다.
“응?”
반응했다.
도 닦는 도인 마냥 철벽을 자랑하던 몸이 한 번에 함락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
그 증거로 정신으로 누르고 있던 인드라의 유물이 미쳐 날 뛰기 시작했다!
[#$*&(#$*)]
킁킁 여자의 향기! 참을 수 없는 향기!
율리안은 비명을 질렀다.
자, 잠깐!
위험했다.
‘이대로면 2차 리스크까지 튀어나와 버린다!’
하지만 도대체 왜 갑자기!
그럴 때였다.
“니가 이놈들까지 참으면 진짜 인간이 아니야.”
“?!”
율리안은 주헌이 손에 들고 있는 흉물들을 보고 입을 떡 벌렸다.
보기만 해도 경악할 만한 저 물건은…!
[#(*$(#!)]
헉헉헉! 가버려! 가버린다고!
[#($*#(!]
아앙, 못 참겠어. 헉헉! 가버리겠어!
변강쇠와 옹녀의 유물!
주헌은 씨익 웃었다.
“어때. 한국형 색정유물은 처음 맛보지?”
아니나 다를까.
[상상을 초월하는 양기와 음기가 반경 1km에 작렬합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양기와 음기가 반경 1km에 작렬합니다!]
[불치환자도 벌떡 일어설 정도로 강력한 위력입니다.]
[돌부처조차도 색을 탐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위력입니다.]
유재하는 그걸 보며 까무러쳤다.
“와, 씨. 쟤넨 또 언제 가져오셨대!”
주헌이 좋다고 따라다니는 두 놈이지만, 정작 주헌은 엽기적이라며 늘 내팽개치는 놈들이 아닌가!
어쨌든 지금 저게 왜 여기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윽!”
음기야 주변 여자들이 죄다 기절했으니 소용없다 쳐도, 양기의 효과는 그야말로 뛰어났다.
그 증거로 숨어 있던 남자들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오오오! 여자다! 여자야!”
“여자다!”
율리안에게 당해 있던 연합발굴단들이 쓰러져 있는 여자들을 보며 헤벌쭉 웃어댔다.
물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주헌도 아니었지만.
“모두 꺼져라. 카미카쿠시.”
주헌은 바로 연합발굴단들을 다른 곳으로 몽땅 날려버렸다. 유재하야 사고치지 못하도록 주헌이 발로 콱 누르고 있었다.
주헌이야 내성이 있으니 양기의 기운이 흘려 넘쳐도 쓸데없이 발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결국 남은 것은 제갈공명 하나!
주헌은 하하하 웃었다.
“자, 순순히 번뇌하라고! 리스크에 함락 돼! 이 고지식한 놈아!”
저, 저 새끼!
이때 동아줄이 눈을 번득였다.
“윽!”
마치 틈이라도 발견 한 듯, 동아줄은 재빨리 임무를 수행했다.
재빨리 율리안을 달기 쪽으로 던진 것이다. 그리고 손발이 척척 맞는 달기가 캬악 답지 않은 비명을 질렀다.
[치한, 치한이야! 이 하찮은 인간이!]
“?!”
그리고 그 순간.
찰칵.
기어이 카메라 셔터음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셔터음이 울려 퍼지자 마자 달기가 언제 그랬냐는 듯, 도도한 얼굴로 율리안을 쳐냈다.
퍼억!
“크윽!”
졸지에 꼬리로 얻어맞은 율리안은 정신이 없었다. 그리고 그런 율리안에게 주헌이 큭큭 웃어보였다.
“자, 이게 퍼지는 게 싫으면 내 밑으로 들어와라.”
율리안은 기가 막혔다.
그깟 사진 한 장 때문에 이렇게까지 해야겠냐!
이젠 억울하기까지 했다.
“이봐! 나한테 왜 이래!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다고!”
전생의 악연?
“깊었지. 아주.”
“뭐?!”
곧 주헌은 계약서를 흔들어 보였다.
물론 계약서라고 쓰고, 노예계약서라 읽는 그것이다.
“밀러. 난 네가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다니든, 노벨평화상을 받으려고 하든, 전혀 신경 안 쓴다. 그런 거라면 오히려 적극 도와주지. 그러니 그냥 내 노… 아니 협력만 해주면 돼.”
해줄 것 같냐.
사람을 이따위로 취급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율리안은 이를 갈았다.
“알았다. 하지만 그 사진이 먼저다. 당장 지워.”
“싫어. 계약이 먼저야.”
“사진이 먼저……!”
“싫으면 언론에 뿌리고.”
“악!”
물론 처음부터 사진을 진짜 퍼트릴 생각은 없었지만 주헌은 표표히 웃었다.
“자. 지장 내놔.”
율리안은 죽고 싶었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