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40 어서와라, 강탈왕! =========================================================================
〈 어서 와라, 강탈왕! (4) 〉
“다, 단장님?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동시에 율리안이 말했다.
“그… 일단 무덤 추정 장소로는 간다.”
그 말에 율리안의 부하들은 눈을 크게 떴다.
“괘, 괜찮으시겠습니까?”
“서주헌과 마주치셔도?”
그러자 율리안의 선량한 얼굴이 점점 썩어 들어갔다. 부하들은 그 표정을 보고 역시나 싶었다.
‘우리 단장님… 누명쓰고 경찰서에서 꽤나 고생하셨지.’
서주헌 그 썩을 놈이 얼마나 혀를 굴려 댄 건지.
수사관들은 율리안을 무슨 극악무도한 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들 한 패가 아니냐, 상습범이 아니냐며 추궁 받았을 땐 정말 억울할 지경이었다.
‘밀러 단장님은 짐 들고 가는 할머니도 그냥 못 지나치는 분인데!’
평소에는 NGO에서 난민들을 돕거나,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의 변호를 도왔고 말이다.
어쨌거나 그렇게 한 번 찍히고 나니, 언론들이 물어뜯으러 와서 진짜 고생했다. 그래서 이렇게 언론의 눈을 피해 숨어 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악몽이 떠오르기 때문일까, 율리안은 이를 갈았다.
“알았나. 서주헌은 피한다. 그 놈은 상대하지 마.”
“네? 정면 대결 하시려는 거 아니었습니까?”
“안 한다.”
율리안은 인상을 팍 썼다.
직감이라는 게 있었다. 그리고 그 직감이 경고하고 있었다. 그놈이랑은 얽히면 절대로 안 된다고!
무서운 게 아니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그놈은 상종 못 할 악인이다…!’
물론 주헌의 실력은 율리안도 인정했다. 제갈공명의 유물이 그렇게 경고했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주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주 탐욕적인 남자다.’
율리안은 유물이 개인의 욕심을 위해 사용되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유물은 좀 더 약자들을 위해 쓰여야 한다.’
그래서 자신도 유물을 모으고 다니는 것이 아닌가.
‘그놈이 나한테 공범이니, 손을 잡자니, 이상한 소리를 하긴 했지만.’
“알았나. 절대로 그 놈과 손은 안 잡는다.”
“네! 그, 그럼….”
“서주헌은 유인한다. 그 다음에 7대 무덤으로 가면 그만이야.”
율리안은 자신만만하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사람 일이 어디 마음대로 될까.
그는 사냥꾼에게 제대로 포착 된 사냥감이었다.
***
“지금 뭐라고 하셨습니까?”
한편 이설아는 연합 발굴단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의아해했다.
“뭐? 못 들었어?”
“다시 말해주시죠.”
“지분은 7:3로 나눠 가진다고.”
결국 이설아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이것들이 지금 장난하나.
그렇다.
지금 주헌 일행의 앞에는 연합 발굴단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풍문왕이 말한 〈연합 발굴단〉. 그러니까 서남 아시아쪽에서 주로 활동 중인 이들의 쟁쟁한 동맹인 것 같았다.
물론 거기까지는 좋다 이거였다. 실력 있는 발굴단들끼리 손을 잡고 위험한 무덤을 클리어 한다.
얼마나 합리적인 일인가?
실제로 주헌도 관심 있어 했고 말이다. 하지만 놈들이 내민 계약서라는 게 문제였다.
[무덤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익(유물)은 7 : 3으로 분배한다.]
얼핏 보면 문제가 없어 보이는 내용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설아의 표정이 언짢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게.
“7이 당신들 연합 발굴단, 3이 우리라고요?”
그랬다.
그녀는 주헌의 몫이 3 인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이었다. 물론 유재하는 나 몰라라 시치미를 뚝 떼고 눈알만 또르륵 굴렸다.
하지만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사실상 단장님이 다 일하실 텐데, 이것들이 어디서 7을 가져가려고!’
실제로 풍문왕도 대부분의 지분을 주헌에게 주겠다고 했었고. 아니나 다를까, 단장님의 불이익에 불만이 생긴 이설아가 나섰다.
“다른 건 표준이니 그렇다 쳐도, 수익 분배 부분은 꼭 고쳐야겠는데요.”
“뭐? 그게 무슨….”
“그래. 너무 많아.”
끼어든 건 주헌이었다. 그리고 주헌의 말에 모두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무 많다고?”
“그. 9대 1이면 충분하다.”
“다, 단장님?”
그러자 연합 발굴단 리더들이 마음에 든다는 듯 하하 웃었다.
“서주헌 씨, 완전 겸손하다 겸손해.”
“하긴, 연합 발굴단엔 총 2,500명. 당신들은 고작해야 3명인데 7:3도 너무 후하게 떼 주는 거긴 하지.”
하지만 그들은 받아두라고 말했다.
“서주헌. 넌 7대 무덤 중 3개나 클리어 했잖아? 그 실력을 후하게 쳐주는 거다. 그러니 안내는 확실히 해줘.”
“게다가 그 제갈공명인지 뭔지, 그 놈을 맡아주는 일도 할 테니 넉넉하게 넣어둬.”
“1만 가져가겠다니, 이 녀석 의외로 겸손하구만.”
그 말에 주헌이 인상을 찡그렸다.
“이것들이 뭔 개소리야?”
“뭐?”
주헌은 쯧 혀를 찼다.
“착각하지 마. 내가 9. 니들이 1이라고. 아, 참고로 이 9는 무덤의 정보 등 부산물 수익이다. 안의 유물은 당연히 전부 내 꺼고.”
그 말에 사방에서 욕이 터져 나왔다.
“이게 미쳤나!”
“와, 얘 뻔뻔하다더니 진짜 얼굴 낯짝이 없나보네.”
“저기요. 죄송한데요. 수익을 다 가져가겠다는 건 말도 안 되죠. 애초에 무덤을 발견한 것도 저희고, 저희 인부들 인건비도 생각해야 하는데.”
“그럼 인부들 다 버리고 가. 다 필요 없으니까.”
“뭐라고요?”
정말 황당했다. 무덤에서 어떤 함정과 과제가 나올지 모르는데 인부를 버려?
사실 인부들은 길 찾기, 유물 찾기 등 많은 일을 했지만 사실 90%는 함정 간파용이었다.
즉 마루타.
그만큼 수당을 많이 챙겨줘야 했다.당연히 그들의 반발은 심했다.
“장난해요? 여긴 대규모 발굴단, 거긴 챙길 입이 딸랑 3명이잖아요!”
“당연히 우리가 더 가져가야지!”
딸랑 3명은 무슨.
‘이놈들 한 명이 니들 1,000명분이다.’
주헌의 도굴단은 단원 7명, 서포터 3명. 달랑 10명으로 수백, 수천을 거느린 발굴단을 씹어 삼켰다.
뭐 아무래야 좋았다.
“9대1. 유물 내 꺼. 만족 안 시켜주면 율리안 밀러도 알아서 해.”
곧 그가 돌아서자 발굴단 리더들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 자식,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라와 있다더니!’
결국, 참다못한 이들이 외쳤다.
“단장님! 저딴 녀석 그냥 버리고 가죠! 제갈공명도 우리가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7대 무덤도 굳이 같이 갈 필요도 없어요!”
그들이 술렁거릴 때였다.
콰지직.
허공에 눈에 보일 정도로 선명한 전류가 돌았다.
“어, 어?”
그리고 그 순간.
발굴단의 기계들이 죄다 박살나기 시작했다.
펑펑펑!
“꺄아악! 뭐야!”
“젠장, 왔어! 그 녀석이야!”
동시에 하늘에서 매서운 번개가 내리쳤다.
콰르릉!
“꺄아아악!”
곧 베이스캠프에 쳐둔 방범용 유물들이 파괴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주변이 박살나고, 번개를 맞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며 기절하는 둥 베이스캠프가 쑥대밭으로 변했다.
율리안이 나타난 건 내부를 어느 정도 초토화 시켰을 때였다.
“이정도면 슬슬 됐겠지.”
율리안이 느긋하게 베이스캠프 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기다렸다. 이 자식아!”
“!”
율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쑥대밭이 된 줄 알았던 베이스캠프 안은 꽤나 멀쩡했다.
괜히 그동안 당한 게 아닌지, 연합군들이 대항책을 준비한 것이다!
“하하! 저 놈 당황한 것 봐!”
“이제 번개는 통하지 않는다!”
곧 그들이 사전에 준비한 유물을 발동 시켰다.
“서주헌이 없어도 된다!”
“저 자식 잡아! 복수해!”
그러나 그걸 보며 멀리 있던 주헌이 코웃음을 쳤다.
‘헛수고다. 바보들아.’
아니나 다를까.
콰직, 콰지지직!
“끄아아아악!”
의기양양 했던 연합군이 번개 앞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율리안의 번개 한 방에 연합군의 80%가 쓸려 나간 것이다.
그걸 보며 공격을 받지 않은 이들이 몸을 떨었다.
“수, 순식간에.”
“도대체 왜! 한 번은 막아냈잖아!”
그러자 주헌은 낄낄 웃었다.
막긴 뭘 막아.
‘저 무른 놈이 봐준 거구만.’
곧 주헌이 의기양양하게 나타났다.
“자, 봐. 내 도움 필요하지?”
연합군들은 치를 떨면서도 할 수 없다는 듯 외쳤다.
“제, 젠장! 알았다! 비율은 아까 네가 말한 대로 하지!”
“좋아. 그럼 10대 0이야.”
“뭐?!”
잠시 후, 주헌을 발견한 율리안이 눈살을 찌푸렸다.
‘저 녀석이 왜 여기에.’
그건 당연했다.
“네가 왜 여기에 있지? 분명 다른 유물로 유인했을 텐데.”
그 말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아, 그 이상한 파랑새?”
확실히 연합군에 합류하기 전, 주헌의 앞에 웬 파랑새가 나타났었다. 동화 속에서 나오는 그 파랑새가 유물이 된 것이다.
주헌이 유물에 환장한다는 걸 파악한 율리안의 꼼수였다.
하지만.
“바보야, 그딴 걸로 날 유인할 수 있을 것 같아?”
“뭐래. 신나게 여자 탈의실까지 쫓아갔으면서…… 커헉!”
유재하는 또 얻어맞았다.
이때 이설아가 초조하게 속삭였다.
“단장님. 부단장님은 말로 통할 분이 아닙니다. 차라리 저의 때처럼 그 기억의 유물을…”
그거라면 효과가 확실하다. 하지만 주헌은 고개를 저었다.
“저놈한테는 잠깐 보류다.”
“네?”
써도 상관은 없다만, 율리안은 다른 의미로 기억을 살리면 골치 아픈 인물이었다.
왜?
이설아야 자신이 죽으라면 죽을 정도로 충실한 부하였다지만, 율리안은 앙숙이지 않나.
기억을 떠올리면 오히려 치를 떨며 방해할지 모른다.
어쨌든 확실한 아군도 아닌데, 괜히 기억을 되살렸다가 미래의 정보만 주게 될지도 모르는 거고.
‘미래 정보까지 얻으면 분명 사황 자리까지 치고 올라갈 괴물 놈이다.’
그러니 벌써 함부로 줄 수는 없지.
“그러니 저 놈은 일단 우리 색으로 물들게 한다.”
“무, 물들게요?”
그러자 율리안은 저게 무슨 헛소리냐며 번개를 일으켰다.
“허, 마침 잘 됐어. 이왕 이리 된 거, 설욕은 갚아주지!”
그 증거로 인드라의 유물은 주헌을 집어 삼킬 듯이 전력을 뿜어댔다.
콰지지지직!
그 엄청난 번개에 유재하는 비명을 질렀고, 이설아는 소름이 돋았다.
‘역시 부단장님!’
“다, 단장님! 어떻게……!”
“걱정마라. 이걸 쓴다.”
“역시 대책이 있으셨군요!”
그러나 이설아는 주헌이 꺼낸 물건을 보고 새하얗게 질렸다.
아, 아니 이건!
“하, 하렘의 유물이잖아요!”
“이걸로 여자들을 부른다.”
동시에 번쩍, 하렘의 유물이 발동했다. 그러자 멀리서 여자들의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이설아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저, 단장님. 제 기억에 부단장님은 색욕가가 아니셨던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주헌은 귀를 후볐다.
“그건 그런데. 인드라는 여자를 밝히기로 유명해. 덕분에 고환이 잘리기도 했고. 분명 인드라는 이걸로 먹힌다.”
이설아는 기겁했다.
아니, 그걸로 유물은 막는 다고 쳐도……!
“부단장님은요! 그 방법으론 부단장님을 회유할 수는 없을 텐데…!”
“뭔 회유야. 사냥이지.”
“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픽 웃으면서 유재하를 불렀다.
“재하야. 여자들이 몰려오면 사진으로 찍어라.”
“네?”
“성추행 장면.”
“네?!”
“너 사진 잘 찍잖아. 날 도찰한 솜씨로 찍어봐라.”
야이놈아!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