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34화 (134/409)

00134 여자(?)들의 대면  =========================================================================

〈 여자(?)들의 대면 〉

곧 두 여자의 눈이 마주쳤다.

“!”

하얀 원피스의 청순한 아이린.

검은색 나시와 핫팬츠의 섹시한 이설아.

둘은 서로를 보자마자 다른 의미로 안색이 변했다. 특히 이설아는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파, 파산왕!’

분명했다.

기억이 돌아온 지금은 그녀에 대해서 똑똑하게 알 수 있었다.

아이린 홀튼.

숱한 독식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던 재앙의 여신!

취미삼아 세계경제공황을 일으키는 악마!

무고한 사람들을 줄도산 시키던 현대 사회의 마녀!

저 여자 때문에 망한 나라가 몇 개 이며 소리없이 사라진 기업이 몇 개였던가!

자신들 역시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고 말이다.

‘분명 단장님은…….’

주헌은 맡고 있던 권 회장의 유물을 죄다 파괴당했었다.

‘부단장님은…….’

제갈공명 율리안은 10년에 걸쳐 겨우 마련한 집이 공중분해 되고 말았다. 그래서 순식간에 하우스 푸어.

‘그리고 망할 유재하는…….’

사기 치다가 걸려 재산 압류를 당했다. 심지어 징역까지 살았다.

그 외 다른 도굴단 멤버들도 최소 억 단위로 피해를 보았을 것이다.

이설아 역시 몇 번이나 물을 먹은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설아는 파산왕을 보자마자 거의 경기를 일으켰다.

그러나 아이린은 이설아를 보면서 눈을 반짝였다.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주헌 씨의 새로운 부하직원…!’

이설아를 보는 눈에서 묘한 경계심이 어렸다.

분명 교토무덤에 가기 얼마 전.

유재하가 분명 주헌에게 이렇게 묻지 않았었나.

‘아니 저희도 한참 여자가 그리울 나이가 아닙니까. 여자 단원이라도 뽑아서… 그러니까 저희 사내연애라도…….’

‘뭐, 걱정마라. 찾고 있는 녀석이 둘 정도 있으니.’

그건 주헌이 이미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람이 있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 말이 신경이 안 쓰일 리가 있나! 처음부터 주헌이 마음에 담은 사람이라는데!

그런데 그게 설마 이설아였단 말인가!

아니나 다를까, 이설아는 주헌의 귓가에서 뭔가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친밀하게! 거리도 가깝게!

곧 아이린의 눈빛에서 불꽃이 튀겼다.

물론 이설아가 말하는 내용은 달달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다, 단장님, 괜찮으신 겁니까? 파산왕을 동료로 삼으시다니…!”

이래서야 주헌이 먼저 파산할 것이었다!

그러자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파산은 개뿔이.

“괜찮아. 아군이야.”

세상 사람들은 죄다 파산해도 자신만큼은 파산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러니까 상관없다.

그리고 그 말은 사실이었다.

다만.

[파산의 기운이 새어 나옵니다.]

[파산의 기운이 새어 나옵니다.]

[파산의 기운이 새어 나옵니다.]

그 순간이었다.

콰직.

“!”

이설아는 뭔가 깨지는 소리에 자신의 팔목을 보았다.

박살이 난 건 팔찌 형태의 유물이었다!

이설아는 깜짝 놀랐다.

‘내 길달이…!’

그뿐이 아니었다.

콰직! 콰직! 콰지직!

팔찌 유물뿐만 아니라 그녀가 원래 가지고 있던 무기와 액세서리 유물까지 죄다 박살이 나고 말았다.

심지어 파괴 된 건 오로지 이설아의 유물 뿐!

그래서 일까.

당황한 이설아는 이를 갈며 아이린을 쏘아보았다.

틀림없었다.

‘저 여자가 진짜……!’

아이린의 짓이었다.

반면 둘의 실랑이를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주헌은 태연하게 말했다.

“둘 다 나이도 비슷하니 친하게 지내. 설아는 앞으로 내 비서겸 보좌관. 아이린은 앞으로 가장 긴밀하게 지낼 협력자니까.”

그 말에 두 여자는 다른 의미로 귀를 쫑긋 세웠다.

‘비서 겸 보좌관?’

‘긴밀하게 지낼 협력자?’

동시에 둘의 눈에서 불꽃이 튀겼다.

확실했다.

적이었다.

하물며 각자가 경계할 정도로 서로의 미모가 뛰어났다.

‘저 여자, 역시 여전히 예쁘네.’

악마라고 불리는 파산왕. 그러나 미모에 이끌려 드는 불나방들이 얼마나 많았던가.그리고 10년 동안 지켜봐온 만큼 주헌의 성향을 잘 파악하고 있는 이설아였다.

‘……단장님이 저런 청순미인을 마다할 리가 없는데.’

하물며 엄청난 재력으로 주헌의 든든한 후원자까지 되어줄 수 있다.

그에 비하면 자신은 평범한 소시민.

게다가 빚에 허덕인다.자신보다 아이린이 더 도움이 될 걸 생각하니 안달이 안 날 리가 없었다.

반면 아이린도 안달이 나는 건 마찬가지였다.

자신은 그래봐야 후원가의 위치가 아닌가. 엄밀하게 말하면 주헌의 동료는 아니었다. 도굴단 멤버가 아니니까.

하지만 주헌이 제 부하직원을 꽤나 챙긴다는 것은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설아는 주헌의 옆에 늘 합법적으로(?) 있을 수 있는 부하직원…!

게다가 부럽게도 유물을 다루는 능력이나 전투능력 등 언제 어디서든 주헌을 보좌할 능력까지 갖췄다.

심지어 이쁘다!

검은 나시로 슬쩍 보이는 가슴골. 예쁜 엉덩이와 검은 핫팬츠 밑으로 드러나는 허벅지와 예쁜 다리.

아이린도 탄력 있는 몸매를 자랑하지만, 이설아는 전투원으로 활약해서 그런지 운동선수의 몸매처럼 탄력 있고 훌륭했다.

주헌이 눈길을 안 줄 리가 있겠는가!

[파산의 유물이 폭주합니다.]

[파산의 유물이 폭주합니다.]

결국 그 메시지와 함께 이설아의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꺄악! 내 지갑! 내 유물! 내 옷!”

물론 비명을 지르는 건 이 방에서 이설아 하나뿐이었지만.

그럴 때 그 광경을 흥미롭다는 듯 보던 유재하가 음흉하게 웃었다.

그러더니 주헌에게 속삭였다.

“단장님, 둘 중 누가 더 좋으십니까?”

“뭐?”

뭔 개소리를 하느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갑자기 뭔 헛소리야?”

유재하는 아이린과 이설아를 훑어보았다.

“아니… 음, 강아지상과 고양이상 중 누가 더 좋냐고요.”

“유물상.”

“……네?”

“헛소리 할 시간 있으면 유물이나 가져와.”

“…….”

이 유물성애자가.

저 절세미녀들을 눈앞에 두고 무슨 망발을…!

그러나 주헌은 같잖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유재하의 속내를 모를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였다.

“으아아악!”

유재하가 비명을 지르면서 쓰러졌다.살리에리가 또 난리를 치는 건가 싶었지만, 뜻밖에도 범인은 동아줄이었다.

유재하의 다리를 낚아채 넘어트린 것이다.

[#*$&*#&*!]

이 사기꾼! 사기꾼!

왜 사기꾼이라는 지는 모르겠지만, 동아줄은 계속 유재하를 괴롭혔다. 그러다가 됐다는 듯 주헌에게 스르륵 기어가 그의 어깨 위를 떡하니 차지하고 앉았다.

동아줄은 그 자리가 정말 좋은 듯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주헌의 몸을 차지할 수 있는 건 동아줄이리라.

그리고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이설아는 유재하의 팔을 콱 붙잡았다.

“어, 어?”

“재하야. 우리 동료지?”

“뭐, 뭐? 일단은… 그럴텐데 갑자기 왜?”

“고마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재하가 끄아악 비명을 질렀다. 아이린의 파산의 저주가 유재하에게 분산된 탓이었다.

“커, 커헉… 배, 배가!”

결국 파산왕에게서 일시적으로 도망친 이설아가 제 계약서를 훑었다.

주헌이 준 계약서였다.

하지만 곧 이설아는 기절할 뻔했다.얼핏 본 급여협상 부분 때문이었다.

[이적비는 선금으로 2억 달러를 일시불로 지급한다.]

[연봉은 추후 이적비 만큼 일한 후부터 지급….]

2억 달러라니!

2000억 원 정도가 아닌가!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설아가 바로 외쳤다.

“저, 단장님! 이적비는 안주셔도 됩니다!”

“뭐? 너 중국한테 빚진 게 있잖아. 그 돈이다.”

사실 말이 이적비지 주헌은 그냥 이설아의 빚을 갚아주려고 했던 것뿐이다. 그러나 괜히 함께 한 시간이 긴 게 아니었다. 주헌의 마음을 눈치챈 이설아가 말했다.

“그… 제 빚은 제가 책임져야 할 문제입니다. 차라리 단장님의 대의를 위해서 쓰십시오.”

주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는 이런 녀석이었다.

“그래, 존중한다. 그럼 빚 청산 대신 연봉으로…….”

“네! 감사합니다. 월급은 원래 받던 정도면 됩니다!”

“……원래 받던 정도?”

“네. TKBM에서 받던 정도요.”

그 말에 주헌은 곰팡이를 씹은 표정을 지었다.

단장, 그러니까 당시 부장 직책이던 자신조차도 세후 100만원을 가져갔는데 지금 뭐라고?

자신이야 월급 대신 의료유물을 대신 받아서 그랬던 것이지만, 그래 봐야 별 차이도 없을 것이다.

“야. 너…… 그걸로 빚 갚고 생활은 가능하겠냐?”

툭하면 쫄쫄 밥도 굶던 녀석이.

그러나 이설아는 자신만만하게 눈을 반짝였다.

사실 그녀는 주헌에게 특별히 뭔가 바라지 않았다. 옆에 다시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설아는 아이린이 안 보는 틈을 타서 자신을 어필했다.

“괜찮습니다. 빚 갚는 것 정도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할 수 있는 걸까.

[파산의 기운이 스물 스물 피어오릅니다.]

[파산의 기운이 스물 스물 피어오릅니다.]

아니나 다를까.

“꺄아아악! 왜 빚이 또 늘어났어!”

이설아는 또 빚이 늘어났다는 중국의 일방적인 통보에 거품을 물어야만 했다.

그럴 때 주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튼, 새로운 동료를 만난 기념으로 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여기 봐둔 레스토랑 하나 있으니까.”

그 말에 이설아와 아이린은 서로를 쏘아보았다.

쓰러져 있는 유재하는 그 광경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 레스토랑.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결국 메모리 유물은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중국 발굴단.

그들은 진채원의 명령으로 진짜 질투의 무덤을 샅샅이 뒤지던 참이었다.

왜?

‘메모리 유물은 꼭 회수해야 한다.’

질투의 무덤이 서주헌에 의해 강제로 파괴되었다는 건 이미 공연한 사실이었다.그리고 그 무덤 파괴에 진채원의 신급 메모리 유물이 사용되었다는 것도!

[레테의 망각의 코인 (SS급 ? 신급 / 소모성 유물)]

그건 틀림없는 기억 관련 유물이었다. 단, 타인의 기억을 빼앗는 것이었다.

타겟이 된 자는 서서히 해당 기억을 잃게 되었다.

수분을 섭취하면 할수록.

그렇게 진채원은 판도라 의원들이나 판도라 직원들의 기억을 교묘하게 뽑아냈던 것이다. 그래서 기술적 침입이 없어도 손쉽게 적의 비밀 정보들을 쏙쏙 뽑아낼 수 있었다.

그렇게 스파이를 통해서 유물 사용자나, 무덤에 대한 정보를 모았었는데.

그걸 서주헌 놈이 박살을 내버리다니.

하물며.

‘내 유물의 힘을 무시하고 무덤에서 탈출 해?’

진채원은 흥분한 듯 입맛을 다셨다.

“서주헌. 역시 재미있어. 평범하지 않아.”

아주 짜릿했다.

자신이 가진 탐식의 유물은 모든 유물들을 지배하는 총수였다.그 어떤 유물도 자신의 유물 앞에서는 꼼짝도 못했다.

하물며 무덤의 조작까지 제 손아귀에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주헌은 그 무덤을 탈출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을 썼지?’

유물의 능력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유물의 힘은 총수 앞에서 의미가 없으니까. 그래서 다 시시하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원래도 비상한 머리와 뛰어난 지배력을 가진 그녀에게 견줄 사람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서주헌만큼은 다르다.

진채원은 오랜만에 몸이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잡아서 먹고 싶다.’

번득이는 눈빛과 입술을 훑는 혀는 묘하게 섹시하고 선정적이었다. 그리고 수컷을 먹는 암컷 거미마냥 굉장히 위험했다.

그럴 때였다.

“제 말 듣고 있습니까? 진채원 교수?”

“아, 물론이죠. 말씀하세요, 리처드 교수님.”

“뉴스를 보면 알겠지만, 제가 지금 제자에게 등신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유물 좀 빌려주시죠.”

그 말에 진채원은 뱀처럼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죠 뭐.”

“일주일 뒤, 청문회에서 유재하 그 놈을 아주 매장 시켜야겠습니다. 보나마나 사기를 치려는 모양인데, 이쪽이 무고하다는 걸 밝혀주죠.”

그런데 이때였다.

서주헌과 얽히면 미친 불운이 상승하기라도 하는 걸까.

“큰일입니다! 리처드 교수님!”

아무래도 일주일씩이나 걸리지 않을 모양이었다.

진짜 진실이 밝혀지는 것은!

========== 작품 후기 ==========

+ 추코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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