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32화 (132/409)

00132 2등도 기억하라고!  =========================================================================

〈 2등도 기억하라고! (2) 〉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아니, 이게?

확실히 있을 수 없는 현상이었다.

‘분명 유물은 굴복시켰을 텐데.’

물론 정당한 공략법은 아닐지 몰랐다. 주헌도 이 무덤의 클리어 조건은 몰랐으니까. 애초에 들어온 사람은 모두 죽었지, 그 후엔 소리 없이 사라진 무덤이 아닌가.

하지만 살리에리의 유물과 궁합이 잘 맞았던 건지, 하렘의 유물로 꾀어내는 데는 성공했다.

실제로 무덤이 클리어 되는 기미가 다분했고 말이다.

그런데 뭐?

주헌은 또다시 떠오르는 메시지에 제 눈을 의심했다.

[무덤은 클리어 되었으나, 유물은 가지고 나갈 수 없습니다.]

[해당 무덤의 대리 주인에 의해 무덤이 다시 가동됩니다.]

[함정이 재발동 됩니다.]

[모든 출구가 닫힙니다.]

쿵!

폐쇄될 것 같던 무덤에 다시 거미줄이 쳐지기 시작했다. 다른 함정들도 다시 부활하기 시작했다.

무덤은 클리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주헌은 이를 갈았다.

“이게 미쳤나.”

이건 명백한 훈수행위였다.

어떤 식으로 클리어 하든 다른 놈이 클리어를 없던 걸로 할 순 없는 법이었다.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것도 유분수지.

하지만 그걸 가능하게 하다니.

주헌은 미간을 좁혔다.

‘분명 총수라고 했나.’

확실히 홀튼 가의 배 위에 나타났던 까마귀가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유물들 중엔 우두머리 격들이 있다. 날 가둔 장본인들이기도 하지.’

틀림없었다.

그 우두머리 놈이 이 무덤을 대리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놈이 자신들을 도로 가둔 것이다.

원래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유물의 총수니까 가능할지도 몰랐다.

서열 높은 놈이 낮은 놈에게 ‘네 무덤의 운영권을 넘겨라.’ 라고 말하면 그 누가 거부할 수 있겠는가?

그 생각에 미친 순간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혹시 진채원의 짓인가?’

가능성은 있었다.

총수, 그러니까 탐식의 유물이라는 건 진채원의 유물이 아닌가. 진채원이 제 유물을 시켜서 이런 행동을 벌이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거나.

‘우두머리 유물을 가진 건 그 여자였군.’

생각해보면 이상할 것도 없긴 했다.

그 여자는 사황 중에서도 압도적인 힘을 자랑하는 여자였다.

‘안 그래도 그 여자의 앞에서는 모든 유물이 굴복 당했었다.’

심지어 주인이 있는 귀속성 유물까지도.

도저히 약점이라곤 없어보였던 여자.

그러나 그 여자가 가지고 있던 유물이 총수라면 이해 못할 것도 없다.

총수의 한마디라면 그 어느 유물이 굴복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게 진짜면 꽤 골치 아픈 걸.’

주헌은 곧 고개를 저었다.

일단 이 무덤에서 나가는 일이 시급했다.

그럴 때였다.

“!”

저택의 벽에 핏자국으로 어떤 글씨가 써지기 시작했다.

[특별히 기회를 주지. 네가 가진 유물을 모두 내놔라.]

그걸 보고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돌았냐?”

개소리 지껄이기는.

그러자 대답은 칼 같았다.

[주의. 총수 유물이 당신을 공격 합니다.]

[강한 질투심이 발동합니다.]

쿵!

그것은 살리에리의 〈질투〉 능력이었다.

그리고 능력이 발동된 순간.

주헌과 유재하, 이설아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윽!”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강한 질투심이 머리에 스며들어왔다.

상당히 강한 힘이었다.

다른 공격도 아니고, 인간의 본능을 건드리기 때문일까.

[주의. 강한 질투심으로 안에 있는 사람들을 죽이고 싶은 충동이 듭니다.]

[강제로 상대의 모든 것이 부러워지기 시작합니다.]

내성 스킬이 있는 주헌도 순간 움찔할 정도의 힘이었다.

‘위험하다.’

주헌마저도 제 부하들의 뛰어난 능력에 질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유재하의 복원능력, 그리고 이설아의 감지능력.

갑자기 질투심이 생겼다.

‘그 능력들이 다 내 것이 되면 얼마나 무덤 공략이 쉬워질까.’

무덤 공략 능력만 놓고 보면 주헌이 훨씬 우위였다.

하지만 부하들이 각자 가진 특기는 돈 주고 살 수 없는 것들이니까.

그리고 이때 주헌은 고개를 저었다.

‘아차. 넘어갈 뻔했네.’

분명 과거 이곳에 들어온 놈들도 죄다 이런 식으로 서로를 죽였겠지.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은 아차 싶었다.

‘이정도면 저 둘도 서로를 죽이려 할 거다.’

그랬기에 주헌은 황급히 제 부하들을 보았다.

“너희 둘 그만…!”

하지만.

“야씨! 유재하! 지금까지 단장님하고 찰떡 같이 붙어 있었지! 이 부러운 놈!”

“뭐야? 그러는 넌 언제부터 단장님하고 친했다고 둘이 속닥거려?! 어?!”

“뭐가 어째! 그게 네가 할 말이냐!”

싸우고는 있었다.

단지 머리를 쥐어뜯으며 귀엽게.

그걸 본 주헌은 감탄했다.

‘역시 내 부하들.’

훌륭했다.

서로에게 질투를 느낄 만한 점이 고작 저딴 거라니.

그리고 그럴 때였다.

[총수가 질투의 강도를 더 높입니다.]

[다른 형태의 강한 질투입니다.]

[자기 자신을 질투하게 됩니다.]

“!”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헌의 손에 반응이 왔다.

“큭!”

아니나 다를까, 주헌도 이설아도 절로 움직이는 손을 부여잡으면서 괴로워했다.

손이 스스로 칼을 쥐고 자신들의 목을 베려고 했기 때문이다.

틀림없었다.

자기 자신을 질투해 죽이려는 것이다.

주헌은 침을 삼켰다.

‘이건 진짜 위험하다.’

더없이 강렬했다.

다급해진 주헌은 유물을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유물들의 상태는 자신보다 더 심각했다.

스스로 뛰어난 능력을 가진 유물들은 자기 자신을 강하게 질투하며 자해를 시작했던 것이다!

[#*$#&*!]

크아앙! 난 왜 이렇게 뛰어난 거야!

[#$*#(!]

이 몸이 너무 뛰어나서 짜증나! 죽어라! 나!

저것들이.

하지만 주헌도 유물들을 탓할 상황은 아니었다.

자존감이 높기 때문일까.

자존감이 높으면 지배력도 높은 게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독약인 모양이었다.

스스로의 능력에 이렇게 질투를 느끼게 될 줄이야!

평소엔 전혀 생각지도 않던 것들이!

‘젠장, 틀림없다.’

이걸로 질투의 무덤에 들어온 사람들이 전멸한 것이다. 서로를 질투해 죽이거나, 아니면 스스로를 질투해 자결하거나!

곧 주헌의 칼날이 자신의 목을 그으려 할 때였다.

그러나 이 때였다.

철썩, 철썩.

“!”

누군가가 주헌의 손을 철썩 때리며 칼을 빼앗아갔다.

그건 다름 아닌 유재하였다.

“에비 정신 차려요!”

“!”

강도 높은 질투의 상황에서도 그는 어째서인지 멀쩡했다.

“에비, 너도 정신 차려라!”

심지어 유재하는 이설아의 칼도 빼앗아갔다. 스스로 목을 조르지 않게 손도 묶어 버렸다.

그 모습에 주헌은 금방 이성을 찾았지만, 황당했다.

“넌 어떻게 멀쩡하냐?”

그러고 보니 유재하 이놈, 이 질투의 무덤에 혼자 떨어지고 나서도 멀쩡했었지?

그러자 그 질문에 답해주듯 살리에리가 수염 가득한 얼굴로 유재하의 얼굴을 비볐다.

[으어어엉! 역시 넌 불쌍하구나! 자기 자신에게 질투할 껀덕지도 없다니! 그 정도로 자존감이 없다니!]

“끄아아악! 안 떨어져?!”

주헌은 입을 떡 벌렸다.

이 쭈글이.

스스로 잘난 게 없어서 질투할 것도 없는 거였어?

그러나 유재하는 억울한 기색이었다.

“거참 단장님 같은 분이 옆에 있어 봐요! 자존감이 있을 수가 있나!”

그래, 그것 참 미안하게 됐다.

뭐 이해는 했다.

장 리처드에게 갈리고 매장 당해서 자존감도 땅을 기고 있을테니까.

그래서 지배력도 지금은 낮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단장님, 저쪽입니다.”

유재하에게 뒤지는 게 몹시 분했는지, 가까스로 자살 충동을 억누른 이설아가 한 방향을 가리켰다.

“출구와 가장 가까운 길을 찾았어요.”

“좋아. 잘했어.”

주헌은 둘에게 말했다.

“설아는 계속 길 파악하고, 재하는…….”

“뭘 하시려고요?”

뭐하긴.

그는 씨익 웃으며 살리에리를 보았다.

“이 무덤에서 가장 방어가 약한 곳이 어딘 지 알려줄래?”

[내가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주헌은 태연하게 유재하를 가리켰다.

“말 들으면 그거 너한테 24시간 대여해줄게. 아니 이왕 이리 된 거 귀속성 계약이라도 맺지 그래?”

“뭐, 뭐라……!”

저 망할 단장이!

“7대 무덤의 유물이더라도 이딴 유물 필요 없거든!”

그러자 살리에리는 단번에 천장을 가리켰다.

[저 위야!]

“야! 말하지 말라고!”

그러자 주헌은 몸을 풀기 시작했다.

“자, 그럼 어디 총수인지 뭔지, 엿 같은 유물에게 똑똑히 말해볼까.”

주헌의 눈빛에 유재하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런 주헌의 눈빛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 단장님 설마.”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품속에서 유물 하나를 꺼내들었다.

유재하와 이설아는 그걸 보고 다른 의미로 놀랐다.

“그건!”

“진채원의 스파이가 가지고 있던 유물이라고 하셨던……!”

생김새는 단순한 뱃지.

하지만 주헌은 과거에 그녀가 이걸 가지고 있는 걸 봤었다.

그래서 한눈에 알아봤다.

이게 신급 메모리 유물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안에 중요한 데이터들이 담겨 있다는 사실도.

이설아는 놀랐다.

“그 여자가 얼마나 그걸 애타게 찾았는데!”

“단장님, 그걸로 딜 해본다고 하지 않았어요?”

확실히 그랬지만.

“딜 할 가치도 사라졌다.”

주헌은 싸늘한 얼굴로 실소를 흘렸다.

까마귀가 경고한 총수 놈.

‘아마 네 예상을 뛰어 넘는 무덤도 나올 거다. 도굴의 기술을 익혀 놓는 게 좋을 테지.’

분명 그렇게 말했나.

추측컨대 분명 유물의 우두머리이며, 극심한 인간 혐오자.

물론 거기까진 좋다 이거였다. 유물의 생각 따위 알바 아니니까.

하지만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건.

‘유물 주제에 감히 내 무덤 클리어에 훈수를 둬?’

총수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건방진 놈.’

사용해주지. 까마귀 놈이 준 도굴 기술.

열 받은 주헌은 큭 웃으면서 뱃지 유물에 강한 지배력을 실었다.

그러자 이 신급 유물은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그건 당연했다.

[#*$#&*!]

잠깐, 이놈아. 내 몸이 파괴되고 있지 않느냐! 뭐하는 거냐!

“뭐하긴, 폭탄 제조.”

유물은 억울해했다.

[#$*#(!]

집에 돌려보내준다며!

[#($*#(!]

얌전히 도망 안가고 있으면 은밀한 비서 후속작을 제일 먼저 보여준다며! 그래서 총수의 말도 무시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어찌나 급했는지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그러나 주헌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뭐, 내키면 다시 복원해줄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다만.

그 말에 유물은 빼애액 소리를 질렀다.

[#*##(#*(#(#(!]

야야야야야 이 인간 놈아! 날 냅두면 날 사용하게 해줄게! 내 안에 있는 정보가 궁금하지도 않은 거냐! 이 무식한 놈아!

“꺼져. 다 안다, 등신아.”

[#*$*!]

!!!!!!!

곧 발동 된 〈무덤 파괴〉 스킬.

그리고 진채원이 원했던 유물의 화려한 자폭.

그 두 개가 합쳐져 훗날, 기네스북에 오르는 화려한 폭발이 일어났다.

***

“자, 그럼 한 말씀 해주시죠! 리처드 씨!”

“7대 무덤 중 하나를 클리어 하시고, 서주헌의 독주를 막아내셨는데요.”

리처드는 행복에 겨워 죽으려고 했다.

그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사내였다.

쏟아지는 찬사!

존경의 눈초리들!

게다가 눈엣가시 유재하는 죽었고!

7대 무덤의 유물도 손에 들어왔다!

“세계 각 대통령께서 VIP로 모시고 뵙고 싶어 하십니다.”

“꼭 저희 나라에…”

“제발 7대 무덤의 유물 좀 보여주시죠!”

“하하, 기다리세요.”

“이걸로 7대 무덤 공략자라는 타이틀을…….”

그런데 그럴 때였다.

“뭐, 뭐라고?

리처드를 취재하던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리처드가 인터뷰 중인 도심의 전광판에서도 시끄럽게 떠들어댔기 때문이다.

[알려드립니다. 장 리처드 씨가 클리어 했던 무덤 지대에서 의문의 폭발이 일어났습니다.]

[판도라에서는 리처드씨가 클리어 했던 무덤 밑에서 숨겨진 무덤이 있었던 걸로….]

[이에 당황하는 기색이…….]

[이 사건에 대해 전 세계에서 분석에 들어갔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꺄악!]

그때였다.

[어떻게 된 거긴! 리처드! 니 새끼가 가져간 게 가짜라는 거지 뭐!]

옥외 전광판 TV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리처드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저, 저 새끼!’

그도 그럴 법한 게 생방송 뉴스 데스크에 들이닥친 의문의 남자들이 무척이나 잘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서, 서주헌.’

그리고.

[알았냐? 내 그림 표절한 도둑놈아!]

리처드는 입을 떡 벌렸다.

유, 유재하 저게 생방송 중에 미쳤나!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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