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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29화 (129/409)

00129 기억을 되찾다?  =========================================================================

< 기억을 되찾다? (3) >

제 발로 사냥감이 기어 들어왔다.

그것도 현재 상황에선 특 1+++로!

주헌이라면 특등 한우가 왔다면서 불판을 준비할지도 몰랐다.

그리고 제 발로 기어 들어온 사냥감은 바로 이설아였다.

거리는 400m 정도.

폐건물 옥상에서 저격총을 겨누고 있는 이설아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진짜 이게 마지막 기회다.’

그렇다.

이설아는 진채원의 명령을 받고 이곳에 와 있었다.

‘죽여서라도 놈이 가져간 유물을 되찾아와라.’

아무래도 진채원은 주헌에게 골치 아픈 유물을 빼앗긴 모양이었다. 정확히는 주헌이 판도라 의원들의 물건을 기부(?) 명목으로 빼앗아갔을 때였다.

사실 주헌이 눈엣가시 판도라를 탈탈 털어낸 것까지는 좋았다. 그건 중러 연합의 입장에선 팝콘을 먹으며 구경할 거리였으니까.

놈들이 비리로 쥐어터지든, 피똥을 싸던 자신들은 만세를 부를 일이긴 하다만.

‘하필이면 우리 스파이의 유물까지 가져가다니.’

비리 의원 중에 중러 쪽의 스파이가 있던 게 문제였다. 그리고 그 스파이는 진채원의 눈과 귀가 되어주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진채원은 복원사 리처드까지 끌어들였다. 그리고 이설아에게도 웃으며 고압적으로 명령했다.

‘알았어? 서주헌을 죽여. 이번에도 실패하면 넌 아웃이야. 네 동생들과 철부지 오빠는 기생유물의 실험체. 너 역시 유물의 리스크받이로 삼을 거니까.’

그러니까 닥치고 죽으라는 이야기였다.

그러니 이가 안 갈릴 리가 있나.

‘그 빌어먹을 여자.’

진짜 망할 오빠 놈이 나라를 상대로 빚만 만들지 않았어도!

그럴 때였다.

“야야, 언제 쏴!”

“아직 대기하래?”

옆에 있던 동료들이 이설아를 재촉했다. 그들은 모두 주헌을 겨냥하고 있었다.

모두 특수요원 출신으로 사격의 명수들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총이 아니었다.

지구반대편에서도 표적을 맞춘다는 오딘의 무기 궁니르.

그 신급 무기에는 미치지 못하겠지만, 엄연히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A급 원거리형 유물이었다.

그들은 이설아가 쏘는 걸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설아야, 신호 기다릴 거 없어. 그냥 쏘자.”

“그래. 너 정도 되는 애가 몇 번이나 물을 먹었으니까 조심스러운 건 아는데.”

“어차피 저거 지금 함무라비 법전도 없지 않냐?”

그 말에 이설아는 고민했다.

확실히 지금 주헌에게는 함무라비 법전이 없었다. 왜냐하면 일부러 유재하가 그걸 복원할 타이밍에 그를 납치해버렸기 때문이다.

진채원의 계략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이 없으면 그 유물의 능력을 반사하진 못해.’

진채원은 주헌이 무슨 유물을 가졌는지 훤히 꿰뚫고 있는 것 같았다.

심지어 그 유물들의 페널티와 약점까지도.

그랬기에 주헌을 노리는 스나이퍼들은 의기양양할 수밖에 없었다.

“괜찮다니까. 그러니까 후딱 저놈의 머리를 뚫어버리자고.”

무슨 다트게임이라도 하는 것 마냥 그들이 킥킥 거리자 이설아는 한숨을 쉬었다. 유물의 리스크로 인간성을 잃는다더니,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설아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좋아, 쏜다. 준비해.”

내키지는 않지만 이쪽도 목숨이 걸려 있는 문제였다.

괜한 동정을 품을 순 없는 법이었다. 그들이 지배력을 실어 유물을 발동 시킬 때였다.

“!”

살기를 머금은 오라의 기운에 주헌이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짜증 섞인 얼굴이 스코프에 잡히자 스나이퍼들이 죽여준다며 웃었다.

“와, 미친! 저거 요물이네 요물.”

“그래도 늦었다 이놈아!”

이설아와 스나이퍼들은 일제히 방아쇠를 당겼다.

탕! 탕!

총구에서 불꽃이 튀겼다. 그러자 총알은 궤도까지 수정해가며 주헌의 머리를 날려버렸다.

그 뿐인가.

잠시 후 벌집이 된 주헌이 뒤로 넘어가자 스나이퍼들은 만점짜리라며 쾌재를 질렀다.

“좋아. 이걸로 보너스를 두둑하게……”

그런데 그럴 때였다.

“아 시팔, 더럽게 아프네.”

“?!”

뒤에서 들려오는 살벌한 목소리에 이들은 기겁했다.

“뒤, 뒤?”

그리고 뒤를 돌아본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틀림없이 죽었어야 했을 주헌이 이마를 만지며 자신들의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잠자고 있던 사자의 수염을 뽑은 듯 기분이 아주 더러워 보였다.

“미, 미친!”

결국 그들은 침을 튀기며 반사적으로 권총을 뽑아 쐈다.

탕! 탕탕!

하지만 주헌은 쓰러지지 않았다. 분명히 몸통과 다리에 총알이 박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주헌은 그만 좀 하라면서 그들에게 걸어왔다.

“아야, 유물을 쓰고 있다고 해도 개 아프거든? 그러니까 아야, 소용없다는 거 알면… 아야, 아씨 그만 좀 쏘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옥상의 지면이 쿠궁 갈라졌다.

건물이 무너질 것 같은 흔들림에 그들은 건물 벽을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저 미친놈!’

지금 아프다고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닌데!

“저 자식, 도대체 무슨 유물을 쓴 거야!”

적어도 보고 받은 내용엔 방어형 유물은 함무라비 법전 하나뿐이었다.

‘저런 게 있으면 난리가 났지!’

심지어 유물이란 것들이 참 가증스러운지라 인간에게 이로운 종류는 초반부터 잘 나타나지도 않았다.

즉 방어형, 의료형은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간 유물의 시대 후반에나 주로 나왔다. 개체수도 굉장히 희소해 독점하기 쉬웠고.

그나마 저런 불사 같은 방어를 자랑하는 유물은 권태준 회장이 가진 아킬레우스의 갑옷 정도였는데!

“야! 너 그거 어디에서 났어!”

어디서 나긴.

“뽑기로 뽑았다! 왜! 불만있냐!”

“뽑기?!”

주헌은 큭 웃음을 흘렸다.

뭐 그래봐야 소모성 유물이라 몇 번 쓰지도 못하고, 아킬레우스의 갑옷에 비하면 단점도 있긴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욱신거리기 시작하는 어깨를 붙잡으면서 살벌하게 웃었다.

‘빨리 이것들 처리해야겠군.’

물론 쓸 만한 유물들은 유재하와 함께 다 납치 당해버렸으니…….

“이거나 먹어라.”

주헌은 스프레이를 치익 뿌렸다. 그러자 스나이퍼들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들은 놀랍게도 여자로 변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처음 겪는 몸의 변화에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다.

“아아악! 가슴, 가슴이!”

“으아악! 없어, 없어졌어! 내 소중한 거시기! 내 거시기!”

충격도 이런 충격은 없으리라.

이설아도 기겁해서 입을 떡 벌렸다. 충격과 공포에 빠진 그녀는 본부에 연락을 하려했다.

진채원에게 이를 보고하려는 것이었다.

그러나.

콰직!

갑자기 등장한 네로가 통신기기를 발로 박살 내버렸다.

[정말 인간들의 물건은 예술미라곤 찾아볼 수 없군.]

잘생긴 돼지의 등장에 이설아는 깜짝 놀랐다.

‘네로?’

그를 알아본 이설아는 스나이퍼들에게 일단 자리를 피하라고 하려 했다. 괜히 7대 무덤에서 나온 유물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방금 지진도 이놈의 짓이다.’

하지만 졸지에 여자가 된 스나이퍼들은 씩씩 거리며 총을 꺼내 들었다.

“빌어먹을, 저 돼지 놈은 또 뭐야!”

“빨리 우릴 원래대로 돌려놔!”

이설아는 다급해졌다.

“이 바보들! 번지수 틀렸어!”

그러나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탕탕!

네로의 눈이 희번득하고 번쩍였다.

[이 하찮은 인간들이!]

쿠웅!

[네로가 영역선포를 했습니다.]

[반경 50m 영역이 네로의 영역이 됩니다.]

[해당 영역에서 네로의 <닥치고 내 말대로 해> 능력이 발동되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꿇어라, 인간. 어디서 짐의 앞에서 꼿꼿이 고개를 들고 있나.]

쿵!

“으아악!”

그들은 강제로 굴복 당했다.

강한 중력이 머리를 짓누르는 것 마냥 땅바닥에 엎드렸다. 네로는 이 인간들이 몹시 불쾌했다.

자신의 앞에서 꼿꼿이 서 있는 인간 놈들도 못 마땅했지만.

[감히 짐이 아끼는 자를 공격해?]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는 위압적이었다.

[네로의 오라가 폭발합니다.]

[황제의 오라가 폭발합니다.]

[나태의 속성이 적의까지 꺾어버립니다!]

[나태의 속성이 무생물인 건물까지 흐물흐물하게 합니다!]

쿠웅!

괜히 7대 무덤의 유물이 아닌지, 네로의 폭발적인 오라에 의해 그들이 있던 5층 건물이 폭삭 무너졌다.

“으아아악!”

지면으로 곤두박질치는 그들이 비명을 질렀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것 치곤 이설아의 길달 덕분에 멀쩡했지만, 뒤이어 네로가 쫓아오자 그들은 비명을 질렀다.

“오지 마!”

그럴 때였다.

“아, 잠깐 기다려.”

주헌은 몸에 구멍이 난 상태로도 태연하게 그들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좀비같은 주헌의 모습을 보고 입에 거품을 물었다.

네로는 의아해했다.

[뭐냐, 동포라고 살려주려는 거냐?]

“아, 남자들 쪽은 네 좋을 대로 하고, 여자들 쪽은 일단 냅둬.”

동시에 남자였던 스나이퍼들이 네로와 함께 사라졌다.

물론 어딘가에서 ‘아악, 노래 정말 못해!’ ‘이딴 것도 연기냐!’ 하는 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지만 알바 아니었다.

그리고 이설아와 독대한 주헌은 빙긋 웃었다.

“어서와, 특 1+++.”

이설아는 주헌이 들고 있는 스프레이를 보면서 후다닥 뒷걸음질을 쳤다.

“나, 나도 아까 그놈들처럼 트랜스젠더로 만들어버리게?”

그 말에 주헌은 진심으로 화를 냈다.

“뭐라고? 돌았어?”

옛 부하이자 애인이었던 녀석을 남자로 만드는 아까운 짓… 아니, 미친 짓을 왜 해!

주헌은 조금씩 아물어가는 상처를 보면서 말했다.

“시키는 대로 안하면 진채원 그 여자가 동생들이랑 오빠들을 팔아버린다고 한 모양인데.”

그 말에 이설아가 흠칫 놀라 그를 보았다.

아니 이놈이 그걸 어떻게 알지?

그러나 주헌은 표표히 웃었다.

‘이 녀석, TKBM에 들어왔을 때 분명 1,000억 정도 빚이 있었지.’

물론 본인의 빚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사고뭉치 오빠와 죽은 부모가 남긴 막대한 빚. 그리고 어쩌다보니 이설아가 가장이 되어 가족을 대신해 빚을 갚게 된 모양이었다.

어린 세 명의 동생이 인질로 잡혀 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그 생각에 미친 순간 주헌은 씨익 웃었다.

‘설아의 탐색과 추적 능력은 최강이다.’

그걸 남에게 줄 순 없지.

“얼마면 해결 되나.”

“뭐?”

“얼마면 널 살 수 있겠냐고.”

그 말에 울컥한 이설아가 주헌을 쏘아보았다.

이게 돌았나?

이설아는 솜씨 좋게 그를 쓰러트리고 가볍게 등에 올라타 칼을 뽑아 들었다.

그러더니 살벌하게 웃어보였다.

“그럼 어디 네 목숨으로 대신해볼까?”

뭔가 좀 오해를 한 듯하지만, 아무래야 좋았다. 엄한 의미는 아니지만, 사겠다는 말은 진짜니까.

“한 2억 달러면 충분하겠나?”

“이게 그래도!”

이때였다.

번쩍!

주헌의 주머니에서 빛이 났다. 박에서 나왔던 까마귀의 선물이었다.

“!”

[오딘의 까마귀 무닌(기억)의 눈물

(?급 / 소모성 유물)]

- 사용횟수: 10/10

그것이었다.

그리고 그 유물이 번쩍이자 빛을 쐰 이설아가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이설아는 괴이한 경험을 했다. 본 적도, 느낀 적도 없는 경험이 그녀의 머릿속에 박혀 들어왔다.

지금보다 나이는 좀 있고, 뱀파이어처럼 안색이 창백한 주헌.

훨씬 비뚤어져 있는 악인 유재하.

주헌과 싸우던 율리안 밀러와 처음 보는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

주헌이 다치자 그것만으로 세상이 쪼개진 듯 펑펑 운 일, 처음 보는 괴이한 무덤에 들어간 일, 그 무덤에서 주헌 대신에 몸을 바쳐 죽은 일.

그 기억이 머리에 새겨지고, 가슴에 퍼질 때 이설아는 어지러워 미칠 것 같았다.

어째서인지 주헌에게 품은 악의가 아련함과 절대적인 신뢰, 그리고 강한 충성으로 변하는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설아는 알고 있었다.

이 남자에 대한 것을.

하물며 자신이 지금 만지고 있는 남자의 몸을.

이 남자의 몸을 탐하던 일, 그렇게 입을 맞물던 일, 심지어…….

이윽고 살색 몸이 뒤섞이는 민망한 광경이 머릿속에 떠오르자 이설아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칼까지 놓친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로 변했다.

‘뭐야, 방금 그거 뭐야!’

물론 주헌의 입장에선 그녀 혼자 비명을 지르며 홍당무가 된 거니 이상해보일 수밖에 없었지만.

“설아야?”

그 목소리가 떨어지자 흠칫 놀란 이설아는 가슴이 미친 듯이 쿵쾅 거렸다.

주헌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이설아는 왜인지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단장님?”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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