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27화 (127/409)

00127 기억을 되찾다?  =========================================================================

< 기억을 되찾다? (1) >

“저 놈이 클리어한 건 7대 무덤이 아니다.”

“…… 네?!”

이번엔 아이린도 눈을 동그랗게 떴다. 특히 유재하는 입을 떡 벌렸다.

“7대 무덤이 아니라고요?! 저 노친네가 클리어한 게?”

하지만 뉴스에서나 판도라에서나 저 시리아의 무덤이 세 번째 7대 무덤이라고 떠들고 있는데?

실제로 뉴스에서는 계속 이렇게 말했다.

[장 리처드는 판도라가 들어가기 어려워하는 분쟁지역도 능력을 살려 들어갔습니다. 무덤의 입구 역시 그 점을 살려…]

[탁월한 센스로 대 고분을 클리어한 것으로….]

[이로서 전 세계에 가장 영향력 있는 무덤 발굴자가 총 15명이 되었고….]

“저렇게나 크게 띄어주고 있는데….”

아주 축제 분위기였다.

자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나타났다고 해도 저렇게 좋아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판도라는 판도라대로, 서양국가들은 또 서양 국가대로.

판도라를 엿 먹인 데다, 동양인인 주헌에게 중요한 7대 무덤을 두 개다 빼앗긴 게 어지간히도 분했던 모양이었다.

“가짜다, 저 무덤.”

명백한 짜가인 것을.

“그럼 장 리처드는 뭘 클리어 한 거죠?”

“진짜 무덤이 만든 짝퉁무덤이요. 인간들을 엿 먹이려는 거죠. 난이도는 한 B급 정도 되려나.”

“그럼 가지고 나온 유물은?”

“역시 B급이겠죠. 교묘하게 위장하고 있어서 처음엔 잘 모르겠지만.”

“…….”

특히 유재하가 정말 안심하듯 대놓고 비웃었다.

“그러면 뭐야. 저 영감. 가짜를 클리어하고 저러고 있는 겁니까? 지가 가짜 무덤을 클리어했다는 걸 알게 되면 개 쪽팔리겠네!”

“어쨌든 진짜는 더 지하에 있어. 지금도 아마 있을 걸.”

주헌은 뉴스에서 보여주는 무덤의 해부도를 가리켰다.

“저기보다 더 밑에.”

그건 확실한 사실이었다.

주헌은 이미 색욕의 무덤을 조사하면서 질투의 무덤의 존재도 눈치채고 있었으니까. 그러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룸메이트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그럼 빨리 가야 하는 거 아니야? 빼앗기면 어떡해?”

그러나 정작 주헌은 시큰둥했다.

“냅둬. 저긴 안가.”

“엥?”

유재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천하의 서주헌이 무덤을 포기해? 심지어 7대 무덤을?

미쳤나?

이 유물성애자가?

“아! 단장님도 드디어 현자 타임 오셨…… 아악!”

“넌 말 한마디가 더 많은 게 문제야.”

유재하는 또 얻어맞고 끙끙거렸다.

물론 주헌이 질투의 무덤에 안 가려는 이유는 분명 있었다.

‘저긴 가봤자다.’

7대 무덤들은 전생에서도 몇 년 동안 방치되는 일이 흔했다.

왜?

무서우니까.

특히 <질투>의 무덤은 들어가면 100% 죽는 무덤이었다.

이유는 모른다.

살아나온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한발자국이라도 들어가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무조건 다 죽었다.

생존율 0%.

사인. 알 수 없음.

<질투>의 무덤이 이러니 다른 7대 무덤도 꺼려지긴 마찬가지였다.

그 중 특히 10년 가까이 정복되지 않은 무덤이 있었는데, <탐욕> <질투> <오만>이었다.

사실 탐욕의 무덤이야 자신이 목숨을 걸고 클리어해 고고학자의 유물을 얻었다.

그리고 오만의 무덤은 뭐…….

지가 못 들어오게 함정을 짠 주제에 ‘왜 인간 놈들이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거냐! 지금 이 몸을 무시하는 거냐!’ 라고 씩씩 거리면서 제발로 뛰쳐나오지 않았나.

그래서 인간들이 어서 오라며 낼름 주워먹었다.

그리고 <질투>의 무덤?

그 놈은 히키코모리를 고수하더니 결국 아무도 깨지 못한 채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주헌조차 유물의 정체는 몰랐다.

사실 내용물이 궁금하기도 하고, 워낙 위력적인 물건이라는 예언이 있었으니 가지고 싶었지만….

‘너무 위험하다.’

반경 30km 접근금지 명령이 떨어질 때까지 죽은 사람들만 수만 단위였다.

그런데도 정보는 하나도 없었다.

거길 미쳤다고 들어가?

“나도 들어가고 싶긴 한데 들어가는 방법도 모른다. 안에서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면 모를까. 모르니 패스.”

그 말에 유재하는 몸을 오들 오들 떨었다. 주헌조차도 가기 꺼려하는 무덤이라니.

‘가자고 해도 안 간다.’

그런데 그 때였다.

갑자기 쿵, 울렁거리는 지진이 일어났다. 동시에 떠오르는 메시지.

[간사한 누군가가 납치를 시도해옵니다.]

[납치를 시도해옵니다.]

납치라고?

긴급한 메시지와 함께 책상과 서랍이 거칠게 흔들렸다.

쿵쿵쿵!

자연적인 지진 현상은 절대 아니었다. 마치 지표면을 북으로 삼아 난타를 하는 듯한 인의적인 땅울림!

바닥에서 치솟아 오르는 살벌한 오라는 주헌의 오래된 맨션을 찢어발겼다.

“꺄악!”

“이리와요!”

주헌은 재빨리 아이린의 팔을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쨍그랑 쨍그랑!

책과 조명, 장식품등 온갖 것들이 바닥에 떨어졌다.주헌은 아이린의 머리를 보호하듯이 끌어안았다.

그렇게 비정상적인 지진이 10분 정도 계속 되었을 것이다.

[오라가 사라졌습니다.]

[오라가 사라졌습니다.]

끔찍한 아비규환이 스쳐지나간 후. 일대가 조용해지자 주헌이 먼저 몸을 일으켰다.

“괜찮아요?”

주헌이 아이린부터 살피자 책상 밑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씨, 이놈아…….”

룸메이트가 끙끙 거리며 책상 밑에서 기어 나왔다.

“나도 좀 챙겨줘라. 이 나쁜 놈아! 어? 나도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고!”

그걸 보며 주헌은 헛웃음을 흘리며 주변을 살폈다.

자, 그럼 이제 또 씩씩거리며 칭얼댈 놈이 또 하나…….

“음?”

유재하 놈이 사라졌다.

“!”

심지어 동아줄을 포함한 유물 몇 개도!

***

이놈들이 어디로 갔지?

숨었다?

아니 그건 아니었다.

동아줄의 오라도 느껴지지 않았고 유재하 놈이 이렇게 오래 입을 안 열리가 없었다.

‘어떻게 된 거지.’

그런데 그럴 때였다.

[유물에 의해 납치당했습니다.]

[납치당했습니다.]

아, 그렇게 된 거군.

아무래도 동아줄을 포함, 자신의 유물들 몇 개를 복원하고 있던 유재하가 뭔가에 의해 납치당한 모양이었다.

“쯧, 어떤 고얀 놈이.”

그래보여도 놈은 자신의 부하들이었다. 괴롭혀도 자신이 괴롭히지, 남에 의해 괴롭혀지는 건 용서할 수 없다.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그렇게 주헌이 심기가 불편해질 그 때였다.

부르르르.

전화가 왔다. 상대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장 리처드]

“오 이번 7대 무덤을 클리어 하셔서 판도라와 서방의 영웅이 되신 분. 뭐냐, 네 짓이냐? 노친네?”

전화 속 상대는 하하하 웃었다.

[어 뭐야. 나도 노친네인가?]

“됐고, 용건부터 말해봐. 내 부하 네가 납치해갔냐?”

[…… 그렇긴 한데, 그런 것 치곤 너무 평온한 목소리군.]

뭐 아이린이 사라졌다면 상당히 화났겠지만, 유재하 놈이니까 됐다.

동아줄도 함께 사라진 걸 보면 같이 있는 거겠지.

그리고 목적도 뻔하다.

‘그래봐야 같잖은 복수지.’

대충 사람을 소환하는 형태의 유물일 것이 틀림없었다.

쉽게 말해 이 세계 어디론가 날려보냈다는 의미다.

“그래서 어디로 날려 보냈냐?”

[그건 나도 몰라. 랜덤으로 날아갔거든.]

“오.”

[그러니까 넌 복원사를 잃었다는 의미야, 서주헌. 그리고 다른 복원사는 판도라가 독식하고 있지. 무슨 의미인지 알지?]

아무래도 주헌을 막기 힘든 것 같으니 유물을 사용하지 못하게 할 수작이었던 모양이었다.

확실히 유물 사용자들은 복원사가 없으면 유물 사용이 힘들었다.

그 사실을 복원사인 리처드는 가장 잘 알기에 이렇게 나온 게 틀림없었다.

[누가 날 건드리라고 했나? 아무튼 용건이다.]

“용건?”

[우리 유물 거래를 좀 하지.]

“유물 거래?”

[내가 말하는 유물 하나만 돌려줘. 그럼 그 멍청이 제자 놈을 도로 불러와주지.]

주헌은 허, 코웃음을 쳤다.

이게 뭐라는 건지.

그 정도는 이쪽도 할 수 있거든?

주헌은 하고 싶은 말을 종이에 써서 아이린에게 보여주었다.

[어떻게 됐어요?]

아이린은 정화의 지도를 빤히 보고있었다.

그리고 주헌 대신 지도 유물을 써서 사라진 주헌의 유물과 유재하를 찾는 것이었다.

그러다 아이린은 깜짝 놀랐다.

“이것 봐요!”

주헌은 지도를 보고 내심 놀랐다.

‘엥? 이 위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유재하와 유물들이 발견되는 위치는 다름 아닌…….

‘질투의 무덤 내부?’

하필 방금 전에 자신이 말한 그 최악의 무덤 안이 아닌가!

들어가면 즉사한다는 그 무덤!

‘이런.’

상황이 그렇게 되자 주헌도 당황했다.

‘설마 죽었나?’

주헌은 귀속성 유물인 동아줄을 소환해 보았지만 역시나 나타나지 않았다.

[꺼낼 수 없는 지역에 있습니다.]

[빼앗기기 싫어하는 질투의 속성이 너무 강합니다.]

계속 그런 메시지가 뜰 뿐이었다.

‘역시 질투의 무덤에 있는 모양이군.’

곧 주헌이 당황하고 있다고 생각한 건지, 리처드가 표표히 웃었다.

[자, 그럼 슬슬 거래 이야기를 다시 해볼….]

그런데 이 때였다.

[오오! 인간이여! 새로운 신작 예고편을 썼더구나! 신작은 언제 나오는 거냐!]

엥?

주헌은 난데없이 눈을 반짝이며 나타나는 네로의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신작 프롤로그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하지만 네로는 프린트한 종이를 보여주면서 말했다.

[좀 특이한 내용이지만, 신편은 언제 나오는 거냐?]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주헌은 황급히 네로가 내민 종이를 빼앗았다.

그리고 종이를 본 순간,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이놈들 봐라.

[제목: 서주헌 작가 초특급 신작!]

[내용: 단장님 살려줘요. 제 정조가 위험해요. 저 언니 무서워.

기대하라.

초특급 여비서 신작이 다시 출몰한다!

글귀만 보면 그냥 소설의 내용이 들어간 홍보였다.

다만 이 홍보글은 유물 네트워크를 통해 역대급 조회수를 찍으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나 뭐라나.

그 돌풍의 주인공, 주헌이 네로에게 물었다.

“이거 언제 올라온 거냐?”

[음? 방금. 그래서 보자마자 달려왔다.]

확실했다.

이건 동아줄이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였다.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일부러 홍보를 빙자해 이런 짓을 한 것이다.

아마도 주헌의 소설을 알리기 위해 유물 네트워크를 사용했던 모양이니, 지금도 그 방법을 써서.

그리고 주헌의 신작이라고 하면 네로 놈이 핥아댈 것이고, 쪼르르 주헌에게 달려가 보여줄 것이 분명했으니까.

그렇게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해온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놈들 살아 있다.’

심지어 난공불락 그 질투의 무덤에서?

주헌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뭔가 좀 특이한 형태로 잡혀 있는 거 같지만….

‘어쨌든 그 무덤 안에서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거잖아?’

그 방법만 있으면 무덤을 터는 건 일도 아녔다!

그래서일까.

주헌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다.

그리고 대뜸 전화로 이렇게 말했다.

“고맙다.”

[……뭐?]

“내 부하 놈을 납치해줘서 아주 고맙다.”

[엥…? 뭐, 뭐라고?]

“네 덕분에 7대 무덤 하나를 클리어할 수 있게 될 거 같거든. 그럼 이만.”

뚝.

전화가 정말 불친절하게 끊겼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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