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25화 (125/409)

00125 과거의 인연  =========================================================================

< 과거의 인연 >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이번 일로 동아줄이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을 얻게 되었습니다.]

새로운 진화의 가능성이라고?

주헌은 웃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즐거움을 아는자>의 타이틀을 얻어 특별한 기운을 띄게 되었습니다.]

[그 영향으로 미다스의 <부의 능력>이 이끌려 나왔습니다. 부의 능력을 끌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유물이 좋아하는 양기를 뿜게 되었습니다.]

그 메시지를 보며 주헌은 결국 하하 소리내어 웃었다.

거참 동아줄도 동아줄이지만.

‘부의 능력은 안 그래도 어떻게 개방하나 했는데.’

주헌이 아무리 모든 지식을 총 동원해도 부의 능력은 개방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보자 뭔가 예상이 가는 게 있었다.

‘미다스의 유물은 어쩌면 인격이 두 개 일지도 모른다.’

애초의 아이린의 유물은 두 개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파산과 부.

즉 파산과 부에 해당하는 인격이 별개라면?

‘충분히 가능성은 있다.’

처음부터 분리되어서 무덤에 별개로 있기도 했었으니까.

그리고 부에 해당하는 인격 쪽이 자신의 냄새인지 뭔지에 이끌려 나온 게 아닐까?

‘어쨌든 부의 능력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거지.’

그리고 때마침 반응이 왔는지 방에서 /비명소리가(비명이)/ 들려왔다.

아이린이었다.

그녀의 비명소리를 들은 유재하나 룸메이트는 깜짝 놀랐다.

“뭐지? 뭐야?”

“단장님, 아이린한테 무슨 짓 했어요?”

어…… 하긴 했는데.

주헌은 서둘러 비명소리가 들린 방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입니까?”

그러나 방에 들어간 순간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물론 따라온 다른 사람들은 기절할 판이었지만.

“미친, 이게 뭐야!”

“황금?!”

“저 물건들은 또 뭔데?”

그렇다.

방안이 세상에서 가장 비싼 창고로 변해 있었던 탓이다.

주헌의 방은 침대부터 벽지, 바닥까지 모두 황금으로 변해 있었고 처음 보는 물건들이 가득 쌓여 있었다.

기본적인 금덩어리부터 시작해서 돈, 보석, 광석, 한정판 가방, 술, 버섯, 시계, 분재, 벌레, 고서적, 코끼리, 악기, 펄떡이는 물고기…… 심지어 대형견들까지 아이린의 위에서 헥헥 거리고 있었다.

그걸 보고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역시 발동했군, 부의 능력.’

다만 룸메이트와 유재하가 물건들을 살피며 기절을 할 뿐이었다.

“자, 잠깐! 이 멍멍이 주인, 설마 러시아 대통령 후틴 아니야?!”

“이 개목걸이 분명 신문에서 본 적 있는데!”

그러나 그들이 꽥꽥 비명을 지르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하게 그녀를 불렀다.

“일어났어요?”

“주헌 씨!”

아이린은 또 자신이 뭔가 사고를 쳤나 싶어서 멍멍이를 끌어안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또 무슨 사고를…!”

주헌은 결국 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뭐, 사고라면 사고긴 한데…….

“혹시 밤에 있던 일 기억나요?”

특별한 의미로 물어본 건 아니었다. 단지 원인을 설명해주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깜짝 놀라던 아이린이 그녀답지 않게 말을 버벅 거렸다.

“어, 저기 그게…….”

그 반응에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혹시 기억이 안 나는 건가?’

물론 그럴 수는 있었다. 지금까지도 리스크가 벌어졌을 때의 일은 기억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가끔이긴 하지만, 사실 주헌에겐 지난밤의 일을 기억 못하는 파트너가 있었다.

“저기 주헌 씨… 그게….”

그래서 아이린이 용기를 내서 뭐라고 말을 하려고 했지만 그만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음 알았어요. 미안해요. 기억이 잘 안날 수도 있겠네요.”

“어? 네, 네?”

주헌이 대뜸 뭔가를 납득한 탓이다.

아이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 놀랄지도 모르니까 나중에 말해줄게요. 어쨌든 배고플 텐데 밥부터 먹죠.”

주헌은 제 딴엔 상냥하게 챙겨주고 있었지만, 정작 그가 큰 오해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아이린은 당황하고 있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주헌하고 가까워진 것 같아서 좋다는 말을 하려고 했을 뿐인데!

아이린은 힝, 시무룩해졌다.

***

[판도라의원 측근들까지 비리 난무]

[판도라 비리 의혹 관련 추가 고발장 제출]

[판도라, 유물 관련 비리 속속 드러나나]

“진짜 서주헌 이 새끼.”

오스틴 록펠러는 뒷골이 당기는 지 제 목을 부여잡았다.

도대체 서주헌 하나를 보내보자고 시작한 일이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젠장. 아군들의 80%가 쓸려 나갔다.’

어디 아군뿐이랴? 판도라의 이미지도 이미지고….

“도련님, 다시 확인해도 역시 똑같습니다. 가지고 계시던 땅값이 폭락했습니다.”

“…….”

“주식도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

“보관중이시던 그림들과 미술품들도 잿더미가 되었습니다.”

“……그만.”

“유물도 상당수 파괴되었습니다.”

“그만 하랬지.”

“그리고 발굴 인력부들이 월급을 인상해 달라며 파업을….”

“에이, 썅! 그만하라고! 나도 안다고!”

오스틴은 책상에 있던 청자를 집어 던졌다.

“빌어먹을 서주헌! 그리고 아이린 홀튼!”

자신이야 황금궁전에 소환되지 않았으니까 그렇다 쳤다. 하지만 이번 재산피해는 정말 엄청난 손해였다.

현대 사회에서 이건 너무나도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빌어먹을 파산의 유물 같으니.’

고작 유물 한 개로 위험순위 4위를 차지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심지어 그런 유물이 서주헌의 옆에 붙어 있다니.’

느낌이 안 좋았다. 안 좋아도 너무 안 좋았다.

‘이대로면 유물을 전부 서주헌한테 빼앗길 거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 놈한테 빼앗기는 건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아이린 홀튼, 서주헌의 편이라 이거지.’

“허, 아무래도 부모가 죽을 뻔한 걸로는 만족이 안 되는 모양인데.”

“도련님?”

“노스트라다무스한테 연락 때려. 이 기회에 홀튼 가를 아주 파산시켜보자고. 겸사겸사 서주헌도.”

그런데 그때였다.

“역시 부모님은 네 짓이었냐?”

“!”

깜짝 놀란 록펠러가 고개를 돌리자, 떡 벌어진 어깨의 형님이 있었다.

“그리고 뭐? 지금 누가 누굴 파산시켜?”

록펠러는 입을 떡 벌렸다.

그는 다름 아닌 조지 홀튼이었다. 판도라에 출두한 그는 살벌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록펠러가의 수치. 우리 분명  전화로는 구면이지?”

뭐야, 이자식이 왜 여기에!

그러자 당황하던 베라가 오스틴에게 속삭여왔다.

“판도라에 여러 입후보자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조지 홀튼…….”

그러나 오스틴은 베라의 말 따위는 들리지도 않았다.

자신을 바라보는 조지 홀튼의 눈빛이 너무나도 흉흉했기 때문이었다.

“듣자하니, 파티장에서 내 동생과 우리 소중한 은인이 실례가 많았다며?”

“……뭐, 뭐?!”

“그럼 저 역시 판도라를 담당하게 되었으니 잘 부탁합니다? 선배님?”

눈빛에서 뿜기는 섬뜩한 이채가 록펠러를 짓눌렀다.

<고문왕>

주헌을 도울 새로운 왕이 탄생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

“뭐? 내가 판도라의 돈으로 뭘 어쩌고 저째?”

“아니… 그게 아니라…….“

리처드는 참으로 난처했다.

그 증거로 리처드의 시선은 애꿎은 천장과 바닥만 쓸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난처하건 말건 권 회장의 눈에서는 불꽃이 튀겼다.

“어디 한 번 다시 말해보라고! 내가 판도라의 돈으로 부당이익을 취해?”

쾅!

결국 터져나오는 분노에 리처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아. 예상을 못한 건 아니지만, 설마하니 오십 줄이 넘는 나이에 이런 기분을 느껴야 할 줄은 몰랐다.

“아니 회장님. 일단 진정하시고요.”

“뭐? 진정?”

지금 퍽이나 진정하게 생겼다!

권 회장은 이를 갈았다. 그는 이번 일에 리처드가 휘말리자 상당히 걱정했던 사람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주헌 때문에 판도라 의원들이 자백(?) 영상이 전 세계에 퍼진 지금은 달랐다.

“도대체 방송에서 뭘 지껄이는 거야! 내가 판도라의 돈을 TKBM으로 빼돌려? 의원들의 뒤를 봐줘? 어디서 개소리를 해!”

“아니 들어보라니……”

“닥치시지!”

권 회장은 아직도 치가 떨리는지 눈썹을 파르르 떨었다.

물론 백퍼센트 허구라고 하기엔 좀 찔리는 구석이 있었지만, 어쨌든 리처드가 할 소리는 아니었다.

“자네가 그러고도 내 사람이야? 내 복원사냐고! 어디서 날 팔아?”

하지만 리처드도 억울했다.

“나참,너무하는구먼! 아니 진짜 정보를 판 것도 아니지 않나! 그 땐 어쩔 수 없었다고! 그 황금 궁전에서 빠져나오려면 거짓말이라도 해서 나와야 했다고!”

말은 잘 한다.

“아무래도 자네가 아니라, 자네의 제자를 내 복원사로 뒀어야 했나 보군.”

그러자 이번엔 리처드도 울컥해서 권 회장을 쏘아보았다.

“이봐요, 권태준 회장. 고작 이거가지고 그렇게 나오기야?”

“먼저 시작한 게 누군데?”

두 파트너는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쏘아보았다.

“자꾸 이렇게 나오면 자네의 복원사일은 나도 다시 생각해봐야겠어!”

“허! 마음대로 하시지! 그랬다간 자네가 자기 제자의 그림을 표절했다고 세계에 소문을 낼 테니까!”

“이, 이봐!”

“어쨌든 근신처분도 당했겠다, 당분간 조용히 처박혀서 내 유물이나 복원 하시지.”

그렇게 말하며 권 회장은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쯤 되자 리처드는 정말 황당해서 말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일은 자신이 먼저 잘못했다고 해도…….

“저 새끼가 정말!”

하지만 이 울분을 토해낼 곳도 없는 터라 애꿎은 책상만 쾅쾅 쳐댈 그 때였다.

부르르르ㅡ

그런 리처드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

모르는 번호. 하지만 보나마나 귀찮은 언론사이리라. 덕분에 리처드는 어지간히도 끈질기다고 생각하면서 거칠게 전화를 받았다.

“이봐요! 자꾸 괴롭히면 니들 다 모가지야! 인터뷰 안한다고!”

하지만 들려온 건 사뭇 기자와는 다른 톤이었다.

[안녕하세요, 장 교수님. 진채원이라고 합니다.]

아름다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하물며 어디에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다.

그러자 곧 여자가 말을 이었다.

[조디 무어라고 합니다.]

그제야 리처드는 아차 싶었다.

‘중국러시아 연합에 있는 그 교수!’

유명한 이야기였다.

조디 무어라고, 생리학 분야의 최연소 조교수였다. 그리고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는 교수팀의 멤버일 정도로 실력이 좋았고 말이다.

‘최근엔 유물로 인간의 병을 치료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하물며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기도 하고.

‘하지만 말이 인간의 병이지.’

조금만 악용하면 마음대로 인간을 병들게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즉, 유물증후군.

‘아직 이슈가 되진 않았지만, 유물증후군은 인류 최악의 불치병이 될 수도 있다.’

판도라도 이미 유물 증후군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오스틴 록펠러와 손을 잡고 일부러 홀튼 부부에게 실험까지 해보지 않았나. 그 실험으로 어느 정도 유물증후군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판도라였다.

중국의 진채원 교수는 그 대처법과 응용까지 연구 중인 여자였고.

‘그런데 그런 대단한 교수가 나한테는 왜?’

특히나 중국과 판도라는 라이벌.

왜 자신에게.

그러나 과거 사황 중 한 명이자 탐식왕 진채원은 은밀하게 리처드에게 거래를 제시해왔다.

[우리 판도라 사무총장께서 근신을 당하시고, 서주헌 때문에 골머리를 많이 썩고 계신 것 같은데.]

“……무슨 말을 하려고 합니까?”

[이쪽도 신뢰를 드려야 하니 솔직히 말씀드리죠. 이번에 서주헌이 판도라 의원의 유물을 훔쳐갔죠?]

“그렇다더군요.”

[그런데 좀 골치 아픈 걸 빼앗겨서요. 덕분에 이쪽도 좀 곤란한 상황이 닥친 참이라.]

진채원은 웃었다.

[그러니 서주헌 퇴치 작전에 동참하지 않을래요?]

상당히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

“저, 단장님.”

“뭐.”

“존경하다 못해 너무 사랑해서 가끔 한 대 치고 싶은 단장님.”

“말해라.”

“이게 뭡니까.”

“뭐긴, 톱이다.”

“아니, 그건 보면 압니다.”

유재하는 톱을 자신에게 들려주는 주헌을 보았다.

“설마 단장님…….”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뒤에 꺼내 둔 박을 보며 생긋 웃었다.

“너 박 좀 탈 줄 아냐?”

“아니, 갑자기 박은 왜요?”

유재하는 박을 보며 입을 떡 벌렸다.

홀튼가 부부를 구하고 나서 크루즈로 태평양을 지나고 있을 때였나. 난데없이 바다에 나타나 까마귀가 떨어트리고 간 그 흥부놀부의 박이었다.

일종의 랜덤 박스 같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저거 아직은 까볼 생각 없으시다고 했잖아요!”

“이제 생겼어.”

주헌은 집안에 꽉 찬 박 덩어리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부의 능력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다.’

행운이 걸리면 좋지만, 흉이 나올 경우 엄청난 재난이 올 수도 있는 박.

그래서 지금까지 탐은 나지만 내버려뒀던 복권 놈이 아니었나.

하지만.

‘부의 능력을 쓰면 무조건 행운의 박이 될 거 아니야?’

주헌은 사악하게 웃었다.

곧 흥겨운 톱질이 시작되었다!

============================ 작품 후기 ============================

슬근 슬근 톱질하세!

+ 예약 실패로 업뎃 시간이 좀 늦어졌습니다. ㅜ.ㅜ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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