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24화 (124/409)

00124 곤란하기 짝이 없는 리스크 (?)   =========================================================================

< 곤란하기 짝이 없는 리스크 (?)>

사실 목의 리스크 만으로도 주헌은 꽤나 고생했었다.

의원 놈들을 가둬놓고 신나게 삥(?)을 뜯으며 방송을 하는 건 좋았다 이거야. 그런데 이 빌어먹을 유물이란 놈이 심술을 부리는 건지.

하필이면 의원들이 다 보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린의 리스크가 발동했었다.

아이린이 갑자기 주헌에게 엉겨오더니, 그대로 주헌의 목에 얼굴을 파묻은 것이다.

“!”

덕분에 의원들도 놀라고 주헌도 놀랐다.

마치 매혹적인 흡혈귀와 같았다.

주헌의 얼굴을 부드럽게 잡은 그녀가 목가에 애무를 하자 의원들은 낯 뜨거워 죽으려고 했다.

뭐, 유물 입장에서는 ‘자! 어서 반응해 인간! 반응하라고 인간!’ 하고 악마의 웃음을 짓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순순히 넘어갈 주헌도 아니었다.

‘그래봐야 유물놈의 장난질에 넘어갈 것 같나.’

그렇게 주헌이 낄낄 웃으며 제 방으로 들어갔다. 기왕 한국에 돌아왔으니 이것저것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

그런데 방에 들어온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뭐야?“

뭔가 있었다.

이상하게 침대가 불룩 솟아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꿈틀거렸다. 틀림없이 이불 안에 뭔가가 들어 있는 것이리라. 하지만 주헌은 당황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증스럽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하여간 달기 놈.’

자신을 정복하겠다는 건지, 색욕의 무덤에서 나온 후 계속 이런 식이었다.

‘꽤 지조 높은 녀석 같긴 한데.’

다른 남자들은 호박 취급하면서도 주헌에게는 애교를 부려댔지만 글쎄.

그래봐야 이건 유물이다!

“알았나? 내가 아무리 그래도 유물한테는 안 넘어간……!”

그렇게 주헌이 이불을 걷어내는 때였다.

“어?”

이불을 걷는 순간, 주헌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았다.

안에 있는 것은 여우 달기가 아니라 아이린이었던 것이다!

“어? 어?”

하물며 침대에 누워있는 아이린은 얇은 블라우스 한 장만 입고 있었다.

덕분에 천하의 주헌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무슨……!’

그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아이린의 매끄러운 허벅지로 향했다.

긴 셔츠에 아찔하게 가려져 보이진 않았지만, 당연히 그 모습이 상상이 가지 않나.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주헌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아니 이상했던 것이다.

아이린의 리스크는 분명 해결했을 텐데!

이미 키스마크로 끝냈잖아!

오죽하면 주헌은 이런 생각까지 했다.

‘달기 놈이 아이린으로 변신했나.’

동시에 주헌은 황급히 아이린의 엉덩이를 더듬었다.

‘꼬리, 꼬리.’

하지만 꼬리가 잡히기는커녕 부드러운 엉덩이만 만져졌다. 아이린의 탄력적인 살의 감촉이 손  끝에 기분 좋게 감겼다.

그제야 주헌은 충격을 받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

‘유물이 아니다.’

잠시 머리 회전이 멈추긴 했었는데, 유물 특유의 오라가 느껴지지 않았다.

‘진짜 아이린이야.’

하지만 왜!

리스크는 이미 충족했을 텐데.

그런 주헌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메시지가 떠올랐다.

[남은 파산의 리스크가 한꺼번에 발생합니다.]

[남은 파산의 리스크가 한꺼번에 발생합니다.]

[남은 파산의 리스크가 한꺼번에 발생합니다.]

뭐라고!

주헌은 입을 떡 벌렸다.

그게 끝이 아니었단 말인가!

‘젠장, 이번 리스크는 또 뭐지?’

그럴 때 메시지는 아주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이번 리스크에서 발생한 탐욕은 당신의 <순결>입니다.]

“뭐, 뭐라고!”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

오오! 인간! 하려는 거냐!

[#*?&*!]

우리가 도와줄게!

“!”

들뜬 목소리가 베란다에서 들려왔다.

색욕의 무덤에서 자신을 쫓아온 변강쇠와 옹녀 유물이었다.

주헌은 그것들을 보자마자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아니 저것들이 버렸는데 왜 또 여기에.’

그러나 주헌이 이를 갈거나 말거나, 놈들은 베란다에서 흥분하며 팔짝 팔짝 뛰어댔다.

[#$$#&*!]

헉헉, 우리가 도와줄게! 도와줄게!

[#&$#*&*!]

뿅 가게 해줄게!

“…….”

팬티와 남근이 베란다에서 팔짝 팔짝 뛰는 광경은 정말이지 엽기적이었다.

[#*$*!]

우리가 도와준다니까! 홍콩 가게 해준다니까!

[#$#&*!]

최고의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니까!

“최고의 기분은 개뿔!”

주헌은 베란다로 나가 신나서 떠드는 두 유물을 바깥으로 집어 던졌다. 그러자 두 유물은 끼야아아 비명을 지르면서 떨어졌다.

“젠장, 제발 저것들 좀 누가 주워가라.”

그렇게 주헌이 아예 방 밖으로 나가려는 때였다.

“윽!”

당황할 새도 없이 아이린이 주헌을 끌어당겼다.

“!”

침대에 또다시 깔려버린 것이다.

졸지에 예전과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주헌 씨.”

미소를 짓는 아이린은 점점 주헌의 위로 올라왔다. 물론 블라우스의 단추를 푸는 것도 잊지 않았다.

‘!’

깊은 가슴골이 그대로 드러났고, 아이린은 몸을 바짝 붙여왔다. 뭉클한 부드러움이 살갗에 닿자 주헌은 자신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후각을 자극하는 아이린의 달콤한 향기에 머리가 아찔했다.

‘젠장.’

아이린의 타고난 미모하며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매끈한 다리.

모든 것이 남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다만.

‘유물의 리스크다.’

그 생각이 스쳐지나갈 뿐이었다.

유물이란 인간의 이성을 부숴버리고 골려먹는 것이 취미.

자신을 곤란하게 할 목적이라면 아주 제대로 잡았다.

“이 유물놈이…… 어?”

주헌이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걸 파악한 아이린이 주헌의 입술에 입을 맞물려왔다.

“읍.”

촉촉한 혀가 끈적하게 섞이고 얽히면서 기분 좋은 환락이 시작되었다.

방안에 울리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그걸 증명했다.

그뿐인가?

아이린은 주헌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가슴을 만지게 했다.

손에 잡힌 그것은 한 손에 꽉 찼고, 탄력 있고 말캉거리는 손끝의 감촉이 그대로 뇌에 전해졌다.

결국 주헌은 웃었다.

‘참 치명적이기도 해라.’

생각해보면 참 같잖은 리스크라고 생각했다. 인간을 농락하는 유물의 취미로는 딱이다.

하지만 아이린 본인이 이런 걸 원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리스크.

주헌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았다.

‘보나마나 유물 놈은 아이린이나 내가 당황하는 꼴을 즐기려고 하는 거겠지만.’

주헌은 사납게 웃으며 본능에 몸을 맡겼다. 그러자 아이린이 작은 탄성을 흘리며 하얀 몸을 떨어댔다.

“아, 앗….”

처음엔 부끄러워하던 아이린은 금방 주헌의 손을 받아들였다.

아이린의 숨결이 조금씩 거칠어졌다.

크게 손을 쓰지 않았는데도 아이린은 방울 같은 목소리로 울먹이며 주헌의 목을 끌어안았다.

“주헌 씨, 그만, 그만….”

“진짜로?”

그 말에 화들짝 놀란 아이린은 재빨리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싫은 건 아닌 모양이었다.

그게 또 귀여워진 주헌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아이린의 허리를 바짝 끌어당겨 제 허벅지 위에 앉혔다.

아이린의 입에서 꾹꾹 참던 작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자고로 젊은 남녀의 밤은 뜨거울 수밖에 없는 법.

그 때였다.

[#*$*? *#$&*#?]

어?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묘하게 당황한 듯한 파산의 유물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이미 늦었다.

‘땡큐다. 이놈아.’

유물은 둘 다 리스크라고 받아들이지 않는 기색이자 빼액 거렸다.

[#*$*!]

아니야! 이게 아니야!

그러나 유물이 떠들거나 말거나 밤은 깊어갔다.

물론 한참 불태울 무렵 주헌은 아차 싶기는 했었다.

‘아, 여기 방음 안 되는데.’

에이 모르겠다.

괴로운 건 내가 아니잖아.

***

“뭐야, 니네 방에 없었더라?”

아침 10시.

주헌은 아침을 사이좋게 사들고 오는 룸메이트와 유재하를 보면서 희한해했다.

“새벽에 술이라도 마시러 나갔냐?”

그러자 샌드위치를 사가지고 온 두 사내는 툴툴 거렸다.

“그래, 치맥이나 했다.”

“크으, 클럽도 가봤는데 다 퇴짜였습니다! 젠장!”

둘이 입을 모아 툴툴거리자 주헌은 굉장히 신기해했다.

“오, 그런데 니네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냐?”

그 말에 두 사내는 크윽, 주먹을 떨었다.

뭐? 언제부터 친했냐고?

“오늘 새벽부터다 이놈아!”

“단장님, 이 배신자! 그냥 나가 죽어요!”

“그래! 죽어라!”

“싫어. 이유도 없이 내가 왜?”

주헌이 뻔뻔하게 그들이 사온 샌드위치를 훔쳐가자 두 사내는 눈물을 흘렸다.

한밤중에 참다못해 밖에 나가버렸지만, 왜 이렇게 슬픈 걸까.

바로 그럴 때였다.

[인간. 오늘따라 양기가 훨씬 강하구나.]

검은 고양이로 위장한 꼬마 구미호, 달기가 주헌의 옷에서 킁킁 냄새를 맡고 있었다.

[그리고 여자의 향수 냄새도 나는 구나.]

그녀가 새침한 눈빛으로 주헌을 올려다보자, 주헌은 허 웃었다.

뭐, 그럴 수밖에 없지 않나.

“넌 이제 나한테 순결타령 그만해라.”

이제 아니니까.

하지만 달기는 무슨 소리냐는 듯 웃었다.

[인간끼리의 교미는 신경 안 쓴다. 넌 여전히 순결하거든.]

……뭐?

[넌 모든 유물을 막론하고 아주 인기가 좋을 거야. 분명해.]

그 말에 주헌이 뭔가 깨달은 듯 드물게 얼굴을 굳힐 때였다. 어디에서 나타난 건지, 동아줄이 주헌에게 다가온 것이다.

그러더니 주헌의 몸을 스르륵 타고 올라와 주인님이 좋다는 듯 몸을 비볐다.

하지만 그때였다.

애교를 부리던 동아줄이 갑자기 움찔움찔 거렸다.

그러더니 주인한테 평소에 나지 않는 냄새가 난다는 듯, 강아지처럼 여기저기 냄새를 맡는 행동을 했다.

그리고는 묘하게 뚱해졌다.

여자의 향수 냄새 탓이겠지만, 동아줄은 왜 기분이 나쁜지 알 수 없었다.

그냥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기분이 좋지 않을 뿐.

그래서 원인을 찾기 위해 계속 샅샅이 주인의 몸을 수색했다.

[#*$#&*?]

어? 이건가? 이건가?

동아줄이 발견한 건 다름 아닌 주헌이 목에 붙인 파스. 곧 킁킁 거리며 냄새를 맡던 동아줄은 크앙 몸을 떨었다.

약품 냄새가 유물들에게는 지옥이었던 것이리라.

[#*$*!]

그래 분명 이거 때문일 거야! 이거 때문일 거야!

아마도 자신이 기분 나빴던 이유는 이 파스 때문이리라!

그래서일까.

파스를 원수 보듯이 보던 동아줄이 몸을 씰룩이며 입으로 차악 떼버렸다.

그리고 동아줄이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

이제 안날 거야! 안날 거야!

그렇게 동아줄이 다시 몸을 비비려는 그 순간!

[!]

동아줄은 파스 밑에 있는 붉은 키스마크를 발견했다.

하지만 주헌은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유물이 뭘 알겠어.’

그 증거로 동아줄은 키스마크를 한참 관찰하듯 보았다.

아주 빤히. 정말 빤히.

그런데 그때였다.

“윽!”

갑자기 주헌의 시야가 뒤집혔다.

동아줄이 어째서인지 주헌을 벌렁 눕히더니, 이곳저곳을 확인해보기 시작했던 것이다.

심지어 옷 속에 기어들어가거나 옷까지 훌렁 훌렁 벗겨 가면서!

동아줄이 옷 사이, 심지어 팬티 속으로 들어가자 결국 참다못한 주헌이 외쳤다.

“야! 너 지금 뭐해!”

하지만 목 말고는 별다른 흔적이 나오지 않자 동아줄은 다시 눈을 반짝였다.

[#*$#&*!]

약 가져올게! 약 가져올게!

그러면서 동아줄은 밖으로 슝 튀어나갔다.

주헌은 그저 황당했다.

“뭐야, 저놈?”

아무래도 상처라고 생각한 건지, 아니면 빨리 없애고 싶은 건지 동아줄은 분주해졌다.

그런데 이때였다.

메시지가 하나 떠올랐다.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곧 이어지는 메시지는 주헌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었다.

============================ 작품 후기 ============================

(작가는 전체이용가의 수위가 어디인지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한다)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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