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9 지상최대의 색정유물 ? =========================================================================
< 지상최대의 색정유물? (7) >
동시에 무덤 일대가 크게 뒤흔들리며 무시무시한 폭발이 일어났다.
[꺄아아아악!]
마치 세상에 재앙이라도 닥친 듯했다.
[분노를 주체할 수 없는 재앙의 힘이 무덤을 전부 때려 부수기 시작합니다.]
[?!]
“!”
그건 아찔할 정도로 엄청난 파괴력이었다.
무슨 미사일을 투하한 듯, 단단한 돌무덤은 사정없이 박살이 나다 못해 천장은 아예 콩가루로 변해 있었다.
덕분에 주헌을 막 덮치려고 했던 달기는 창백하게 질리고 말았다.
[뭐, 뭐야! 도대체!]
깜짝 놀란 건 주헌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헌 씨! 괜찮으세요?”
안개가 자욱해서 얼굴까지 볼 수 없었지만, 아이린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주헌은 동시에 의아했다. 그녀의 등장이 참 반갑기는 반가웠지만…….
“왜 여기에 있습니까?”
“아.”
그리고 정작 질문을 받은 아이린은 정말 당황한 듯했다.
여기에 온 것은 좋은데 이유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탓이었다.
차마 <정조>라는 단어를 보고 정신을 차린 곳이 이곳이었다고는 말할 수가 없었다.
그랬기에 허둥지둥하던 아이린은 쓰게 웃었다.
“아, 아니 저……예언서에 주헌 씨가 위험할 것 같다고 해서…”
그러자 주헌은 납득한 듯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뭐, 마침 잘됐네요. 저게 남자한테는 천적인지라 이왕 온 거 …….”
하지만 그때였다.
주변에 자욱하게 깔린 흙먼지가 걷히고, 달기는 투덜거리면서 주헌에게 달라붙었다.
[저 요망한 것이 쓸데없이 깜짝 놀래키기는.]
그녀는 아이린 따위 신경 쓰지 않고 주헌에게 입을 맞췄다.
그런데 그 순간 주헌은 까무러칠 광경을 보고 말았다.
순간 아이린의 눈이 번득이는 듯하더니 무덤을 박살 내기 시작했다.
콰광!
정말 이딴 무덤 따위 다 작살을 내버리겠다는 기세로!
[꺄아아악!]
달기는 무덤이 파괴되기 시작하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꺄악! 이 무덤을 만드는데 얼마나 돈을 썼는데!]
그녀는 자신의 힘을 사용해서 파괴를 막으려고 했지만, 무식하게 돌진하는 파멸의 유물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결국 당황한 달기가 외쳤다.
[잠깐! 그만, 그만해! 우리 협상하자고! 내가 먼저 이 남자를 먹을 게. 그다음에 너한테 돌려줄 테니까!]
뭐라고? 이게 돌았나!
콰앙!
[꺄아아아악!]
결국 무덤이 무너지다 못해 콩가루가 되기 직전이자 달기는 다급해졌다.
‘이, 일단 여기를 피해야 해. 그다음에 저 남자를 먹어야 한다.’
다름 아닌 신급이 되기 위해서라도.
곧 눈을 굴리던 여우는 주헌에게 손을 뻗었다.
[자, 순결한 인간! 나랑 함께 가자!]
하지만 그때였다.
턱!
주헌이 같잖다는 듯 웃으며 되려 그녀의 손을 낚아챘다.
아이린의 등장으로 달기가 뿜어내던 유혹의 힘이 잦아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미녀가 순식간에 야릇한 자세로 눕혀진 건 순식간이었다.
[!]
졸지에 눕혀진 달기는 정말 당황한 듯했다.
하지만 곧이어 달기는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꺄아악!]
그도 그럴 법한 게 주헌의 손이 들어가서는 안 되는 곳에 불쑥 들어간 탓이었다.
[!!]
그리고 이때였다.
[유물도 경악시킬 손재주가 발휘됩니다.]
[신들린 손재주에 유물이 정신을 차리지 못합니다.]
결국 주헌의 손길에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던 달기가 제 옷을 여미며 주헌에게서 떨어졌다.
틀림없었다.
이 인간.
[고얀 놈. 너 숫총각이 아니구나! 육체는 순결한데 내용물이 너무 불순해!]
그러자 주헌은 코웃음을 쳤다.
“뭐래. 남자는 원래 다 내용물이 불순한데?”
[뭐?]
“왜. 불순해서 불만 있어?”
그 뻔뻔한 미소에 달기는 정말 당황한 듯 눈을 굴리다가 최후의 선택을 해버렸다.
[칫!]
“어! 여우 놈이!”
“사라졌어!”
마치 지금까지 보고 있던 여자는 환영이라는 듯,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주헌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괜찮으니까 잠깐 귀 좀 막고 있을래요?”
“네?”
“금방 끝나니까.”
* * *
[헉. 헉.]
한편 동굴 깊숙한 곳에 줄곧 숨어 있던 진짜 본체.
그러니까 달기의 본체는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훼방꾼은 그렇다 쳤다 이거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이 안 가는 것이 있었다.
[그 남자, 아무리 생각해도 육체는 분명 순결한데, 기억이…….]
그러니까 영혼의 기억이 결코 순결하지 않다고 봐야 했다.
예로 들면 경험할 거 다 경험한 미래의 영혼이 과거에 침투한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단순히 남자의 속내가 불순하니 어쩌니 하는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그러나 그때였다.
“뭐가 어떻게 돼. 그건 그냥 네가 문을 만들다가 멍청하게 실수한 거야.”
[!]
곧 죽어도 진실은 인정하지 않는 주헌이 나타난 것이었다.
[너!]
그리고 깊숙한 곳에서 본체를 발견한 주헌이 가늘게 웃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달기의 본체가 아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너 여우였구나?”
그렇다.
사람의 모습을 한 그녀의 머리엔 귀가, 엉덩이에는 탐스러운 아홉 개의 꼬리가 달려 있었던 것이다.
바로 구미호였다.
자신들 앞에 나타났던 건 이 유물의 변신체.
그리고 숨어 있던 그 본체의 정체는 여우.
갑자기 웬 여우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납득이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아시아의 악녀들은 구미호가 둔갑한 거라는 설화가 있지.’
아마 달기도 주나라 파멸 임무를 받고 지상으로 파견된 거라는 이야기가 있던가.
그러니 달기도 인간의 범주라기보단 요괴나 신선의 범주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천하의 달기가 새끼 여우일 줄은 몰랐는데?”
[!]
주헌의 이죽거림에 여우, 아니 열 살 난 어린아이는 몸을 흠칫 떨었다.
주헌은 이거 재미있다는 눈빛을 보냈다.
“보아하니, 천 년이나 묵었을 테니 새끼 여우는 아닐 테고 그냥 힘을 못 쓰는 여우인가?”
[닥쳐라, 인간. 함부로 내 앞에서 입 놀리지 마라.]
여우는 분한 듯, 그리고 애가 타는 얼굴로 주헌을 쏘아보았다.
‘젠장, 저놈을 먹어야 내가 신급이 될 수 있는 건데!’
원래 자신은 S급 유물. 하지만 지금은 일이 있어 총수에게 A급으로 강등되었다.
덕분에 힘이 빠지면서 생김새도 이딴 어린애가 된 것이 아닌가.
색욕의 유물이라고 부르기엔 참으로 굴욕적인 모습이었다.
‘그 빌어먹을 탐식의 유물만 아니었어도.’
눈을 번득인 여우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탐식의 유물.
그놈은 유물계의 총수였다. 인간을 혐오하는 엘리트 군세 파벌이자, 실세.
아누비스 같은 사단장들을 두고 의기양양했던 게 아주 밥맛이 떨어졌다.
[사단장부터 시작해서 그 자식한테 복수해야 하는데…….]
‘사단장?’
주헌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어쨌든 얌전히 네 순결을 내줘야겠다, 인간! 내 양분이나 되어라!]
여우가 제 오라를 강하게 뿜어대자, 어린아이였던 모습이 갑자기 성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그녀는 아주 자신만만했다.
‘어차피 인간 남자는 다 똑같다.’
약해졌어도 충분히 꼬시고도 남았다.
[그러니 본성을 드러내라, 하찮은 인간 남자!]
곧 달기가 주헌을 공격하려 할 때였다.
“오 그래그래, 그렇게 한 번 더 가고 싶어서 그러나?”
[뭐, 뭐?]
“원한다면 한 번 더 보내 주지.”
곧 주헌의 손재주가 발동하고, 동굴에는 듣기 민망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물론 까마귀가 그러라고 준 재주가 아닐 테지만, 아무래야 상관없었다.
밖에서 라이브로 듣는 유재하는 단장님 최고를 연실 외쳐댔으니까.
* * *
[색욕 유물의 유혹이 전혀 통하지 않았습니다.]
[색욕의 유물이 굴욕을 느끼며 굴복했습니다.]
[죽지 육림이 파괴됩니다.]
[무덤을 클리어했습니다.]
[<유물을 희롱한> 타이틀을 얻어 손재주 스킬이 A급으로 올랐습니다.]
[손재주 스킬이 올라 유물을 좀 더 잘 다룰 수 있게 됩니다.]
마침내 한국에서 난리가 되었던 색욕의 무덤이 사라졌다.
그리고 주헌은 오랜만에 한국에 있는 맨션.
그러니까 금도끼 은도끼가 나왔던 그 부지로 돌아와 한숨 돌리고 있는 참이었다.
물론 유재하는 집들이도 잊고 연신 주헌을 찬양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아……진짜 단장님 최고. 반하겠네요, 진짜.”
도대체 뭘 들은 건지 유재하는 엄지를 세우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반면 이설아는 헛웃음을 흘릴 뿐이었다.
‘진짜 이것들한테 내가 잡힌 거야?’
그리고 이설아와 함께 이를 갈고 있는 이가 또 하나.
[가만두지 않겠다……인간.]
바로 달기다.
주헌의 화려한(?) 손재주에 굴복한 달기는 몸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정말 이건 수치다.’
무려 색욕 유물의 정점에 선 자신이 인간 남자에게 희롱당하다니.
하지만 정작 주헌은 태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유물들이 좋아하는 부위는 인간들하고 다른 모양이군.’
물론 그딴 부분을 알아서 어디에 써먹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럴 때였다.
유재하가 여우 모습으로 있는 달기를 보며 음흉하게 웃었다.
“어쨌든 오빠가 복원은 상냥하게 잘해줄 테니까 얌전히……끄아아악!”
하지만 그는 순식간에 피를 보고 말았다.
“아이고, 내 손!”
유재하는 누더기가 된 손을 붙잡으며 여우를 쏘아보았다.
“이게 진짜! 성깔 엄청나네!”
그러나 이때 여우가 눈을 번득이며 오라를 뿜어댔다.
쿵!
그러자 유재하는 언제 화를 냈냐는 양, 헬렐레 거렸다.
“우왕, 이쁘다 이뻐.”
아주 먹이도 사주고 빗질도 해주고, 뭐든 해줄 것 같은 기세였다.
그걸 보면서 여우는 쯧 혀를 찼다.
‘역시 내 능력이 망가진 건 아니군.’
아마 주헌에게만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듯했다.
‘상당한 힘을 가진 남자인 건 확실하다.’
주헌 정도급의 남자라면 상당한 양기를 얻어 자신도 신급이 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랬기에 야망에 찬 달기의 눈이 번득였다.
‘두고 보자, 저 인간을 반드시 내 밑에 굴복시켜서 내 양분으로 삼아줄 테다.’
그리고 그런 여우의 속내를 읽은 건지, 주헌은 큭 웃었다.
“그러고보니 너 아까 사단장이라고 했지.”
[?]
“그거 혹시 이놈을 말하는 거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이 유물 하나를 툭 던졌다.
그리고 유물이 개의 모습으로 변하자 달기는 경악했다.
[……아누비스!]
저 인간 혐오자 사단장이 왜 여기에!
달기는 당황하다 못해 기겁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멍멍이 아누비스는 으르렁거리면서 달기를 쏘아보았다.
[이 고얀. 총수를 뒤통수치고 달아난 도둑 고양이년이 왜 여기에!]
[뭐야? 너야말로 왜 여기에 있어! 이 인간포비아들이!]
‘역시 저것들 뭔가 있군.’
주헌은 꽤나 흥미로워했다. 유물들의 사정이야 관심 없지만, 알아두면 제법 유용할 것이다.
‘까마귀가 경고한 총수 무리라는 것도 신경 쓰이고.’
그래서일까. 주헌이 주변에서 씰룩이고 있는 동아줄에게 말했다.
“저건 오늘부터 네 친구다. 붙어 다니면서 친하게 지내.”
실제로는 감시하라는 의미였지만, 주인이 친구라고 명명해주자 동아줄은 눈을 반짝였다.
적인 줄 알았는데 아닌 모양이었다!
[#*$*!]
그럼 잘 부탁해! 잘 부탁해!
동아줄은 마치 강아지처럼 반겨주며 악수하듯 몸을 뻗었다.
그러자 여우는 코웃음을 치면서 고개를 돌렸다.
[격도 없이 건들지 마라, 줏대도 없는 하급 유물.]
동시에 거절당한 동아줄은 시무룩해졌다.
주인님이 친하게 지내랬는데. 지내랬는데.
결국 동아줄이 여우를 꽁꽁 싸맸다.
[#*$&*#!]
친하게 지내랬어! 지내랬어!
[꺄아아악!]
그리고 명색의 S급 유물 달기는 고작 동아줄에게 붙잡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그럴 때였다.
“어? 저기, 주헌 씨!”
태블릿 PC를 보던 아이린이 무슨 연유인지 깜짝 놀라며 주헌을 부른 것이었다.
“저, 잠깐만 이것 좀 보세요. 빨리빨리!”
“?”
주헌이 다가가자, 그녀가 보여준 것은 태블릿 PC였다.
흘러나오는 건 뜻 밖에도 뉴스의 인터뷰 영상이었다.
그리고 아이린은 영상에서 나오는 누군가를 가리키며 물었다.
“저, 이분 주헌 씨하고 굉장히 닮지 않았어요? 이름도 비슷하고.”
아이린이 가리킨 건 참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