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7 지상최대의 색정유물 ? =========================================================================
< 지상최대의 색정유물? (5) >
‘거참, 옹녀의 유물 못지않게 골 때리는 형태구만.’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왜 저걸 뒤집어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유물이 하는 짓이니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었다.
인간의 권위를 깎아내리고 수치를 주는 것, 그게 유물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니까.
‘중요한 건 저걸 어떻게 빼앗느냐는 건데.’
자신이 빼앗자니 솔직히 자신조차도 저놈들을 상대로는 오한이 돌았다.
그런데 이때, 밖에서 난리를 치던 여자들이 기어이 문을 박살 내고 말았다.
쾅!
“!”
“꺄! 드디어 뚫렸어!”
“들어가! 들어가!”
꽉 막혀 있던 문이 휑하니 뚫리자 여자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말았다.
“꺄! 내가 먼저야!”
“아니야! 내가 먼저라고!”
유재하가 남자 지옥에 빠졌다면, 주헌은 여자 지옥에 빠졌다고 해야 할까.
이번에는 주헌에게도 위기가 닥치고 만 것이다.
“총가아악!”
“오빠! 오빠!”
여자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주헌에게로 몰려들었다.
“칫.”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재앙을 부르는 파산의 힘이 적들을 위협합니다.]
콰광!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고 지진이 일어났다.
“꺄아아악!”
“엄마야! 이게 뭐야!”
동시에 주헌을 탐내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꺼져버린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꺼내줘! 꺼내달라고!”
물론 주헌은 지면에서 끙끙거리는 여자들과 메시지를 보면서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파산의 힘이라고?
‘갑자기 그게 왜?’
아이린은 여기에 있지도 않은데?
하지만 의문도 잠시, 주헌은 고개를 돌렸다.
문밖에서 익숙한 울부짖음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어? 단장님이다, 단장님 맞죠! 단장니이임! 살려주세요! 제발!”
“왜? 즐거워 보이는데.”
“#$*!”
유재하는 엉엉 울면서 분개했다.
유물 성애자 주헌이 칭찬할 정도로 절세미녀라기에 궁금해서 몰래 따라온 건 좋다 이거였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이 무덤 근처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를 찾게 된다는 점도 솔깃했다.
그런데!
“으어엉 이게 뭐야!”
기대했던 여자들은 죄다 주헌에게 몰려들고 있었던 건가!
부러웠다. 그리고 대단했다!
그런데 그런 부하의 속도 모르고 주헌이 뜬금없이 외쳤다.
“재하야! 놀지 말고 그놈들 좀 붙잡아 봐라! 머리에 쓴 거 빼앗아야 하거든!”
하지만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유재하는 비명을 질렀다.
“붙잡아 보라니, 지금 저더러 죽으라는 말씀이시죠?!”
“아.”
순간 주헌은 납득했다.
보디빌더급의 근육남 앞에서 유재하는 그냥 처량맞은 새끼 쥐로밖에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확실히 저대로 멈춰 섰다간 그 날로 유재하의 인생은 끝날 것이 분명했다.
음, 아마도 남자 인생이.
결국 고민하던 주헌이 놈들에게 외쳤다.
“야! 너희들! 잠깐 멈춰! 서로 체력 낭비니까, 내 부하 놈은 그만 쫓고 협상이나 하자!”
“뭐? 협상?”
그 말에 근육질 사내들이 눈살을 찌푸렸고, 유재하는 바로 얼굴이 밝아졌다.
“이야 역시 의리남! 부하의 위기를 그냥 안 보시는…….”
“쟤 번호 알려줄 테니까 머리에 쓰고 있는 것 좀 넘기라고!”
“야!”
졸지에 팔아넘겨진 유재하는 거품을 물었다.
언제는 자신의 생명은 물론이고 안전까지도 보장해준다더니!
하지만 그와 반대로 사내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오! 쿨가이! 거기 너, 뭣 좀 아는구나! 마음에 들었어! 좋아! 번호랑 이거랑 바꾸자!”
“NOOOO!”
그러나 유재하가 울부짖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하게 유재하의 핸드폰 번호를 팔아넘겼다.
결국 부하의 정조(?)와 유물을 교환한 주헌은 아주 만족스러워 보였다.
‘이걸로 진짜 무덤의 주인을 만날 수 있다.’
물론 유재하는 쓰러지며 엉엉 통곡을 했지만.
“여기서 나가자마자 번호 바꿀 거야……바꿀 거라고.”
그는 정말 슬퍼 보였다.
곧 주헌이 변강쇠와 옹녀의 유물을 사용하려는 때였다.
“내놔라, 그 유물.”
잠자코 기회를 엿보고 있던 이설아가 은장도를 뽑아 든 것이었다.
“다시 한 번 말한다. 죽기 싫으면 그것들 전부 내놓으라고 했어.”
그러자 훌쩍이던 유재하는 이설아를 적반하장이라는 듯 보았다.
“와, 단장님하고 좋은 시간을 보냈으면서 이제 와서 유물을 내놓으라고?”
“뭐? 좋은 시간? 무슨 소리야?”
“왜? 둘 다 옷 찢어졌잖아. 우리 단장님하고 좋은 시간 보낸 거 아니야?”
그 말에 당황한 이설아가 얼굴을 붉히며 주헌을 보았다.
“아, 아니거든! 이건!”
하지만 화다닥 찢어진 치마를 모으는 것도 잠시, 이설아가 칼을 찍어 내릴 듯 세웠다.
저딴 깝죽이를 상대로 구구절절 상황을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리라.
“됐고, 넌 그냥 죽어라!”
“오냐, 안 그래도 너 내 갈비뼈 박살 냈었지? 내가 병원에서 얼마나 고생했는줄 아냐?”
서로의 첫인상이 최악인 듯, 둘이 으르렁거리자 주헌은 하하 웃었다.
무덤에서 함께 죽었던 부하들이 다시 이렇게 싸우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게 무척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원래도 이 둘은 앙숙이긴 했지만.’
주헌은 흡족하게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갔다.
“너 이 자식, 내가 단장님한테 맞으면서 익힌 호신술을 보여주겠…….”
그러나 그 순간 유재하는 뻐억, 주헌의 발차기에 날아가고 말았다.
“꾸엑, 꽥, 꽥!”
정말 사정없이 걷어차였다. 덕분에 유재하는 억울해했다.
“와 진짜 너무하십니다! 예쁜 여자라고 지금 차별하시는 겁니까! 기껏 쟤 유물 뺏어서 드리려고 했……으악!”
동시에 이설아의 칼날이 둘의 목을 잘라낼 듯 반원을 그렸다.
아마 주헌이 유재하를 걷어차지 않았으면 그는 진작 이설아에게 잡혔을 것이다.
“아씨 저게! 단장님, 제가 붙잡을 테니까 단장님이 빼앗으실래요?”
“아서라. 그러다가 저 칼에 스치면 골로 간다.”
그 말에 유재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엥? 저 은장도가요? 저거 기껏해야 C급 아니에요?”
확실히 가르친 보람이 있는지 눈썰미가 좋아졌다. 그리고 이설아가 들고 있는 은장도 유물은 C급이 맞았다.
하지만 평범한 유물은 아니었다.
왜?
정식적으론 남녀 모두 차고 다닌 장신구지만, 은장도는 특히 여자의 정절을 상징하는 물건으로 기억되는 물건이 아닌가.
당연히 남자에게 엄청나게 위협적인 능력을 발휘했다.
“스치기만 해도 고자가 된다고, 이 바보야.”
“?!”
그러자 유재하가 언제 기세등등했냐는 듯, 얼굴이 질려 황급히 물러섰다.
그리고 주헌 역시 딱히 그녀에게 가까이 갈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고자가 되긴 싫으니까.
다만 한 가지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저 유물은 그 또라이가 잘 쓰던 유물이다.’
사황 중 한 명, 진채원.
최강의 힘과 압도적인 힘을 자랑했지만, 자신의 앞에서 자살하며 거대한 엿을 날려준 바로 그 여자.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하나 묻지. 그 유물 누구한테 받았지?”
“흥.”
이설아는 대답 대신 칼로 주헌을 노려왔다. 차마 이 은장도 유물까지는 쓰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할 수 없었다.
‘이번에도 유물을 가져가지 못하면 또 중국에 빚이……!’
그 눈빛이 꽤나 초조하고 필사적으로 보였다.
그리고 또다시 은장도가 위험천만하게 번득일 그때였다.
쿠웅!
눈부신 섬광이 앞을 가렸다.
[알 수 없는 파산의 힘이 상대를 공격합니다.]
동시에 이설아가 명치를 움켜쥐며 고꾸라졌다.
“으윽!”
아프다, 진짜로 아팠다.
아까도 느꼈던 바로 그 고통이라 이설아는 눈물을 찔끔 흘리며 무릎을 꿇었다.
“에이씨……!”
확실히 이건 유물의 능력이다.
‘아까부터 진짜 어떤 녀석이!’
물론 그걸 보고 정작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 사람은 아무래도 자신이 고자가 되는 건 원치 않는 듯했다.
‘어쨌든 땡큐지.’
주헌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뻐억!
주헌은 순식간에 은장도를 걷어차고, 이설아를 제압하듯 단숨에 그녀의 위에 올라탔다.
쿵!
그리고 저항하려는 그녀의 양팔을 다리로 짓눌렀다.
“물었잖아? 은장도를 누구한테 얻었냐고.”
“윽! 내가 왜 네 질문에…….”
“혹시 진채원이라는 교수냐?”
“!”
곧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이설아의 눈빛이 거칠게 떨렸다.
그것만으로도 답은 충분히 되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남몰래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그래서 설아가 중국 쪽에 있었던 건가?’
그 여자는 눈썰미가 아주 좋았다. 권 회장도 인재를 끌어모으는 게 약장수급이었지만, 진채원은 가증스럽게도 한술 더 떴다.
실제로 몇 번이나 제가 아끼는 도굴단 멤버들을 탐내며 빼돌리려던 여자이기도 했고.
‘설아의 감지 재능은 판도라 시스템에 버금갈 급이다.’
쉽게 말해 인간 레이더, 유물 사용자들을 쉽게 탐색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실제로 그녀는 과거 도굴단 내에서 중요한 감지망이었고.
보통 인간들은 30m 이상 넘어가면 유물의 기운을 잘 느끼지 못했다.
그런 상황이니 대륙 넘어서 도망간 유물의 소재지까지는 파악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설아는 그게 가능했다.
물론 자신이 능력을 개발해준 거긴 한 거지만, 유재하처럼 그쪽으로 적합력이 높아서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니 그 여자의 눈에 띈 거지.’
그 생각에 미치자 주헌은 배알이 뒤틀렸다. 그건 당연했다.
‘미쳤다고 내 부하의 능력을 다른 놈한테 줘?’
용납할 수 없다.
그럴 바에야 콱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어버릴 것이다.
이설아하고는 차근차근 인연을 만들 생각이었지만…….
‘하필이면 그 여자의 밑에 있다고?’
안 돼 안 돼.
이대로 냅두면 이설아는 중국의 레이더가 되고 만다.
‘흠, 하지만 어떻게 꼬셔낸다.’
입으로 꼬시자니 귀가 얇은 것도 아니고, 힘으로 납치하자니 만만한 상대도 아니고.
그런데 이때였다.
“단장님, 주머니, 주머니!”
“!”
자신의 주머니에서 강한 빛이 터져 나왔다.
잠시 내버려 두고 있던 변강쇠와 옹녀의 유물이 이상 반응을 보인 것이었다.
[#*&$#*!]
아앙! 거긴 안 돼! 안 돼!
[#*$*#(!]
헉헉, 거기 거기! 흐어억!
이 색정 유물들이 갑자기 뜨겁게 달아오르다 못해 강력한 오라를 뿜어대고 있었다.
주헌은 이것들이 갑자기 미쳤나 싶었지만 금방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길달!’
이설아가 사용하는 도깨비 유물이 영혼 상태로 다가와 두 색정 유물을 건든 것이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들이 좋아할(?) 부위를 긁어 주니 미치고 환장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훔쳐갈 생각도 없는 것 같고, 굳이 왜 지금 이런 짓을?
그런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다.
[#**&*!]
아앙 가버려!
[#$*#&*!]
헉헉 가버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말 어디론가 갈 수 있는 게이트가 열렸다.
그걸 보며 주헌은 입을 떡 벌렸다.
설마 이게 이 유물들의 사용 방법인가!
두 유물이 쾌감(?)을 느끼면 어느 장소로 향할 수 있는 게이트가 열리는 것이 틀림없었다.
‘뭐 이딴 골 때리는 유물들이……!’
어쨌거나 길달은 유물인 만큼, 인간보다는 동족 놈의 사용 방법을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리라.
그리고 이때 이설아가 길달에게 뭔가를 전해 받은 듯, 웃으며 외쳤다.
“그래 알았어! 그대로 진짜 무덤의 주인을 찾아내! 먼저 유물을 빼돌리는 거야!”
아무래도 게이트 너머엔 진짜 무덤의 주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곧 붉은 도깨비가 훌쩍 게이트 너머로 뛰어들자 주헌이 유재하에게 외쳤다.
“너도 먼저 쫓아가!”
“옙! 저만 믿으세요!”
유재하도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자 주헌에게 깔려 있던 이설아가 살짝 비웃었다.
“쫓아가 봐야 내 유물이 먼저 차지할걸?”
그러자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이설아를 보았다.
“오호, 자신만만하신데. 그럼 내기할래? 누가 먼저 차지할지?”
“뭐?”
“그리고 내가 이기면 내놓을래?”
이설아를 보는 주헌의 눈매가 장난스럽게 휘었다.
“네 몸.”
* * *
하지만 거대한 동굴을 지나 어떤 입구에 도달한 유재하는 입을 떡 벌렸다.
아무래도 이 안에 무덤의 주인이 있는 건 맞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떤 조건을 만족해야 이 입구를 열 수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와, 미친. 유물 놈한테 한 대 얻어맞았네. 여기서 이 조건을 누가 클리어해!”
틀림없었다.
작정하고 인간을 들이지 않겠다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니 처음부터 무덤을 클리어하게 할 생각도 없었구만?’
그도 그럴 법한 게 이 안은 색욕의 무덤이었다.
이 안에 어린애는 없었고, 다들 유물에 휘둘려 색을 탐하며 헉헉대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 마당인데 누가 이 조건을 만족할 수 있다고!
<조건>
[오직 순결한 남자만이 이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들어올 생각도 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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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놈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