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3 지상최대의 색정유물 ? =========================================================================
< 지상최대의 색정유물? (1) >
“젠장, 뭐야! 이거 왜이래! 쟤네 분명 맞았잖아!”
그렇다.
이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분명 유물의 공격을 받아서 쓰러져야 할 놈들이 멀쩡했던 것이다.
덕분에 그들은 주헌 일행이 방어유물을 썼나 싶었지만, 곧 그게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야, 맞기 전에 유물이 공격을 멈췄어!”
“뭐?!”
“유물이 갑자기 미쳐 돌았나!”
그들은 다시 한 번 유물을 사용했지만, 유물은 결코 다시 반응하지 않았다. 심지어 다른 유물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황당할 수 밖에.
“이게 도대체 왜 이러냐고!”
“고장 난거 아니야?”
하지만 유물들이 고장난 것은 아니었다. 단지 S급 유물을 필두로 유물들이 빼애액 시위를 하고 있었을 뿐.
[#($*#($!]
뭐하는 거냐, 이 빌어먹을 인간놈들아!
[#$*(#!]
저 놈은 무려 어르신이 지정한 우리 문화재 후보다! 문화재 후보!
[#$*(#$*(!]
우리들의 문화재에 손을 대려는 건 우리에 대한 모욕이다 이놈아!
[#($*#($!]
인간주제에 우리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거냐! 어르신을 모독하는 거냐고!
[#$#*($*!]
이딴 식이면 우리도 일 안할 거다, 안할 거라고!
심지어 놈들은 시위하다 못해 파업까지 할 판이었다. 주헌은 그걸 보면서 큭큭 숨을 죽이고 웃었다.
어부지리로 부하들도 목숨을 건졌지만, 이놈의 유물들이 미쳐도 단단히 미친 모양이었다.
아니 그 뿐인가?
다른 적군 쪽에서도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어? 없어! 분명 가방에 넣어놓았던 유물들이 사라졌다고!”
“뭐라고?!”
“분명 30분 전까지 만해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잘 있던 유물들까지 종적을 감춘 모양이었다. 하지만 정작 사라진 그들의 유물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다.
[#*$#*&!]
여, 여기다! 주인놈아!
[##*(!]
가, 가출해서 잘못했다! 제발 우리 좀 꺼내다오!
[#($*(#]
왜 듣지를 못하니! 왜 듣지를 못 해!
바로 주헌이 바리바리 싸들고 있는 그물망 안이었다.
아무래도 단체로 네로 꽃놀이(?)를 갔다가 쓴 맛을 겪게 된 것이리라.
어쨌든 이쯤 되자 천하의 주헌도 결국 웃음을 참지 못하고 폭소를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아무리 유물을 많이 접해온 주헌조차도 이런 일은 난생 처음인지라 꽤나 신선했던 탓이다.
‘이쯤이면 걸작이다, 걸작!’
권회장을 포함한 다른 사람들은 저 놈이 미쳤나 싶었지만, 주헌은 유물의 쫑알거림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인간인 만큼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
[#&$*#$&*!]
그리고 그 때 또 무얼 들은 건지, 주헌이 또 다시 폭소를 터트리자 권 회장의 부하들은 기어이 몸을 파르르 떨었다.
이거 묘하게 놀림을 받는 것 같은 건 착각이 아니겠지?
'확실하다. 저 놈의 짓이다.'
혼자서 웃는 꼴을 보면 확실했다.
그 뿐인가?
'저 놈은 판도라가 경고한 강탈의 소질가다.'
틀림없이 그 유물로 유물들을 먹통으로 만들고, 난공불락인 7대무덤 조차도 클리어 했던 것이리라.
'정체만 눈치채면 대처 할 수 있는데.'
이 때 단장들이 외쳤다.
“위험하니 다가가지는 마! 대신 똑바로 살펴봐라!"
“분명 유물을 먹통으로 만드는 유물을 숨기고 있을 거다! 정체만 알아내! 판도라에 보고해서 수배하라고!”
하지만 주헌은 킬킬 웃어댔다.
‘등신들아, 유물로 한 짓이 아니라고.’
그러니까 뭘 하려고 소용없을 텐데.
그러던 주헌이 어딘가를 향해 소릴 질렀다.
“어이, 재하야, 잘하고 있냐!”
“옙, 다 끝나갑니다!”
뭐?
뜬금없는 부름에 권 회장과 양 쳰의 시선이 급하게 돌아갔다. 목소리가 들린 쪽은 구석진 곳의 야자수 사이였다. 거기에서 유재하가 용변이라도 보듯, 쭈그리고 숨어 있었다.
그걸 본 권 회장은 눈살을 찌푸렸다.
저 놈, 어쩐지 안 보인다 싶었더니 저런 곳에 있었나?
그런데 이 때였다.
유재하가 뭔가를 그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권 회장이 인상을 썼다.
‘저 자식이!’
틀림없었다.
저 만년필!
권 회장이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못 그리게 막아! 빨리!”
“네?”
“탈출 유물이다!”
“!”
이에 놀란 부하들이 유재하를 붙잡으려고 했지만, 촐싹 거리는 유재하의 도망 속도는 엄청났다.
“단장님! 다 됐습니다! 빨리, 빨리!”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 일행이 유재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유재하에게 갈 것 같았던 주헌이 무슨 생각인지 권회장에게 물건 하나를 훌쩍 던지는 것이었다.
'!'
권회장은 엉겹결에 받아들었지만, 정작 주헌의 부하들은 까무러쳤다.
“혀, 형님!”
“왜 저놈에게 그걸!”
정작 받은 권회장도 황당하게 주헌을 쳐다봤다. 그건 당연했다. 주헌이 자신에게 건네준 건 뜻 밖에도 네로의 유물, 월계관이었던 것이다.
뉴스와 신문에서도 떠들썩했던 그 유물!
네로의 유물이었다!
‘틀림없는 진품이다.’
하지만 왜 이걸 자신에게?
‘아니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황당해하던 권회장이 주헌을 향해 손가락질하며 이를 갈았다.
“이자식, 역시 네놈이 가져갔었나, 서주헌!”
정말 이것 때문에 모나코의 공주에게 바가지를 긁힌 것만 생각하면 진짜!
그러나 네로의 유물을 넘긴 주헌은 천연덕스럽게 손까지 흔들며 크게 지껄였다.
“전 말씀하신대로 다 했습니다!”
“뭐?”
“이걸로 우리 거래는 완료된 겁니다! 나중에 딴소리 마시죠!”
거래?
그건 또 뭔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물으려는 그 순간, 권 회장은 아찔한 목소리를 들었다.
“거래라니요?”
“!”
소름이 돋을 정도로 날카로운 외침이었다.
“지금 무슨 거래냐고 묻잖아요!”
“소, 소피 공주님!”
고개를 돌리자 무슨 처녀귀신 마냥 권 회장을 쏘아보고 있는 미인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꽤 거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분노가 몇 십 미터 밖에서도 느껴질 정도였다.
“권 회장님, 처음부터 서주헌과 뒷거래라도 하셨던 겁니까?”
빔이라도 뿜어낼 것 같은 눈동자에 새하얗게 질린 권회장은 진심으로 욕이 나올 뻔했다.
서주헌 이 개자식.
‘왜 유물을 던져주나 했더니!’
“그런게 아니……이봐 서주헌! 자네 똑바로 말 안해?!”
억울한 권 회장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주헌을 찾았다.
하지만.
“이 새X가.”
주헌은 이미 사라진 뒤였다.
* * *
[하와이 해변에서 유물의 소행으로 보이는 폭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범인은 아직 ……]
“아하하하, 최고네요, 최고야.”
한 편 권 회장의 별장 부지를 탈출한 주헌 일행은 홀튼 가의 별장에 도착해 있었다.
권 회장이나 다른 사람들은 주헌이 멀리 튀었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바로 옆 동네였다.
“하하, 그놈들 엉뚱한 곳 뒤지고 있겠네. 등잔 밑이 어둡구만.”
“이야, 그래도 어떻게 바로 근처에 홀튼가 저택이 있었네요.”
“거부들 별장지대니까 이상할 것도 없지.”
세상은 하와이에 닥친 재앙이니, 행운을 부르는 밧줄이니, 수 많은 뉴스로 떠들썩했지만 지금 가장 시끄러운 뉴스는 이것일 것이었다.
[얼마 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경매를 기억하십니까. 그리고 모나코의 왕실에서 낙찰해간 그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이 낙찰한지 3일 만에 실종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유물이 TKBM 권태준 회장의 별장부지에서 발견 되면서....]
[이번 사건의 배후로 권태준 회장이..]
그러나 뉴스를 보던 주헌은 가볍게 웃었다.
“뭐, 지금은 저딴게 중요한게 아니지.”
심지어 없는 사람 취급하고 쿨하게 TV의 채널을 돌렸다.
그걸 보면서 새삼 혀를 차는 부하들이었다. 동정이 가는 건 아니지만 가끔 적이 더 불쌍한 영화나 드라마가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그래서일까. 유재하와 오승우는 서로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난 절대 단장님이랑 원수는 안 될랜다.’
‘그래. 적이 되는 순간 그냥 콱 독 먹고 죽을런다.’
그들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잠시후, 주헌이 돌린 한국의 뉴스채널에서는 한국의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내용은 간단했다.
[뉴스속보입니다. 충북 음성군에 방문했던 A당 신한수 의원이 행방불명 되면서 전국이 충격에 휩 쌓이고 있습니다. 이로서 행방불명 된 국회의원의 수는 총……]
그 뉴스 내용에 부하들은 깜짝 놀랐다.
“엥? 이건 또 무슨 일이래!”
그리고 주헌을 반겨주었던 홀튼 부부와 아이린도 깜짝 놀라는 눈치였다.
“저거 주헌씨의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거 아닌가요?”
하지만 주헌은 당황하지 않았다.
“뭘 새삼 놀래요. 고분화인데.”
“네?”
“내가 그랬잖아요. 두 번째 7대 무덤이 나타날 거라고. 뭐 슬슬 징조가 나타날 때긴 하네.”
6월 24일.
주헌은 핸드폰의 날짜를 보면서 수긍했다.
‘나타나는 건 정말 칼같군.’
그리고 두 번째 무덤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부하들이 물어왔다.
“그럼 혹시 무슨 무덤인지도 아십니까?”
“색욕.”
그 말에 사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색욕이라면 혹시 여성형 유물입니까?”
“미인이어라, 미인!”
놈들의 속이 훤히 보여 주헌은 혀를 찼지만 딱히 부정하진 않았다.
“뭐, 유물이지만 경국지색인 건 확실하지.”
“네?! 절세미… 아니아니 무슨 유물인지 아시는 겁니까?!”
“너흰 모르는게 약이다.”
“에이, 치사하시기는……”
“어쨌든 이것만 확인하고 오랜만에 한국이나 가자.”
“네? 확인할 거요?”
주헌은 대답대신 한쪽 귀에 끼고 있는 이어폰을 툭툭 쳤다.
“도청 중이거든.”
“아, 네. 도청 ……네? 도청이요?! 누구를요?!”
“TKBM 노친네. 에드영감한테 좋은 놈으로 얻어서 네로 유물에 붙여놨거든. 돈 좀 썼으니 좋은 걸 물어다 줘야 할텐데 말이야.”
그 말에 유재하가 이제야 뭔가를 납득했는지 혀를 찼다.
“어쩐지 네로 유물을 그리 줘놓고 회수를 안하신다 했더니!”
주헌이 권회장을 엿 먹이기 위해 네로의 유물을 쥐어준 건 알았다. 하지만 그의 성격이라면 목적도 달성했겠다, 지금쯤이면 유물을 소환해서 회수하고도 남았는데 그러지 않아서 이상하게 여기던 참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도청을 위해 그걸 건네준거였나?
“하지만 왜 갑자기……!”
“왜긴 왜야.”
사실 주헌은 이번에 주최한 경매 일로 영 찜찜한 게 하나 있었다.
말은 안했지만 바로 권회장에 대한 것이었다.
‘유물에 욕심 많은 그 노친네가 경매에 안 나타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던 것이다.
자신한테 휘둘리는게 싫다고 하더라도, 그 노친네가 사람 하나 안 보낼 리가 없었다. 심지어 율리우스 시저라는 탐나는 떡밥을 던졌으니 만큼.
그리고 묘하게 이상함을 느꼈던 주헌은 겸사겸사 권회장을 함정에 빠트려본 것이다. 강제로 누명을 쓰고 소피와 얽히게 하면 뭔가 자백하는게 있지 않을까 해서.
물론 99%는 단순한 사심이었지만.
그냥 넘어가도 상관없을 수준이긴 했지만, 찜찜한 건 확인해봐야 하는 주헌이었다. 그리고 네로의 유물이라면 놈들도 버리진 않을테니 도청하기 딱 좋겠지.
그리고 듣고 있던 이어폰 너머로 권회장의 절규가 울려퍼졌다.
[저는 정말 서주헌이랑 아무런 관련도 없습니다! 이젠 이름을 듣는 것 만으로도 치가 떨릴 지경이라고요!]
아무래도 권 회장은 아직도 결백을 주장하는 모양이었다. 주헌은 세시간 째 이러고 있다며 쯧쯧 혀를 찼다.
‘역시 그냥 나한테 휘둘리는게 싫어서 포기한거였나.’
그렇게 주헌이 오승우한테 이어폰을 넘기며 대타를 맡기려는 순간이었다. 이어폰에서 뜻 밖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좋아요, 회장님. 그럼 한가지만 더 묻죠.]
[네.]
[그럼 왜 경매장에 나타나지 않으셨던거죠?]
“!”
그녀는 타이밍 좋게 주헌이 궁금해했던 내용을 물어봐왔다. 물론 우연은 아닐 것이다. 유물에 관심이 많을 권회장이 7대 무덤의 유물에 관심도 안가졌다는 건 좀 희한한 일이었으니까.
[무려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이라고 했다고요. 다른 나라들이 다 노리는 유물인데도 욕심 많은 회장님이 얼씬도 안하셨잖아요. 궁금해서 보기라도 하려 했을텐데.]
권회장은 내심 당황하는 듯 했다.
[아니 그건…!]
[뭐죠? 대답하지 않으시면 서주헌과 사전에 모의를 한 걸로 생각하겠습니다.]
그러자 권 회장은 딱 잘라 답했다.
[모의는 무슨. 안간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놈이 내놓는 유물이 가짜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죠.]
그 말에 주헌이 미간을 좁혔다.
제갈공명 율리안 조차도 직접 보고 나서야 가짜라는 걸 알았는데 뭐라고?
'1호놈이 대충 만들지도 않았으니 탐색유물로도 분간 못했을텐데.'
아니나 다를까 소피도 황당해했다.
[유물은 실물로 보지 않으면 구별할 수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가짜라는 걸……!]
하지만 권회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건 절대로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이 아닙니다. 그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기치려고 한다는 걸 알고 안 간 것 뿐이고요. 이쯤 말하면 알아 들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이상할 정도로 너무나 확신에 찬 목소리.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은 절대 아니라고?’
남들이 들으면 무슨 똥배짱이냐며 손가락질 할 수도 있었지만, 잠시 생각하던 주헌은 무슨 촉이 온 건지 사납게 웃었다.
설마 이 노친네.
그러더니 주헌은 히죽 웃었다.
'이제야 알겠다.'
이 놈이 가진 유물의 정체가 뭔지.
============================ 작품 후기 ============================
끄으으으 워크샵에 다녀오느라 업로드가 늦어졌습니다.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ㅠ.ㅠ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