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12 불 날 집에 부채질 하기? (수정) =========================================================================
< 불 날 집에 부채질 하기? (3)>
“닥쳐라, 부가세는 별도다!”
그렇게 외친 납치범이 그물을 콱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그물은 크게 들썩이면서 허공에 붕 떠올랐고, 곧 출입문 쪽에 요란하게 떨어졌다.
쿵!
결국 그물에 질질 끌려가는 유물들은 끄아앙 비명을 질렀다. 부가세라니! 티켓값에 포함되어 있던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 그런 게 있다면 사전에 말을 해줬어야지!
[##&(*(!]
알았다! 내겠다! 부가세는 얼만데 그러냐!
어차피 긁어모은 돈도 많았고, 유물들로서는 인간의 재화따위, 마음만 먹으면 전부다 끌어모을 수 있었다.
그러나 주헌의 대답은 쿨했다.
“부가세는 니들 몸뚱어리로 받을 건데?”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유물들은 기겁하며 울부짖었다.
이건 사기야! 고소감이라고!
심지어 그 부가세가 자신들의 몸이 될 줄이야, 유물들로서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다.
이건 뭐 사인하고 봤더니, 알고보니 자신의 장기담보 계약서였던 꼴이 아닌가!
[#$*#&*!]
으아아아! 인간! 살려줘! 잘못했다!
[#$*#&*!]
우리는 이런 건지 몰랐다!
[#($#(!]
놔라, 난 드라마를 봐야 한단 말이다! 마지막 회라고!
유물들은 발버둥을 쳤지만 주헌은 신이 나서 끌고 갔다. 그리고 눈 앞에서 펼쳐지는 인신매매, 아니 물신매매 현장에 부하들은 입을 떡 벌렸다.
“진짜 악마다, 악마.”
정말 저런걸 보면 진짜 유괴에 소질이 있는 건지.
그러고보면 주헌은 이곳에 오기 전에 유물잡이용 그물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그래서 유재하는 동아줄을 대량 복제했었고, 함께 옹기종기 앉아 줄을 엮으며 그물로 만들었다.
'도대체 저걸 어디에 사용하나 했더니.'
하지만 그들은 납득했다.
‘하기야 단장님 성격에 순순히 유물들의 구경거리가 되어줄 리가 없지.’
아니 비단 유물들한테 뿐일까.
그럴 마음만 먹으면 말도 안되는 세금으로 인간들에게도 삥을 뜯고도 남을 도둑놈이었다.
'국회의원은 절대 시키지 말아야지.'
그런데 그럴 때였다.
“어?”
주변을 두리번 거리던 유재하가 뭘 봤는지, 새하얗게 질려서 다급하게 외쳤다.
“단장님! 뒤, 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쿵, 무대의 바닥에서 폭발이 일어났다.
쾅!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몸을 틀어 지면의 폭발을 피해냈지만, 폭발을 일으킨 유물들은 씩씩거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엔 도끼를 휘두르는 어딘가의 장수로 보였다. 주헌이 만든 그물을 뚫고 나와버린 것이다. 사실 A급이하의 유물들이야 그물에 둘러진 지배력에 끙끙 거렸지만, S급 유물들은 호락호락하게 넘어올 리도 없었다.
그리고 그 증거로.
[#$*#&*!]
인간 주제에 어디서 설치는 것이냐!
[348(#*$(!]
이깟 성, 부셔라! 인간 놈이 장악한 무덤따위!
유물들은 사나운 오라로 주헌을 위협해왔다.
[주의. 온갖 질병을 유발하는 병원균들이 위협해오려고 합니다.]
물론 그걸 가만히 보고 있을 주헌도 아니었다.
" 이것들이 어디서.”
쿵!
아니나 다를까, 상상을 초월하는 지배력이 궁전에 휘몰아쳤다.
장난스럽게 웃고 있지만 날카롭게 뻗어나가는 지배력에 유물들은 자지러질 수 밖에 없었다.
[#**&!]
젠장, 안되겠어!
여기에 있는 유물들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여기는 네로의 무덤 안.
자신들의 무덤도 아닌 터라, 힘을 발휘하는 게 쉬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랬기에 울상을 짓던 유물들이 떠오른 방법은 딱 하나.
[#**$&*!]
젠장, 할 수 없다! 빨리 어르신들께 도움을 요청해!
[*#*!]
그래! 그 분들이라면 저 건방진 인간 놈을 죽일 수 있다!
하지만.
“어르신이라면 혹시 이 놈들을 말하는 거냐?”
[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헌은 유물 세 개를 허공에 훌쩍 던졌다.
그리고 그 유물들이 대형견의 모습으로 변하자 일대는 아수라장으로 변하고 말았다.
[저, 저분들은!]
[세트님, 오시리스님에……]
[아, 아누비스님!]
그렇다.
주헌이 불러낸 그들이 찾아낸 어르신, 즉 신급 유물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유물들은 또 다른 이유로 더욱 경악했다.
[말도 안돼! 어떻게 군단장, 사단장들께서 여기에!]
[설마하니 저분을 실제로 뵙게 되다니!]
아무래도 이집트 3인방들은 신급 중에서도 꽤 한 가닥 하는 놈들인 모양이었다.
그 사실에 주헌은 굉장히 흥미로워했다.
'오, 유물들도 대충 신분 같은게 있었나.'
물론 정작 불려 나온 멍멍이들, 아니 오시리스와 세트는 엉덩이만 긁었고, 아누비스만 미치고 환장할 판이었지만 말이다.
‘이 빌어먹을 인간놈이 어느 자리에 이 몸들을………!’
자신들은 이딴 아랫신분 앞에서 모습을 드러낼 신분이 아니었다.
그뿐인가?
자신들은 이 인간에게 약점이 잡혀 굴복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신급 유물들이 인간 따위에게 굴복해 휘둘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아, 안돼!’
이건 매장감이었다.
‘인간에게 굴복했다는 소문이 퍼지면 재판도 없이 바로 매장이다.’
하지만 그런 아누비스의 마음을 아는 건지, 오시리스와 세트는 잠만 퍼질러 자고 있었다.
그리고 주헌은 킬킬거리며 아누비스를 보았다.
“뭐하나, 멍멍이. 일해라. 무슨 말인지 알지?”
아오 저걸 확 그냥!
그리고 이 상황을 뭔가 수상하게 여긴 유물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저 인간이 어떻게 저분들을 불러냈지?]
[설마 굴복당하신 거야?]
유물들의 술렁거림에 아누비스가 움찔했다.
[차, 착각하지마라!]
[그럼?]
[너희와 똑같이 취급마라.]
[그러면요?]
그러자 잠자고 있던 세트와 오시리스가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뭐가 그러면요야.]
[뻔하지. 우리야 뭐 저 인간한테 붙잡……]
[아아아악!]
두 유물이 쓸데없는 말을 하려하자, 아누비스가 다급하게 외쳤다.
[우, 우리가 저 인간 옆에 있는 건 저 인간의 능력에 흥미를 가졌기 때문이다!]
[네?]
[아, 알았나? 저 인간은 그런 의미에서 유물들을 만족 시키는 보기 드문 인간이다. 유물문화재로 지정할 수 있을까 해서 잠시 지켜보고 있는 것 뿐이고!]
[!]
아누비스의 말에 유물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심지어 오시리스와 세트도 저놈이 뭔 개소리냐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정작 그 대답에 가장 황당한 건 주헌이었다.
뭐라고? 유물 문화재?
'내가 물건이냐.'
그리고 애초에 그딴 말이 먹힐 리가....
그러나 유물들의 반응은 뜻 밖에도 주헌의 상상 이상이었다.
[#*$*&$*!]
오오오! 역시 우리의 눈은 틀리지 않았어! 역시 보신 거야, 그 책을!
대부분의 유물들은 언제 살의를 품었냐는 듯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마, 말도 안돼.’
주헌은 그걸 보고 황당해했지만 유물들은 진심이었다.
사실 이 자리에 온 95%의 유물들은 주헌의 팬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무려 사단장급의 유물들이 자신들의 취향을 인정해주니 얼마나 기쁜 일인가.
[*$*!]
인정 받았어! 인정 받았다고!
천하다고 생각한 자신들의 취미를 공식적으로 인정 받게 되다니. 그리고 어르신들과 같은걸 공유하다니!
그 사실이 무엇보다 기뻤다.
인간의 작품이라 줄곧 숨어서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던 유물들도 이제 거리낌 없이 의사표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리라.
걸리면 매장당할 뻔한 일이 면죄되는 기분이라 그들은 무척 기뻐하면서도 자신들의 안목을 칭찬했다.
[#($*#(!]
그래! 실제로 이번 대결만 봐도 능력은 인정할 만 했잖아!
[#*&*]
젠장, 버릇없긴 하지만 먼저 공격하려 한 우리가 나빴다!
[#$*#(*#(]
그래! 어르신들이 직접 문화재로 지정하시려고 하셨다니! 감격이다! 이대로 문화재로 확정되도록 힘을 가하자!
그리고 이 때였다.
[<유물지정 유물문화재 보물 1호> 후보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번일을 계기로 소극적이었던 팬들이 적극적이 되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적었던 팬의 숫자가 더욱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적합력이 상승하고, 유물이 느끼는 매력도가 상승하게 됩니다.]
[사용자 본인이 희귀한 업적을 달성하게 되어, 희귀급(B급)까지는 얼마든지 육성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조건에 따라 유물의 등급을 보물급까지 진화시킬 가능성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주헌은 너무 황당해서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졸지에 유물문화재 후보가 되었다 싶더니, 아무래도 유물진화 업적을 달성한 모양이었다.
‘단순히 네로하고 계약하기 위해 벌인 일이 이런 일이 되다니.’
주헌은 결국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하지만 정작 아랫것들이 뭉치면서 좋아하자 아누비스는 할 말을 잃었다. 그냥 둘러대기 위해 한 말을 이렇게나 진지하게 받아들이다니.
치욕스러운 소문이 퍼질 위기는 모면 한 것 같지만, 뭔가 자신이 당겨서는 안되는 방아쇠를 당긴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한 나비효과가 올 것 같았다.
‘젠장, 총수랑 다른 신급이 알게 되면 난 끝장이다.’
오직 아누비스만이 끙끙거릴 뿐이었다.
그나마 여기에 있는 놈들은 비교적 순한 무리들.
그래서 큰 저항 없이 받아들인 것 같았지만, 더 포악하고 과격한 파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인간을 싫어하다 못해 혐오하는 그 엘리트 무리들이 이런 걸 납득할 리가 없었다. 바로 까마귀를 유배했던 바로 그 무리들이.
하지만 그래봐야 아누비스가 스스로 무덤을 판 일.
주헌에게는 개이득인 일이었다.
그러나 유물들이 감격하고 있는 그 때였다.
"야. 유물 문화재 후보고 뭐고 기뻐해주는 건 고마운데."
[!]
"설마 그걸로 부가세를 퉁칠 생각을 한 건 아니지?"
주헌의 수전노 미소에 유물들은 비명을 질렀다.
* * *
[네로가 만든 황금궁전을 파괴합니다.]
네로 유물과 계약도 하고 유물들도 잘 끌어모았겠다, 주헌은 집에 돌아가기 위해 궁전부터 파괴했다.
그가 클로즈를 외침과 동시에 황금 궁전이 사정없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웅!
큰 지진이 일어나면서 네로를 찬양하듯이 꼿꼿이 서 있던 궁전에는 금이 갔고, 그의 얼굴을 한 조각상도 쩌억 쩌억 파괴되면서 바닥으로꺼져 들어갔다.
그렇게 궁전이 사라지는 건 몇 초도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황금 궁전이 사라지자 완전히 망가진 권회장의 별장부지가 나타났다. 너무나도 횡해져 버린 별장부지가.
"와, 완전 초토화 되었네요."
이건 뭐 형태로 알아볼 수 없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주헌은 시간을 살피며 그들을 재촉했다.
"시간 없다. 곧 두번째 7대 무덤이 나타날거야. 하이에나들 꼬이기 전에 명당에 자리부터 잡는다."
"이번엔 어느 나라인데요?"
주헌이 답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서주헌!”
낯익은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그리고 주헌은 하얀 치아까지 드러내며 아주 반갑게 상대를 맞이했다.
“어, 오랜만이네요. 회장님.”
주헌은 웃었지만, 달려오는 권회장은 속이 부글 부글 끓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유물사용자들 사이에서 천하의 포커페이스라 불리는 권회장이었다. 하지만 주헌 앞에서 만큼은 하나의 짐승이 되는 그였다.
“역시 네 놈 짓이었어. 아니 도대체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이러는 건가!”
“글쎄요, 딱히 원한이랄 것 까지 있나.”
그렇게 말하던 주헌은 가증스럽게 말을 덧붙였다.
“그냥 회장님의 부지가 조건이 좋아서 재수 없게 선택 당했을 뿐이지.”
“이게 미쳤군.”
곧 권 회장이 신호를 보냈다. 어차피 주헌과는 이미 한 번 겨루어본 적 있는 그였다.
대처방법은 충분히 알았다.
“절대로 가까이 접근하지는 마라! 결계를 치고 멀리서 공격해라!”
“네!”
나선 것은 TKBM 소속의 발굴단들.
주헌의 도굴단과는 다른 부서였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한 울타리의 식구들이긴 했다.
물론 숫자는 적어도, 늘 압도적인 성과를 내는 주헌의 부서를 시기하고 무시했던 놈들이었지만.
‘참 여전하구만, 저 놈들.’
하지만 곧 주헌은 놈들이 가진 유물을 보고 내심 놀랐다.
‘칫, 저 유물은.’
형태는 단순한 권총으로 보였지만, 주헌은 똑똑히 알 수 있었다.
유물이다. 심지어 주헌이 잘 아는.
[시저를 암살한 브루투스의 검 (A급-전설영웅급/ 소모유물)]
‘저 노친네. 벌써 저걸 구했나.’
최소 몇 년 뒤에는 나와야 할 유물인데.
저건 일반적인 유물이 아니었다. 당시 엄청난 권력가였던 시저를 암살했기 때문일까, 자신보다 상급인 유물조차도 죄다 박살 낼 수 있는 살상력 높은 유물.
덕분에 다른 독식자들이 권 회장을 피하고 다녀야만 했다.
그걸 모를 리도 없는 주헌은 부하들에게 재빨리 속삭였다.
“뒤도 보지 말고 일단 가진 유물들로 탈출해라.”
주헌의 경계에 부하들은 놀랐다.
“예? 그런 정도의 유물입니까?”
“가지고 있는 유물들이 전부 다 파괴될 거다. 피하는 게 답이야.”
“네?!”
그 순간 놈들이 외쳤다.
“이미 늦었어!”
미처 주헌의 일행들이 피하기도 전에 그들을 향해 빛이 쏟아졌다.
권회장의 부하들이 발동시킨 브루투스 유물의 빛이었다.
번쩍!
주헌의 일행들을 향해 쏟아지는 S급 유물의 빛.
피할 겨를도 없이 그들 모두가 정통으로 맞고 말았다.
“윽!”
그런데…….
“어? 잠깐, 이거 왜 이래!”
“어? 어?”
뭔가 있을 수 없는 일이 생겨 버렸다.
============================ 작품 후기 ============================
으으 원래 쓰던 표지 유통용으로 업그레이드 시켜 달라고 해서 하루종일 그림작업만 했네요. 젠장 글써야 하는데 ;ㅅ;
업그레이드판은 작품 설정에 올려둬씁니당. 흑흑. 그리고 오늘부터 워크숍에 끌려갑니다 엉엉
오늘도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