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11화 (111/409)

00111 불 날 집에 부채질 하기?  =========================================================================

< 불 날 집에 부채질 하기? (3)>

내놔 보라잖아.

니가 썼다고 하는 그 소설.

하지만 주헌의 말에 네로는 잠시 당황한 듯 했다. 그건 유물들도 마찬가지였다.

[#**]

지금 저 놈이 뭐라고 했어?

[#*$*$]

소설을 달라고? 저게 미쳤어?

그것들은 황당해 했다. 아니 그들의 반응은 너무나도 당연했다.

[#*$*!]

저 인간이 지금 뭐래!

[#*$$*!]

하하! 이 바보야! 너 우리 언어 못 읽어!

[#*$#&*!]

우리야 하찮은 인간들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다쳐도, 인간 놈이 이게 어디서 설쳐!

네로 역시 주헌을 비웃었다.

[허세도 적당히 부려라, 인간. 인간은 툼글리프를 못 읽는다. 그 고등언어를 읽을 수 있는 인간은 지금까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아님 친절하게 짐이 번역이라도 해줄까?]

도대체 뭐라는 건지.

“닥치고 내놓으라고 했지. 귀 먹었어?”

이놈이.

네로는 황당했지만, 곧 비웃으면서 자신이 쓴 책 한권을 허공에 소환해냈다. 책의 형태는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 쓰이던 파피루스 두루마리.

네로는 책을 주헌에게로 던졌다.

[그래 자! 여기있다! 어디 한 줄이라도 읽으면 짐이 무릎을 꿇겠다.]

유물들 역시 깔깔 주헌을 비웃어댔다.

[#*$&*!]

저 놈이 저걸 읽을 수 있으면 내가 자폭한다! 진짜로!

[#$**$!]

하하 못 읽어. 인간이 어떻게 그걸 읽겠...

그런데 이 때였다.

“오늘은 짐이 잉어를 보았다."

문득 떨어지는 말에 유물들은 제 귀를 의심했다.

엥?

[지, 지금 읽었어? 인간이?]

아니 그럴리가!

하지만 그게 착각이 아니라는 듯, 주헌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읽어내려갔다.

“오늘은 마을에 나갔더니 남녀노소 모두 짐을 바라보는 구나. 아, 대충 네 황제시절 이야기를 쓴 거로군.”

그 모습에 유물들은 일제히 기겁하며 빼애액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분명 읽었다. 저놈이 분명 네로가 쓴 책을 읽고 있었다!

[#*$*!]

미, 미친! 읽었어! 진짜 읽었다고!

[#*$*!]

이건 말도 안 된다! 재앙의 징조야! 인간 주제에 어떻게 우리들의 언어를!

물론 모두가 경악하는 사이,  유일하게 신이 나서 씰룩이는 건 동아줄 밖에 없었다. 봐봐! 읽을 수 있지! 읽을 수 있지!’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말도 안되는 광경에 네로도 입을 떡 벌릴 수 밖에 없었다.

'뭐하는 놈이야, 저거!'

그러나 놈이 충격을 받거나 말거나 주헌이 네로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그럼 꿇으셔야지."

[뭐?]

“읽으면 분명 꿇는다고 했잖아?”

[.........!]

곧 네로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지자, 주헌은 큭 비웃으면서 네로에게 다가갔다.

“뭐, 그것도 싫으면, 다른 방법으로 꿇게 해주지.”

[뭐, 뭐라고?]

여태까지와는 다른 강압적인 태도였다.  네로는 그 모습에 당황한 듯 싶었지만, 주헌은 가소롭다는 시선을 보낼 뿐이었다.

‘그래봐야 이놈은 곱게 자란 금수저 황제놈 이다.’

그런만큼 분명 더럽게도 예술에 재능이 없었을지언정, 비난 따위는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놈일 것이었다.

오로지 칭찬, 칭찬.

그는 아첨꾼을 사랑했을 것이고, 대중들도 칭찬을 할 때 마다 날아오는 황금 앞에서 마르지 않는 칭찬과 갈채를 쏟아부었겠지.

‘그만큼 비난에 약할거다.’

게다가 이 황금궁전 영역에서 내기를 해봐야 이놈에게 유리할 거라고?

그딴 거 알게 뭐냐.

애초에 주헌은 내기를 할 마음도 없었다.

그냥 내기고 자시고, 이자식의 입에서 졌다는 말만 들으면 자신의 승리 아냐?

‘그러니 멘탈만 박살내면 그만이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악랄하게 웃었다.

“내 살다 살다가 이런 엿같은 글은 처음 본다.너 글은 써보긴 한거냐?”

[뭐, 뭐?]

“네놈이 잉어를 보았고, 마을에 나갔더니 남녀노소 모두 너를 보고. 시녀들이 너무 옷을 정갈하게 입는 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도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이딴 쓰레기는 집어치워.”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네로의 유리가슴에 쩌억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으로도 모자라는 지, 주헌은 악덕 편집자 마냥 책을 툭툭 쳐댔다.

“알았어? 솔직히 우리집 멍멍이가 써도 이거보단 잘 쓴다.  이딴 거 쓰레기, 줘도 안 가진다고. 아, 냄비받침대로는 잘 쓰겠네. 접으면 두꺼워지니까. 아니면 딱지치기나 하던지.”

꾸욱 꾸욱.

곧 사정없이 딱지로 변하는 파피루스를 보면서 네로가 울부짖었다.

[이 놈이! 짐은 오르페우스가 우러러보고, 아폴론 신이 부러워하는 예술가다! 감히 누구의 글을……!]

“아 됐고. 내가 이걸 그대로 고쳐주마. 그걸로 이 대결은 대신한다.”

[뭐, 뭐야?! 감히 누구의 글에 수정을 가하려는 거냐!]

네로가 얼굴을 붉히며 따지고 들었지만, 주헌은 개무시하며 안주머니에서 빨간 펜을 꺼냈다.

그러더니.

“일단 제목부터 바꿔라.”

사정없이 네로의 책 위 제목, <신도 울고가는 예술가 네로> 에 북북 선을 그었다. 결국 처참하게 그어지는 펜선에 네로는 비명을 질렀다.

[끄아악! 짐이 공들여 생각한 제목에 무슨 짓을! 너 이놈, 가만 안 둘테다!]

“제목은 <황제의 고뇌>.”

네로는 그깟게 뭐냐고 했지만, 정작 관객석에 있던 유물들은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키야! 죽여준다!]

[미쳤다! 저 센스 있는 제목의 선택 좀 보소!]

[젠장, 저 방화범 새끼가 만든 것보다 천만배는 뛰어나!]

하지만 빨간 줄은 고작 제목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것도! 이것도!”

두루마기를 완전히 펼친 주헌은 네로의 글귀에 북북 빨간 줄을 긋기 시작했다. 정말 인정 사정도 없었다.

비단 글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자신의 작업물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는 것 만큼 멘탈을 박살내기 쉬운 일도 없을테니까!

그런만큼 주헌의 손길은 과감해졌다.

“어디보자. 오늘은 짐이 잉어를 보았다? 꼴깞 떠네. 오늘은 짐이 예쁜 여자를 보았다로 바꿔라.”

[오오오오!]

“또 마을에 나갔더니 남녀노소 모두 짐을 바라봐? 허, 꺼져. 남자는 쓸모없다. 여자들만 모두 바라본다고 바꿔라."

[오오오오! 그렇지!]

“그리고 시녀들이 옷을 정갈하게 입어? 그래서 뭐 어쩌라고. 알았나? 모두 벗기 시작했다고 써라.”

[우와아아아! 그래, 그거지! 바로 그거야!]

동시에 유물들은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유물들이 열광했던 주헌의 글이었다.

[저놈이 뭘 좀 아네!]

[크윽, 역시 그 작가가 맞았어!]

유물들은 방방 뛰면서 좋아 죽으려고 했다. 이쯤 되니 유물의 말을 들을 수 없는 유재하와 오승우 조차도 유물들이 좋아 날 뛴다는 것 쯤은 파악할 수 있었다.

물론 정작 바뀐 문장을 듣는 인간 둘은 도무지 이해가 안 갔지만 말이다. 그도 그럴법한게 주헌이 한 것이라고는 말장난 밖에 되지 않았으니까.

"........이, 이것들 그냥 야하면 다 장땡인 거 아니야?"

그리고 주헌을 향한 칭찬과 갈채가 쏟아지기 시작하자 정작 네로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이 괘씸한 놈들이.....! 저런 장난에 환호하다니...!]

무엇보다 여긴 자신의 궁전이었다.

자신의 절대 명령권이 발동되고 있었고, 또 이놈들은 심사위원으로서 자신을 칭송하고 뜨거운 갈채를 보내야했다.

[그런데 이것들이! 지금 뭐하는 거야! 다들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가!]

분노한 네로가 화염을 일으켰다. 그러자 불길 속에서 유물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졌다.

[끄아아악!]

[이런 건 용납할 수 없다. 어서 짐의 글이 더 우위라고 말해!]

하지만 네로의 화염에도 불구하고 유물들은 눈물을 흘리며 절규했다.

[#*$*!]

에라이 그냥 죽을랜다!

[#($*#(!]

젠장, 죽더라도 내가 거짓말은 못하겠다! 그냥 죽여라!

[이것들이 진짜! 짐은 용납 못한다! 못 한다고!]

그리고 그런 네로에게 주헌은 아예 목에 칼을 꽂았다.

“닥쳐라, 쓰레기.”

북북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책을 찢어버린 것이었다. 결국 형체도 남지 않고 파피루스가 사라지자 네로는 쓰러지고 말았다.

[네로의 마음이 박살나버렸습니다.]

[네로가 충격에 빠졌습니다.]

[다시는 펜을 들지 못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치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걸 본 주헌은 큭 웃었다.

‘치유의 시간은 개뿔이.’

그 딴 거 줄 것 같아?

동시에 주헌은 네로에게 종이 한 장을 툭 던졌다.

“자 받아라. 널 위해 준비한 보너스 선물이다!”

그리고 네로가 종이의 내용물을 확인하는 순간, 비명소리와 함께 상상을 초월하는 메시지들이 우르르 떠올랐다.

[네로가 이성을 잃었습니다.]

[네로의 정신이 붕괴 됩니다.]

[네로가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고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패배를 인정했습니다.]

[네로가 이성을 잃은 파장으로 황궁에 걸려 있던 절대명령권이 무너집니다.]

[네로의 나태 속성이 절규속성으로 변화합니다.]

[네로가 만들어낸 무덤이 뒤흔들리기 시작합니다.]

동시에 네로가 만들어냈던 황금 궁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쿠웅!

그 순간 주헌의 눈이 반짝였다.

‘지금이다.’

“자, 이제 얌전히 굴복해라! 말 잘 들으면 강의라도 해주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네로의 몸이 번쩍였고, 곧 주헌의 팔뚝에도 툼글리프 문자가 새겨졌다. 그건 귀속성 유물과 계약을 했다는 증거.

그 증거로 또 다시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제 <절대명령권>과 모든 상상이 현실로 이루어지는 필드 <황금 궁전>을 뜻대로 다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황제유물을 굴복시켜 <정복>의 소질을 얻고 지배력이 상승했습니다.]

곧 풀려난 부하들이 주헌에게 급하게 달려왔다. 아무래도 궁금한게 있는 모양이었다.

"단장님! 도대체 뭘 써서 네로에게 보여준 겁니까?"

"뭘 했는데 네로놈이 저렇게 누더기가!"

"뭘 하긴?”

주헌은 천연덕스럽게 두루마리를 내밀어보였다. 그리고 그걸 본 오승우와 유재하의 표정은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건!”

그렇다.

빼곡하게 적혀 있는 건 다름 아닌 인터넷 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악플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태연하게 악플을 뿌린 주헌은 하하 웃었다.

“그래봐야 유물놈들이다. 현대 사회의 악플 수준을 우습게 보면 안되지.”

물론 악플이라고 해봐야 인간들의 입장에선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부하들은 혀를 찼다.

“이 악마……….”

“완전 키보드 워리어 빙의했네……”

주헌은 네로의 유물을 주으며 말했다.

“뭐 괜찮아, 괜찮아. 그래봐야 칭찬해주면 다시 기운 차릴 놈이라.”

“병주고 약주다니……”

“이 상종 못할 인간………”

이것들이.

그리고 이 때였다. 네로가 굴복하자 구경 왔던 유물들이 씰룩거리기 시작했다.

[#$*#($#*(]

어 뭐야, 벌써 대결 끝났나?

[#(*#$(!]

그럼 이제 집에 가면 되는 거야?

[#($*9!]

그래그래 재밌었다! 이제 집에 가자!

그것들은 영화가 끝나고 나가려는 사람 마냥 분주하게 움직였다. 계약한 인간이 있는 집, 그냥 도시 속 건물. 목적지도 다양했다.

그런데 이 때였다.

“가긴 어딜가.”

누군가의 비웃음과 함께 유물들은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자신들의 위로 거대한 그물이 날아온 것이다.

마치 처음부터 대결은 안중에도 없었고, 이 순간이야 말로 본래의 목적이었다는 듯!

유물들은 발버둥을 쳤다.

[#$(*$#(!]

끄악 이거 뭐야!

[#(*$(!]

으앙 엉켰어! 으앙!

유물들은 결국 도망가지도 못하고 뒤엉킬 뿐, 그물망에 갇혀버리고 말았다. 아무래도 평범한 그물은 아닌 듯, 유물들은 자르지도 뚫지도 못했다.

[#*$*!]

뭐야, 뭐냐고!

하지만 곧 유물들은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왜?

그물을 던진 것은 다름 아닌 주헌이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유물들은 황당해서 말까지 더듬었다.

[#$*(!]

이, 이놈이! 이게 뭐야! 이게 뭐야! 이거놔! 대결은 다 끝났잖아!

[3984#(!]

놔라! 집에 가야 한다고! 드라마 봐야 한다고!

이제 재미있는 구경도 다 했겠다, 뿔뿔히 흩어져 집에 돌아가서 편히 쉬어야 겠다고 했건만.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하지만 만선의 어부 마냥 흡족해 하던 주헌이 코웃음을 쳤다.

“니들 뭔가 착각하고 있나 본데.”

[!]

“누가 집에 가도 된다고 했냐?”

주헌은 악랄하게 웃었다.

아니 제 발로 모여든 바보들을 미쳤다고 그냥 보내줘?

들어올 땐 자유지만, 나갈 땐 아닌 법이었다.

‘네로 놈은 어차피 계약 했으니 됐다. 남은 건 멍청하게 굴러들어온 이 놈들!’

이 놈들을 자신의 것으로 삼는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특수제작한 그물을 강하게 움켜쥐면서 외쳤다.

“자, 공짜로 내 공연을 구경했으면 이제 값을 치러야지!”

하지만 정작 유물들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들로서는 주헌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

공짜라니! 무슨 소리야! 입장권은 이미 샀는데!

[#$*#&*!]

그래! 이미 표값은 전부 지불했잖아! 했잖아!

하지만 주헌은 무슨 개소리냐는 듯이 비웃었다.

“닥쳐라, 부가세는 별도다!”

그렇게 외친 납치범이 그물을 콱 잡아 당기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물신매매의 현장.jpg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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