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10화 (110/409)

00110 불 날 집에 부채질 하기?  =========================================================================

< 불 날 집에 부채질 하기? (2)>

권회장은 지금 상황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난데 없이 자신의 별장 부지가 초토화 되지 않나, 심지어 모나코에서는 수입금지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심지어 왕실이 직접?’

황당했던 권회장이 침착하게 되물었다.

“제품에 무슨 문제가 발생했나? 터졌대? 휘었대?”

“아,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그럼 그간의 프로모션이나 광고, 제품 등에 모나코의 정서에 반하는 내용이라도 있었나?”

“전혀 없습니다.”

물론 굳이 답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의 뻔한 대답이었다. 만약 무슨 문제가 있었더라면 이미 언론에서 신나게 물어 뜯었을 것이고, 그 소식이 자신의 귀에 안 들어올 리가 있나.

‘애초에 하반기 제품은 아직 세상에 나오지도 않았다.’

신제품 설명회도 열지 않았는데 제품에 하자가 생겨서 수입금지조치를 취하려는 건 아닐 테고!

그렇다는 건 즉.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는 건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크게 짐작 가는 것이 없는 게 문제였다.

권회장이 모나코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건 첫 번째, 자신의 조세피난처. 두 번째는 최근 서주헌이 내세운 경매에서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을 공주가 낙찰했다는 것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도대체 왜.’

하지만 고민해봤자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기에 권 회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손을 내밀었다.

“일단 바꿔봐.”

윤시우는 고개를 숙이면서 비서를 통해 전화 연결을 해주었다.

그러자 들려온 목소리는 뜻 밖에도 젊은 여자였다.

[오랜만이네요. 권태준 회장님. 소피 그라말디입니다.]

바로 공주 본인이었다.

공주와는 판도라의 모임에서 봐왔기 때문에 면식이 있었지만, 권회장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바로 이어지는 그녀의 날선 협박 때문이었다.

[알겠습니까? 지금부터 제 질문에 거짓으로 답하시면, TKBM은 모나코에 발을 딛지도 못하게 될 겁니다.]

심지어 아주 적대적이었다.

그래서 권 회장은 이 여자가 도대체 왜 이러나 싶으면서도 겉으로는 껄껄 웃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십니까. 오랜만에 뵙는 건데 깜짝 놀라겠습니다.”

[제가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을 낙찰한 건 잘 알고 계시겠죠?]

잘 알다마다.

자신이야 일부러 서주헌의 경매에 가지 않았지만, 공주가 유물을 낙찰한 건 세계적인 이슈거리였다. 모를 리가 있겠는가.

공주는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지금 회장님의 별장이 불타고 있는 것도요.]

그 말에 권회장은 순간 울컥했다. 새삼 뼈 아픈 재산피해 금액이 떠오르자 손이 파르르 떨렸지만, 그는 꾹 참았다.

공주가 왜 이렇게 고압적으로 나오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지만, 권회장은 비즈니스맨의 얼굴을 가장했다.

“하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사고는 늘 있을 수 있는 법…….”

그러자 화난 듯한 공주의 코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걱정? 지금 그딴 걸로 전화를 드린 것 같습니까?]

“잠……”

[됐고, 일단 대답해보시죠. 왜 제 유물이 회장님의 별장 지대에 있는 건지?]

그러자 순간 권회장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네?”

순간 자신이 뭔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지금 뭐라고요? 공주님이 낙찰하신 유물이 제 별장에 있다고요?”

[시치미 떼지 마시죠.]

“아, 아니, 잠깐만요."

[지금 판도라의 감지유물이 다 밝혀냈습니다. 회장님의 별장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는 것이 그 유물이라는 게! 그리고 왜 잘 있던 유물이 갑자기 자취를 감추고, 다시 나타난 곳이 왜 하필 권회장님의 별장부지냐고 묻는 겁니다!]

“저기."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까? 우리와 동맹인 프랑스도 분노하고 있어요. 그 유물을 사용하려고 했던 다른 EU 회원국들도 아쉬워하고 있고요! 진짜 유럽땅에서 장사하기 싫으신 겁니까?!]

아무래도 잘못 들은게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권회장은 정말로 당황스러웠다.

아니 공주가 낙찰 받은 유물이 돌연 사라져? 그리고 그게 지금 그 초토화 된 별장 부지에 있다고? 심지어 이 일에 유럽이 분노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심지어 이건 심각한 국제 문제였다.

그랬기에 권 회장은 윤시우를 다급하게 보았다. 그리자 윤시우는 재빨리 판도라 측의 메시지를 전달해주었다.

판도라 측에서 보내온 관측 내용은 간단했다.

[현재 회장님의 부지에서 난동을 부리는 유물은 교토무덤에서 나온 그 유물입니다.]

[소피 공주가 낙찰한 유물이 왜 거기에 있는지 모르지만, 주의 요망]

그 뿐이 아니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건지, 리처드에게서도 발 빠르게 메세지가 왔다.

[권회장, 자네 혹시 정복의 유물로 소피공주의 유물을 꾀어냈나?]

아이고, 이건 또 뭐야.

권회장은 이마를 짚었다.

이쯤 되자 권회장은 이제야 소피가 왜 이 난리를 치는 지 알 것 같았다.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소피 공주가 유물을 낙찰 받은 건 불과 3일 전.

하지만.

'유물이 며칠만에 바다를 건너서 대륙을 건널 리가 없다.'

그건 판도라가 밝혀낸 유물의 습성 중 하나였다. 야생동물에 가까운 유물들은 이동하면서 사고를 치면 쳤지, 소리도 없이 동해번쩍 서해번쩍 하지는 않았다. 특히나 사람이 많은 곳을 좋아하는 놈들이 무인부지인 권회장의 별장에 찾아올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왜 유럽에 있던 유물이 하와이에서 깽판을 치고 있는 거야!’

덕분에 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한 오해가 생기지 않았는가!

권회장은 열이 뻗쳤지만 꾹 참고, 소피에게 다급히 말했다.

“저, 무슨 오해를 하고 계신지 알겠습니다만, 확실하게 말씀 드리죠. 전 아닙니다. 저야 말로 그 유물이 왜 제 별장을 부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그러나 소피는 아직도 권 회장을 의심하듯이 말했다.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지금부터 회장님의 별장부지에 가봐도 되겠습니까? 유물도 되찾을 겸, 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데요.]

아씨, 그러든가 말든가!

결백한 권회장은 대충 통화를 마무리 하고 끊었다. 그러더니 목에 핏대를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도대체 일이 이렇게 되도록 뭘하고 있던 거야! 안에 있던 고용인들은! 어떻게 목격자가 하나도 없을 수가 있어!"

그러자 윤시우가 눈치를 보며 말했다.

“저 그게 고용인들은 때 마침 자리를 비워서……….”

“뭐? 자리를 비워?! 미쳤어? 왜!”

윤시우는 시선을 피했다.

“……그…………실은 별장 근처에서 돈을 뿌려대는 미친 놈들이 나타나서………”

“돈을 뿌려? 인상착의는?”

“…………밧줄과 지렁이요..“

그러자 권 회장은 제 귀를 의심했다.

뭐? 밧줄? 지렁이?

이게 듣자 듣자 하니까.

“윤시우, 너 똑바로 말 안해? 뭔 헛소리야!”

아니 헛소리가 아니라 진짜인데.

윤시우는 눈물을 머금고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가 보여준 SNS에는 놀라운 세계 이슈가 떠오르고 있었다.

[미친, 여기 하와이인데 밧줄이 지렁이를 묶고 날 뛰고 있음ㅋㅋㅋㅋㅋㅋ미쳤나 봄ㅋㅋㅋㅋ]

[어쨌든 얘네가 돈 뿌리는 중. 현재 대충 천 명 정도 몰려든 듯. 근데 진짜 안 잡힘. #행운의 은동아줄 #유물]

[꺄, 저것봐. 저 밧줄 너무 귀여워. -좋아요 1만명]

[좌표 찍어드림 #카우아이 #인생역전 #득템 #공유]

[1,000달러 획득. 개꿀이네ㅋㅋㅋㅋㅋ]

[대박. 위조 지폐 아님. 직접 확인해봄.]

[오예 개대박 만 달러 얻었다! #하와이 #썬오일발라주다가 #알바버려]

권회장은 믿을 수 없는 사진에 얼굴 근육을 씰룩거렸다.

“서, 설마………”

“네, 네. 사실은 별장이 파괴되기 한 시간전에 신고 전화가 왔었다고 합니다. 이 돈뿌리는 생명체가 회장님의 별장 사유지로 들어가고 있다고……그래서 잡아달라고…….”

“허, 그래서 고용인들이 쪼르르 몰려갔다고? 전부다?”

“…………네.”

윤시우는 할 말이 없었다.

아니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었다.

해변가에서 누군가가 달러 지폐를 뿌린다고 하면 누구든지 솔깃 하는 게 정상이었다. 심지어 10달러 (만원), 아니 100달러 (십 만원) 지폐 까지 뭉텅이로 날아다닌다면 더더욱.

막말로 잠깐 밧줄만 따라다니면 연봉을 벌게 되는데 누가 가만히 있을까.

고용인들도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하러, 아니 정확히는 돈을 주으러 갔다는 말이 맞겠지.

'뭐 대충 사유지에 침입해온 수상한 밧줄을 잡는다는 핑계로.'

심지어 최근엔 유물로 괴기한 일이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는 판국이니, 밧줄이 달러를 뿌리고 다닌다는 이야기 쯤이야 이상하지도 않을테니 말이다.

참 누가 그딴 전화를 했는지는 몰라도, 잔머리는 잘 굴렸다.

하지만 이걸로 확실해졌다.

“그럼 어떤 놈이 사람들을 빼돌리고 쥐새끼처럼 숨어들었다는 거잖아.”

“그, 그렇습니다…….”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권회장의 흉흉한 지배력이 사무실을 강타했다.

쿠궁!

그 살벌한 지배력에 윤시우는 머리를 조아렸고, 유물들은 죽어나갔다.

“진짜 이걸 확 그냥!”

누군지는 몰라도 자신과 소피 공주를 둘 다 엿 먹이려는 속셈이 틀림없었다.

‘도대체 남의 집에서 누가 이딴 짓을…….’

그런데 이 때 권 회장은 아차 싶었다.

‘설마.’

순간 잊고 있던, 그러나 잊을 수 없는 얄미운 얼굴이 스쳐지나간 탓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권회장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주헌 이 개ㅅ……”

하지만 순간 욕이 터지려던 권회장이 꾹 참고 지시했다.

“당장 준비해.”

“네?”

“비행기!”

권 회장은 속이 끓어올랐지만 웃음을 흘렸다.

‘아니 차라리 잘 됐어. 이번에야 말로 박살을 내주지.’

동시에 권 회장이 어떤 유물을 집어 들었다.

* * *

[#*$*$&!]

오오오! 시작한다 시작해!

유물들은 이 대결을 몹시 기대하는 눈치였다. 사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 인간이 그걸 썼는지 확인하고 싶었으니까.

하지만 대부분은 당연히 코웃음을 쳤다.

‘인간에게 가능할 리가 없지.’

그런데 이 때, 네로가 주헌을 쏘아보며 말했다.

[알았나, 서주헌. 미리 말하는데 너 때문에 짐의 글은 빛을 보지 못했다.]

“뭐?”

[짐 역시 글을 써서 내놓았지만, 판매수가 고작 1이었다고!]

주헌은 헛웃음을 흘렸다.

“그 1은 설마 네가 산 건 아니겠지?”

그러자 네로는 움찔거렸지만 버럭 소리를 질렀다.

[시끄럽고 이게 다 서주헌 네가 먼저 책을 발표한 탓이다! 동포들이 너도 나도 네놈의 소설만 보니까 짐의 글이 하나도 안 팔리지 않았나! 짐은 피해자라고!]

그러자 유물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

저놈이 뭘 썼는지 아는 놈?

[#$#*(!]

나 알아. 알아. <신도 울고가는 예술가 네로>.

[#$**$&*]

아 그 쓰레기.

[#*$*$&*#]

조회수는 1위였는데 판매수는 1이었지.

주변에서 술렁거리는 말에 네로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시끄럽다, 안 닥쳐!]

그리고 괜히 S급 유물이 아닌 듯, 네로가 뿜는 오라에 유물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네로는 한술 더 떠서 참 자기 같은 권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포악하고 제멋대로인 네로의 권능 <절대명령권>이 발동하기 시작합니다. 이 영역에선 뭐든 네로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집니다.]

[주의. 모든 내기가 네로에게 유리에게 작용합니다.]

[네로가 스스로 명령을 거두기 전까진, 이 궁전에서 절대 나갈 수 없습니다.]

동시에 네로가 하하 웃으며 외쳤다.

[알았나! 이 자리에 있는 모두를 심사 위원으로 명하노라! 그리고 너희는 짐이 이 시합에서 이겼다고 평가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게 될 것이다!]

[#*#&$#&*!]

뭐라고! 저게 미쳐 돌았나!

[#&$*#$&*!]

안 미쳤으면 지 나라에 불을 질렀겠냐!

[#*$#*&!]

이건 행패다! 행패다!

그 외침에 네로가 강한 오라를 뿜어대며 놈들을 공격했다.

[닥치지 못할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궁전 안에 지옥의 겁화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쾅!

그러자 관객석에 있던 유물들과 졸지에 십자가에 묶여버린 주헌의 부하들도 괴로워했다.

#*$*$!

[끄아앙!]

“으악씨, 뭐야 이거!”

“혀, 형님!”

그리고 심사위원들을 선정한 네로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걸로 내 예술도 정당한 평가를 받게 되겠지.]

아니 이미 정당한 평가는 물 건너 간 것 같은데 말이다.

주헌은 사실 승부고 뭐고 귀찮았다. 이딴 일에 관심도 없는데다가 도대체 뭐가 좋아서 이딴 유물 놈들의 장단에 놀아주고 있나. 그리고 시간도 없는데 글은 또 언제 쓰고 있어.

'확실히 능력은 탐난다만.'

그런만큼 주헌은 이 시덥지 않은 사건을 해결하고 빨리 나가는 것이 목적이었다. 곧 나타날 두번째 7대 무덤의 출몰지로 움직여야 했고 말이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네로는 의기양양하게, 그리고 두근두근 기대하듯이 물었다.

[자, 넌 뭘로 네 능력을 보여 줄 거냐.]

그러자 생각하던 주헌이 대수롭지 않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줘봐라.”

[뭘?]

“니가 썼다고 하는 그 소설.”

내놔 보라고.

============================ 작품 후기 ============================

콱, 내놔보라자나 새키야 ㅇㅅaㅇ

+ 이벤트 발표는 몰아서....ㅇ<-<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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