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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108화 (108/409)

00108 딱 걸렸어 요놈!  =========================================================================

< 딱 걸렸어 요놈! (5) >

“아, 아니 잠깐만!”

율리안은 미칠 판이었다. 이대로 범인으로 오해를 받을 수는 없는 법이었다. 때문에 그는 재빨리 몸을 빼고 스스로 유물을 꺼내려고 했다.

하지만.

“찾았습니다!”

이 놈의 자식들이 자신의 자켓 주머니에서 유물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팔찌 정도의 물건이니 발견하기 어려운 크기도 아니었던 탓이다.

율리안은 난처했지만 곧 진정하고 제대로 사정을 설명하려고 했다.

“기다려요! 잠깐 할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빌어먹게도 말할 기회도 주지 않았다.

“확실합니다! 똑같은 월계관 유물입니다!”

“뭐라고? 일단 붙잡아!”

율리안은 순간적으로 뒷골이 당겼다. 그러나 율리안이 미치거나 말거나 사람들은 율리안을 범인 취급하기 시작했다.

“뭐야,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그럼 저 사람이 진짜 유물을 훔쳐간거야?”

이에 당황한 이설아가 황급히 율리안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분명 서주헌이 진짜를 가지고 튀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건 무슨!

“잠깐 비켜요!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할테니!”

곧 이설아가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단검 유물을 휘둘렀다. 그러자 큰 금속소리가 울리면서 칼날이 황금 월계관에 사정없이 부딪쳤다.

하지만.

“!”

콰직!

아까와 같은 일은 결코 벌어지지 않았다. 부서진 쪽은 도리어 이설아가 휘두른 단검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설아도 사람들도 경악했다.

“단검이 박살났어!”

“확실해! 저 월계관은 진짜 유물이야!”

물론 사실 확인하고 말 것도 없긴 했었다.

지금까지 숨어 있던 네로 유물은 아주 살판 났다는 듯이 흉악한 오라를 풍기며 설치고 있었으니까. 그건 누가보더라도 S급 이상의 흉포한 유물!

[#*$*$&*#!]

으하하하, 꿇어라. 이 우민들아! 꿇으라고!

놈은 지금까지 기운을 잘 숨기고 있던 주제에, 갑자기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기 시작했다. 마치 이 타이밍에 존재감을 과시하라고 지시 받은 것 마냥!

덕분에 율리안은 현기증에 쓰러질 뻔했다.

‘존재감을 드러내도 하필 왜 지금!’

진작에 이랬으면 사람들도 가짜 물건에 속진 않았을텐데 말이다. 물론 경매를 진행할 동안은 닥치고 있으라고 주헌이 명령한 덕분에 들키지 않은 것 뿐이지만.

하지만 그 사실을 알 리없는 사람들은 분노했다.

“율리안 밀러라고 했나. 저 놈이 진짜를 가져간 거였어!”

“세상에, 언제 빼돌려갔대?”

“설마 아까 경매장에 난입한 것도 이거랑 연관 있던 거 아니야?”

“저런 치밀한 놈!”

그리고 이 때였다.

여기서 한술 더 뜨듯, 주헌이 율리안이 멱살을 잡은 것이었다.

“밀러! 설마 너였냐!”

주헌은 굉장히 분노했다.

“경매장에 난입할 때부터 수상하다 싶었더니, 혹시 네가 그 협박범인 거 아니야? 그리고 아닌 척 하면서 진짜를 훔쳐갔던 거야?”

“뭐라고? 서주헌, 똑바로 말해라! 이건 네가 집어 놓…!”

“닥쳐!”

그의 말을 자른 주헌은 율리안에게 말할 시간도 주지 않았다.

“이제야 알겠다. 내 부하의 배에 칼빵을 먹인 것도 너지! 우릴 협박한 게 너냐고!”

아니 칼빵은 또 무슨 말인데!

그러자 이번엔 유재하가 옆에서 경악했다.

“세상에, 저 사람이 절 찌른 범인이었다고요? 그러고보니 체격이 비슷한 거 같기도 하고…!”

물론 뒤늦게 달려왔던 율리안으로서는 처음듣는 이야기였다.

“널 찌르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뭐긴 뭐야! 이 상처 기억 못합니까?”

유재하는 뻔뻔하게 제 웃통을 또 깠다. 그 흉측한 흉터에 사람들은 딱하다는 시선을 보냈지만 정작 율리안은 기가 막혔다.

아니 당연하지 않은가!

‘저건 위조유물로 만든 가짜 상처잖아!’

제갈공명의 유물로는 똑똑히 보였다. 상처 주변에서 맴도는 위조유물의 기운이!

그리고 이걸로 확실해졌다.

‘이놈들은 진상 사기꾼들이다!’

그랬기에 붙잡힌 율리안은 다급하게 외쳤다.

“여러분! 속지마십시오! 저 상처는 가짜입니다! 애초에 다 눈속임이라고요! 왜 진짜가 제 주머니에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저놈이 사기를 치려고 이 경매를 연 겁니다!”

하지만.

“의사 소견서도 있는데 뭐가 가짜야!”

“제 주머니에 물건이 들어오는데도 그걸 눈치 못채는게 말이 돼?”

아니 진짜 벌어졌다니까!

그러나 율리안은 미치겠어도 주헌을 의심하던 몇몇 사람들까지 모두 넘어왔다.

그건 당연했다. 그 정도로 유재하가 만들어낸 소품들, 그리고 주헌의 임기응변은 완벽에 가까웠으니까.

그러니 진실을 아는 건 오직 범인들과 진실을 꿰뚫어볼 수 있는 율리안 한 명 뿐.

답답해진 율리안이 결백을 외쳤다.

“믿어주세요, 전 유물을 꿰뚫어볼 수 있습니다! 그런 분석유물을 가졌으니까요! 사기를 치는 건 저놈들입니다!”

그러자 주헌이 뻔뻔하게 외쳤다.

“그럼 증거를 보여봐. 네가 볼 수 있다는 증거.”

주헌의 말에 율리안은 말문이 막혔다.

그렇게 말해도 제 눈에만 보이고 남들은 볼 수 없는 걸 무슨 수로 증명할 수 있단 말인가?

“서주헌! 너 똑바로 말 안해? 분명 유물은 네가 가지고 있었잖아!”

그러나 그가 뭐라고 외치거나 말거나, 주헌은 태연히 전화를 걸었다.

“아, 여보세요? 거기 경찰이죠? 실은 제가 도둑을 맞았는데요.”

심지어 율리안을 고소했다.

* * *

“이야, 단장님. 그냥 연기자 하세요. 연기자.”

유재하는 낄낄낄 웃어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주헌은 뭘 처웃느냐며 유재하를 쏘아보았다.

“시끄럽고 똑바로 머리 안 박아?”

“죄, 죄송합니다!”

곧 엎드려 뻗쳐있던 유재하는 다시 재빨리 머리를 박았다.

경매를 끝내고 펜트 하우스로 돌아온 주헌은 공주에게서 받은 유물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게 자기가 맡은 일도 완수 못해.”

“크, 크윽!”

사실 경매가 시작 되기 전, 주헌과 유재하는 역할 분담을 했었다.

경매는 주헌 자신이 맡고 있을 테니, 유재하에게는 방해꾼을 경계하라는 것이었다. 경매 도중에 사고가 터져 골치아픈 일을 만드는 건 곤란했으니까.

그리고 자신만 믿으라며, 안심하고 경매를 하라고 호언장담했던 유재하가 아닌가.

‘못 막으면 제가 펜트하우스에서 뛰어내리겠습니다.’

그런데 율리안 때문에 하마터면 골치아픈 일에 휘말릴 뻔했다.

그랬기에 주헌은 이를 갈면서 말했다.

“그 놈이 불시에 들이 닥친 거라면 또 몰라. 너한테 자백하라고 다가온 놈을 뻔히 경매장에 들여보내줘?”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 단호박 놈이 사람말을 안 들으니까…!”

“변명은 됐고. 네 입으로 뛰어내리겠다고 했으니, 넌 이따가 여기 옥상에서 뛰어 내려.”

유재하는 훌쩍였지만, 사실 입이 백개여도 할 말이 없었다.

율리안을 막지 못해서 결국 일을 무마하기 위해 주헌은 공주에게 네로유물을 넘기고 말았으니까.

‘아이고, 나 때문이야. 기껏 얻은 유물이...!’

하지만 사실 주헌은 전혀 화가 나 있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슬슬 때가 되었는데.'

그럴 때였다.

[자! 네 놈이 시키는 대로 다 했다! 이제 짐이랑 대결하자!]

'역시 왔군.'

주헌의 기대에 부흥하듯, 뜻 밖의 목소리가 펜트 하우스의 난간에서 들려왔다. 캉캉 거리는 쇠소리가 들리자 유재하가 힐끗 고개를 돌렸고, 동시에 그는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아니 그것도 그럴 만한게.

“저, 저, 저거! 네로 유물!”

그렇다.

난간에는 여기 좀 보라며 콩콩 뛰고 있는 황금 월계관이 있었다. 바로 공주에게 가 있어야 할 네로 유물이었다.

유재하는 너무 깜짝 놀라 비명을 질렀다.

“저거 지금쯤 모나코에 있어야 하잖아요! 저게 어떻게 여기에 있죠?”

어떻게 있기는.

“그래봐야 유물이니까 여기까지 순간이동을……”

[시끄럽다 인간! 짐이 너희 인간놈들의 운송기구도 못 탈 것 같으냐!]

아니 무임승차로 왔다고 한다.

곧 네로 유물이 나타날 걸 이미 알고 있었던 주헌은 킥 웃었다.

“그나저나 저거 용케도 미인공주를 버리고 왔네.”

하지만 유재하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미인 공주고 자시고, 저 유물이 여기에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었다!

“와씨, 진짜 다행이네요. 그 공주한테 완전히 넘어가서 이제는 못 찾을 줄 알았는데!”

“바보냐. 내가 아무 생각 없이 넘겨줄 리가 없잖아.”

그렇다.

주헌은 네로 유물이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날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니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네로 유물은 주헌과 문호대결을 펼치고 싶어했다. 스스로 무덤을 박차고 나올 정도로! 한마디로 주헌이 아무리 내쫓아도 스토커처럼 돌아올 놈이라는 의미였다.

‘사실 그러니까 공주한테 넘겨주는 척 한거지만.’

그리고 거래 이후에 유물이 다시 되돌아온다고 한 들 공주가 뭘 어찌 하겠는가.

‘거래 이후의 분실은 순전히 그쪽 책임이지.’

그 뿐인가?

‘이번 경매는 아주 얻은게 많군.’

율리안을 반쯤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돈과 유물도 얻지 않았나. 사실 공주가 제시했던 유물 중에는 뜻밖에도 주헌이 예전부터 탐내고 있던 유물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다른 놈들이야 허접한 유물이라고 착각할 법도 하지만.’

곧 기분이 좋아진 주헌은 안도의 눈물을 흘리는 유재하에게 말했다.

“어쨌든 이번엔 내가 사기 치는 걸 도와줬지만, 앞으로는 얄짤 없다.”

"네, 네!"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주헌은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이번에 처음 시켜보긴 했지만 가짜 칼자국도 그렇고, 의료진단서도 그렇고, 가짜 네로의 유물도 그렇고 생각 이상이었다.

‘고작 B급 유물로 그 정도 만들어낼 수 있으면 충분하다.’

그 말을 즉, 원래 쓰던 레오나르도 다빈치 유물을 쥐어주면 아주 날아다닐 거란 소리니까.

'이렇게 능력있는 놈들을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어쨌거나 이번 일에 책임감마저 느끼고 있던 유재하는 더 분발해야겠다며 의욕을 세웠다.

그리고 이때, 네로 유물이 잘하지 않았느냐며 팔팔 날 뛰었다.

[자! 이제 됐지? 시키는 대로 다 했으니 이제 짐이랑 대결하자!]

확실히 이놈과 계약을 하기 위해선 대결을 하긴 해야 했다.

다만.

‘여기서는 안된다.’

왜?

대결을 시작하면 이놈은 분명 자신의 권능을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바로 도무스 아우레아(황금궁전).

그걸 꺼낼 것이다.

쉽게 말해 놈은 불타오르는 궁전을 꺼낼 것이고, 주변은 막말로 초토화가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우리 집에서 대결을 할 수는 없고.’

될 수 있으면 일반인들에게는 피해를 안 줄 만한 곳 ……….

하지만 그러면서도 막대한 피해가 나와도 상관 없는 곳…….

고민하던 주헌은 잠시 인터넷으로 찾아낸 지도를 빤히 보았다.

그리고 이 때, 주헌은 딱 좋은 곳을 발견했는지 여우처럼 웃었다.

* * *

[현재 모나코에 일어난 화재는 겨우 잡히긴 했지만 범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이에 피해 구역은 모나코 궁전, 정원, 카지노 등에...]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고 있는 중입니다.]

모나코의 아리따운 공주, 소피는 뉴스를 보며 부들 부들 떨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의문의 방화사건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범인이 누구인지 똑똑히 알았다.

“그 망할 유물이!”

바로 도주한 네로유물이었다.

2억달러도 2억달러지만, 무려 여러개의 유물을 지출한 그녀였다. 그리고 그 유물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작은 나라, 모나코가 겨우겨우 기를 쓰며 긁어모았던 유물.

아깝지 않을 리가 없었다.

“당장 그 유물을 찾아요! 어떻게 낙찰 시킨 유물인데!”

“네, 네! 지금 찾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때였다.

“공주님, 유물의 방향을 알아냈습니다.”

나타난 것은 이설아였다.  진짜 유물을 되찾아주고, 공주와 협상을 하던 그녀는 유물이 며칠전에 도주하자 추적을 해왔었다.

그리고 이설아의 등장에 공주가 기쁜 얼굴로 일어섰다.

“드디어 찾았나요? 지금은 어디에 있죠?”

“하와이의 카우아이 해변가이긴 한데………”

그 말을 하는 이설아의 표정이 좀 이상했다.

물론 그건 당연했다.

“사실 아주 넓은 부지라고 해도, 유물이 향한 곳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왜 그런 곳에 갔나 싶을 정도로요. 단지 아주 큰 단독 건물이 있을 뿐이죠.”

“무슨 건물이죠?”

“TKBM의 권태준 회장의 별장입니다.”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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