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07화 (107/409)

00107 딱 걸렸어 요놈!  =========================================================================

< 딱 걸렸어 요놈! (4) >

주헌은 그를 보며 히죽거렸다.

‘나쁘게는 생각하지 마라.’

굳이 율리안을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놈이 먼저 자신들의 목을 쥐어 잡았는 걸.

그러니까 앞으로 뭔 일이 벌어져도 그건 이놈의 책임인 것이다.

‘확실히 이놈의 유물은 골치 아프긴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누구보다도 제갈공명의 유물을 파악해두고 있던 주헌이었다. 애초에 같은 도굴단 멤버라 잘 알기도 했지만.

‘그러니 방법은 있다.’

하지만 주헌은 잠시 고민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뭔가 적당한 상황이 없으면...’

그런데 그가 그렇게 고민할 때였다.

“!”

주헌은 문득 느껴지는 기척에 눈살을 찌푸렸다. 율리안과 둘 밖에 없어야 할 이 창고에 제 3자의 기척이 느껴진 탓이었다.

위치는 천장!

곧 주헌이 고개를 들자, 이들을 감시하던 유물이 사라졌다. 주헌의 살의를 느끼고 허겁지겁 도망친 것이었다.

주헌은 그걸 보면서 혀를 찼다.

‘칫, 엿 들었나.’

천장에서 숨어서 엿듣고 있던 것은 다름아닌 영혼형 유물.

분명 누군가가 유물을 부려서 엿들은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감시를 눈치챈 율리안은 그것보라는 듯 비웃었다.

“꼴 좋군. 이제 네놈이 내놓은 유물이 가짜라고 소문이 쫙 퍼지겠는데?”

상대가 워낙에 잘 숨은 탓에 주헌과 거의 동시에 알아챈 율리안이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주헌에게 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경매를 진행했던 경매사였다.

[저, 큰일입니다.]

“말하세요. 무슨 일입니까.”

[모나코의 공주께서 대금을 지불하고 물건을 가져가셨는데요. 이 거래를 방해하는 사람이 있어서……!]

“방해?”

[네, 물건이 가짜라는 둥 유언비어를 터트리는 여자분이 계십니다! 아무튼 빨리 출구쪽으로 와주십시오.]

곧 수화기 너머로 큰 소동이 일어난 건지, 통화가 불완전하게 끊겨버렸다. 그리고 목소리가 컸던 탓에 대화를 엿들었던 율리안이 그것보라며 표표히 웃었다.

“역시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기 마련이야. 지금이라도 그냥 자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게 어때?”

하지만 율리안을 빤히 보던 주헌은 어째서인지 큭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 그래. 자백하러 가지 뭐.”

누군가에게 한통의 문자를 보낸 것도 동시였다.

* * *

“뭐라고? 이게 가짜라고? 무슨 소리야!”

이번에 유물을 낙찰 받은 행운의 주인공 소피.

모나코의 공주인 그녀는 지금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그도 그럴 법한게 대금을 치르고 이 답답한 소극장을 빠져나가려고 했건만, 뜻 밖의 상황이 벌어진 탓이었다.

바로 경매장을 떠나려는 공주 일행을 단호하게 가로 막는 여자 때문이었다.

“무슨 소리긴요. 말 그대로입니다. 공주님이 낙찰하신 물건은 한마디로 짜가라고요.”

유창한 불어로 공주를 막은 건 다름 아닌 이설아였다.

사실 그녀는 주헌을 의심하고 있었다. 주헌이 처음 이 경매를 연다고 했을 때부터.

왜?

‘그 악독한 놈이 순수한 마음으로 경매를 열었을 리 없다.’

으득.

하렘의 유물, 그리고 네로의 유물을 얻자고 자신들의 구역을 쑥대밭을 만들다 못해 아주 갈아마신 놈이었다.

‘그 놈이 유물에 대해 집착한다는 건 대충 파악했다.’

그런 주제에 힘겹게 얻은 유물을 그냥 되팔아?

‘그럴 리가 있나!’

그래서 감이 좋은 그녀는 이곳에 잠복했고, 혹시나 싶어 곳곳을 조사했다.

그 결과 듣게 된 주헌과 율리안의 대화.

그렇다.

주헌과 율리안이 감지한 영혼 유물의 주인은 다름아닌 이설아였던 것이었다. 그 결과 이설아는 똑똑히 들었다.

유물이 가짜라는 것을!

그리고 대기하고 있던 사실을 알자 마자 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그 유물은 가짜입니다. 서주헌이 사기를 친 거고요!”

그러자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말도 안 돼!”

“우리 감정사들은 그게 다 진짜라고 했는데!”

“JUS 뉴스입니다. 보아하니 중국 공안국 쪽의 사람이죠? 자세히 말해보세요!”

“가짜라니 그게 무슨 소리죠?”

출구에는 이설아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부사관인 그녀가 지휘하는 중국 발굴 병사들도 쫙 깔려 있었기 때문에 단순한 시선끌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물론 정작 사기의 피해자가 된 공주는 순식간에 동정의 눈빛을 받게 되었지만.

그 탓일까.

“가짜라니 안 닥쳐? 분명 우리 쪽 감정사가 진짜 유물이라고 판단하고 낙찰한 거다. 이 이상 날 바보로 만들면……!”

하지만 수치스러워하는 그녀에게 이설아는 손을 내밀었다.

“증거를 보여 드리죠. 그 유물을 그대로 들고 계셔보세요.”

그러자 공주가 유물을 내밀며 말했다.

“좋아. 만약 개소리하는 거면 네 목도 무사하지 못할……꺄악!”

이설아는 말이 끝나기도 채 전에 단검을 뽑아 사정없이 유물을 내리쳤다.

콰직!

눈깜짝할 사이에 단검을 뽑아 든 이설아는 사정없이 유물을 내리쳤다. 그건 정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황금 월계관이 사정없이 박살나자 사람들은 경악했다.

“꺄아아악!”

“지금 뭐한 거야! 2억짜리 유물을!”

하지만 이설아는 너무나 쉽게 깨진 유물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보십시오. S급 유물이라 한 유물이 이렇게 쉽게 깨졌습니다. 제가 쓴 단검은 판도라 기준으로 겨우 B급인데도요.”

“뭐, 뭐라고? B급?”

“말도 안돼!”

“왜 그래, 왜그러는데! B급이 왜!”

그리고 이설아가 그 의문에 답하기라도 하듯, 조소를 흘렸다.

“하급 유물이 상급 유물을 이렇게 허무하게 깨부술 순 없습니다. 이미 밝혀진 사실이죠. 그런데 깨졌네요?”

그쯤 되자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을 떡 벌렸다. 아무리 바보라도 이쯤되면 그 말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 공주가 낙찰한 물건은 최소 B급 이하라는 소리잖아!”

“말도 안 돼!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이라며! 우리가 왜 여기까지 왔는데!”

“대무덤에서 나왔으니까 최소 S급이라고 했는데!”

사람들은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어떻게 된거지?”

어떻게 되기는.

“여러분은 말 그대로 사기를 당하신거죠.”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경악하거나 분노했다.

“뭐가 어째? 그럼 지금 그놈한테 놀아나서 입장료까지 받고 이 난리를 떤거야?”

“아 미친!”

“어쩐지 2억달러에 순순히 낙찰을 받더라니!”

경매장 내부는 술렁거렸고, 공주는 경악했다.

“당장 서주헌을 찾아!”

“뉴스거리다!”

그리고 이설아는 사람들의 격렬한 반응에 표표히 웃음을 띠었다.

‘좋아, 이대로 서주헌은 감옥에 보낸다.’

무려 사기를 친 대상이 일국의 공주였다. 심지어 거부들을 상대로 가지고 놀았으니 조용하게는 못 넘어갈 터.

이걸 기회로 공주와 협상하려고 했던 이설아는 의기양양했다.

곧 술렁이던 사람들이 주헌을 잡으라며 난리가 나기 시작했다.

“서주헌을 찾아!”

“빨리!”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나 찾아요?”

“!”

뜻 밖의 목소리가 그들의 앞에 당당하게 나타났다. 이에 놀란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복도 쪽에서 뭘 그리 몰려 있느냐며 웃고 있는 주헌이 있었다.

그가 도망갈거라 생각했던 이설아는 당황했다.

“서주헌!”

당황하던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고 외쳤다.

“당신 진짜로 가짜를 판 겁니까?”

“말 좀 해봐요!”

그러자 주헌이 태연하게 말했다.

“맞아요. 여러분이 보셨던 물건은 가짜가 맞습니다.”

주헌의 뻔뻔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저놈이 지금 미쳤나.

이런 상황에서 뻔뻔하게 가짜라고 말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지?

실제로 이설아도 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어 당황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주헌은 혀를 찼다.

“하지만 우리도 좋아서 가짜를 내놓은게 아니라고요.”

사람들은 어처구니 없어했다.

“허. 변명을 해도 어디서 그딴 변명을…!”

그리고 이 때다 싶었던 건지, 원조 사기꾼 유재하가 외쳤다.

“변명 아니거든요! 이것 보세요!”

유재하는 갑자기 제 웃통을 까서 난데없이 배를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놀랐다.

유재하의 배에는 아물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큰 상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칼로 찔린 듯한 흔적이었고, 그걸 수술로 봉합한 자국이었다.

“무, 무슨 상처지?”

“저거랑 경매랑 무슨……”

그러자 유재하가 씩씩 거렸다.

“이리 되었으니 다 말씀드리죠. 우린 애초에 경매를 할 생각이 없었어요! 그 귀하게 얻은 걸 어떻게 남에게 팔고 싶겠어요.”

“그런데 왜……!”

“협박 전화를 받았다고요! 교토 무덤에서 얻은 걸 내놓으라고!”

“뭐라고? 혀, 협박 전화?”

사람들이 술렁거리자 유재하는 의사 소견서를 사람들에게 뿌리면서 외쳤다.

“보세요! 처음엔 그 협박도 흔한 장난전화라고 생각하고 무시했지만, 그랬다가 전 한 달 전에 칼빵 맞았습니다.”

“......!”

사람들은 의심할 여지도 없이 진짜인 진단서를 보며 당황스러워했다.

유재하가 말을 이었다.

“어쨌든 이대로 우리가 가지고 있으면 죽겠다 싶어서 경매를 연 겁니다!"

“그리고 이 경매장에서 그 범인을 잡아 보려고 했죠.”

“어? 어! 그래요! 그렇게까지 물건을 가지고 싶어 할 놈이라면 반드시 여기 나타날 테니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바로 공주를 보았다.

“그래서 일단 가짜로 범인을 낚아보려 했습니다. 그런 흉악범이라면 분명 물건을 낙찰한 사람을 몰래 노리지 않겠습니까?”

“!”

“그런 의미에서 그 범인은 물건을 낙찰해간 당신을 노릴 거라고 생각 했습니다.”

“그말이 사실이면 저를 이용하신 거네요.”

주헌은 정말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사과드리죠, 공주님의 경호원이면 위험이 닥쳐도 괜찮을 것 같아서요.”

사람들은 미심쩍어하면서도 경악했다.

“……진짜야?”

“……만약 그런거라면 이제야 납득이 가는 게 있네. 왜 고작 2억에, 별 메리트도 없어 보이는 유물들에 낙찰을 시켜준 건지.”

공주를 선택한 이유도 이해가 갔고, 주헌과 유재하의 표정도 그렇고, 결코 거짓을 말하는 걸로는 보이지 않았다.

곧 주헌이 말했다.

“죄송합니다. 어차피 범인이 잡히면 사정을 설명하고 진짜 물건을 전해줄려고 했습니다. 경매는 경매니까요.”

“………!”

주헌의 말에 공주는 마음이 좀 약해진 듯 했다.

“그리고 협박범은 결국 잡지 못했고 상황도 이리 되어버렸으니, 진짜 물건은 그냥 지금 전해드리겠습니다.”

“그래도 역시 수상한데...”

그리고 그럴 때 동아줄에게 뒤늦게 풀려난 율리안이 헉헉 거리며 주헌이 있는 곳으로 왔다. 주헌이 정말로 자백하는지 안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서주헌.”

주헌은 율리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미안, 밀러. 역시 네 말대로 자백해야 했어.”

사람좋은 율리안은 진심으로 반성하는 듯한 그의 태도에 누그러져 쓰게 웃었다.

“……진작 그럴 것이지.”

“죄송합니다. 공주님. 여기 진짜를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주헌이 품 속에서 월계관을 꺼내려고 하는 그 순간이었다.

“어?”

어째서인지 주헌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그는 드물게 당황하면서 제 몸을 샅샅히 훑었다. 사람들은 그런 주헌의 반응을 보며 당황하기 시작했다.

“왜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없어졌습니다! 진짜 물건이! 분명 여기 있었는데!”

“뭐라고요?”

그러더니 주헌은 다급하게 이설아에게 부탁했다.

“잠깐 출구 좀 막아주세요! 혹시 모르니 사람들 몸 수색도 부탁드리고요!”

이설아는 당황했다. 그건 진짜로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의 눈빛이었다.

물론 황당해 하는 건 율리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 놈이 갑자기 무슨소리지.’

방금전, 자신하고 있을 때 만해도 저놈이 유물을 가지고 있는 걸 확인했는데 말이다.

그랬기에 율리안은 의아해하며 제갈공명의 유물을 다시 발동했다. 체력소모가 심해서 늘상 발동 시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필요했다.

하지만.

‘어?’

그는 제 눈을 의심했다.

‘이, 이게 무슨!’

믿을 수가 없었다.

분명히 주헌이 가지고 있어야 했던 진짜 유물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오라를 발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니 도대체 이게 언제!

율리안은 난생 처음 겪는 상황에 드물게 어리둥절해 했다. 그러더니 그는 주헌을 쏘아보았다.

그런데 주헌은 자신을 보며 악마처럼 웃고 있었다.

‘어서와, 공범아. 아니 범인아.’

마치 그렇게 반기는 표정이었다.

그랬기에 율리안은 오싹해졌다.

'저 자식 설마.'

하지만 그것도 잠시, 율리안은 다급해졌다. 몸수색을 할 때 걸리면 무슨 말을 해도 의심을 받는게 당연하지 않은가.

그러니.

'오해를 받기 전에 빨리 알려야 한다.'

그러나 그 순간.

“잠시 몸 수색을 하겠습니다.”

타이밍 좋게 중국 발굴단 적화단이 율리안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순간 당황한 율리안이 입을 떡 벌렸다.

“아니……잠, 잠깐만!”

============================ 작품 후기 ============================

또르르륵 8_8

+ 용량이 너무 애매하게 떨어져서 ㅠㅠㅠ 조금 손보느라 업뎃이 좀 늦어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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