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6 딱 걸렸어 요놈! =========================================================================
< 딱 걸렸어 요놈! (3) >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그가 외쳤다!
“네? 가짜라니요? 뭔 개소리래요? 그거 진짠데?”
일단은 시치미를 떼본다.
찔리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스로 자백을 하는 멍청이는 없을 것이었다.
유재하가 주헌에게 자꾸 굴려져서 그렇지, 그래보여도 무려 거부들을 상대로 활약한(?) 사기꾼이었다. 정곡을 찔렸다고 해서 바로 티가 날 만큼 어리숙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그는 도리어 율리안을 쏘아보았다.
“지금 가격 떨어트리려고 수작부리는 겁니까?”
“뭐라고?”
율리안은 기가 막혀서 이 사기꾼을 노려보았다.
이게 어디서.
“내 눈은 못 속여. 저건 무덤에서 봤던 그게 아니잖아.”
하지만 유재하의 얼굴 두께도 만만치는 않았다.
“어이쿠, 그러세요? 눈깔이 아주 현미경급이시네. 아무튼 자꾸 헛소리 하시는데, 그거 무덤에서 가져온거 맞거든요?”
율리안은 정말 황당했다.
이놈이 보자보자 하니까 아주 지구가 네모라고 당당하게 우길 기세였다.
‘가짜를 가져와 놓고 이렇게나 당당하다니.’
사실 율리안도 입장료까지 지불해가며 낚인 1인 중 하나였다. 이 경매에 흥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7대 무덤의 유물에 관심을 안가질 사용자들이 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착하게 입장료를 지불하고 살펴보게 된 월계관 유물.
그건 괘씸하게도 가짜였다.
남들이야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제갈공명의 유물을 가진 그의 눈에는 똑똑히 오라의 흐름이 다른 것이 보였다.
그런 마당이니 이가 안 갈릴 수가.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분노한 율리안은 눈을 부릅떴다.
“말해두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너희가 내놓은 건 분명 가짜야. 좋은 말로 할 때 자백하시지?”
그 말에 유재하는 내심 자존심이 상했는지 이를 갈았다.
‘거참, 들킬 정도로 어설프게 만들지도 않았는데.’
“증거 있어요?”
“증거?”
“그래요. 자꾸 헛소리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하는 건 댁이라고. 알았습니까?”
이러니 저러니 해도 유재하는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유재하의 복제품은 완벽했고, 이곳에 온 그 누구도 가짜라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증거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하지만.
“알았다. 증거를 보여주지.”
“?!”
뜻 밖에도 율리안이 쿨하게 뒤돌아서자 유재하는 식겁했다.
“이, 이봐요?”
진짜 증거가 있는 건 아니겠지?
“이봐요! 야! 당신! 어디 가는 거야!”
“서주헌.”
“뭐?!”
“진짜는 어차피 서주헌이 몸에 숨기고 있지 않나. 이미 확인했다. 멱살이라도 잡고 털어내면 나오겠지.”
뭐라고! 저게 미쳤나!
유재하는 급하게 율리안을 쫓아갔다. 지금쯤 주헌은 홀 안에서 손님들의 응찰을 받고 있을 것이었다. 실제로 진짜유물은 그가 가지고 있었고 말이다.
‘미치겠네, 안에 기자들 쫙 깔렸을텐데.’
하물며 주헌이 진짜를 가지고 있는 건 또 어떻게 알았대!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었다.
지금 상황에서 율리안이 난입해 소동을 벌이면 어찌 되겠는가!
경매는 당연히 취소.
전세계적으로 사기를 쳤다며 언론과 라이벌들은 주헌을 괴롭힐 것이고… 그리되면 주헌은 굉장히 귀찮아 할 것이고………그렇게 되면………
‘……아이씨, 난 단장님한테 진짜 뒤진다!’
유재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대로라면 저깟 놈 하나 막지 못했다고 주헌에게 사형 당할지도 몰랐다.
‘죽을 힘을 다해 막아야 해!’
“이봐요! 거기 안서?! 야!”
하지만 뒤에서 소리치거나 말거나, 율리안은 쌩 홀 입구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유재하가 외쳤다.
“wait! wait! 알았어요! 다 말할게! 다 말 해줄테니까!”
그러자 홀 안에 난입하려는 율리안이 우뚝 멈춰섰다.
“말한다고? 뭘?”
“그러니까 우리도 어쩔 수 없이 가짜를 전시한 것 뿐이에요. 낙찰되면 진품을 줄 생각이었어요!”
유재하는 얼굴 근육을 씰룩이며 억지로 웃었다.
‘빌어먹을. 일단 속이자.’
나중 일은 알게 뭐람. 일터지면 멤버들 전체가 잠적하면 그만인데.
그리고 전직 사기꾼 답게 기가 막힌 변명을 떠올린 유재하가 성격 좋게 웃었다. 순하고 신뢰를 줄 수 있게 생겨먹은 면상인지라, 내용물은 어찌되었든 남을 속일 것처럼 보이진 않았다.
“자자, 이번 일과 관련해서 기밀 유물정보를 말해줄테니까 우리 저기서 대화 좀 나눠요. 예? 구면이니까 특별히 말씀드리죠.”
하지만 율리안이 같잖다는 듯 뒤돌아섰다.
“열심히 벽보고 대화하도록. 자백은 내가 시켜주지.”
“아악!”
뭐 저딴 단호박 놈이 다 있어!
듣는 척도 안하다니!
'아이씨, 기밀 유물정보라고 하면 보통 들어 보려고는 하지 않냐!'
그러나 율리안은 뒤도 보지 않고 홀 안으로 들어갔다.
소극장 안에는 고작 50명 밖에 없었지만, 5만명 객석의 콘서트장 못지 않은 열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5천만 달러!”
“6천만!”
“7천만!”
“1억!”
“1억 달러에 내가 가진 유물들도 얹혀서 주겠네!”
“그럼 나도!”
“미친, 내거야! 저리 안가?”
아주 아이돌 콘서트장 못지않은 열기였다! 아무래도 주헌이 환상적인 조교 플레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이 때.
“기다려!”
유물의 정체를 눈치챈 율리안은 괘씸하다는 듯, 거부들이 모인 회장에서 소리쳤다.
“잠깐 경매는 중지해라!”
마치 확성기를 쓴 것 마냥 큰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에 사람들이 까무러쳤다.
“아씨 까, 깜짝이야!”
“마이크도 안 썼는데 무슨 소리가…!”
물론 생 목소리는 절대 아니고, 소리를 확장해주는 유물을 사용한 것이었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목을 짚고 있는 율리안이 단호하게 외쳤다.
“경매는 중지해라!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말해줄 것이 있다!”
율리안을 알아보는 사람도 분명 있었다.
“어? 저놈도 왔었어?”
“TKBM의 스카웃을 걷어찬 놈? 그런데 갑자기 무슨…”
하지만 정작 무대 위에서 그를 본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그럴 법한게 그를 따라오는 유재하의 표정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었다.
‘저 자식.’
물론 귀신같은 눈치를 가진 주헌은 무슨 상황이 벌어졌는지 단숨에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찰나, 율리안은 재빨리 홀 중심에 있던 유리관을 가리켰다. 미술관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네모난 유리관이었다.
“잘 들어라! 저기 전시되어 있는 저 유물은…!”
그러나 율리안이 진실을 밝히려는 그 순간!
“우으읍!”
재빨리 몸을 날린 동아줄이 율리안을 덮치고 말았다.
[#$*#$&*#!]
왜 주인님을 방해해! 방해해!
율리안은 화난 동아줄에게 입부터 발까지 꽁꽁 묶이고 말았다. 사람들은 당황했지만, 동아줄을 재빨리 날려 보냈던 주헌은 태연하게 마이크를 고쳐 잡았다.
“하하. 아무리 낙찰을 받고 싶어도 방해를 하면 쓰시나. 경매는 정정당당히 하라고.”
“으으읍!”
그리고 사람들이 술렁거리자 주헌이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별 거 아닙니다. 사실 율리안 밀러씨는 끈질기게 제게 전화를 하셔서 계속 이 유물이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셨죠. 돈은 없지만 그래도 절대로 남에게 팔지 말라고요.”
뭐라고? 내가 언제!
율리안이 뭐라고 하려고 했지만 동아줄은 어딜 가냐는 듯 율리안을 콱콱 졸라댔다.
[#*$#*$&*!]
가만히 안 있어? 안 있어?
“마음은 이해가 갑니다만, 여기 계신 귀빈들은 모두 정정당당하게 경매를 진행하시려는 분들이라서요. 떼를 쓰는 것도, 비겁한 수도 안됩니다.”
그러자 경매장에 있던 사람들이 하하 웃었다. 그가 제갈공명 유물의 소유자라는 걸 아는 사람은 아직 꽤 적은 편이었다.
동시에 주헌은 유재하를 쏘아보며 눈치를 주었다.
‘끌고 나가.’
그리고.
‘넌 오늘 죽을 줄 알아라.’
유재하에게 살인 예고를 했다. 웃고 있지만 눈빛은 영락없이 살생부를 작성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미래를 예견한 유재하는 속으로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아이고, 아이고 망할 놈의 율리안.
억울했다. 사기도 일단 상대가 말을 들어처먹어야 치든가 말든가 하지.
어쨌거나 유재하가 율리안을 데리고 나가려고 하자, 동아줄이 신이 나서 율리안을 질질 끌고 나갔다.
건장한 성인 남자 하나를 끌고 가는 건 동아줄에게 일도 아니었다.
* * *
“축하드립니다!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이 무려 2억 달러에 낙찰 되었습니다!”
경매사의 나무 방망이 소리와 함께 작은 경매장 안에는 희비가 갈렸다.
그리고 가까스로 시저의 유물을 낙찰한 주인공은 빙긋 웃었다.
‘이걸로 7대무덤의 유물 중 하나는 손에 들어왔다.’
치열한 접전 끝에 결국 물건을 가져가게 된 것은 어여쁜 유럽 왕실의 공주, 소피였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달라 붙던 나라들과 오스틴은 진심으로 탄식했다.
“젠장, 예상치 못한 사람이…!”
“그것도 고작 2억에…!”
물론 경제상황이 안 좋은 그리스는 중간에 떨어졌다고 하더라도, 이탈리아나 미국, 그리고 오스틴 같은 거부들이 돈으로 밀릴 것은 없었다. 아무리 상대가 왕족이라고 할지라도 낙찰가는 그래봐야 2억달러.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지만, 그래도 경쟁상대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았던 금액이었던 만큼.
다만.
“빌어먹을, 서주헌. 설마하니 돈보다 유물을 더 좋아할 줄이야……!”
그랬다.
현금으로는 2억달러였지만, 부가적인 것이 더 있었다.
“그러면 2억달러와 함께 SS급 유물 1개, S급 유물 2개, A급 유물 3개, B급 유물 10개의 지불이 이루어지겠습니다. 축하드리고 감사합니다!”
경매사의 외침에 그들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사실 소피는 경쟁자들이 치열하다고 느꼈던 것인지, 가격이 9억달러까지 간 상황에서 유물이라는 수를 던지고 말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주헌은 9억달러를 발로 뻥 차고, 소피가 말한 유물을 더 마음에 들어하며 낙찰을 결정한 것이었다.
그래서 왜 그랬느냐고 기자들이 묻자 주헌은 쿨하게 한마디 했다.
“그깟 9억달러. 내 힘으로도 충분히 벌 수 있는데?”
하지만 유물은 아니잖아.
그 말에 오스틴은 땅을 치고 이를 갈았다. 그도 그럴 법한게 재력도 유물도 풍부한 그는 자신도 소피를 따라서 다양한 유물을 걸었다.
하지만 주헌은 오스틴의 유물에는 관심도 주지 않았다. 아니 철저하게 무시 당했다.
그러니 이런 오해가 나올 수 밖에.
“젠장, 그냥 저 공주가 예뻐서 낙찰해준 거 아니야?!”
“내 말이! 솔직히 공주가 제시한 것중에 특별한 유물도 없었잖아!”
이 자리에 모인 전세계의 유물사용자들은 모두 술렁거렸다.
반면 공주는 주헌을 떠올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낙승이네. 역시 남자들은 예쁜 여자에게 약한 법이지.’
어쩄거나 다른 나라에서도 탐내던 이 7대 무덤의 유물을 얻었다. 나라의 국력은 물론 스스로 입지를 다질 수 있게 되는 것도 시간 문제였다.
‘이걸로 나도 판도라가 경계하는 유물사용자가 될 수 있을 거야.’
뭐, 그게 진짜 유물이라면 말이다.
* * *
“아주 걸작이다 걸작.”
장소는 인적이 없는 이 소극장의 소품 창고.
눈 앞의 율리안은 동아줄의 취향대로 천장에 묶여 있었다. 결국 주헌이 입은 풀어주라고 손짓하자 동아줄은 재빨리 주헌에게 달려와 몸을 비볐다.
칭찬해달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주헌은 가볍게 무시했고,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쓴 율리안이 숨통이 트이자 씩씩 거리면서도 헛웃음을 흘렸다.
“여기서 나가면 공주한테 판 게 가짜라는 걸 밝히겠어. 어떻게 가짜를 파는 짓을…!”
“그만 그만. 네가 가짜라는 걸 세상에 밝히면 아무리 나라도 곤란하거든.”
“뭐야?”
“아무리 그래도 일국의 공주가 유물을 낙찰해갔는데, 소문나면 귀찮아지잖아.”
어디 귀찮아진다 수준이겠냐?
아주 사형 당하겠다.
곧 율리안은 가소롭다는 듯 주헌에게 말했다.
“그게 무서우면 애초에 이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지. 어쨌든 들을 가치도 없다. 난 여기서 나갈거고, 너희의 뻔뻔한 면을 세상에 밝힐테니.”
확실히 단순한 허세는 아닐 것이었다.
지금이야 유물도 빼앗고 동아줄로 꽁꽁 묶어두긴 했지만 계속 내버려두면 언젠가 자력으로 탈출하고도 남을 놈이었다. 제갈공명의 유물이면 동아줄의 약점 부위 정도야 금방 알아챌테니까.
애초에.
‘내 기억이 맞다면 슬슬 두 번째 7대 무덤이 모습을 드러낼거다.’
그 전에 네로의 유물과 계약하고, 두번 째도 노려야 했다. 그런데 이놈 때문에 귀찮게 쫓기는 것도 싫고.
제일 좋은 것은 이 놈의 입을 막는 일.
하지만 율리안은 순순히 죽어줄 놈도 아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을 실행할 예정이었다.
뭘?
'공범 만들기.'
주헌은 웃었다.
============================ 작품 후기 ============================
^.^ 공범 콜?
추코 감사드립니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