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05화 (105/409)

00105 딱 걸렸어 요놈!  =========================================================================

< 딱 걸렸어 요놈! (2) >

몇 명이나 물긴.

아주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가 개미 떼들처럼 몰려 들었다. 그리고 유재하는 자신들이 올린 글을 보며 웃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하하, 와 대박! 유튜브 억대 뷰 안 부럽네! 단장님, 조회수랑 댓글 폭발하는 것 봐요! ”

어디 조회수랑 댓글만 폭발했나?

“사이트도 폭발했는데?”

그 말에 유재하는 배꼽을 잡았다.

[[팜] 교토무덤 유물 급처분]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로 추정. 희망 거래가는 천만 달러 이상]

사실 그들이 올린 글은 고작해야 게임에서 아이템을 파는 글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글은 전세계의 뉴스에 올라올 정도로 화제가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미친, 교토무덤이라고?”

‘설마 그 7대 무덤 공략자가 올린 글인가?'

‘아무도 못 뚫은 입구로 들어가서 유물을 빼돌렸단 말은 들었는데……!'

‘거짓말이겠지!'

‘이 글을 올린 곳이 어딘지, 사실 여부부터 당장 파악해!'

그런 식으로 판도라에서부터 이번 7대 무덤을 노리고 있던 각 나라들과 게릴라 발굴단들, 심지어 소문을 듣고 온 일반인들까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장난스러운 글 하나에 전세계가 휘둘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글이 올라온 곳이 판도라가 운영하는 공인사이트가 아니었으면 누구도 신뢰하지 못했으리라.

“얘네들 다 낚이네, 다 낚이고 있어.”

상황이 이러니 웃기지 않을 수가 있는가.

하지만 사실 이런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판도라의 감지, 예언가의 예언, 그리고 교토를 뒤덮어버렸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고분화의 범위.

모든 것이 그 무덤은 특별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건 일반인들에게도 꽤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각국에서 보낸 수백명의 발굴단들도 좌절한 무덤을 달랑 단 둘이서 클리어 했으며, 세계에서 그 정도로 탐내는 유물을 판다는 글?

그 글이 진실이든 낚시든,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전세계가 난리가 나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어디서 경매를 할거냐.’

‘진품이냐.’

‘전화 좀 받아라.’

‘좋은 조건에 가져가고 싶습니다.’

‘제발 한번 만이라도 뵙고 싶습니다.’

‘돈은 얼마든지 드리겠습니다.’

결국 행복에 겨울 정도로 엄청난 러브콜에 주헌은 귀찮았는지, 댓글에 영어로 딱 한마디 남겼다.

[물건은 이번 달 미국에서 경매로 내놓음.]

[더 이상 귀찮게 하면 거래자체를 없던 일로 하겠음.]

참으로 불친절하기 짝이 없었다.

심지어 장소도 구체적이지 않아, 세계의 온갖 경매장들이 문의 전화로 고통을 받고 있을 그 무렵.

“미치겠군요.”

중국과 러시아가 주헌 때문에 이를 갈고 있었다.

미국이 중심인 판도라와 유일하게 척을 지고 있는 이 대국들은 이 상황이 너무나도 답답했다.

주헌이 묵고 있는 장소도 알아냈겠다, 그와 은밀하게 컨텍을 하려고 했건만 하필이면 경매라는 수를 둬버리다니.

“보나마나 하이에나들이 달려들겠어.”

“그러니까 시몬의 계획이 실패만 하지 않았어도 그 무덤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거 아닙니까! 하렘의 유물이 무사했으면 클리어 할 수 있었을텐데.”

“됐고, 이게 다 누구 탓이겠습니까.”

결국 그들이 누군가를 쏘아보자 누군가가 움찔 몸을 떨었다.

바로 이설아였다.

주헌이 어째서인지 자신을 풀어주긴 했지만, 그래봐야 그녀는 중국과 러시아의 간부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만 했다.

아니 늘 보는 간부들은 그렇다 쳤다 이거였다.

‘그런데 왜 러시아 대통령까지.’

군대로 치면 기껏해야 부사관에 불과한 이설아는 눈 앞의 맹수 탓에 바짝 긴장했다.

현 러시아 대통령이자, 과거 KGB 요원 출신인 후틴.

그는 이번 일에 큰 관심을 가진 모양이었다. 아니 서주헌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른다.

아니나 다를까, 그가 이런 말을 했다.

“그 서주헌이란 한국인이 꺼낸 물건이 율리우스 시저의 물건이라고요?”

“본인들 주장으로는 그렇습니다.”

“그 말이 진짜라면 놈을 영입해오면 좋을텐데.”

그는 입맛을 다셨다.

남들은 다 빌빌 기는 무덤을 공략한 주헌이 얼마나 탐스러운 인재로 보였겠는가.

'그 눈엣가시 같은 판도라.'

말이 유물을 위한 연합국이지, 실제로는 미국과 친한 딸랑이들의 집합소라고 생각하는 그들이었다.

핵무기 대신에 유물을 선점해 막대한 이득을 취하고, 국제사회의 실권을 장악하려는 속셈을 누가 모를 것 같은가.

‘이건 국가간의 보이지 않는 전쟁.’

그래서 러시아는 중국과 손을 잡고 수백만명의 요원들을 꾸려 무덤 발굴, 첩보활동, 보안활동 및 감시, 통제에 들어갔다.

무덤판 KGB의 부활인 것이었다.

이설아도 그 요원 중 하나였고, 하렘의 유물로 7대 무덤을 공략할 예정이었던 시몬의 감시도 그녀의 일이었다.

하지만.

“물건은 빼앗겼지, 심지어 그 물건이 경매로 나와 하이에나들이 꼬여버렸지.”

고개를 들지 못하는 이설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젠장, 이게 다 망할 놈의 서주헌  때문이다.’

그 빌어먹을 놈만 나타나지 않았어도!

“이번 일은 죄송합...”

“변명은 필요 없으니 책임지고 빼앗아와!”

“하지만 그건 이미 경매에……!”

그런데 이 때였다.

“하라면 하라는 거지. 한 번 말해선 말 귀를 못 알아 듣나?”

고압적인 여자의 비웃음 소리. 마치 여왕 같이 똑 부러진 어조였다.

그 낯익은 목소리에 이설아가 시선을 돌리자, 간부들 사이에서 유유히 독서중인 젊은 여교수가 있었다.

“진 교수님!”

그녀는 바로 주헌이 보기도 꺼려하는 과거 사황 중 마지막 <탐식왕>.

과거 사황 중 최강이자 여러 의미로 최악을 자랑했으며, 동시에 탐식의 유물을 가진 유물 사용자.

조디 무어.

본명은 진채원이었다.

그녀는 강하지만 우아한 눈매를 접으며 중국정부에게 말했다.

“난 바쁜 사람이야. 부디 내 차례까지는 안 돌아오게 해줘.”

“칫, 교수의 말대로다.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해.”

“네 사고뭉치 오빠랑 어린 동생들이 누구 손에 있는 줄 알아야지.”

“얼마전에 너희의 빚이 또 10억 늘어난 거 알지?”

“큭.”

“반드시 낙찰해와라.”

이설아는 으득 이를 갈면서 그들을 쏘아보았다.

"알겠습니다."

결국 이를 가는 이설아가 밖에 나가고, 진채원은 매끄럽게 웃었다.

현재 고작 유물 하나로 세계를 쥐어라 펴라하고 있는 서주헌, 서주헌이라.

사실 현재 눈에 띄는 유물 사용자는 재벌, 국가, 헐리우드 탑배우, 운동선수, 왕족 등등 자본도 많고 지배력도 만만치 않은 놈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그들에 비해 주헌은 변변찮은 것도 없고, 눈에 띄는 것도 없었다.

그래서 떨거지일 줄 알았는데.

‘완전 다크호스감이었네.’

그 탓일까.

“확실하게 조사해봐.”

세계, 그리고 과거 독식자이자 미래의 왕급들이 주헌을 주목하거나  탐내기 시작했다.

* * *

LA에 있는 작은 소극장.

기껏해야 50명 남짓 들어갈 만한 작은 극장에서 가장 화려한 경매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이 경매에 참가한 거부들은 파르르 몸을 떨었다.

그것도 그럴 법한게.

“뭐라고? 입장료가 유물이라고?!”

“네, 네. 오너께서 그렇게 말씀하셔서.”

“말도 안 돼!”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그렇다.

주헌은 하필이면 20평 남짓 되는 꼬딱지 만한 공간을 빌려 경매를 주최했다.

그리고 여기에 몰려든 사람들만 수천 여명.

시민단체부터 이익단체, 거부들, 기자, 심지어 각 나라의 고위 공무원들까지 그 규모가 엄청났다. 그런데 이 작은 극장이 그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가 있겠는가!

당연히 내부에 들어가기 위해 실랑이를 벌여야 했고, 이 경매를 주최한 주헌은 가증스럽게 이런 조건을 붙여놨다.

[입장료 : 동반자 여부 상관없이 무조건 1인당 유물 1개씩.]

“젠장! 이게 뭐야!”

이건 어딜 봐도 속내가 뻔하지 않은가!

'이 놈이 사람들이 몰릴 걸 예상 못하지도 않았을테고!'

결국 참다 못한 오스틴 록펠러가 벽에 붙은 입장료 안내 문구를 주먹으로 쳤다.

“이게 어디서 유물을 날로 먹으려고 하고 있어!”

하지만 그런 그에게 천연덕스럽게 말을 걸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왜? 불만 있어?”

“넌!”

오스틴을 반긴 것은 주헌이었다. 하지만 오스틴은 그를 보고 까무러칠 수 밖에 없었다.

그건 당연했다.

‘츄, 츄리닝 차림?’

아니 저놈은 여기에 오는 사람들이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심지어 태연하게 지각?’

아니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유물이 입장료라는 건 도대체 뭐냐고!”

“뭐긴? 자리는 없고, 선착순으로 하기에도 늦었어. 입장료를 높게 부르자니 자본 딸리는 사람들한테는 시작부터 너무 불리하잖아?"

“그러니까 유물을 입장료로 받으면 대충 인원을 추릴 수 있을 거란 말이죠. 굴러다니는 쓰레기 유물이라도 상관없으니까 그거라도 가져 오시죠?”

유재하까지 거들며 나타나자 오스틴은 얼굴 근육을 씰룩 거렸다.

‘이놈들이. 차라리 돈으로 내라고 하란 말이야.’

아니 말이 최하급 유물을 가져오라지.

이런 곳에 쓸모도 없는 하급 유물을 가지고 올 리도 없을 뿐 더러, 가지러 간다고 해도 언제 가져온단 말인가!

심지어 최대 인원이 50명이니 이건 실질적으로 선착순이었다!

곧 열 받았던 오스틴이 외쳤다.

“그냥 이딴 짓 할 필요 없이 넓은 장소로 이동하면 되잖아!”

“그거야 주최측 마음이지. 싫으면 그냥 참가 안하면 돼. 나도 그냥 안 팔면 그만이고.”

그렇게 주헌이 쿨하게 돌아서자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번 7대 무덤을 공략하고 유물을 얻은 게 그라는 걸 다 아는 마당에 여기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우리들이 얼마나 유물의 정체를 궁금해 하는지 알면서.’

결국 주헌을 처음부터 아니꼽게 보던 사람들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허, 그래 오냐. 그럼 강제로 가져가도 뭐라고 하지 마라!”

“애초에 니놈이 뭐라고 그 대무덤에서 유물을 가져와? 보나마나 다른 놈들이 다 발굴한 걸 슬쩍 해온 거면서!”

“그래! 고작 둘이서 유물을 가지고 나온게 말이 돼? 실력도 없으면서……!”

곧 몇몇 성격 급한 유물 사용자들이 힘으로라도 가져가겠다며 유물을 발동 시켰다.

하지만.

“크악!”

주헌을 향해 딱 걸렸다는 듯 날아가던 화염 일격이 도리어 상대에게 되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함무라비 법전을 발동 시킨 주헌은 몸이 근질 근질 하다는 듯 웃었다.

“여기서 유물을 사용하면 바로 공격의 신호로 알겠어.”

“……….”

사람들은 침묵했다. 주헌이 유물의 정체를 숨기고 있어 무슨 유물을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카운터 계열.

‘섣불리 공격했다간 당한다.’

곧 주헌이 귀찮은 듯 머리를 벅벅 긁으며 쉬쉬 손을 저었다.

“사기 싫으면 돌아가, 돌아가. 안 말려. 난 안 팔면 그만이구만 무슨.”

“그래요, 물건이 의심스러우면 감정사들 데리고 얼마든지 확인도 해보시고요!”

“……….”

아무래도 놈들의 반응을 보니 가짜를 경매장에 내놓지는 않았으리라.

이놈들이 생각이 있는 놈들이라면 이곳에 모인 거부들이며, 정계인물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을 테니까.

그 생각에 미친 탓이었을까.

“알겠어요! 지금 가지고 있는 유물을 입장료로 내겠어요! 들여보내주세요!”

“나도!”

“젠장, 나도!”

급해진 사람들은 앞 뒤를 다투어서 쓸모 없다고 생각하는 유물을 입장료로 내밀었다. 그깟 C,D 급 유물 보다 7대 무덤에서 나왔다고 하는 유물 쪽이 훨씬 중요했던 탓이리라.

물론 선착순 50명이나 마찬가지니, 그 중에는 B급이나 A급을 그냥 입장료로 내미는 놈들도 있었다.

“빨리 아무거나 가져와!”

“여기!”

정신이 나갔다기 보다는 투자정신 이었다. 이곳에 온 사람들이 대부분 재력이 넘치는 부자들이기에 가능한 투자정신이었고 말이다.

덕분에 유물들을 수거하는 유재하는 월척들이라며 낄낄 속으로 웃었다.

‘역시 단장님. 악랄해.’

사실 전반적인 사기 계획이야 자신이 세웠지만 한 술 더 뜬 것은 주헌이었기 때문이었다.

‘틀림없이 이 상황을 노리고 이런 곳을 대관하신 거야.’

아무래도 이런 건 착실하게 배워둬야 할 것 같았다.

곧 사람들이 우르르 앞 뒤를 다투어 소극장 안에 들어갔고, 주헌 역시 따라서 안에 들어갔다.

잠시 후, 안에서는 고용한 경매사의 목소리와 함께 경매가 시작되었다.

‘슬슬 나도 들어가봐야 겠네.’

곧 유물을 챙기던 유재하도 따라서 경매장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 찰나!

“이봐.”

누군가가 유물을 받는 유재하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고개를 돌린 유재하는 깜짝 놀랐다.

‘유, 율리안 밀러?’

이 자식도 여기에 왔었나?

유재하는 주헌으로부터 율리안의 능력에 대해 들었다. 제갈공명이라는 통찰의 유물을 가진 치트 사용자라고.

그래서 묘하게 제 발을 저린 유재하가 애써 태연하게 웃으며 율리안을 보았다.

“오, 밀러씨까지 왔을 줄은 몰랐네요. 그런데 무슨 일로?”

율리안은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주변을 살피더니 유재하만 데리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갔다.

그러더니 그가 큰 결심을 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가짜를 팔려고 하다니, 너희들 무슨 속셈이지?”

그 말에 유재하는 움찔했다.

그리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던 그가 외쳤다!

============================ 작품 후기 ============================

!!!

+ 도굴왕을 아껴주신 성원 덕분에 이제 도굴왕도 계약을 하게 되어 이번달은 교정 작업도 함께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ㅠ.ㅠ

그래서 딱 10월 한달만 주3회 월, 수, 금 연재가 될 것 같아 미리 말씀을 드립니다.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기다려주셔서 감사드리고, 더 좋은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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