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04 딱 걸렸어 요놈! =========================================================================
< 딱 걸렸어 요놈! (1) >
주헌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유재하의 복원방에서 수상한 유물들의 목소리가 들린 것이었다!
그것도 한 놈이 아니었다.
꽤 여러명의 목소리가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대부분은 동아줄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쫑알 쫑알 목소리였지만, 아누비스 처럼 생생하게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게 바로 누워서 돈을 버는 길이라고!]
심지어 그 낯익은 목소리에 주헌의 얼굴이 사나워졌다.
아니 이 놈이.
주헌이 복원방 쪽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주헌이 복원방에 가까워지고 있음에도 안에서는 계속 신이나서 쫑알 쫑알 거리고 있었다.
그 소리가 굉장히 컸다.
평소엔 떠들긴 떠들어도 데시벨이 낮은 편이었지만, 아무래도 안에서는 어떤 연유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 있는 게 틀림없었다.
[#*&$*#&*!]
와, 라파엘로랑 로빈후드 놈도 후원금을 보내왔어!
[#*$#(#(!]
공자는 또 쐈어!
[#(*#(#*(!]
우린 부자야! 지금 1위라고!
[봐, 내 말대로 하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했잖아!]
그리고 순간!
쾅!
“이것들이 지금 뭐하냐?”
주헌이 살벌한 블리자드를 몰고 방안에 들이닥쳤다. 그러자 환희로 가득차있던 방 내부는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그도 그럴 법한 것이 방안에 들이 닥친 주헌의 지배력이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흉흉한 지배력은 방안에 있는 모든 유물을 박살 낼 만큼 사납고 거칠었다.
아니나 다를까.
[?!]
[#*$*&*?!]
침대에 옹기종기 모여 있던 유물들은 너무 놀라 도망갔다.
물론 대부분이 잉크, 만년필, 칼 등 도구형이니 움직일 수가 없어 버둥 거리다가 침대에서 떨어지거나, 그나마 변신이 가능해 움직임이 자유로운 놈들은 휴지통이나 옷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광경에 치킨다리를 물어뜯으면서 휴식을 즐기고 있던 유재하가 놀라 단숨에 뛰어왔다.
“다, 단장님? 뭔 일 있으십니까?”
“뭔 일이긴. 니가 없을 때 마다 이것들이 모여서 개수작을 벌이고 있었던 모양이다.”
“네?!”
그러나 방안에 덩그라니 남은 것은 유재하의 평범한 유화도구 뿐. 심지어 이들과 모두 공범인 건지 유재하의 복원 유물까지 숨어버린지 오래였다.
그러나 주헌은 유물들을 향해 험악하게 읊조렸다.
“이것들이 잘도 내 소설로 헛짓거리를 하고 있었겠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곳곳에서 쫑알 쫑알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
뭐야, 어떻게 안거야.
[#*$**]
몰라 발뺌해. 그래봐야 인간이 뭘 알겠어.
[#*&$#**]
인간이면 우리 말도 못 알아 들을 텐데 뭐.
그러자 목에 핏대가 어린 주헌의 지배력이 폭발했다.
“좋은 말로 할 때 집합 안 해?!”
[#*$*$*!]
엄마야, 이러다가 죽겠다!
결국 겁에 질린 유물들이 허둥지둥 방 한가운데로 몰려 들었다. 인간의 말에 따르는게 몹시도 수치스러운 일이었지만, 화난 주헌의 지배력은 상상을 초월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군대에서나 볼 수 있는 칼 같은 집합력에 유재하는 뜯던 치킨도 입에 넣을 생각을 못한 채 감탄했다.
자신은 맨날 유물들한테 얻어맞기만 했는데, 저놈들이 저럴 수도 있는 놈들이었구나.
하지만 주헌은 모여든 수십종의 유물들을 향해 험악하게 말했다.
“주동자 누구야. 어떤 놈이 먼저 시작했나.”
그러자 유물들은 약속이나 한 듯, 슬쩍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이 바라본 것은 뜻 밖에도 바로 금도끼 은도끼였다.
주헌은 의아해했다.
'금도끼 은도끼? 저 쌍둥이 놈들이?'
그러나 깜짝 놀란 바람잡이 두 놈은 자기들은 잘못 없다며 한 곳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유물들 사이에서 도망가려던 놈이 발각됐다.
그건 예상대로....
[그, 그래. 나다! 왜! 뭐!]
불로초를 각성 시킬 때 쓰던 상급 유물, 서복의 유물이었다. 그리고 도리어 적반 하장으로 나오는 놈을 보며 주헌은 눈살을 찌푸렸다.
“이 지렁이놈이 어디서 당당하게 나와.”
[꾸엑, 꾸엑.]
지렁이는 주헌에게 사정없이 즈려 밟혔다.
“애초에 지렁이. 넌 왜 일본에 있나. 지금쯤 농부들이 기르는 불로초 옆에 있어야지.”
그렇다.
서복의 유물은 이미 불로초의 화분 안에 합사를 시켜주었다. 놈이 불로초 옆에 찰싹 붙어서 일을 해야 불로초가 계속해서 열매를 생산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쯤 농부들과 함께 뉴욕 펜트 하우스에 있어도 모자른 놈이 일본에서 도대체 무슨 짓을.
그러자 지렁이는 자기도 할 말이 많다는 듯, 주헌의 발 밑에서 빼액 빼액 울부짖었다.
[왜긴 왜야! 이 빌어먹을 인간놈아! 일만 시키고 돈은 안 주잖아! 내 파트너니까 그나마 도망 안치고 있는 거지, 이건 착취다 이놈아!]
“뭔 개소리야. 1호놈이 만든 귀한 진주를 주고 있잖아. 일주일에 한 번씩 대량으로 주기로 했을 텐데.”
[닥쳐! 이 사기꾼아!]
그러나 지렁이는 어째서인지 분노했다.
[그 진주 다 가짜잖아! 다 안다 이놈아!]
그 말에 주헌은 슬쩍 못 마땅한 듯이 유재하를 바라보았다.
들켰냐?
그런 불만 어린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 시선의 의미를 알아챈 유재하는 쓰게 웃었다.
“당연히 들키죠! 그 진주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데!”
그렇다.
미술계 유물에 높은 적합력을 가진 유재하는 거품을 만드는 비너스의 유물에서 '진주생성'이라는 숨겨진 능력을 꺼냈다.
다만 유재하의 기본 성향이 ‘사기’에 있기 때문인지 그렇게 만들어낸 것들은 전부 시간이 지나면 사라졌다.
쉽게 말해 사기물품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지렁이에게 진주를 대가로 준다고 했을 때도 그래봐야 얼마가지 않아 들킬 것을 예상했었고 말이다.
그러나 정작 주헌은 왜 벌써 들키냐는 듯, 낯짝 두껍게 혀를 찼다. 조금만 더 시간을 끌었으면 돈이 굳을 수 있었을 텐데.
지렁이는 씩씩 거렸다.
[돈을 안 주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돈을 벌려는 거잖아, 이놈아! 돈 줘!]
“닥쳐라. 됐고 이번에 부정이득을 취한 거 전부 토해내.”
[싫다 이놈아! 내돈이다!]
“오? 아주 단체로 뻥뻥 터져봐야 정신을 차리지?”
결국 연대책임을 지게하려 하자 다른 유물들이 기겁을 하면서 지렁이를 보았다. 지렁이는 무시하려고 했지만, 다른 유물들이 겁에 질려 지렁이를 나무랐다.
[#$*(#*(!]
어서 그냥 토해내! 토해내!
[#(*$(#*(!]
다 틀렸다고!
그러자 지렁이는 훌쩍이면서 빛을 내 뿜었다.
[이 치사하고 비열한 악마 같은 놈!]
동시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한 순간에 방에 한 가득 쏟아진 것은 엄청난 액수의 금은보화, 심지어 역사적 가치가 높아보이는 물건등, 정말 다양한 형태의 물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세계 각지의 유물들이 자기 주인의 재화를 탈탈 뺏어 보낸 것이리라.
돈들은 달러부터 엔화, 파운드, 다양한 나라의 현대 돈이 우수수 쏟아졌고, 물건들만 봐도 아주 박물관을 하나 차려도 될 정도로 엄청난 숫자였다.
척 보기에도 수천억의 가치 이상!
결국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 혀를 둘렀다.
아니 도대체 이것들은 다른 유물들한테 도대체 뭘 얼마나 뜯어낸거야?
“미, 미친! 방 하나가 꽉 찼어!”
유재하는 까무러쳤고, 주헌은 씨익 입꼬리를 올렸다.
'심지어 유물들한테 삥을 뜯었다길래 인간하고는 관련 없는 것만 나올 줄 알았는데.'
그런데 이건 또 무슨 횡재래?
그 뿐인가?
주헌이 처음보는 물건들도 많이 있었다. 이상한 가루, 액체, 광석, 심지어 유물들이 좋아할것 같은 먹이도 있었다. 모두 지구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것들이었다.
혹시 무덤을 이루는 재료 같은 건가?
‘설마 이놈들, 무덤도 가내수공업으로 만드나?’
아무래야 좋았다.
'어쨌든 저걸로 장사해도 재미좀 보겠군.'
물론 그 중에서 주헌이 처음보는 물건도 분명 있었다.
“음?”
툼글리프 문자처럼 생긴 작은 사리였다. 강한 오라를 풍기고 있어 꽤 귀중한 것처럼 보였다.
“이건 뭐지?”
그러자 이번엔 뜻 밖에도 모든 유물들이 움찔 거렸다. 마치 유물들의 중요한 비밀을 인간에게 들킬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섞인 기색이었다.
[#*&$#**!]
저 놈은 왜 하필 저걸...!
[#*$*&*!]
저건 발견하기도 힘들텐데 저놈이 어떻게...!
[거, 건들지 마라! 유물한테는 아주 중요한 거다!]
그리고 그 미묘한 분위기를 눈치채지 못할 리도 없는 주헌은 음흉하게 웃었다.
“오호? 그래? 이게 뭔데?”
* * *
그렇게 몇 분후.
눈 앞에는 이미 피투성이가 된 지렁이가 끙끙거리며 쓰러져 있었다. 주변의 유물들은 '자폭이야. 자폭' '지독한 인간놈.' 하고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었다.
그리고 정작 놈을 그렇게 만든 주헌은 태연하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이 사리 같은 오라덩어리가 유물의 핵 같은 거라고?”
[예, 예엡. 그렇고 말고요.]
“어쩐지 유물의 기운이 느껴진다 했더니."
그랬다.
사리의 정체는 ‘유물의 핵’.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유물의 영혼 같은 것이다. 생명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해야 하나.
지렁이는 끙끙 거리며 유물의 비밀의 일부를 다 털어 놓았다.
[완전히 파괴된 유물들의 몸에서는 그걸 꺼낼 수 있습니다.……그래봐야 그건 한 C급 수준의 혼이겠지만...]
주헌은 신기했다.
도구상태가 아닌 순수한 오라덩어리 상태라 그런가? 자신조차도 이것만 봐서는 C급이라는 걸 알 수는 없었는데.
'음, 어쨌든 유물들 안에는 핵이 있다는 거군.'
이건 꽤 귀중한 정보이리라. 핵만 빼돌려서 응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을테니.
그럴 때였다.
유재하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바라보니, 컴퓨터를 확인하는 유재하가 이렇게 말해왔다.
“단장님. 지금 러브콜 쏟아지고 있는데요? 판도라랑 각국에서 우리 회사 메일로 온갖 메일이 날아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헌은 비웃었다.
“알아. 나한테도 하루에 수십통 전화가 온다. 보나마나 7대 무덤의 유물을 탐내는 거겠지. 유물의 정체를 몰라서 정보를 캐내려는 속내가 뻔히 보이지만.”
“아……. 그러고 보니 집도 감시 당하는 기분이던데. 어쩌실 겁니까? 이대로면 네로하고 계약하기도 힘들 거 아닙니까?”
확실히 문호대결인지 뭔지를 해야 네로를 굴복을 시키고 계약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보는 눈이 많아서야 빼앗길 위험만 커진다.
‘도망치자니 만만한 놈들도 아니고.’
“흠, 그래도 귀찮으니까 하이에나들을 떼어 놓긴 해야 하는 데…….”
그 말에 유재하는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단장님, 사실 저한테 괜찮은 생각이 있는데요.”
“또 헛소리할거면 맞는다.”
“에이, 이번엔 진짜입니다! 돈도 엄청 벌고, 하이에나들도 처리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법이요!”
“오? 그럼 어디 말해 봐.”
그러자 유재하는 언젠가 본 적 있는 사기꾼의 미소를 지었다.
“가짜를 놈들한테 팔죠.”
주헌은 이것보라며 코웃음을 쳤다.
“흥미롭긴 한데, 네 복제능력은 고작해야 하루면 사라지잖아. 놈들한테 그게 통할 리가…”
“아뇨! 그거야 기능까지 복제해야 하루인거고요. 외견만 복제하는 건 충분히 오래 갑니다.”
“외견만 복제한다고? 그럼 내용물은?”
그 물음에 유재하는 씨익 웃으며 이번에 발견한 유물 사리를 흔들어보였다. 이번 일로 유물 사리의 기능을 알게된 유재하가 잔머리를 굴렸다.
“이 월계관 껍데기만 복제하고, 안에는 이 핵을 넣으면 사라지지 않는 가짜 7대무덤 유물 탄생이죠. 놈들은 목격자들 때문에 외견은 알지 몰라도, 내용물이 뭔진 모르잖아요?”
그리고 놈들이 가짜에 정신 팔려 있는 사이에 주헌은 진짜 네로유물과 계약을 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 후에 다음 7대 무덤도 잽싸게 노린다.
곧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부하의 제안에 주헌은 기특한 듯 낄낄 웃었다.
'역시 미래의 사기왕 같으니.'
“그래, 어디 한 번 해보자. 어차피 필요한 작업이다.”
“오예! 성공하면 인센티브 팍팍 주셔야 합니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헌은 이번에 판도라 파티 이후 새로 생긴 유물 포럼에 게시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간단했다!
[이번 교토무덤에서 얻은 물건을 팝니다.]
그러더니 이 사기꾼들은 뻔뻔하게 추신을 덧붙였다.
[아 참고로 율리우스 시저의 유물로 추정함. 경매가는 천만 달러부터 희망!]
자 이제 몇 명이나 미끼를 무나 볼까?
============================ 작품 후기 ============================
물어라, 월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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