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101화 (101/409)

00101 귀찮아! 다 귀찮아!  =========================================================================

< 귀찮아, 다 귀찮아! (2) >

“저도 잘 아는 로마의 황제라고요?”

“그래.”

주헌은 거침없이 무덤 깊숙이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쿵쿵!

내부는 위압적이고 웅장한 신전과 같았고, 굳이 비교를 하자면 이탈리아에 있는 판테온이란 신전과 비슷했다. 다만 빛이나 조명 같은 것은 하나도 없어 음침한 고성의 분위기가 났다.

그리고 주헌을 따라오는 유재하는 눈을 반짝거렸다.

“그럼 혹시 시저나 아우구스투스나 콘스탄티누스 같은 놈이 나오는 건가요? 아 율리우스 시저는 황제가 아니었구나. 어쨌든!”

하지만 주헌은 비웃었다.

“뭘 기대하는지 알겠는데, 애석하게도 그런 놈이 아니다. 기대하지마라.”

“엥? 그럼 누군데요? 저도 잘 아는 로마 황제라면서요.”

“도무스 아우레아(황금궁전). 여기까지 말하면 너도 알겠지.”

아니 전혀 모르겠는데.

“…………도무스 아우라……도무스 아우레아?”

곧 서양미술사를 되새기던 유재하가 뭔가 떠오른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 설마……!”

그리고 유재하가 말을 이으려는 바로 그 순간!

쿵!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신전 내부가 갑자기 불길에 휩쌓이기 시작했다. 자신들보다 훨씬 큰 화마였다. 화염은 매서운 속도로 번져나가며 길을 틀어 막았다.

그걸 본 유재하는 역시라는 듯 울상을 지었다.

“역시 이 무덤의 주인, 네로 황제입니까?! 자기 나라 불태우면서 노래 부른 놈?”

“잘 아네.”

“젠장, 네로면 그 폭군이잖아요. 무덤의 시련도 더럽게 잔인하겠네.”

“잔인하긴 잔인하지.”

과거에 이 무덤을 클리어했던 건 중국놈들이라 주헌도 자세한 정보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 죽어나간 사람만 천 단위를 넘어갔다고 들었다.

곧 살아 움직이는 듯한 화염에 주헌이 외쳤다.

“그림으로 저 불들 흡수해라! 나중에 무기가 될테니.”

고개를 끄덕인 유재하가 고흐의 그림으로 불길들을 흡수하고, 뚫린 길로 거침없이 달려 갈 때였다.

“저 놈이다!”

“!”

우르르 몰려오는 발자국 소리와 함께 주헌을 쫓아온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 무덤에 들어오기만을 벼르고 있던 다른 발굴단이었다.

다양한 군복들이 섞인 걸 보니 여러 발굴단이 섞인 듯 했는데, 그들은 모두 불을 사이에 두고 주헌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놈이 입구를 뚫은 놈인가?”

“잡아서 뚫은 방법부터 캐내!”

주헌은 감탄했다.

여기까지 오다니 역시 그저 그런 놈들이 모인 건 아닌 모양이었다.

‘하긴, 왕급 놈들이 있었으니.’

교토에 몰린 녀석들 중 몇몇은 주헌과 항상 무덤에서 마주치는 골치아픈 베테랑들도 있었다. 하지만.

“저 놈이 서주헌이다!”

그들 사이에서 명백히 처음 보는 발굴단이 있었다. 그 탓일까, 주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저놈들은 누구지?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이 외쳤다.

“저놈한테 만큼은 유물을 절대 뺏기지 말라는 오스틴 도련님의 말씀이 있으셨다!”

‘오스틴?’

주헌은 흥미로워했다.

어쩐지 현질을 한 것 마냥 발굴단원들의 장비나 도구, 소지한 유물들이 번쩍인다 싶더니.

주헌은 그들을 보며 잠시 고민에 빠졌다.

오스틴이라면 미래가 바뀌면서 나타난 신급 사용자.

정보가 전혀 없는 상대라 평소라면 면밀한 분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 귀찮아.”

저놈들도 때와 장소는 가려야지.

주헌은 가볍게 땅을 짚었다. 그러자 땅을 짚은 주헌의 손이 빛나는가 싶더니 땅이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쿠웅!

곧 지면이 갈라지면서 쫓아온 놈들이 서 있던 지면이 우르르 무너지고 말았다.

“잠, 이게 뭐야!”

그들은 점점 무너지는 지면 탓에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덕분에 놈들과 자신들 사이에 거리가 생겨났다. 위력은 약했지만 충분히 무덤을 사정없이 비틀고 엉망으로 만들어 놈들의 발을 묶을 정도는 되었다.

물론 그들은 얼굴을 붉혔다.

“저 놈이 조잡한 수를!”

곧 무덤을 파괴하는 스킬을 사용한 주헌은 웃었다.

“역시 유용하군, 무덤 발굴.”

“………어이쿠, 이걸 발굴이라고 하면 고고학자가 울어요.”

그럴 때 유재하의 말에 동의하기라도 하듯, 주헌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고고학자를 울리는 무덤파괴자>의 칭호를 얻어 <무덤발굴> 스킬이 <무덤파괴>로 진화했습니다.]

[스킬 사용시, 파괴력이 더욱 올라갑니다.]

[사용범위가 지면(흙,돌) 에서 무덤 전체로 확대됩니다.]

[이제 지면 뿐만 아니라 무덤 어느 곳이든 파괴가 가능합니다.]

[랭크가 높아질수록 파괴할 수 있는 범위와 대상이 확대됩니다.]

주헌은 그걸 보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얼씨구.”

안그래도 무덤발굴은 단순한 발굴용이라 위력이 약했다. 그래서 유물을 자폭 시키면서 위력을 키웠고 말이다.

그런데 무덤 파괴라고?

그럴 때였다.

“상관없어! 이정도 구멍은 그냥 뛰어 넘어!”

“예!”

곧 자신들 쪽으로 겁도 없이 넘어오려는 적들을 보면서 주헌은 여우처럼 입꼬리를 올렸다.

‘바보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이 쪽으로 겁도 없이 넘어오려는 적들에게 능력을 발동했다.

‘무덤파괴!’

쿠웅!

무덤이 드드득 흔들리더니, 찬사가 절로 나오는 로마의 건축물들이 쩌억 쩌억 갈라지기 시작했다.

콰왕!

“으아아악!”

꺼진 땅을 뛰어서 건너오려던 발굴단들은 천장에서 떨어지는 장식 돌더미에 봉변을 당하고 만 것이다. 주헌은 그걸 보며 휘파람을 불었다.

‘쓸만한데, 무덤 파괴.’

고작 F랭크로도 이정도인데, 레벨이 더 올라가면 파괴력이 얼마나 될까?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은 놈들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리고 그 시선을 기분 나빠하던 발굴단들이 눈을 부릅 떴다.

“젠장! 조잡한 수지만 그렇게 위험한 수준은 아니다! 가라!”

“어이쿠, 어서와.”

동시에 주헌은 이죽이면서 뻥뻥 스킬을 쓰기 시작했다.

쾅쾅쾅!

무덤은 사정없이 부서지기 시작했고, 메시지도 좌르륵 올라오기 시작했다.

[진화로 인해 F랭크로 초기화된 무덤파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의 숙련도가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이 E랭크로 올라갔습니다.]

[무덤파괴 스킬이 D랭크로 올라갔습니다!]

.

.

.

[무덤 파괴 스킬이 C랭크로 올라갔습니다!]

덕분에 발굴단들은 무너지고 갈라지고 터지는 무덤의 재난에서 죽을 고생을 해야만 했다.

“으아아악! 살려줘!”

“젠장, 도망쳐!”

쾅쾅!

결국 20평 정도 되는 넓이의 공간이 완전히 박살나자 주헌은 흡족해했다.

“효과 죽이네. 앞으로 쓸만하겠다.”

정작 유재하는 입을 떡 벌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런 유재하를 향해 주헌이 뭘 넋 놓고 있느냐며 말했다.

“로마 황제께서 기다리시고 계신다, 빨리와.”

“아이씨, 별로 안 기다리셔도 되는데……”

적들을 따돌린 그들이 급하게 안 쪽으로 들어가자 거대한 극장이 나왔다. 황금빛의 극장 내부는 굉장히 화려했고, 미술학도로서 감탄할 만한 조각상과 프레스코화가 즐비했지만 글쎄.

유재하는 순진하게 감탄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럴 법한게.

“아 뜨거!”

극장 안은 불바다였다. 한 발조차도 들이밀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오라의 기운으로 알 수 있건데, 이곳에 틀림없이 네로의 유물이 있었다.

그랬기에 유재하가 외쳤다.

“윽, 단장님, 설마 여기서 유물의 과제를 수행해야 하는 겁니까?”

“그러게. 내 알기론 화형에서 견디는 거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무덤에 음산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자, 이 곳에서 짐의 예술을 관람해라. 그리고 찬양하라! 경배해라! 비명을 질러라! 짐에게 어서 최고의 자극을 선사해라!]

정치에 대해선 직무태만, 쾌락을 추구하며 로마에 불을 질러 기독교인을 박해했다 전해지는 네로 황제.

그러나 예술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오죽하면 예술가로 태어나는 게 행복했을지도 모른다는 황제.

실제로 본인이 직접 무대에 나서서 공연을 하고, 문학작품을 썼을  정도라 했다.

‘그래 봐야 실력은 형편없었다고 하지만.’

그래서 자신에게 찬사를 보내는 사람에게 감격해서 황금을 뿌렸다나 뭐라나.

어쨌든 그 미련이 맺힌 건지, 정말 이 통구이판에서 놈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이 이 무덤의 클리어 조건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미쳤다고 화형식 치를 일 있냐.’

과거 여기에서 순진하게 미션을 클리어하다가 죽어나간 놈들이 몇 명인 줄 알고.

그랬기에 주헌이 승부수를 던졌다.

주헌이 재빨리 꺼내어 쓴 것은 해리포터처럼 동그란 안경 하나. 그건 예전에 권 회장에게서 빼앗은 S급 유물, 호메로스의 유물이었다.

‘네 놈이 호메로스 빠돌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네로는 로마의 황제였지만, 그리스 문화에 열렬히 환호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유명한 그리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트로이전쟁)를 만들어낸 호메로스. 알렉산더 대왕조차도 일리아드를 끼고 다녔다는 그 호메로스의 유물이라면 네로를 꾀낼 수 있을 터였다.

‘유물의 시련 따위 의미없다. 그래봐야 유물만 굴복 시키면 무덤은 클리어지.’

그리 생각한 그가 호메로스의 유물의 능력을 발동하는 그 순간이었다.

[인간. 그딴 조잡한 수는 안 통한다.]

“!”

눈 깜짝할 사이에 화염이 주헌의 유물을 빼앗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마치 주헌이 뭘 할 것인지 아는 것처럼, 불길 속의 폭군이 쾌활하게 웃었다.

[하하. 잔꾀 부리지마라. 짐이 호메로스를 사랑하지만, 그래 봐야 인간 놈의 유물이지!]

아니 너도 인간 놈의 유물이잖아, 이놈아.

그러나 놈은 신이 된 것처럼 태평하게 웃었다.

[하등한 인간이 그 유물을 쓴다고 해도 짐을 감동시킬 수는 없다!]

과연 괜히 7대 무덤의 유물이 아닌지, 놈은 호락호락하게 굴복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실제로 놈이 불러내기 시작한 겁화는 상상 이상이었다.

“젠장, 이게! 단장님!”

유재하가 급하게 고흐의 그림을 사용하려 했으나, 살아 있는 듯한 불길은 유재하의 그림 유물까지 빼앗아가버렸다.

그 뿐이 아니었다.

“큭!”

주헌 역시 불길에 잡혀버렸다. 몸에 붙기 시작하는 뜨거운 열기는 살을 찌르며 단백질과 수분으로 이루어진 피부를 태워갔다.

화염은 무척이나 뜨거웠다.

주헌도 인간인 이상 불길을 견디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주헌은 재빨리 손을 움직였다.

‘대처 유물을 써야 한다.’

그러나 놈은 주헌이 가진 유물까지 사정없이 파괴해버렸다.

‘!’

쿵!

그리고는 그 고통에 몸을 맡기라는 건지, 이 미친 놈이 외쳤다.

[다 소용없다! 그냥 고통을 즐겨라 인간! 이 자극을 즐겨! 이 무덤에서 나갈 방법은 오직 하나! 이 불길에서 살아남는 것이다! 죽어라 인간!]

‘역시 7대 무덤 쯤 되면 만만치 않나.’

그렇게 주헌이나 유재하나 괴로워할 때였다.

[어? 가만.]

둘의 모습을 그제야 자세히 본 건지, 둘을 신나게 괴롭히던 놈의 반응이 이상해졌다.

[오 이런, 세상에 이게 누구야.]

그러더니 놈은 갑자기 불길을 없애더니 이상한 소리를 해댔다.

그건 바로.

[넌 혹시 <은밀한 비서>의 저자 서주헌이 아닌가?]

그 말에 유재하와 주헌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아니 그도 그럴 법한게.

으, 은밀한 비서?

‘설마 단장님이 쓴 그 마공서?’

하지만 놈은 환영하듯이 외쳤다.

[오오!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유일한 적수라 해도 될 정도의 유물계의 화제! 베스트 셀러 작가!]

…………아니 이건 또 뭔 소리야?

이놈이 그 소설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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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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