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9 뭘 빼앗아 가려고? =========================================================================
< 뭘 빼앗아 가려고? (2) >
“검둥아. 엉덩이 말고 앞에도 물어.”
멍!?
주헌의 명령에 아누비스는 심각하게 고민했다. 인간 따위의 명령을 들어야 하느냐 마느냐.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끄아아악!”
아누비스는 벨보이의 작은 아들을 향해 크아앙 커다란 입을 벌렸다. 딱히 주헌의 명령에 따르는 건 아니었다.
단지 자신의 단잠을 방해한 인간이 괘씸했을 뿐!
그걸 본 유재하가 기겁해서 흉포한 아누비스를 붙잡았다.
“아이고, 이놈아! 안 돼! 거긴 안돼! 너도 수컷이면서 그러고 싶냐!”
유재하는 필사적으로 잡아 끌었다.
“단장님! 좀 말려봐요!”
“내가 왜?”
“뭐라고요?”
결국 유재하는 70kg에 육박하는 아누비스에게 질질 끌려가야만 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도 아누비스는 왕왕 벨보이를 물려고 했다.
그 뿐인가.
[더러운 인간의 손으로 날 붙잡지마라!]
“악, 난 물지마!”
아누비스는 자신을 붙잡는 유재하에게도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결국 동아줄이 벨보이를 포박한 이후, 유재하는 씩씩 거리면서 사진을 흔들어 보였다.
“자, 이제 말해보시지. 니들 누구야? 왜 우리들 도찰샷을 가지고 있는 건데?”
“그러니까 이건 그냥 주운 것 뿐인데...!”
“아이씨, 하나도 못 알아 듣겠네. 중국어 말고 영어로해!”
그러자 주헌이 비웃었다.
동시에 살벌한 단도가 벨보이의 오른팔을 찍어 내렸다.
쾅!
“으악!”
벨보이는 끔찍한 광경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잘려 나간 줄 알았던 손은 뜻 밖에도 멀쩡했다.
칼은 팔이 아닌, 자신이 착용한 팔찌를 찍어내린 것이었다. 붉은색 매듭으로 된 팔찌였다. 하지만 손목이 잘려나가는 줄 알았던 벨보이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줍긴 뭘 주워.”
사내의 팔찌를 잘라내 짚어든 것은 바로 주헌이었다. 벨보이가 지껄이는 중국어조차 알아들은 주헌은 팔찌를 흔들어 보였다.
“초상권 청구는 니들 상관한테 하면 되나? 중국발굴단 <적화단>의 상병 랴오위?”
그의 말에 벨보이도 이설아도 기겁했다. 이름이야 그렇다쳐도, 별 특색도 없는 팔찌만 봤을 뿐인데 어떻게 발굴단의 정보까지!
아니나 다를까, 유재하도 놀라서 되물었다.
“중국 발굴단이라고요? 이 벨보이놈이요?”
“그래.”
주헌은 재밌다는 듯이 벨보이와 이설아를 보았다.
‘슬슬 중-러 연합이 활동을 시작하나.’
수십개의 나라가 연합한 국제유물관리기구 <판도라>의 초청을 거절한 중국과 러시아.
물론 그건 당연했다.
판도라에 가입하는 순간 무덤도 유물도 공유하자는 의미였으니 만큼. 중국으로서는 타국의 군인, 특히 미군이 자신의 영토에 들어오는 걸 끔찍하게 여길 것이었다.
설령 발굴 명목이라고 한 들, 말이 좋아서 발굴이지. 사실 국가입장에선 영토침략이며 정보수집일 수 밖에 없었다. 과거 한반도의 사드 배치 건에도 적극 반대입장을 표명하던 중국이 아닌가.
실제로 유물과 무덤들로 인해 제 2의 냉전시대가 벌어졌고 말이다. 그들은 뛰어난 유물 사용자들을 고용해 발굴을 시키고, 서로 이권 다툼을 했다.
‘뭐, 나라들의 이익전쟁 따위 내 알바 아니지만.’
주헌에게는 판도라나 중러연합이나, 유물법으로 국제 세금을 왕창 뜯어 먹는 놈들에 불과했다.
어쨌든 이설아가 어디에 붙어있나 했더니, 중국의 똘마니 짓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 주헌은 쯧 작게 혀를 찼다.
그도 그럴 법한게, 왜 하필 중국이람?
‘중국하면 그 또라이가 생각나서 별론데.’
과거 사황이었던 미국세력의 키이라, 중동세력의 알리, 게릴라세력의 권태준.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중국세력의 탐식왕.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웠고, 모든 유물 사용자가 두려워하던 최강, 최악의 적. 주헌 역시 그 최악의 포식자에게 죽을 뻔했다.
하지만 최후의 승자는 주헌이었다.
왜?
어처구니없이 자신의 앞에서 자살을 했기 때문이었다.
그 터무니없이 강했던 여자가.
어쨌든 그 후에 2위였던 권회장이 그 자리를 차지해 최고의 자리에 올랐었던 것이고 말이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황당한 일이었다. 그래서 그녀를 또라이라 취급하고, 중국과는 괜히 연관 맺지 않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사실 지금 시대라면 상관 없지.’
그 또라이가 지금 중국과 연관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먼저 선수를 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그리 생각한 주헌은 꽁꽁 묶여 있는 이설아에게 다가가 이죽였다.
“보나마나 아누비스의 유물을 노린 것도 7대 무덤의 공략 때문인 것 같은데.”
주헌이 말했다.
“니들 상관이 7대 무덤의 정보를 알려준 거겠지? 내놔라, 그 정보.”
이설아는 움찔했지만 여유를 잃지는 않았다.
‘무덤의 정보를 내놓으라고?’
웃기지 말라지.
7대 무덤에서 나오는 강력한 유물이 있어야 자신은 중국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쉽게 포기할 무덤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동아줄에게 묶여 있던 그녀는 이빨로 동아줄을 깨물었다. 반나절 동안 묶여 있으면서 동아줄의 약점을 치밀하게 파악했던 이설아였던 것이다.
콱!
그러자 놀랍게도 동아줄은 민감한 곳이라도 물린 듯, 깜짝 놀라 몸부림을 쳤다.
[#$*$*!]
그리고 순식간에 동아줄이 느슨해지자 이설아가 재빨리 유재하를 습격했다!
“내 유물 내놔!”
군인도 때려 눕히는 이설아는 발차기로 단숨에 유재하의 늑골을 날려버렸다!
뻐억!
“커헉!”
고꾸라진 유재하가 배를 움켜쥐면서 괴로워하자 제 유물을 챙긴 이설아가 가볍게 비웃었다.
“약해 빠져서는.”
“이 여자가……!”
그러더니 이설아는 순식간에 테라스로 뛰쳐 나갔다. 15층 정도의 높이 따위, 길달의 유물이면 착지도 가뿐했다.
'여기서는 일단 도망치고 재정비하자!'
동시에 이설아가 테라스에서 멋지게 점프하는 그 순간!
[#*$*&$*!]
왜 이상한 곳을 깨물어! 깨물어!
“꺄아악!”
점프가 무색하게 이설아는 동아줄에게 붙잡혀 버렸다.
훌쩍이는 동아줄이 뛰어내리려는 이설아의 발을 낚아챈 것이었다. 그러더니 허공에 있는 그녀를 괴상한 모양으로 묶기 시작했다. 그동안은 나름 성질도 죽여서 평범하게 미라로 만들었지만 동아줄은 이제 봐줄 생각이 없었다!
[#*$*&$*!]
혼내줄거야, 혼내줄거야!
“야! 이거 안놔! 꺄아악!”
결국 이설아의 팔, 다리, 이곳저곳을 취향대로 묶어서 허공에 거꾸로 매달더니, 단숨에 이설아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동아줄은 이설아의 가슴 속을 파고들고, 심지어 핫팬츠 속으로도 쑥 들어가면서 속옷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이설아는 뱀처럼 제 몸을 기어 다니는 동아줄의 행동에 당황해서 비명을 질렀다.
“아, 잠깐 이게 어디까지! 꺄악!”
그러면서 살짝 그녀의 검은색 브래지어가 보인 건 눈의 착각이었을 것이다.
그럴 때였다.
한참을 이설아를 괴롭히던 동아줄은 뜻 밖에도 주헌에게 다가와 뭔가를 내밀었다.
그건 손가락 한마디 정도 되는 작은 메모리칩이었다.
[#*&$#*&$#*]
이거 숨기고 있었어! 숨기고 있었어!
주헌이 1차적으로 몸을 수색해도 나오지 않더니, 아무래도 몸 깊숙한 곳에 숨기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여자의 몸에는 이런 걸 숨길 장소가 제법 많지 않나.
그러나 정작 칩을 건네준 동아줄은 씩씩 거리면서 화난 뱀처럼 몸을 좌우로 흔들었다. 아무래도 약점이 찔려 단단히 화가 난 것 같았다.
주헌은 그런 동아줄을 별 의미없이 쓰다듬었다.
“옳지, 수고했어.”
[!]
그러자 씩씩거리던 동아줄은 너무나도 놀랐다. 예상치 못한 칭찬에 지금 자신이 헛것을 들은 건가 싶어했다.
하지만 그게 헛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순간, 동아줄은 언제 화났냐는 듯 감격에 팔짝 팔짝 뛰었다. 물론 아누비스는 그런 동아줄을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말이다.
결국 동아줄에게 능욕당하고 탈출도 실패. 심지어 7대 무덤의 정보까지 빼앗긴 이설아는 으드득 이를 갈았다.
곧 주헌이 노트북에 메모리칩을 연결하자 정보가 떠올랐다.
암호가 걸려 있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검둥아, 비밀번호 좀 알아봐.”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누비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인간, 착각하지마라. 난 네 개가……]
“복원받기 싫으면 말든가. 안그래도 신사에서 힘을 쓰고 나서 골골 거리고 있지 않나?”
아누비스는 치욕스러운지 이를 갈았다.
[협박하지마라! 내가 죽기 전에 네놈도 리스크로 죽을 거다!]
“네 리스크가 뭔지는 잘 알아. 그딴 걸로 안 죽는다. 그러니까 헛소리 말고 해라.”
그러자 아누비스는 부들 부들 떨면서 애꿎은 벨보이의 앞섬을 물었다.
[뭐하느냐! 당장 비밀번호를 말하라고 하지 않나!]
콱!
“아아아악! 안 돼! 그마안! 떨어진다고!”
결국 평화로운(?) 방법으로 비밀번호를 얻어낸 주헌이 암호를 입력했고, 유재하가 끙끙거리면서 다가왔다.
“크윽, 단장님. 열립니까?”
“시끄럽다. 넌 병원비줄테니까 병원에나 가봐라.”
주헌은 안에 있는 다양한 정보를 뒤졌다.
간단한 무덤 자료부터 유물의 현황. 심지어 판도라를 해킹한 것인지, 판도라가 파티에서 감지한 50위까지의 주요 유물사용자들의 정보도 떠올랐다.
주헌은 무척 만족스러워했다.
‘이거 꽤 쓸만한게 걸렸군.’
동시에 주헌은 중요한 7대 무덤의 정보를 찾았다. 다른 무덤이라면 몰라도 7대 무덤은 재앙등급에 속하는 대무덤클라스에, 심지어 랜덤무덤이다. 일단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그 무덤이 맞는지 정보가 필요했다.
‘안그러면 나조차도 죽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게다가 주헌은 홀튼가의 배에 나타났던 까마귀가 했던 말도 신경쓰였다.
[유물 중엔 우두머리 격들이 있다. 날 가둔 장본인들이기도 하지. 그들은 유물의 권위를 무시하는 널 굉장히 싫어할거다. 그러니 조심해라. 곧 네 예상을 뛰어넘는 무덤들이 세상에 나타날 거다.]
‘무덤?’
[그래. 도굴의 기술을 잘 익혀놓는 게 좋을 테지.]
‘그래서 계속 메시지 따위로 날 도발하고 있는 거냐.’
아마 예상을 뛰어넘는 무덤에는 7대 무덤도 포함 되겠지.
하지만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위험한 무덤이라고 할수록 묘하게 자극을 받는 건 도둑의 본능인가, 아니면 유물이란 놈들의 같잖은 도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가.
그리고 마침 내 문서를 열었을 때, 교토에서 일어날 7대 무덤의 정보가 나타났다.
* * *
“아 미치고 환장하겠군.”
핸드폰을 사정없이 끊는 권회장의 분노에 리처드가 무슨 일이냐는 듯 바라보았다.
“무슨 일 생겼습니까?”
“교토에 7대 무덤이 나타난다고 해서 발굴단을 보낸 건 기억하지?”
“당연하죠. 그래서 특별히 신경써서 보내시지 않으셨습니까. 설마 안에서 전멸했습니까?”
“아니. 들어가지도 못했다!”
권회장은 이를 으득 갈았다.
“심지어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입구에서 전멸했다고 한다.”
“네?!”
리처드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입을 떡 벌렸다. 권회장이 괜히 유물을 많이 보유한 게 아니었다. 그가 데리고 있는 발굴단의 실력은 몹시 뛰어났다.
그런데!
“지금까지 그런 일은 없었잖습니까. 입구에서조차 막히다니!”
“우리 발굴단 뿐만 아니야.”
이미 오스틴 록펠러나 율리안, 낌새를 눈치챈 굵직한 발굴단들이 거대한 인력을 데리고 무덤의 입구에 향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도 입구를 뚫지 못했다고 했다.
“일단 내가 가볼 생각이긴 한데, 아무래도 그 무덤에 골치 아픈게 들어 있는 모양이다.”
물론 골치가 아플 것이었다.
이들에게만.
============================ 작품 후기 ============================
크윽, 전부치기는 역시 중노동....
내일부터 추석 연휴네요. 아무래도 저 역시 이리저리 명절 행사를 치르게 될 것 같아 추석 연휴동안 휴재에 들어가게 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보다 좋은 퀄리티를 위해 비축도 쌓고 연휴가 끝나고 월요일에 찾아 뵙겠습니다. ㅜ.ㅜ
이번 딱지 이벤트는 추석 이벤트로 11명을 뽑았습니다.
angdre, wotjd0426, rhkrwls00, wjdwlstn66, jhh8615, sudal95, haesun, yhs8586, liuxian, lionsea, qhfk775님 입니다!
즐거운 한가위 보내시기 바랍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