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98화 (98/409)

00098 뭘 빼앗아 가려고? (수정)  =========================================================================

< 뭘 빼앗아 가려고? (1) >

그리고 그곳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얼씨구? 쟨!”

먼저 반응한 것은 유재하였다. 주헌이 낚아채 쓰러트린 것은 이설아였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뭐야 뭐!”

사람들은 깜짝 놀랐지만, 정작 그녀를 테이블 위로 내던져버린 주헌은 킬킬 웃었다.

'이녀석이 왜 안나타나나 했다.'

하지만 주헌에게 깔끔하게 내 던져진 그녀는 굼벵이 마냥 꿈틀거리며 아파 죽으려고 했다. 내 던져진 곳에 있던 양념장통들에 등을 찍힌 탓이었다.

“크, 크윽 이게 진짜…!”

분명 일부러 그곳에 던진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유재하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얘는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겁니까? 투명유물이라도 가졌대요?”

“잘아네, <도깨비 감투>라고 너도 알지?”

아무래도 이설아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검은 토끼모양 머리띠가 그 감투인 모양이었다. 그걸보며 유재하는 정말 부러워했다.

“와, 대박. 훔쳐보기 딱 좋네요. 빼앗으면 안되나?”

“………도대체 어딜 훔쳐보려고?”

“몰라서 물으십니까?”

유재하는 진지했다.

그 순간이었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괜찮으십니까?”

소리가 꽤 컸던 탓인지, 깜짝 놀란 지배인과 쉐프들이 놀라서 달려왔다.

“도대체 무슨 일이……!”

그러자 주헌은 태연히 선글라스를 벗으며 웃었다.

“아, 별거 아니니 냅둬요. 그냥 사생팬 한 마리가 붙은 거라.”

그 말에 사람들이 술렁거렸고, 졸지에 빠순이 스토커가 되어버린 이설아는 치를 떨었다.

‘이게 진짜, 누굴 사생팬 따위로……!’

곧 이설아가 눈을 부릅뜨고 주헌의 허를 찌르려 했다.

하지만.

“크윽!”

허를 찌르기는 커녕,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헛점 투성이라고 생각했건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그녀의 팔을 꺾으며 제 밑에 깔아뭉개고 만 것이다.

“읏!”

“얌전히 안 있으면 아픈 꼴 볼 줄 알아.”

그러나 주헌에게 제압 당하는 것도 잠시, 어째서인지 이설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돼, 됐고, 너 빨리 안내려와?!”

씩씩거리는 그녀의 얼굴이 굉장히 붉게 물들어 있었다. 그건 당연했다. 주헌이 깔고 앉은 곳이 하필 제 하반신과 맞닿아, 기분이 굉장히 이상하고 민망했기 때문이었다.

그 뿐인가.

국가특수요원인 그녀는 장정의 남자도 때려눕힐 정도로 자신의 실력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가볍게 제압 당하다니!

그러나 주헌은 수치스러워하는 그녀를 보면서 능청스럽게 웃을 뿐이었다.

‘이녀석은 다시 부하로 삼는다.’

사실 이녀석은 다른 놈에게 주기엔 제법 아까웠다. 단지 가까운 사이여서는 아니었다. 세상이 다 주헌에게 돌아서도 끝까지 자신의 편이 되어준 과거의 멤버들, 그 중 하나가 바로 이설아였으니까.

뛰어난 전투원이자, 충성심 넘치는 비서 겸 보좌관.

하지만 반가워하는 마음과 다르게 주헌은 까칠하게 읊조렸다.

“설마 교주님의 복수를 위해 여기까지 오셨나?”

그러나 그 말에 이설아는 이를 갈았다.

'이게 내려오라니까 진짜.'

“그딴 놈의 복수는 무슨...! 됐으니까 일단 저리 비키라고!”

당황한 이설아가 밑에서 씩씩거렸지만, 그녀를 거칠게 짓누르는 주헌은 들은척도 안했다.

'교주의 밑에 있었길래 뭔가 각별한 사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단순히 교주의 유물을 노리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까 교주의 유물을 가져간 자신을 뒤쫓아온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길달!”

이설아는 자신이 사역하는 도깨비를 불러냈다. 곧 허공에서 나타난 붉은 도깨비의 손이 사납게 주헌의 목을 노렸다.

정확히는 주헌이 걸고 있는 작은 목걸이를!

그건 바로 아누비스의 앙크였다!

그러나 그 순간.

'!'

번쩍!

주헌이 목걸이가 길달의 손과 반응하면서 갑자기 빛을 냈다. 그리고 의기양양했던 이설아의 얼굴과 달리, 길달은 끔찍한 비명을 지르면서 빛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길달!”

이설아는 허무하게 사라지는 길달의 모습에 입을 떡 벌리고 말았다. 하지만 주헌은 이걸 예상했던 건지 가볍게 웃었다.

"배짱은 두둑해서 좋은데, 고작 A급 유물로 뭘 훔치겠다고?"

"!"

하지만 그녀는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야, 저 유물이 아니다.'

길달이 사라진 이유는 아누비스의 앙크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아누비스의 앙크와 함께 걸고 있던 다른 목걸이가 원인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주헌도 시치미를 뚝 떼고 있었지만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상하다. 왜 이게 반응했지.'

반응한 쪽은 주헌이 홀튼가의 비행기에서 만난 안마사에게 훔친 목걸이였다.

‘이건 록펠러의 비서가 가지고 있던 그건데.’

주헌조차도 정체를 몰랐고, 다 망가져가는 것이었지만, 자꾸만 자신의 레이더에 걸려서 슬쩍해왔던 그것이었다.

물론 조사결과, 아무런 능력도 없는 D급 쓰레기로 판명했지만 괜히 버리기 싫어 가지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유물이 상대하기 까다로운 A급 영혼유물을 없앴다?

'이거 아무래도 단순히 쓰레기 유물은 아닌 모양인데.'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은 이설아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일단 이설아를 데려가서 조사해본다.’

그는 하렘의 향수를 꺼냈다. 이거라면 무술의 달인인 이설아도 쉽게 데려갈 수 있을 것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쓰지?’

사실 주헌도 써본 적이 없어 구체적인 사용법은 몰랐다. 그런데 그럴 때 그 의문에 까마귀가 답하기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올랐다.

[지배력을 강하게 실어 본인에게 뿌리면 됩니다.]

그걸 본 주헌은 가볍게 웃으며 바로 향수를 뿌렸다.

‘짜식,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군.’

치익!

동시에 묘한 페로몬에 취하기라도 한 듯, 굳센 이설아 마저도 정신이 아득해졌다.

"너.. 이 자..."

교주하고는 협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하렘의 유물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그녀였다. 하지만 처음 겪어보는 하렘의 유물은 무척이나 강력했다.

아니나 다를까, 직후 이설아는 주헌의 가슴을 꼬옥 끌어 안으며 얼굴을 비벼왔다.

그걸 본 주헌은 됐다는 듯 장난스럽게 웃었다.

‘좋아. 그럼 방으로 데려가서 이녀석의 배후까지 캐볼……’

그런데 그 때였다.

“제, 제 마음을 받아주십시오!”

“!”

뭔가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스, 스토커에게도 굴하지 않는 고객님의 모습에 반한 것 같습니다!”

“고객님, 제게 그런 영광스러운 칭찬을 해주시다니, 가슴이 두근 거렸습니다!”

주헌의 등 뒤로 남자 호텔 지배인들과 남자쉐프들이 찰싹 달라붙었다.

"?!"

그것도 정말이지 혐오스러울 정도로 끈적이는 손놀림과 함께! 그리고 그 순간 주헌은 하렘의 향수병을 보며 드물게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미친!

이거 이성 한정 아니었어?

* * *

“아하하! 배아파 죽겠네!”

유재하는 낄낄 배를 잡고 데굴 데굴 굴러댔다. 그도 그럴 법한게 문 밖에서 난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발 얼굴을 보여주십시오! 제 순정을 다 가져가신 분!”

“주헌님! 지구 끝까지라도 따라가겠습니다!”

“혀어어니임!”

정말이지 웃겨 죽을 것만 같았다. 유재하야 왕급 후보인 만큼, 금방 제정신으로 돌아왔지만 문제는 지배력이 거의 없다시피한 호텔 종업원들.

그 종업원들한테 당하는 주헌의 모습에 유재하는 허파가 터져 나갈 것만 같은 것이었다.

“하하, 인기 최강이십니다, 단장님! 부러울 지경이네요!”

“당장 입 안 닥치면 저것들 너한테 붙여준다?”

“제가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주제도 모르고 제가 깝쳤어요!”

유재하는 제발 봐달라면서 머리를 조아렸다.

아무리 웃기는 상황이라지만 죽일 것같이 살기를 흩뿌리는 주헌의 모습에 자신의 처지를 자각한 탓이었다.

노예 1호

이럴 땐 그냥 닥치고 조용히 있는게 상책이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정작 주헌은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이 빌어먹을 까마귀.’

아무래도 메시지, 그러니까 까마귀 녀석이 사용방법을 일부러 다르게 알려준 것이었다. 이설아 뿐만 아니라 생뚱맞은 남자들까지 유물의 능력에 걸려버렸으니까.

자신이 알고 있던 유물의 능력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

‘카사노바의 유물은 분명 기억상으론 이성 한정이었어.’

그러니까 그 스토커 까마귀의 짓이 확실했다. 물론 주헌이 하렘의 유물을 쓰려고 해서 질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늘 태연한 주헌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서일까, 주헌은 동아줄로 꽁꽁 묶여 있는 이설아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이 유물의 정식 사용방법을 말해라. 교주가 쓰는 걸 봤으니 알 것 아냐?”

하지만 그 질문에 순순히 답할 이설아도 아니었다.

“그걸 알려주면 나한테 또 쓸 거 아니야. 미쳤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 다행히도 잠자는 걸로 끝이 났지만, 이설아는 굴욕을 느꼈다. 이딴 양아치 같은 놈한테 자신이 안겨들다니!

그나마 지배력이 높아서 유재하처럼 금방 풀린게 다행이었다.

“그걸 써서 내 입을 열게 하려고 해봤자 뜻 대로는 안 될껄? 난 잠들 뿐이거든."

그러자 주헌이 코웃음을 치며 다가왔다.

“순진하긴. 그럼 잠든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져도 모른다?"

“뭐?"

곧 주헌이 성큼 성큼 다가오자, 순간 당황한 이설아가 흠칫 몸을 떨었다.

"자, 잠깐....으읍!"

하지만 주헌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 대신, 그녀의 작은 얼굴을 콱 거칠게 부여잡았다.

“배후를 말해라. 교주도 너도 조직적으로 움직인 건 알고 있다.”

이 놈들이 거기에 있었다는 건, 그곳에 고분화가 일어날 걸 미리 알았기 때문이다.

‘귀찮은 하이에나들은 처리한다.’

그러니까 그녀를 움직이려는 배후를 알아내야만 했다. 판도라로 보이지는 않지만, 7대 무덤의 위치를 미리 감지할 정도면 꽤 만만치 않은 적이라는 증거.

놈들의 꼬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그러나 주헌의 질문에 저항하던 이설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걸 알려 줄 리가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너희들의 정보는 위에 넘어갔어. 검토 후에 암살 명령이 떨어질 걸?”

그 말에 유재하가 옆에서 비아냥 거렸다.

“암살경고를 하다니 얘 간 땡이가 부운 겁니까?”

그러나 일부러 거짓정보를 뿌린 그녀는 자신만만했다.

‘바보들. 검토한다고 했지만 공안국의 암살자들은 이미 이 호텔에 잠입했다.’

그러니 이놈들이 습격당할 때, 틈을 타서 아누비스 유물을 챙기면 그만이었다.

‘자 빨리와라.’

그런데 그럴 때였다.

쿵!

묵직한 뭔가가 떨어지는 소리, 그 소리에 모두가 놀랐다.

“어? 이게 무슨 소...”

“쉿.”

주헌이 갑자기 말하는 걸 멈추라고 지시를 했다.

이 때 빈방에서 작은 신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리고 신음소리는 점점 큰 비명소리로 바뀌어갔다.

“저쪽이다.”

이에 이설아와 유재하는 다른 의미로 당황했고, 주헌이 빈 방의 문을 쾅 열어젖혔다. 그러자 방음 상태였던 방안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나왔다.

“아아악!”

그리고 안에서는 웃긴 상황이 벌어지고 있었다.

“으악, 아파, 아프니까 이거 놔!”

터져나온 목소리는 중국어였다. 한 벨보이가 검은 늑대에게 엉덩이가 물려서 죽으려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아누비스였다.

[인간주제에 감히 누구의 단잠을 깨우는 거냐, 이 버러지 같은 인간놈!]

“으악! 누가 이 개좀!”

개라는 말에 빡친 듯, 번견 아누비스가 더욱 콱콱 물었다.

[감히 누구를 개라고 부르는 거냐! 당장 닥치지 못할까! 이 고얀것!]

그리고 주헌은 어째서인지 굳어 있는 이설아를 향해 얄밉게 웃어보였다.

“혹시 얘가 우리를 죽이러 온다는 네 잘난 동료야?”

하지만 이설아는 떨떠름한 얼굴로 헛웃음을 터트렸다.

“무, 무슨 개소리야. 벨보이잖아.”

그녀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갔다.

왜 개 따위에게 물리고 있는 건지는 모르지만, 저 사람은 자신의 동료였다. 그럴 때 이설아를 발견한 벨보이는 그녀에게 동조하듯이 외쳤다.

“그렇습니다! 암살자라니요! 잠깐 방의 전구를 교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미친 개놈이!”

[개라고 하지 말라고 했다!]

“으악! 아무튼 억울합니다! 빨리 이놈을!”

그걸 본 유재하가 다급하게 말했다.

“아 저러다가 엉덩이 살점 다 떨어지겠어요! 야! 그만해! 야! 아이씨 광견병 주사도 안 맞췄는데!”

그런데 그럴 때였다.

열받은 아누비스가 아예 사내를 쓰러트리자 그의 품에서 우르르 뭔가가 쏟아져 나왔다.

동시에 벨보이와 이설아는 당황했다.

그건 시몬의 신사에서 찍힌 주헌과 유재하의 도찰샷이었다. 문제는 다른 신도들은 얼굴이 지워져 있지만, 그들의 얼굴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사진.

“얼씨구, 이것 봐라."

그걸 주워든 주헌은 사진을 살랑 살랑 흔들면서 말했다.

“왜 벨보이라는 놈이 우리 사진을 들고 있을까.”

“그, 그건!”

“이거 초상권 비용 좀 두둑하게 받으셔야겠는데.”

곧 주헌은 아누비스에게 명령했다.

“검둥아. 엉덩이 말고 앞에도 물어.”

멍!?

============================ 작품 후기 ============================

(10/22 일부 수정)

꼭 에피소드 도입부에는 많이 막힙니다. ㅠㅠㅠ 죄송합니다. 그리고 아누비스는 딱히 견종이 있기 보단 검둥이 늑대입니다. 남들이 보기엔 단모종의 대형견종으로 보일 뿐..! 머슬은 긴 편이라 늑대견으로 보일 겁니다.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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