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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97화 (97/409)

00097 그것도 전력이냐? <4권마침>  =========================================================================

< 그것도 전력이냐? (2) >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강령술 따위와 비교도 안 되는 사자소환에 시몬은 얼이 빠져버렸고, 마찬가지로 유재하나 사사키 역시 너무 놀라 주저 앉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이게 뭐야!”

물론 주헌이 아누비스를 사용할 거라 하긴 했지만 이건 도대체!

‘급이 너무 다르다.’

아무리 다시 봐도 꿈이 아니었다.

땅 속에서 기어 올라온 미라들은 틀림없이 이집트 양식의 투구, 목걸이, 팔찌 등 장신구를 달고 있었고, 시퍼렇게 날이 선 칼들과 철퇴는 빙의된 신도들을 사정없이 박살 낼 만큼 위협적이었다.

그 뿐인가?

“와 미친, 징키스칸의 기마병도 있어! 이럼 고구려 기마병도 있는 거 아냐?”

확실히 예술작품을 위해 다양한 문화와 복식을 공부했던 유재하였다. 그래서 유령 병사들의 정체들을 금방 알 수 있었지만,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대부분 짐작은 할 정도로 유명했다.

심지어 2천명의 빙의 병사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압도적인 군대의 숫자는 시몬의 목을 졸랐다.

“시, 시팔 미친 놈.”

그래서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주저앉았다. 숫자를 넘어서라도 저놈들은 모두 시대의 획을 그었을 전사들이었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쫄지 않는 게 이상하리라.

그리고 정작 이들을 불러낸 주헌은 악랄하게 웃었다.

‘남자라면 백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반하게 해야지.’

아니나 다를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주헌에게 시선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에 당황한 시몬은 제 신도들에게 외쳤다.

“뭐,뭐하는 거야! 해치워, 해치우라고!”

그 말에 이 광경을 넋놓고 보던 이설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저 미친 놈이 아무래도 이 광경에 머리가 돌아버린 것이 틀림없었다. 고작 2천명으로 누가 누굴 상대해?

심지어 빙의 되었다고 해도 그래봐야 신도들은 한낱 인간. 저 좀비 병사들을 당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그 생각이 맞았는지, 빙의된 신도들은 적의 위압적인 군세 앞에서 감히 움직일 생각도 못했다. 심지어 이런 일도 벌어졌다.

“장군님!”

빙의된 영혼 중에는 주헌이 불러낸 장군의 졸개도 있었던 건지, 무릎을 꿇으면서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다.

“감히 장군님과 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 목을 베어주십시오!”

시몬은 황당했다.

“야! 지금 뭐하는 거야! 내 말대로 안해?”

그러나 무릎을 꿇는 신도들은 더욱 늘어났다. 그리고 주헌은 여유롭게 손짓하며 이집트 미라 병사 둘을 시몬에게 붙였다.

'!'

미라 병사 둘은 재가 되어 사라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시몬의 앞에 나타나 목에 칼을 겨누었다. 그 흉악한 몰골이 담력 쎈 성인남자라도 찔끔 지릴 정도로 무서웠다.

하지만 주헌은 2만의 시체 사이에서도 눈 하나 깜짝 안하며 태연하게 여자들을 꼬시기 (?) 시작했다.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해주지. 저딴 주인은 버려라. 저놈은 너희를 버리고 제일 먼저 도망갈 못 미더운 놈이다. ”

‘저, 저 새끼가 돌았나?’

이에 시몬이 참다 못해 신도들에게 외쳤다.

“야! 뭐하는 거야! 주인을 지키는게 니들 임무잖아!”

평소라면 바로 그의 말에 반응 했을 테지만, 신도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 시몬은 어리둥절해했다.

“야! 왜 안 움직여! 일하라고! 이 노예새끼들아! 해치워!”

그러나 시몬은 주헌을 힐끔 힐끔 바라보기 시작하는 신도들을 보면서 경악에 빠졌다.

‘서, 설마.’

저놈에게 시선을 빼앗긴 건가!

그걸 확인한 주헌은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

“너와 나의 수준의 차이를 알아야지.”

“뭐야?”

주헌은 혐오어린 시선으로 칼을 뽑아 시몬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넌 노예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도 없다.”

“뭐야?”

“수준의 차이를 알면서도 부하들에게 공격을 시켜? 알았나? 주인이라는 건 노예의 권리와 자유를 빼앗아 이익을 얻는 대신, 안전과 삶의 질을 책임져주는 거다. 제 부하들을 방패막이로 삼다니, 최악의 쓰레기군.”

그 말에 유재하는 큭 웃었다.

그러고보니 자신의 노예계약서에도 분명 비슷한 말이 적혀 있었지.

부려먹긴 하겠지만, 어떤 위험 속에서도 안전은 책임져 주겠다고.

그리고 주헌의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이 당신에게 호감을 품기 시작합니다.]

“뭐라고? 노예는 노예야! 그딴 궤변이……! 야! 너희들! 너희들이 좋아하는 건 다 사줄게! 옷이든 가방이든 뭐든! 그러니까 빨리 저 놈을 처리해!”

“멍청한 놈이.”

[상대의 매력도가 반감하기 시작했습니다.]

[하렘의 주체가 바뀌었습니다!]

[2천명의 신도가 당신의 손에 들어왔습니다!]

[교주의 인기도와 신도를 빼앗아와 아베스타 경전의 사용 조건을 만족했습니다!]

그걸 본 주헌은 하하 웃었고, 신도들이 우르르 주헌에게 돌아섰다.

아니 이 상황은 당연한 것이었다.

카사노바의 유물은 확실히 하렘의 유물이다. 누구나 쉽게 하렘을 만들 수 있었다. 단, 누구나 쉽게 최면에 걸릴 수 있게 하는 만큼 치명적인 약점도 존재했다.

사용자의 옆에 사용자보다 더 매력적인 대상이 나타나면, 하렘의 주체가 변경되어 버리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2천명의 여자를 얻게 된 주헌은 천연덕스럽게 이딴 말을 지껄였다.

“아, 저 놈이 가진 유물이 너무 너무 가지고 싶다.”

그러자 빙의된 여자들은 무섭게 눈이 변해 시몬에게 달려들더니, 그의 품을 뒤지기 시작했다. 둘다 소모성 유물이라 빼앗는 건 어렵지 않으리라.

“내놔! 유물을 내놔!”

“안 내놔? 내놓으라고 하시잖아!”

이에 시몬은 강령술을 풀려고 했지만 강한 여자들의 힘에 짓눌려 꾸엑 꾸엑 비명만 지를 뿐이었다. 사정없이 비싼 옷이 찢기고, 얻어맞고, 차이고, 난리도 이 난리가 아니었다.

“어디에 숨겼어!”

“내가 가져갈거야!”

“비켜!”

그리고 시몬은 순식간에 하렘의 유물과 강령술의 유물을 빼앗겼다! 모두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시몬은 미칠 지경이었다.

“이것들이 지금 뭐하는 거야!”

뭐하는 거긴.

“똥차에서 벤츠로 갈아탄 거지.”

“!”

하렘의 붕괴.

여자들을 무기로 삼고 있던 시몬으로서는 완전히 믿고 있던 무기를 잃은 셈이었다. 그리고 빈 손이 되어버린 시몬에게 닥칠 일은 하나였다.

“자, 그러면 첫 번째 명령이다.”

카사노바의 유물을 흔들어 보이며 주헌이 가늘게 웃었다.

“저새끼 밟아.”

* * *

“으악! 살려줘!”

풍덩!

그렇게 시몬은 2천명의 여자들에게 사정없이 묶여 일본의 바다에 내 던져졌다.

“살려줘! 살려달라고!”

하지만 하렘에 있던 여자들은 시몬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뒤돌아섰다.

그리고 그 후, 교토의 최고급 호텔.

“뭐야, 저 사람. 연예인이야?”

“유명한 사람인가?”

주헌과 식사를 하고 있는 유재하는 허허 헛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시몬을 일본 앞바다에 내 던진 것까진 좋다 이거였다.

그리고 일단 주변에서 제일 좋아보이는 호텔을 잡은 것도 좋긴 한데………

“주헌니이임! 얼굴 좀 보여주세요!”

“저희를 두고 어디에 가시는 거에요!”

“저희도 방을 잡았어요!”

“………………2천명의 여자들이라니 미쳤어.”

호텔 로비와 레스토랑 근처에는 주헌을 보기 위해 온 2천 명의 여자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그게 모르는 사람이 보면 연예인을 마중나온 팬 부대 같아서 웃음이 터져나온 것이다.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관광객, 유부녀, 다양한 여자들은 주헌에게 ‘주헌님, 주헌님’ 거리면서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선글라스를 폼나게 낀 주헌 역시 키도 훤칠해, 외모도 봐줄만해. 옷만 잘 입으면 나름 모델포스를 자랑해주시니, 무슨 연예인 숙소를 관람하는 현장이라고 착각할 만도 했다.

‘그리고 나는 매니저.’

젠장.

유재하는 주헌에게 들고 갈 디저트를 들고 부들 부들 손을 떨었다.

젠장. 부럽다, 부러워서 살 수가 없었다!

“단장님! 저도 하렘의 유물 좀 쓰게 해줘요!”

유재하는 억울해서 훌쩍였다. 그러나 주헌은 코웃음을 치고 디저트나 내놓으라고 했다. 곧 유재하는 접시를 내려 놓으면서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럼 이제 저 사람들 어쩔 거에요? 집에라도 데려가실 겁니까! 지금도 호텔직원이 난처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리 그래도 펜트 하우스에 저 인원이 다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했지만, 그 쯤이야 자신도 알고 있었다.

그 탓일까, 주헌은 밖에서 기다리는 여자들에게 쉬쉬 손을 저었다.

“니들 이제 해산. 각자 집으로 돌아가.”

그 말에 여자들은 당황했다. 아무래도 주헌과 함께 있고 싶은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주헌은 이 여자들을 데리고 있을 생각도 없었다.

'하렘이야 좋긴 하지.'

하지만 상식적으로 2천명이나 되는 사람을 언제까지 한 곳에 데리고 있을 수 있겠는가. 안그래도 세상은 납치 사건으로 시끄러웠고 말이다.

“그러니까 모두 집에 돌아가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도록. 그리고 부르면 다시 모여. 그 외에 너희들한테 볼 일은 없다.”

그 말에 여자들은 서운해했지만 알겠다는 듯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뭣도 모르고 구경하던 사람들은 ‘참 착한 팬들이네.’ 하고 입을 떡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곧 유재하는 괜찮냐는 듯이 물었다.

“해산이라니 아깝게스리. 하렘의 유물은 단거리 범위용 아닙니까? 멀리 떨어지면 효과가 점점 사라질텐데……!”

그러자 주헌은 아베스타 경전 유물을 흔들어 보였다.

“상관없어. 목표는 달성했거든.”

“!”

어느 새 경전과 계약을 끝낸 주헌은 흡족해 했다.

“이걸로 신도 2천명이 단번에 채워졌군.”

그리고 이것으로 유물의 랭크업도 시도 해볼 수 있을 것이었다.

'이제 신도들이 날 광적으로 믿기 시작하기만 하면 된다. 신도들 숫자도 더 늘리고.'

그러면 어떤 유물도 죄다 신급으로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생각만 해도 좋은지 주헌은 음흉하게 웃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었다. 애초에 하렘의 유물의 최면효과는 거리상 이제 서서히 사라질 것이었다. 그러니 신도들에게 새로운 <믿음>을 주어야 했다.

하지만 그 말에 유재하는 오히려 당황했다.

“괜찮겠습니까? 그거 어려운 일일텐데……!”

“글쎄? 사사키가 그 일은 자신한테 맡기라는데? 본인이 무슨 신도 대장으로서 내 이미지 메이킹이랑 포교활동…? 아무튼 알아서 신격화 해주겠다해서 일단 해보라고 했어.”

전직 아이돌 팬클럽 회장 겸 빠순이였다니, 뭘 할지는 몰라도 포교활동(?)과 팬들 묶는 데는 능통하리라.

"귀찮았는데 때 마침 잘 됐지. 두고볼 생각이야."

설마하니 미래기의 녀석이 이런 쓸모가 있을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어쨌든 결과가 좋아서 유물 랭크업을 할 수 있으면 뭐든 좋은 것이었다.

정 안되면 나중에 올림픽 경기장에라도 쳐들어가서 하렘의 유물을 써버리지 뭐.

그런데 그 때였다.

주헌의 팔찌 형태로 있는 동아줄이 두근 두근 뭔가 기대하는 것이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동아줄 유물의 리스크가 닥쳐옵니다.]

[칭찬할 마음이 듭니다.]

첫 번째로 동아줄 유물의 리스크가 닥쳐오고, 동시에 주헌이 움찔했다.

동아줄에게 눈이 있다면, 지금쯤 아주 눈을 초롱 초롱하게 밝히고 있을 것이 틀림없었다.

'칭찬이다, 칭찬.'

그런데 그 순간.

“저희 호텔을 찾아주신 귀빈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주헌을 유명인이라고 생각한 건지, 호텔 종업원이 초호화 음식을 들고 온 것이었다. 비싼 캐비어와 이것 저것이 섞여 먹음직스러워 보이고, 무척 예쁜 요리였다.

그걸 본 주헌은 감탄을 하며 입을 술술 열기 시작했다.

“세상에 정말 멋진 요리네요. 세상에 이런 빛깔에, 장식하며, 쉐프의 센스가 돋보이네요. 맛도 아주 훌륭해요. 이런 맛은 처음이야. 이런 대단한 쉐프가 있는 호텔이라니 품격이 다른 호텔이군요. 정말 잘 먹겠다고 전해줘요.”

평소의 주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칭찬에 유재하는 먹던 디저트를 풉 뱉을 뻔했고, 음식을 가져온 지배인은 감격했다.

그리고.

[리스크를 충분히 만족 시켰습니다.]

[!!!!]

리스크는 만족했고, 이를 본 동아줄은 충격에 빠졌다.

생각해보니 동아줄은 무의식 중에 주헌이 칭찬해주는 리스크를 걸기는 걸었다.

하지만 누구에게 칭찬해야 하는 지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다!

그 충격적이고 어설픈 사실을 깨달은 동아줄은 끼잉 끼잉 훌쩍였다.

[#*$#*$&*!]

난 바보야. 난 바보야.

그렇게 지배인이 고개를 90도로 숙이고 사라졌을 때, 유재하는 주헌에게 어디 아프냐는 듯 바라보았다.

“다, 단장님? 저기…”

“꺼져라 안 돌았다. 리스크야.”

“…………….”

그럴 때였다.

언제 칭찬을 했냐는 듯, 무뚝뚝한 표정으로 캐비어 요리를 입에 넣던 주헌이 한 쪽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빨리 나오지? 언제까지 숨어서 보고 있을거냐?”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주헌은 사정없이 상대를 잡아끌어 쓰러트렸다.

그리고 그곳엔 낯익은 얼굴이 있었다.

============================ 작품 후기 ============================

ㅠ.ㅠ 최근에 다른 일을 잠시 병행하다보니 연재 업뎃 주기가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죄송합니다. 이번 주말에 비축좀 쌓고, 연재 페이스를 찾도록 하겠습니다.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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