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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굴왕-96화 (96/409)

00096 그것도 전력이냐? <4권마침>  =========================================================================

< 그것도 전력이냐? (1) >

“손?”

태연하게 웃으며 손을 내미는 그 모습에 아누비스는 혼란에 빠졌다.

뭐라고? 손?

지금 이 인간이 자신에게 손을 달라고 했나. 감히 신급 유물인 자신을 개새끼 다루듯이!

하지만 주헌은 입꼬리를 올렸다.

아니 주헌도 이집트 신화는 좋아했고, 아누비스라는 신도 마음에 들어하는 편이었지만 눈 앞에 있는 건 그저 인간을 모멸하는 도구놈이다.

‘분수를 모르는 놈한테는 참교육이 답이다.’

그리고 제까짓게 신급 유물이라고 해봤자 자칼, 그러니까 개과의 멍멍이가 아닌가? 덩치도 얼굴도 사나운 늑대 같았지만, 저건 멍멍이였다!

그랬기에 그는 다시 외쳤다.

“손!”

결국 계속 되는 개 취급에 아누비스는 황금색 눈을 번뜩였다.

[이게 감히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구나!]

곧 아누비스가 사납게 눈을 부라리며 또 다시 달려드려는 그 순간!

[커허억!]

또 다시 놈은 동아줄에게 다시 목이 졸려 거품을 물고 말았다. 그걸 보며 주헌은 큭 웃었다.

“주제를 모르는 건 너 같은데.”

[이놈이…크윽!]

그리고 동아줄은 주인을 공격하려는 아누비스에게 자비따윈 베풀지 않았다.

[#*$*$&*!]

손 하라잖아! 손!

살아 있는 개 목줄이 된 동아줄은 열심히 아누비스를 괴롭혔다. 아무래도 상대가 신급 유물이라는 걸 망각한 건지, 아니면 용기가 넘치는 건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효과는 매우 강력했다!

[케, 켁!]

평소라면 모를까, 지금의 상태에서 아누비스는 정말 죽을 것 같았다. 그리고 동아줄을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이봐, 밧줄! 커헉! 유물이면 동포의 편을 드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냐! 근데 왜!]

하지만 동아줄은 알게 뭐냐며 화를 냈다.

[$*#(#(!]

빨리 손 안해? 손 안해?

이에 힘을 되찾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며 아누비스가 독기를 품었지만, 그래봐야 목이 졸리고 있는 멍멍이였다.

[이자식!]

결국 항복한 쪽은 아누비스였다.

[젠장!]

아무리 자신이라 하더라도 질식사, 아니 이 이상 데미지를 입어 파괴 되고 싶지는 않은 탓이었다.

그랬기 때문일까, 아누비스는 씩씩 거리면서 주헌의 손 위에 발을 얹었다.

물론 순순히 굴복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봐야 잠깐 장단을 맞춰주는 것 뿐.’

그렇게 아누비스가 끔찍하다는 듯 한 발을 주헌의 손을 올려놓자,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 픽 웃었다.

“옳지. 반대손.”

[…….]

아누비스는 이를 으득 갈면서 반대쪽 손도 얹었다.

“좋아, 앉아!”

[……….]

아누비스는 짜증난다는 듯 풀썩 앉았다. 하지만 주헌이 스읍, 눈살을 찌푸렸다.

“이게 누가 엎드리래. 똑바로 안 앉아?”

아누비스는 욕이 한 바가지로 나올 뻔했다. 하지만 일단 시키는 대로 제대로 앉았다. 덕분에 엄청난 굴욕을 느끼는 아누비스였지만, 이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좋아. 시키는 대로 했으니 이제 기회를 엿봐서 이 인간을 처리하면…’

그러나 아누비스는 너무 순진했다.

“좋아. 이 정도 머리면 다른 훈련도 잘 해내겠는 걸.”

[………?!]

주헌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듯 나무가지를 흔들면서 사악하게 웃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물어와!”

두꺼운 나뭇가지가 뼈다귀 마냥 허공을 날아갔다. 그걸 보고 아누비스는 파르르 몸을 떨었다.

이젠 하다하다 뼈다귀 물고 오는 흉내까지 내게 하려는 건가! 아누비스는 차마 발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가만히 있을 동아줄도 아니었다.

[#$*&$*!]

물어오라잖아! 물어오라잖아!

그러더니 본인이 신나게 나뭇가지가 날아간 방향으로 달려가는 것이었다. 그러자 졸지에 개목줄에 질질 끌려가는 아누비스만 죽을 맛이었다.

그리고 동아줄은 눈을 반짝이면서 나뭇가지를 가지고 주헌에게 다가왔다.

[#*$**]

주인님, 가져왔어. 가져왔어.

물론 그걸 받아드는 주헌은 쯧 혀를 찰 뿐이었다.

“야. 누가 너한테 가져오라고 했어?”

[………!]

동아줄은 아차 싶었지만,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다시 던졌다. 그리고 동아줄이 또다시 본능적으로 달려 나가려는 그 순간!

‘젠장, 이러다가 내가 죽겠다.’

또 다시 끌려갈 걸 예감한 아누비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것이다. 그리고 빛과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 마침 내, 탄력있는 근육을 자랑하는 검은 대형견은 두 다리를 쩍 벌리며 허공에서 나뭇가지를 낚아챘다.

그 날렵한 동작에 유재하, 사사키는 감탄했다.

“와! 나이스 캐치!”

역시 대형견들의 플라잉디스크 (원반물기) (?)는 멋졌다. 물론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착지한 아누비스는 씩씩 거리면서 헉헉 거렸지만 말이다.

‘젠장, 빌어먹을 인간!’

하지만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리라!

주헌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서 유물로서 기가 상당히 깎이긴 했지만, 아직까진 괜찮았다.

‘아직 인간에게 지배당할 정도로 꺾이진 않았다.’

사실 아누비스처럼 기가 쎈 유물들을 지배하려면 일단 유물들의 기를 죽일 필요가 있었다. 그 탓에 주헌은 이런 개훈련을 선택한 것 같기는 하지만, 아누비스는 사납게 이를 갈았다.

아누비스는 유물 중에서도 의지력이 굉장했고, 제 주신인 라에 대한 충성도도 높았으며, 냉철한 판단력을 지녔다. 결코 인간 따위에게 쉽게 꺾일 유물은 아니었다.

[뭐든 시켜봐라! 굴할 내가 아니다!]

뭘 시킨다고 하더라도 기가 꺾일 일은 없을 것이었다. 그러나 주헌은 어디 해보라는 듯, 사악하게 웃었다.

“좋아. 그럼 이번엔 배 보이고 애교를 부려라.”

[………!]

그러자 아누비스는 충격을 받은 듯이 주헌을 바라보았다. 앉아! 손, 물어와! 까지는 그렇다 쳤다.

그런데 뭐?

배를 보이고 애교를 부려?

동물이 제 약점에 해당하는 배를 보이는 행위는 완전한 굴복, 심지어 그 상태에서 애교를 부리는 건 스스로 기를 꺾는 수치스러운 행위 자체였다.

그런데 그걸 하라고?

하지만 주헌은 뭐하냐는 듯 픽 웃는 것이었다.

“빨리 안해? 복원 받기 싫어? 이것만 하면 얼마든지 복원해주지.”

그 말에 크윽, 아누비스는 눈물을 머금고 결국 벌러덩 누웠다. 인간에게 배나 보이면서 애교를 부려야 하다니!

신급 유물로 가지고 있던 자존심이 와르르 무너지는 기분이었지만 할 수 없었다.

자신이 우선 살아야 자신과 같은 신세가 되어 있는 이집트 2인방. 오시리스와 세트도 구할 수 있을 거고, 그 빌어먹을 도둑 까마귀로부터 라의 힘을 되찾을 수도 있을 것이었다.

'이대로 삶을 포기할 수는 없다!'

동시에 주헌의 눈 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악한 아누비스의 기가 절반 이상 꺾였습니다. 이제 계약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사용조건은 이미 만족하고 있습니다. 계약 후 바로 유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조건: 강한 신념, 냉철한 판단력, 죽음을 가까이 해본 자]

그걸 보면서 주헌은 기다렸다는 듯이 씨익 웃었다.

그 웃음과 함께 아누비스의 몸에서 빛의 문신이 나타났다. 그 문신은 주헌의 팔뚝에 새겨졌고, 아누비스의 몸에도 주헌의 이름에 해당하는 툼글리프 문자가 새겨졌다.

아누비스와의 계약에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살기 위해 주헌에게 굴복하고 계약을 선택한 아누비스는 주헌을 쏘아보았다.

[자, 인간! 하라는 건 다 했다! 이제 나를 복원 시켜라! 날 사용하기 위해 불러낸 것이 아닌가!]

확실히 그건 그렇다는 듯 주헌은 유재하를 불렀다.

“복원해줘.”

“아, 네!”

그 말에 아누비스는 감격에 몸을 파르르 떨었다.

드디어 복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구나! 수치와 굴욕을 감수한 보람이 있었어!

하지만 순순히 유물놈이 감격에 젖도록 내버려둘 주헌도 아니었다.

“아 맞아. 풀로 복원하지 말고 딱 죽지 않을 정도로만 복원해.”

“네?”

[?!]

주헌은 큭큭 웃었다.

“뭐야 그 표정. 왜? 설마 내가 완벽하게 네 힘을 채워줄 거라고 생각 했나?”

[뭐, 뭐?]

“멍멍이. 이제부터 넌 내 노예다. 앞으로 널 부려먹을 거고, 그 때 마다 죽지 않을 최소치로만 복원 시켜주지.”

[…………!]

“그러니까 앞으로도 얌전히 내 말을 듣는게 좋을 걸?”

아누비스는 눈물을 흘렸다. 어쩐지 사기 당한 기분이었다.

* * *

“저기가 교주의 방이에요!”

요리조리 사람들의 눈을 피해서 길을 안내하던 사사키가 한 건물을 가리켰다. 마치 체육관이라도 되듯이 상당히 큰 신사 건물이었는데, 거기가 교주의 공간이라고 했다.

“교주는 평소에도 저기서 나오지 않아요.”

그 말에 주헌은 픽 웃었다.

나오지 않으면 이쪽에서 쳐들어가면 그만일 뿐이다.

곧 주헌이 발걸음을 옮기려는 그 때였다.

“역시 여기로 올 줄 알았다.”

주헌이 이 곳에 올 걸 알았다는 듯이 이설아를 포함해 신도들이 우르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앞에서, 옆에서, 그리고 뒤에서도.

대충 모인 수만 수 백명은 되어 보였다.

그리고 입구를 철저하게 가로 막고 있는 이설아는 길달을 불러내 주헌을 위협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동료가 늘었나 본데, 한 발자국이라도 들어오면 가만 두지 않겠다.”

물론 이설아를 처음 보는 유재하는 입을 떡 벌리고 감탄했다.

“대박, 완전 미인!”

그러나 그런 그를 향해 주헌이 헛웃음을 흘렸다. 옛 도굴단 멤버들이 마주하는 상황이 감개무량 하긴 하지만.

“반하지 마라. 영혼 뽑힌다.”

“네?!”

이설아는 사사키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사사키가 교주의 최면에서 벗어날 수 있었나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사노바의 유물 최면에서 벗어나는게 쉬운게 아닐텐데.’

설마 저 남자가 최면을 풀었나?

이설아는 주헌을 보며 굉장히 혼란스러워했다. 그녀도 이익관계에 의해 교주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지만, 교주의 최면이 풀리면 곤란한 사람 중 하나였다.

그럴 때 주헌이 여자들을 위협하고 들었다.

“다치기 싫으면 순순히 비켜라. 니들 한테는 볼일……있지만, 일단 비켜.”

평소라면 볼일 없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반면 고민하던 이설아는 입술을 깨물었다. 중요한 것은 이놈들이 교주에게 닿기 전에 일을 처리하는 것이었다.

'교주를 지키는 일이 나도 살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그 때였다.

“거참 시끄럽구만.”

열리지 않을 줄 알았던 교주 구역의 문이 쾅 열린 것이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엉덩이 무거운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교주였다.

이설아는 스스로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면서 놀랐다. 하지만 시몬은 침입자를 허락한 이설아를 보며 경멸스럽게 웃었다.

“저것들을 여기까지 끌고 오다니. 영 쓸모가 없군.”

“아니 이건!”

“닥쳐. 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고 중국 정부에 말할거야. 네 목은 바로 아웃일 걸.”

“!”

이설아가 교주를 쏘아보았지만, 시몬은 가소롭다는 듯 웃으면서 주헌을 보았다.

“감히 내 신성한 하렘에 진흙발로 찾아온 게 너냐?”

그는 주헌의 위아래를 훑어보면서 비웃음을 날렸다. 그래봐야 변변찮은 사내놈이라고 생각한 탓이다. 저놈보다 자신이 우위라는 남자의 우월감이라도 느끼는 건지 몰랐다.

“무능력한 것들로 맞이해서 미안하다. 내가 직접 처리해주마.”

곧 그가 카사노바의 유물을 발동 시켰다. 그러자 곳곳에 흩어져 있던 2천명의 신도들이 우르르 집합하기 시작했다.

그 숫자가 엄청나서 보는 사람이 압도될 정도였다.

그 뿐이 아니었다.

“자! 강림해라! 2천명의 병사들이여!”

그가 강령의 유물로 신도들의 몸에 과거 병사들의 영혼을 빙의 시킨 것이다!

그의 외침과 함께 신도들의 몸에서 번쩍 빛이 나더니, 순식간에 연약한 신도들이 강인한 전사들로 변했다. 몸집이 변한 건 아니지만, 눈빛이 달라져 있었다.

그건 틀림없는 빙의 결과였다.

시몬은 하하 웃었다.

“여기 과거 이름을 날린 병사들이 2천명이나 있다! 내 군대 앞에서 니들은 개미새끼들이지!”

그는 영광으로 알라며 이죽거렸다.

“특별히 여자들 품에서 죽게 해주마, 이 잡놈아!”

하지만.

“빙의병사 2천?”

주헌의 같잖다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리고.

“그럼 이 쪽은 불사 병사 2만이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땅이 갈라졌다. 신도들과 시몬은 깜짝 놀랐다.

'지진?'

아니 그런게 아니었다.

쿵!

마치 세상이 멸망하는 듯한 강한 땅울림!

갈라진 땅 틈에서는 끓어오르는 용암과 함께, 기어 올라오는 미라들이 있었다. 바로 파라오를 지키던 강력한 이집트 전사들이었다.

마침내 사후세계에서 불려 나온 용맹한 전사들은 고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며 포효했다.

그 뿐이 아니었다.

마치 머나먼 저승에서 소환해온 듯, 해골병사들과 유령병사들이 위압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입은 갑옷들을 보니 고대 로마군, 스파르타군부터 유럽군, 중국군, 등등 한 시대를 평정했던 병사들이 다양하게 보였다. 심지어 일개 병사급이 아니라 말을 탄 장군급도 보였다.

아누비스를 활용해 이집트 뿐만 아니라 각지의 사자의 문을 열어버린 것이었다!

그 위압적인 모습을 보며 시몬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강령술, 아니 고작 그런 수준이 아니었다.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버렸다!

그리고 인간급은 꺼지라는 듯, 아예 사자 본인들을 소환한 주헌은 픽 웃었다.

“잘 들어라. 설치려면 최소 이 정도는 불러내고 설치는 거다.”

알간?

============================ 작품 후기 ============================

인간급은 꼬져 요놈아 ㅋ.ㅋ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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