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굴왕-95화 (95/409)

00095 자, 나에게 반해봐라  =========================================================================

< 자, 나에게 반해봐라 (3) >

“네가 사사키라고?”

주헌은 황당하다는 듯이 사사키를 바라보았다.

사사키 유카.

그러니까 아마도 회귀 직후 만났던 일본 날라리 중학생이었다. 당시 일본 미래기 유물 사용자였고, 자신을 방해하는게 짜증나서 직접 처리하러 일본까지 갔던………

‘틀림없이 소스케인지 뭔지 아이돌 빠순이였던 걔지.’

한자를 못 읽어서 미래기도 제대로 활용 못하던 바보.

하지만 어딜 봐도 사람이 달랐다.

그 탓인지 기억력 좋은 주헌은 눈살을 찌푸릴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하지마. 내가 사람 얼굴을 기억 못하는게 말이 되나. 너 누구야.”

하지만 주헌의 진지한 말에 사사키는 큰 충격을 받고 훌쩍였다.

“흑, 너무해요. 그냥……그냥 화장을 좀 지웠을 뿐인데!”

“……….”

역시 화장의 비포 에프터 세계란.

물론 에프터가 갸루 화장이었던터라 차라리 지금의 얼굴이 훨씬 좋았지만 말이다.

‘본판은 그래도 귀여웠네.’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 최면에서 벗어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주헌 자신에겐 잘 된 일이었다.

지금부터 이녀석을 이용…아니아니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주헌은 날카롭게 웃으며 단검을 흔들었다.

“한 번 겪어봤으니 내 성격은 알지? 좋은 말로 할 때 교주의 방으로 안내해.”

그 말에 사사키는 한숨을 쉬었다.

주헌도 여전하다 싶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사키는 주헌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왜?

미래기를 계속 사용했으면 몇 년 안에 돌연사하게 되었을 테니까.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땐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그런 의미에선 어쨌든 주헌은 제 은인이었다.

결국 미래기가 사라지고, 정부도 사사키에게 큰 비밀 이야기를 하진 않았기 때문에 일반인으로 돌아가는 걸 허락했고 말이다.

곧 사사키가 한숨을 쉬었다.

“알았어요. 그럼 그 전에 진짜 딱 한가지만요.”

그 말에 밖의 기척을 확인하던 주헌이 시계를 보았다.

“30초 이내로 끝내.”

“아, 네! 저, 그 때 미래기를 파괴하셨던거요. 혹시 절 구해주신 건가요? 미래기를 계속 쓰면 제가 죽을 걸 알고?”

사래걸릴 듯 급하게 나오는 말에 주헌은 하하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사사키가 한 말이 너무 웃겼기 때문이었다.

뭐? 구해줘?

“착각은 자유라더니. 어린애가 헛소리를 하고 앉았구만.”

그러자 내심 기대했었던 사사키는 시무룩해졌다.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주헌은 시계를 보며 말을 이었다.

“미래기는 방해되어서 없앤거고, 넌 그 덤으로 운좋게 살아난거야. 알았어?”

주헌의 냉랭한 말에 사사키는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역시 그 때나 지금이나 주헌은 피도 눈물도 없는 마왕이었다.

“그럼 교주의 방을 알려주고 나면 이번에야 말로 입막음 하려고 하실 거에요?”

“입막음? 내가 왜?”

“네?”

“넌 내가 살인광인 줄 아냐? 됐고 교주의 방만 알면 넌 필요 없어. 소스케나 쫓아다니든 말든 맘대로해. 자 30초 끝. 이제 교주의 방을 불어.”

주헌은 정말 관심없어서 한 말이었지만, 사사키는 움찔했다. 그녀의 귀에는 그 말이 묘하게 상냥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어? 잠깐. 이거 어쨌든 풀어 준다는 의미가 아닌가?’

그리고 어디에 가든 행복(?)하게 살라고.

그랬기에 어린 사사키는 이상한 망상에 빠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래, 주헌오빠는 마왕님이더라도 의외로 착한 마왕님일지도 몰라……!’

그 탓일까. 주헌에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포교왕의 유물 기본 사용 조건을 일부 충족 시켰습니다.]

[조건: 명성 0 , 인기도 -10 (불충족, 기본 50 이상)]

[조건: 당신에게 반해 있는 사람 최저 10명 (3/10)]

다만 정작 본인은 메시지를 보면서 황당해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갑자기 또 왜?’

도대체 자신이 무슨 말을 했다고?

주헌은 심각하게 고민했지만, 상대가 사사키라 진지하게 생각하는 걸 관두기로 했다.

어쨌든 사소한 팬이 한 명이라도 더 늘어났으니 된 거 아닌가?

하지만 그럼에도 이상했다.

‘근데 왜 팬이 3명이나 되지?’

기존의 2명은 도대체 누군데?

소설은 실패했으니 유재하나 오승우는 아닐테고.

하지만 이 때 배신자 신도 사사키가 술술 정보를 불기 시작했다.

“저기 주헌님. 교주의 방을 알려 달라고 하셨지만 다가가면 위험해요.”

“뭐? 왜?”

사사키가 입을 열었다.

* * *

그리고 일본 교토.

카사노바의 유물로 하렘을 꾸린 미국인, 시몬은 낄낄 웃고 있었다.

‘역시 여자들은 최고야.’

시몬은 사실 미군 TSOF 의 군인이었다. 비록 주헌이 TSOF 를 소탕하기 전 빠져 나왔지만, 그러니까 키이라 밑에 있던 유물 사용자라는 의미였다.

하지만 그는 키이라도 TSOF 도 아주 머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당연하지 않은가!

‘힘들게 발굴한 유물을 왜 나라에 바쳐야 해!’

유물은 가진 사람이 임자 아닌가!

그렇게 교토에 안착한 시몬은 여자들을 후리며 7대 무덤만을 노리고 있었다.

‘여기에 나타난다는 7대 무덤을 정복해야 한다.’

시몬은 이 일대에 7대 무덤이 나타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이 곳에 7대 무덤이 나타난다는 예언정보를 중국-러시아로부터 얻었으니까.

‘그 안의 유물만 있으면 망할 판도라를 밟을 힘이 생긴다.’

그럼 중국, 러시아쪽에도 좋은 점수를 받고 스카웃을 받을 수 있겠지. 그는 미국-서유럽이 연합한 판도라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 오히려 판도라 가입을 거절하고 손을 잡은 중국과 러시아. 중-러 연합이야 말로 새로운 별이 되리라.

쉽게 말해 그는 구 소련국가에 붙을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를 위한 하렘 계획이었다.

물론 사심이 80%긴 했지만, 그는 카사노바 유물 외에 강령 유물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강령술 유물을 활용해 신도들에게 과거 병사들의 영혼들을 빙의 시켰다. 그야 말로 무덤 공략을 위한 그만의 군대였던 것이다!

여자의 몸에만 빙의시킬 수 있다는 유물의 단점이 있었지만 아무래야 상관없었다. 카사노바의 유물로 신도들을 긁어모았고, 7대 무덤을 공략할 병사들이 탄생했으니까.

‘신도들의 수는 대충 2천명. 이정도면 충분하지만 의자왕이라는 왕도 3천 궁녀를 가졌다는데 남자라면 3천명은 가져야지.’

시몬은 큭큭 웃었다.

* * *

“오, 강령술이라고?”

사사키로부터 뜻 밖의 이야기를 들은 주헌은 흥미로워했다.

‘하기야 이설아가 교주의 부하로 있는 게 이상하다 싶긴 했다만.’

“애초에 교주가 그 쪽 계열 유물을 쓰고 있었구만?”

아무래도 영혼을 가지고 고얀 장난질을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사사키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그러니까 교주에게 다가가려고 하면 2천명의 신도들이 가만 있지 않을 거에요. 빙의된 신도들은 진짜 평범한 여자들이 아니라니까요? 싸움능력이 엄청나요!”

그야 그럴 것이다.

교주놈이 강령술로 빙의 시킨다는 영혼들은 과거 힘좀 쓰는 병사들일 것이 분명했다. 개 중엔 스파르타의 병사들이 있을지도 몰랐다.

‘강령술 유물의 등급이 어느정도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하지만 그래봐야 최대 S급 일 것이었다.

왜?

강령술이란 인간이 영혼을 부르는 것.

절대 신급이 나올 수가 없다.

어쨌든 상대의 유물이 S급이라 이름난 싸울아비들이라도 빙의시키면 주헌이라도 승산은 없다. 아마 교주에게 다가가 유물을 뺏기도 전에 살해 당할 것이다.

자신이 일반인에 비해 어느정도 단련 되어 있다고는 하나, 과거의 영웅들에게 비할 바가 되겠나.

“아니 애초에 2천명은 나라도 무리지.”

그것도 보통 여자들도 아닐테고.

과거 군인들을 농락하며 이리저리 쑥쑥 도망친 주헌이지만, 혼자서 2천명을 어떻게 상대한단 말인가.

‘암. 인간이라면 오히려 상대 못해줘야 하는 게 예의지.’

냉정하게 상황을 판단하는 그는 쿨하게 인정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영혼 계열 유물을 상대하려면 천적인 엑소시즘 유물이나, 똑같은 영혼 유물로 상대하는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엑소시즘을 구할 생각은 없었다. 아니 이미 뛰어난 영혼계 유물을 가지고 있는데 왜?

“상대가 영혼으로 나오겠다면 이쪽도 똑같이 해주면 그만이야.”

“네, 네?”

사사키는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헌은 밖을 살폈다.

“그 전에 불러야 할 놈이 하나 있다.”

주헌은 웃었다.

교주님이 강령술 유물을 가졌다고 해봤자 제까짓게 인간 범위지.

* * *

“네? 아누비스의 유물을 달라고요? 그 죽음의 신 유물?”

유재하는 주헌의 요구에 당황해했다.

사실 대나무 숲 밖에서 똥줄을 태워가며 주헌을 기다리고 있던 유재하였다. 그리고 대나무 숲 사이로 난 개구멍으로 주헌이 불쑥 튀어 나왔을 땐 어찌나 놀랐는지!

그러더니 앞뒤 문맥도 없이 갑자기 뭐가 어쩌고 저째?

“보아하니 멀쩡하신 것 같긴 한데…… 다친 곳은 없으신 겁니까?”

“없다. 그러니 내놔라.”

유재하는 한숨을 쉬면서 인벤토리, 아니 엽서 형태의 고흐 그림을 꺼냈다. 그리고 그가 아누비스의 유물을 꺼내는 건 순식간이었다.

“여기 있습니다. 그런데 얜 누굽니까?”

유재하는 주헌의 옆에 있는 사사키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사실 개구멍으로 불쑥 튀어 나온 건 주헌 뿐이 아니었다. 바로 이 개구멍까지 안내해준 사사키도 함께였던 것이다.

그런데 주헌을 바라보는 황홀한 눈빛이 심상치 않아서 원.

‘척보니 하렘의 유물에 최면 당하던 애 같은데……왜 단장님을?’

“도대체 이 여자애는 뭡니까? 누구에요?”

“아. 내가 전에 죽이려 했던 애.”

“……………네?”

하지만 유재하의 얼이 빠지는 것도 잠시, 사사키가 급하게 외쳤다.

“사람들이 와요!”

아니나 다를까, 이설아를 중심으로 신도들이 주헌에게 달려오고 있는 것이었다.

“저기다! 찾았다!”

“인질을 내놔라!”

그걸 본 사사키는 재빨리 두 남자들을 잡아 당겼다.

“이 쪽이에요!”

괜히 신도로 있었던 것이 아닌지, 사사키는 요리조리 복잡한 길로 사람들을 잘도 따돌렸다. 신사의 담을 넘고, 좁은 길을 기어가며 그녀는 인적이 없는 곳으로 둘을 안내했다.

마침내 도착한 곳은 대나무 숲에 버려진 작은 헛간.

주변을 살피던 사사키가 말했다.

“아마 여기까지는 당분간 오지 못할 거에요!”

“잘했어. 쓸모는 있네.”

“저, 정말요? 도움이 되었나요?”

“나름.”

주헌의 칭찬에 팔찌 상태로 있던 동아줄 유물이 움찔 한 것 같았지만 주헌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리고 유재하로부터 아누비스의 유물을 받은 주헌은 픽 웃었다.

얼핏 십자가처럼 생겼지만 머리 부분이 둥근 앙크.

바로 권태준 회장과 휘말렸던 대고분화 당시, 주헌이 체크메이트했던 이집트 날라리 3인방 유물 중 하나였다. 하지만 막상 그걸 건네 준 유재하는 정말 당황하면서 바라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단장님, 그거 사용하기 까다로운 유물이라 복원도 해두지 말라고 하셨잖습니까. 저 진짜 하나도 손 안 댔어요. 완전 파괴되기 직전의 누더기 상태입니다, 그거.”

그렇다.

주헌은 유재하에게 한가지 명령을 했다.

다른 건 복원해도 되는데 이집트 3인방 유물만큼은 절대로 복원해두지 말라고. 그래서 유재하는 주헌이 이집트 유물은 버리고 그냥 창고에 처박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걸 내놓으라니?

“사용하실거면 지금 복원 해볼까요? 조금이라도……”

“아니. 그럴 필요 없어. 오히려 복원을 해두면 골치 아프다.”

“네?”

주헌은 웃었다.

당연히 골치 아프지.

이놈은 대고분화를 일으켰을 정도의 흉악한 유물들인데.

지금 파괴되기 직전이라 얌전하게 있는 거지, 복원 따위를 해놨다간 또 어떻게 날 뛸지 모르는 광견들이었다. 애초에 인간의 손을 타기 싫다는 이유로 대고분화를 일으켜 인간 자체의 씨를 말리려고 하지 않았는가.

그 때야 꼼수를 부려 이놈들을 발라놓긴 했지만.

‘사실 이놈은 사황급이라도 쉽게 다룰 놈은 아니다.’

발라놓긴 했지만, 순순히 굴복하진 않을 터.

신급 중에서도 엄연히 서열은 있는 법이었다.

예외도 있지만 주로 많은 사람들이 기억할수록 능력도 강했고, 주신급의 힘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래봐야 물건은 물건.’

주헌은 입꼬리를 올리며 앙크에 지배력을 실었다.

그러자 앙크가 번쩍 빛을 내면서 다 죽어가는 검은털의 자칼이 나타났다.

개과로 보이는 아누비스는 대형견의 크기로, 몸집이 늑대만큼 컸다.

그리고 주헌의 예상대로 아누비스의 유물은 주헌의 낯짝을 보자마자 으르렁 거리기 시작했다.

[이 빌어먹을 인간. 잘도 이 몸을………!]

그것은 당장에 주헌의 목을 물어뜯고 싶어했지만, 애석하게도 힘이 없어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법.

고귀한 맹수는 마지막 힘을 발휘해 주헌에게 달려 들었다.

[이번에야 말로 죽여주지! 인간!]

그러나.

[커헉!]

사정없이 주헌에게 걷어차이고 말았다. 주헌은 약해져 있는 아누비스의 몸통을 즈려 밟으면서 가소롭다는 듯 웃었다.

“감히 주인에게 덤벼들다니, 간땡이가 부었구나.”

[뭐, 뭐라고?]

“말을 안듣는 개새끼는 일단 훈련부터 시켜야 겠지.”

그 말을 하면서 주헌은 동아줄 유물을 불러내 밧줄을 쭉쭉 잡아 당겼다.

그리고!

[컥!]

주헌의 의지를 읽은 듯, 동아줄은 바로 아누비스의 목에 감겼다. 심지어 그 형태가 개에 목줄을 단 듯한 형태였던 것이다!

그러자 졸지에 개가 된 아누비스는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너, 인간놈! 그리고 이 한낱 하급 유물 주제에! 놔라! 감히 누구한테 손을 대나!]

아누비스는 동아줄에게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동아줄은 신이 나서 더 콱콱 아누비스의 목을 졸랐다.

[#*$&*#!]

훈련 하자잖아! 훈련 하자잖아!

[커헉!]

아무래도 몸이 극도로 약해진 상태라 하급 유물에게조차 버티지 못하는 것이 틀림없으리라.

이에 거품을 물던 아누비스는 절규했다.

[인간! 도대체 나한테 뭘 시킬 셈이냐!]

“글쎄. 일단은………”

주헌은 악랄하게 웃으며 강아지 훈련시키듯 손을 내밀었다.

“손?”

============================ 작품 후기 ============================

손하라고! 손!

+ 추코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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