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2 자, 나에게 반해봐라 =========================================================================
< 자, 나에게 반해봐라 (1) >
[강탈의 소질가 서주헌 (만 22세)] 가진 유물 수: 50개]
그걸 본 판도라 의원들은 경악하고 말았다. 강탈의 소질도 소질이었지만, 무엇보다 가진 유물 수가!
“세상에 50개라니!”
“심지어 저 세부 데이터 보세요. 개인이 가지고 있는 개수입니다.”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수치였다.
그동안 판도라가 손가락 쭉쭉 빨며 있었던 것도 아니고, 유물이 처음 등장 할 때부터 빠르게 움직이던 자신들이 아니었나.
그리고 그 증거로 초기부터 빠르게 움직였던 권회장이 21개였다. 심지어 그런 권회장 마저도 판도라와 협력하에 움직이는 것이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개인이 21개나 모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혼자서 50개라고?”
“뭐하는 놈이야!”
판도라 간부들은 경악했다.
아무리 봐도 세부 데이터 상으론 주헌에게 딱히 발굴인력이라는 게 없어보였다.
“그러니까 저 데이터는 말이 안돼요!”
“판도라 병사들이 수천명이 투입되어야 겨우 10개 건지고 나올까 말까인데!”
“혹시 홀튼가와 연계해서 발굴단을 꾸린게 아닐까요?”
“장난해요? 발굴단은 최저인력이 수백명이 넘습니다. 그런 큰움직임이 있었으면 키이라 장군이 진작 박살을 냈었겠죠!”
“아, 강탈의 소질이라는 걸 보면 혹시 남한테서 빼앗았다던가...”
그러나 그 말에 판도라 간부들은 더 침묵했다.
기껏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유물마저도 빼앗길지 모른다는 공포였다.
“아, 아무튼 7개 무덤에 대해서는 언론에 비밀로 해요. 빼앗기면 절대 안됩니다.”
“판도라와 연합국이 사수해야 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지만... 특히 저 서주헌이라는 사람한테는 절대 정보가 새어나가면 안됩니다.”
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 * *
하지만 그들의 주의 어린 행동은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왜?
[현재 세계 각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무덤의 출현이 있었습니다. 다행히 소규모의 무덤이긴 했지만 나타난 지역은 총 1690구역으로...]
“뭐야 저거. 7대 대무덤 징조현상이잖아.”
정작 장본인은 비밀정보를 바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주헌은 뉴스에 떠오르는 지도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저게 슬슬 나올 때가 된 건가.'
그러나 뉴스를 보며 웃는 주헌의 모습에 아이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헌씨?”
현재 그들이 있는 장소는 뉴욕 펜트 하우스.
그녀는 지금 주헌에게서 과외수업을 받고 있는 중이었다. 판도라 모임에서는 주헌이 자신과 연루될까봐 일부러 함께 탈출하지 않은 것이고 말이다.
그리고 유물 사용법을 함께 익히던 아이린과 유재하가 물었다.
“7대 무덤이라니요?”
“단장님, 또 이상한게 나오는 겁니까?”
주헌은 대답대신 뉴스의 지도를 가리켰다.
지도에는 무덤들의 위치가 표시 되고 있었는데, 마치 그것이 둥근 고리처럼 연결 되어 있었다.
"저건 무덤의 고리(Ring of Tomb) 다."
"무덤의 고리?"
마치 환태평양 지진대를 불의 고리라고 부르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그 고리에서 가장 오라가 센 곳엔 대무덤이 생긴다.
그게 7개.
그래서 7대 무덤이라고 하기도 했지만, 사실 내용물도 한몫 했다.
7개의 대무덤은 성서의 7대 죄악 (탐욕, 오만, 시기, 분노, 나태, 식탐, 색욕) 의 속성이 담긴 무덤이었기 때문이었다.
“쉽게 말해서 앞으로 7개 대무덤이 나타날거다. 각각 7대 죄악에 맞는 유물이 나오는 것 뿐이야. 랜덤하게. 그리고 종류에 따라선 세상을 뒤바꿀 아주 귀한 무덤이지.”
그 무덤을 정복한 자가 대부분 왕급으로서 자리를 굳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주헌에겐 7대 무덤이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과거 주헌이 <발굴꾼>이 된 계기, 고고학자의 유물을 얻었던 무덤이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탐욕의 무덤이었지.’
역사적 지식의 탐욕이었나.
대충 그런 명목으로 그 귀속성 유물이 나왔었다.
하지만 주헌은 새삼 과거의 기억이 떠오르자 머리가 아파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 유물은 다 좋았는데 리스크가 병신이었지.’
그 고고학자의 유물의 리스크는 활자중독, 관람중독, 지식습득중독, 아무튼 여러 지식을 얻어야 하는 탐구중독증이었다.
아니 무덤에서 죽다 살아왔으면, 피곤해 죽겠는게 당연한 게 아닌가. 그런데 이놈의 유물은 잠도 자지 못하게 하고, 전세계의 도서관, 박물관, 미술관을 활보하며 역사적 예술적 지식을 구겨 넣게 했다.
그 뿐인가?
진짜 막말로 프랑스에서 마음이 맞았던 여자와 거사를 치르려는 순간에 리스크가 닥쳐버린 적도 있었다. 덕분에‘잠깐 모나리자가 보고 싶어졌어.’ 하고 루브르 박물관으로 달려가버린 건, 지금도 잊고 싶은 흑역사 이리라.
아마도 그 때 그 여자는 자신을 미친놈으로 보지 않았었을까?
‘진짜 그럴 때면 파트너 유물이고 자시고, 부수고 싶었지.’
그걸 두고 도굴단 멤버들이 엄청나게 웃긴 했었다.
‘특히 유재하놈이.’
새삼 떠올리니 주헌은 이가 갈렸다.
그래서 일까.
주헌은 눈 앞의 유재하에게 이렇게 말했다.
“1호. 너 오늘까지 유물 복원 다 끝내.”
그 청천벽력같은 소리에 유재하는 거품을 물었다.
“네?! 무슨 소리세요! 요즘 고생 많았으니 일주일은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알게 뭐냐. 못하면 죽인다. 끝내.”
“아이씨!”
반쯤 장난이긴 하지만, 결국 영문도 모르고 철야를 하게 된 유재하는 훌쩍였다.
물론 과거엔 그런 저런 리스크도 있었지만, 지금은 상관없긴 했다.
지금이야 그 고고학자의 유물 대신, 까마귀가 준 도굴꾼 스킬이 있지 않나.
어쨌든 탐욕의 무덤은 7개의 무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고, 그 탓인지 수 년이 지나도 정복되지 않았었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 들어갔던 28살 무렵, 주헌도 늦게나마 그 유물을 손에 넣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7대 무덤이라.’
어 그런데 잠깐.
‘그럼 이번에도 탐욕의 무덤에서는 그 고고학자의 유물이 나오는 건가?’
그리고 랜덤무덤인데 다른 무덤들에서도 기억대로 유물이 나오려나?
그렇게 주헌이 잠시 고민할 때였다.
“유물도 성장 시킬 수 있다면서요? 그거 정말입니까?”
불로초를 키우다 못해 이제 찻잎까지 키우는 농부 오승우가 물어온 것이었다. 그 말에 주헌은 뭔가 깨달은 듯 픽 웃었다.
'그래 지금은 7대 무덤에 대해 머리를 싸매봤자 헛수고다.'
반드시 가긴 해야 했지만, 가보기 전까진 모르는 일이니까. 그리고 7대 무덤이 나타나기까지는 좀 시간이 있을 것이었다.
때문에 오히려 지금 주헌이 집중하는 것은 이것이었다.
‘유물의 성장.’
현재 자신이 모은 유물은 50개.
사실 유재하가 복제해둔 것들도 있었고, 밤마다 주변의 작은 무덤에 들어가서 발굴해온 것도 있었다.
남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주헌에겐 무덤발굴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았다. 물론 난이도 답게 대부분이 C, D급이긴 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유물의 랭크를 올릴 수 있다면 7대 무덤에서도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쉽게 유물을 성장 시킬 순 없을 것 같았다.
왜?
메시지가 이렇게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유물을 성장 시키려면, 기본적으로 유물이 특정 가치를 지니게 되어야 합니다.]
[골동품급(D급) -> 일반급 (C급) (일반적인 행동을 실시)
[일반급 (C급) -> 희귀급 (B급) (희귀한 행동을 실시)
[희귀급 (B급) -> 보물급 (A급) (보물로 지정될 급의 가치를 지녀야함)
[보물급(A급) -> 영웅전설급 (S급) (주인이 시대의 획을 긋는 영웅급으로 화자되어야 함)
[영웅전설급(S급) -> 신급 (SS급) (유물이나 주인이 신격화 되어야 함)
물론 동아줄 유물이야 이 표대로라면 유물치고 굉장히 희귀한 짓을 했으니 성장할 수 있었다고 쳤다.
‘하지만 보물급 이상부터는 좀 어렵군.’
차라리 게임처럼 뚱땅거리면서 강화할 수 있으면 참 편하련만, 이놈들은 유물이지 아이템이 아니었다.
‘심지어 신급이 되려면 인간들 사이에서 신격화가 되어야 한다고?’
미치겠군.
주헌은 고민했다.
우상숭배, 다신교가 성행한 옛날 옛적이라면 모를까.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신격화 되는게 말이 되겠는가.
노벨상을 받는다든가, 세상의 획을 그은 천재들도 영웅전설급 정도가 되는게 한계일 터.
‘신급....신급이라.’
다른 등급도 좋지만 탐나는 것은 당연히 신급.
그렇게 욕심 많은 주헌은 신급에서 눈을 전혀 떼지 못했다.
그런데 이 때였다.
마치 그런 주헌의 시커먼 속을 읽기라도 하듯, 메시지가 떠오른 것이다.
[그래봐야 현대 인간의 능력수준을 생각하면 S급까지 올리는 것도 힘들 것이며, A급도 힘듭니다.]
[또한 사용자의 능력수준으로는 B급까지 올리는 것이 최대일 겁니다.]
[그냥 있는 유물을 잘 사용하기를 권장합니다.]
얼씨구 이것 봐라.
주헌은 이놈이 자신을 농락하느냐며 헛웃음을 흘렸다.
물론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니다.
‘보물급, 영웅급, 신급이 되는게 쉬운 일일 리가 없지.’
그러나 좋은 걸 봤는데, 여기서 순순히 포기할 주헌도 아니었다.
그럴 때였다.
[일본 교토에서 불가사의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당지역에서 여자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행방불명된 여자들의 수만 현재 2천명이 넘어가고 있고....]
[경찰들은 이 사건에 사이비 종교가 얽혀 있다고 판단 … 수사에]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CNN 뉴스 앵커의 유창한 목소리에 주헌은 힐끔 뉴스를 보았다.
‘사이비 종교....... 교주?’
그러더니 주헌은 씨익 웃었다.
현대에서도 얼마든지 쉽게 신격화 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의 시선에 닿은 곳엔 록펠러에게 빼앗았던 포교왕의 유물이 있었다.
* * *
‘신격화? 그딴게 뭐가 어려워?’
메시지 놈이야 현대의 인간 따위가 신격화 되는 게 가능할리 없다고 말했다.
물론 그건 사실이었다.
그나마 인간들 사이에서 신격화 될 만한 인물들은 고대에서부터 화자 되어오던 전설적인 인물들이니까.
그러나 현대의 인간이 잘나봐야 단기간에 사람들의 뇌리에 신처럼 떠 받들여질 수 있겠는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방법은 분명 있었다.
자신이 비록 공자나 맹자, 예수나 부처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건 그런게 아니지 않나.
‘그래. 누군가가 나를 신처럼 생각하기만 하면 되는 것 뿐이다.’
쉽게 말해 광신도!
교주!
팬! 그러니까 광적인 빠순이 빠돌이!
일시적으로 자신을 신격화 할 수 있는 아주 효율성 있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이건 일종의 꼼수였다.
실제로 메시지의 말에는 약간의 맹점이 있었다.
‘그래, 이놈은 구체적으로 어떤 신격화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니 뭐든 숭배 비슷한 것만 할 수 있으면 되는 게 아닌가.
때문에 주헌은 악랄하게 웃었다.
‘이대로면 분명 올릴 수 있다. 신급으로!’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은 바로 아베스타 경전을 집어 들었다. 록펠러는 분명 이걸 이용해 광신도들을 만들어내지 않았었나.
물론 아직 아베스타와는 계약을 맺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 주헌은 유물의 랭크를 올리기 위한 방법을 얻기 위해 포교 유물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자, 반응해라. 아베스타.’
곧 그렇게 생각한 주헌이 지배력을 실어 아베스타와 계약을 하고자 했다. 그리고 계약의 증거인 툼글리프 문자가 빛을 내며 떠올랐다.
그리고 저 문자가 주헌의 몸 어딘가에 새겨지게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금방 문자는 쑥 들어가고 말았다.
“!”
그 뿐이 아니었다. 아베스타는 언제 빛을 발했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다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이놈이.’
왜지.
계약을 하려고 반응한 걸 보면 지배력이 모자르지는 않았을 것이었다.
그럼 왜.
그럴 때 메시지가 떠올랐다.
[해당 유물의 사용 자격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포교형 유물은 기본적으로 사용자의 명성이나 인기도를 필요로 합니다.]
[당신에게 반해 있는 사람이 최저 10명 이상 필요합니다.]
“........”
주헌은 칫, 혀를 찼다.
생각해보면 귀속성 유물은 주인을 가렸다. 자신을 사용하기에 최소한의 조건이 되는지 안되는 지 본다는 소리였다.
유물마다 다르긴 하지만 인덕이 높아야 하거나,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야 하거나, 수학을 좀 잘해야 한다거나, 대충 그런 식이었다.
‘함무라비 법전이야 칼 같이 계약이 가능 했었건만.’
그거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라는 함무라비의 속성과 주헌이 아주 혼연일체를 했던 것 뿐이지만.
어쨌든 주헌은 이제야 록펠러가 왜 소설, 음악, 영화 활동을 했는지 알것도 같았다.
그게 포교왕 유물의 최소 조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인기도, 숭배도에 따라 유물을 쓸 수 있는 기능이 늘어나는 식이겠지.
‘하지만 10명, 10명이라.’
누구를 자신의 팬으로 만들지?
자신이 연예인인 것도 아니고, 갑자기 자신에게 반한 사람 10명을 만들라고 해도.
그는 눈 앞에 있는 아이린, 유재하, 오승우 일행 3명을 보았다.
일단 이 놈들만 다섯.
‘아이린은 딱히 반하게 할 방법이 안 떠오르는 군.’
이런 타입은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그럼 사내놈들...?
아니 사실 사내놈들이 더 어렵지 않나?
하지만 그는 유재하를 보며 아, 하고 알은체를 했다.
생각해보면 1호 놈은 록펠러의 신도 최면에 들어갔을 만큼, 그의 팬이 아니었던가.
‘분명 <은밀한 가정부>라는 소설을 보고….’
아마도 19금의 찐한 야설 이었던 것 같다.
그 생각에 미친 주헌은 아, 하고 웃었다.
‘그럼 까짓거 그렇게 써주면 되는 거 아닌가?’
주헌은 노트북으로 워드창을 켜며 얼른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
9월 첫째주 딱지 이벤트 heodus, dkaem , kaila78, artppt ,wbslzpt 님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