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0 미래가 좀 바뀌었다? =========================================================================
< 미래가 좀 바뀌었다? (2) >
[상대의 지배력이 B등급까지 떨어졌습니다.]
[상대와 아베스타와의 계약이 풀어지려고 합니다.]
그걸 본 주헌의 표정이 밝아졌다.
록펠러가 지배력이 높다고 할지언정 그래봐야 인간. 아무래도 직접적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니 정신력이 남아날 리가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아베스타가 주인을 배신했습니다.]
[상대와 아베스타와의 계약이 풀어졌습니다.]
떨어진 지배력과 함께 아베스타가 주인에게서 떨어져 나왔다. 주헌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낡은 경전에 지배력을 실었다.
쿵!
반응은 아주 격렬했다.
[#*&$#*&!]
뭐냐, 이 하찮은 인간놈아!
쿵! 쿵!
아베스타는 낯선 지배력이 실리자마자 방어적으로 나왔다. 주헌의 지배력에 지배 당하지 않고자 강한 오라를 뿜어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걸 보면서 주헌은 웃음을 흘렸다.
왜?
자신의 지배력이 별 볼일 없었으면 이놈이 이런 반응이겠는가. 고수가 하룻강아지에게 적극적인 방어를 취할 리는 없는 법이었다.
즉.
‘어느정도는 신급유물을 다룰 정도로 지배력이 올랐다는 증거다.’
주헌은 자신의 능력치를 슬쩍 확인해보았다.
[유물 지배력: S+ (영웅의현신)]
[유물 친화력: E- (다가가고 싶지도 않은)]
사황급(SS+)이 되기엔 아직 모자랐으나, 기싸움 하기에 따라 신급 유물에 이제 손은 댈 수 있을 수준.
처음 과거로 돌아왔을 때보다는 훨씬 나았다. 회귀 직후에는 A+ (대지배자) 급이었나. 회귀 후에야 죽음과 배신의 충격 때문에 지배력이 떨어졌었던 모양이지만, 어느정도 원래의 지배력을 되찾았다.
‘유물을 혹사시킨 보람이 있군.’
원래라면 이렇게 단기간에 올릴 수 없는데 말이다.
회귀하기 전 주헌은 S급 유물을 주로 사용하는 꾼급 유물 사용자. 물론 신급 유물도 어느정도 다룰 수는 있었다. 단지 파트너쉽을 맺을 신급 유물이 없었던 것 뿐.
그리고 이 때였다.
“커헉, 고작 해야 하급 유물 주제에...!”
동아줄에게 목이 졸리던 오스틴이 이를 악물고 저항을 시작했다.
‘감히 이게 어디서.’
그는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었다. 제 목을 조르는 동아줄은 느낌상 기껏해야 하급 유물.
심지어 누구나 쓸 수 있는 소모성 유물이 아닌가!
‘이딴 건 지배해서 풀면 그만이다!’
동시에 오스틴은 강한 지배력으로 동아줄을 지배하려고 했다.
그러자 반응은 금방 왔다.
[!]
오스틴의 강한 지배를 느낀 동아줄은 움찔거렸다. 그리고 오스틴의 목을 조르던 것도 잠시, 약 먹은 쥐 마냥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
사실 소모성유물이라면 주인을 가리지 않았다. 당연히 그 때 그 때의 사용자에 따라 주인이 바뀌고 함락되는 것이 정석.
‘자, 그러니까 어서 밧줄을 풀어!’
심지어 동아줄은 랭크가 낮은 C급 유물이었다. 신급 유물을 다루는 오스틴의 지배력에 버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실제로 동아줄은 강한 지배력에 채찍을 맞는 고통을 느끼며 점점 힘이 빠져갔다.
이에 오스틴은 웃었다.
‘옳지! 이거야!’
결국 동아줄이 목에서 풀려나가자 오스틴은 숨을 몰아쉬며 바로 명령했다.
“자, 밧줄 새끼야! 어서 저놈의 목을 졸라!”
그러나 그 순간!
[*$$#&*!]
아프잖아! 아프잖아!
“커헉!”
풀려나가던 동아줄이 분노하며 다시 오스틴의 목을 조르기 시작한 것이다. 동아줄은 몹시 기분이 나빠보였다. 아무래도 동아줄에게 있어 오스틴의 지배력은 상상이상으로 더러웠던 모양이었다.
[#*$#*#&*!]
나 화났어! 화났어! 가만 안둘거야!
이번엔 그 힘이 정말로 강했다. 덕분에 오스틴은 숨이 막히면서도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게 무슨!’
도대체 이 거지같은 상황은 뭔가 싶었다. 고작해야 소모성 유물이 어떻게 사용자를 거부해!
하지만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괴롭다!’
그리고 기도가 막힌 오스틴이 산소를 찾기 위해 발버둥을 치는 그 찰나.
“도련님!”
그를 부르는 목소리와 함께 동아줄 유물이 재빨리 빠져 나갔다. 오스틴이 정신을 차리자 옆에는 자신의 비서 베라가 서 있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살벌한 은장도를 들고 있었다. 등급은 A급. 그걸로 동아줄을 갈기갈기 잘라내려고 했던 것이 틀림없었다.
오스틴은 질식의 후유증을 느끼며 가까스로 물었다.
“허……허억! 바, 밧줄 놈은!”
베라는 대답 대신 맞은 편을 바라보았다. 그곳엔 동아줄을 빼돌린 주헌이 있었다. 동아줄은 주헌의 몸통에 감기며 낑낑거렸다.
[#$#*(#*(!]
주인님, 아파. 아파.
아무래도 베라의 칼에 조금 몸이 잘려져 나간 모양이었다. 그리고 동아줄을 거둬들인 주헌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는 비서의 등장을 눈치채고 타이밍 좋게 동아줄을 불러들인 것이었다.
그대로 내버려뒀으면 동아줄이 한 번에 파괴되었을테니까.
“감히 유물을 파괴하려고 해?”
그러자 옆에서 유재하가 입을 삐죽였다.
“자기도 매일 유물들을 부숴대면서 …”
“닥쳐.”
자신은 그래도 된다. 하지만 남이 파괴하는 건 안 된다.
그건 용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주헌은 오스틴의 옆에 서 있는 베라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너 분명 조지 홀튼의 시중인 이었던거 같은데…….”
분명 그 여자가 맞았다. 홀튼가의 전용기에서 주헌의 마사지를 담당해줬던 그 러시아 여자 말이다.
“그런데 너 록펠러가의 스파이였어?”
“아 네, 그 진저리나는 팔불출 오빠 분은 잘 계시나 모르겠네요?”
베라의 비웃음에 주헌은 하하 유쾌하게 웃었다.
꽤나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도 그럴 법한 게 홀튼 부부는 누군가의 고의적인 행동으로 병에 걸린 것이었다. 그래서 주헌이나 조지도 그 범인을 찾으려고 했고 말이다.
그런데 록펠러의 스파이가 숨어 있었어?
그럼 이야기는 간단한 것이 아닌가?
“홀튼 부부를 병들게 한 것도 혹시 너희 짓이었냐?”
“!”
순간적으로 싸늘해진 목소리에 베라는 움찔거렸다.
하지만 베라는 금방 정신을 찾고, 코웃음을 쳤다.
“어차피 밝혀질 거라서 미리 말씀드리겠지만, 저흰 유물 상인을 알선해준 것 밖엔 없거든요? 그 부부가 바보같이 유물을 막 만지다가 병에 걸렸나보지.”
딱히 숨길 생각도 없는 듯, 베라는 비웃었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이것 봐라."
“!"
“이것들이 진짜 일부러 병들게 하는 개짓거리를 했나보네.”
주헌의 흉악한 지배력에 베라는 순간적으로 몸을 덜덜 떨었다.
‘이, 이게 뭐야.’
무서웠다.
원래도 주헌이 상냥한 성격인 건 아니지만, 지금은 훨씬 더 살벌했다.
하지만 그건 당연한 것이었다.
주헌 역시 유물증후군의 피해자였으니까. 그 때문에 고통 받고 권회장의 노예로 살았던 기억이 있었다. 그런데 그걸 일부러 전파했다는 놈들이 곱게 보일 리가 있겠는가.
그리고 지배력은 그 사람의 카리스마나 위압적인 면모를 구체화한 것. 흔히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나 과거 군주들, 뚝심있는 장인들, 혹은 역사의 획을 그었던 폭군들 앞에서 알게 모르게 느끼게 되는 위압감이었다.
‘차, 차원이 다르다.’
틀림없는 왕급의 지배력.
덕분에 다리에 힘까지 풀린 베라가 자신도 모르게 꽈당 엉덩방아를 찧으며 주저앉을 때였다.
“뭐, 아무래야 상관없지. 너희를 처분하는 건 내 일이 아니니.”
“!”
흉악한 지배력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주헌은 대수롭지 않게 경전을 짐꾼 유재하에게 던졌다. 어차피 이놈들이 홀튼 부부를 건드린 게 사실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1호. 일단 그거 넣어라. 이상한 놈들 꼬이기 전에 튄다.”
아니나 다를까, 주헌이 가진 경전을 노리고 하이에나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저 놈이 그 이상한 경전을 가져간거 맞지?”
“그래, 똑똑히 봤어.”
“느낌 보니까 분명 소모되는 건 아니고 귀속되는 물건 같았지?”
“맞아.”
신도들에게 당하다가 다가온 놈들만 대략 마흔 명 정도.
낯익은 얼굴의 왕급들, 꾼급들도 보였다.
심지어 권회장까지도.
그 모습에 주헌은 큭 웃었다.
사실 주인을 잃은 귀속성 유물은 꽤나 귀했다.
뺏길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내구도까지 있는 소모성 유물에 비하면 귀속성 유물은 레어 아이템!
‘유물 사용자들이 빼앗으려는 것도 당연하지.’
곧 사람들이 유물을 든 유재하에게 달려 들었다.
“주인을 잃은 유물이다! 빼앗아!”
“빼앗아라! 당장!”
그러자 보다 못한 오스틴이 주저앉은 채 이를 갈았다.
아니 저것들은 감히 누구의 유물을 두고 저 지랄을 하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그는 유물을 뺏으려는 놈들 중 판도라 관계자들에게 으름장을 내밀었다.
“야, 이 버러지들아! 니들 내 유물에 손대면 판도라에 대한 지원을 몽땅 끊어버리겠어!”
그 말에 내심 유물을 뺏으려고 했던 권회장과 리처드가 움찔했다.
곧 주요인물들이 멈칫하자 오스틴이 급하게 외쳤다.
“베라! 당장 원래 계획대로 해! 당장!”
“아, 네!”
아무래도 오스틴은 이 파티장에서 뭔가 꿍꿍이를 벌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걸 실행할 때였다.
곧 베라가 파티장에 몰래 설치했던 유물을 발동 시키려고 할 때였다.
“!”
베라는 당황해서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에 오스틴이 악을 쓰며 외쳤다.
“베라!”
“아, 아니. 유물이 발동 되지 않습니다! 분명 화분들 사이에 숨겨 놓았는데!”
그렇다.
오스틴과 베라는 이 파티에 먹잇감들이 가득 몰릴 것을 알았다. 그래서 환각계의 유물을 미리 설치해놓고 그걸 발동 시킬 예정이었다. 사람들이 환각에 빠졌을 때, 초대한 손님들의 유물을 약탈할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화분형태의 유물을 파티장 관상목들 사이에 숨겨놨는데.
'도대체 어째서!'
그런데 이 때였다.
“아. 이거 네거야?”
“!”
누군가의 천연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건 다름 아닌 유재하였다. 그는 고흐의 그림으로 공격해오는 사람들을 다 빨아들인 모양이었다.
유재하는 천연덕스럽게 산세베리아 화분을 보여주었다.
“어이쿠 미안해라. 난 또 누가 버린 줄 알았지.”
그리고 득템했다고 주헌에게 달려가 보너스라도 달라며 칭찬을 받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유재하는 웃었다.
“그래도 내가 주웠으니까 잘 가져갈게, 누나. 이럴 때 아니면 보너스 못 받거든.”
물론 그 말을 들은 베라는 거품을 물 수 밖에 없었다.
“그, 그럼 저기 있는 건!”
“아, 그거 짝퉁인데?”
“뭐, 뭐? 짝퉁?”
이 때였다. 옆에 있던 오스틴이 뭘 봤는지 악을 썼다.
“베라! 그게 문제가 아니다! 저 놈이 들고 있는 그림을 봐라!”
“!”
그들은 다른 의미로 그들을 욕해야 했다.
아니 그도 그럴 법한게.
“저건 분명 도련님이 키이라 장군한테 빌려주셨던....!”
“도대체 저 고흐의 그림이 왜 저놈한테 있는 건데!”
타버린 거 아니었어?
“됐어! 저것부터 뺏어!”
하지만.
“뺏기는 무슨. 잘 있어라, 이 멍청이 새끼들아!”
유재하가 뻐큐를 날렸고, 그와 동시에 주헌이 웃었다. 주헌은 유재하에게 일부러 시선이 쏠리게 한 후, 정작 자신은 바닥에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탈출용 유물, 몽마르트 언덕의 화가 잉크를 활용해서!
그와 동시에 그림이 번쩍이면서 그 상관에 그 부하가 완전히 사라졌다.
* * *
[현재 판도라 모임에 초대되었던 유물 사용자 400명 가운데 300명이 경상, 80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행방이 묘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한 유물 사용자가 경전유물을 빼돌리면서 시작된 이 싸움은 크게 번져...]
[시민단체들은 판도라가 싸움을 조장하는 기관이라며 비난하기 시작했습니다.]
[주최기관인 판도라는 이 사태에 난처를 표하며........]
뉴욕의 펜트 하우스로 돌아온 주헌은 뉴스를 보며 낄낄 웃었다.
“꼴 좋군. 어쨌든 이번 판도라 모임에서 제일 큰 수익은 이거다.”
주헌은 뭔가를 책상 위에 던졌다.
그건 아베스타 경전이었다.
“와, 이거 때문에 난리가 난거죠? 도대체 뭐하는 유물입니까? 뉴스에서는 안 알려주던데.”
“뭐긴. 단순하게 말하면 교주로 만들어주는 유물이다.”
“교주요?”
“종교계 유물이지.”
주헌은 씨익 웃었다.
아베스타는 원래 포교왕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었다. 하지만 미래가 바뀌면서 이게 록펠러의 손에 들어갔었고, 결과적으론 자신의 손에 들어왔다.
그건 즉.
‘사황들이 필연적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사황 중 하나인 이미 전쟁왕은 보내버렸고, 권회장은 자신이 방해할 것이었다. 그리고 포교왕도 포교왕이 될 유물이 사라졌으니 미래는 꾸준히 바뀌고 있다.
‘이제 어떤 놈들이 후보로 나타날지 기대되는군.’
그럴 때 커뮤니티 쪽으로 제법 발이 넓어진 오승우 일행이 주헌을 걱정했다.
“저, 괜찮으신 겁니까? 들리는 소문으로는 이번일로 권회장이랑 록펠러 말고... 요주의 인물들이 형님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던데요."
그 말에 주헌은 웃었다.
확실히 과거 독식자이자, 미래의 왕급이 될 놈들이 권회장과 록펠러 말고도 더 있었다. 파티에 참가 안한 거물들도 있었지만 이번 일은 좋은 기회였다.
'일종의 인사다.'
앞으로 만나게 될 놈들에게 미리 보내는 인사.
사황도 바뀌겠다, 곧 세계에 영향을 끼칠 그 자리를 두고 놈들과 싸우게 될 테니까.
물론 그래봐야 그 중 하나는 자신이 차지하게 되겠지만.
그렇게 뻔뻔하게 생각할 때였다.
“아, 단장님! 저놈 어쩌죠?”
방에 틀어박혀 여러 유물들을 복원하던 유재하가 씩씩 거리며 나온 것이었다.
이에 주헌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무슨 소란이야.”
“아니 그게 동아줄이!”
곧 주헌이 방에 들어갔다. 그리고 눈 앞에는 씰룩이는 동아줄이 있었다.
어라, 그런데 동아줄의 상태가..... ?
============================ 작품 후기 ============================
+ 추코 감사드립니다!